숨 막히는 남편의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61 - 챕터 70

100 챕터

제61화

결혼 생활 3년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그를 이리 부른 적이 없었다. 싸늘했던 그의 태도에 그녀가 어찌 감히 이렇게 다정하게 그를 부를 수 있었겠는가? 술에 취하니 좋은 점도 있는 것 같다.몸이 나른하고 힘이 없고 말투도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워 그를 홀리고 있는 듯했다 . “방금 나한테 뭐라고 했어?”그가 침을 꿀꺽 삼키며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여보요. 결혼한 사이니까 여보 맞잖아요.”그녀는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빙그레 웃었다.서진태는 눈을 내리깔고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혼인 신고를 하던 그날도 그녀는 이렇게 웃었다. 그녀에게 외투를 입힌 뒤, 그녀를 안아 들고 룸 밖으로 나갔다.차가운 밤바람이 불어오자 혼미했던 정신이 한층 맑아진 느낌이었다. 눈을 떠보니 날카로운 그의 턱선이 훤히 보였다. 이건... 결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잖아?머리가 좀 어지럽고 눈이 아파서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고 이내 편안해졌다. 차에 올라탄 후 서진태는 그녀를 차 문에 밀치고 고개를 숙여 키스를 퍼부었다.그에게 눌려 숨이 턱턱 막힌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밀어냈다.그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저리 가요. 썩은 사과 같은 게.”그 말에 서진태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 여자가 정말... 빤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그가 그녀의 하얀 목덜미를 움켜쥐고 다시 격하게 입을 맞추었다.강은하는 입을 꾹 다문 채 몸을 비틀며 저항했다.“강은하, 너무 한 거 아니야?”술에 취해서 사람을 유혹하더니 이제는 모른 척하시겠다?창밖의 불빛이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고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숲속의 사슴처럼 맑고 순진했다.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의 집 소파에 앉아 부모님과 얘기 중이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제가 원하는 건 서진태 씨입니다.”그때 그녀의 눈빛도 지금처럼 빛이 났었다. “날 원한다고 했었잖아.”강은하는 머리가 어지러웠다.“이렇게요?”“응.”운전기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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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아무튼 서진태는 강은하에게 브로치를 줄 생각이 없어 보였지만 오늘은 또 이 일로 강은하에게 사과했다.강은하는 서진태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알고 싶었다. 그녀는 테이블에 몸을 기대고 서 있었는데 두 사람의 키 차이 때문에 머리를 살짝 쳐든 채 서진태를 올려다봤다.서진태는 외모가 매우 준수했고 아우라 빼어났다. 남궁선이 그날 서진태를 상류사회의 젠틀한 도련님이라고 한 게 참 맞는 표현이었다.서씨 가문은 해성시 갑부였고 유명한 실업가인 아버지 서도영은 사람이 점잖을뿐더러 어머니 박화영은 자식 교육을 중시했다. 서진태가 강은하에겐 모질게 굴어도 뼛속을 들여다보면 교양이 있는 사람이라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사과했다.“지금 사과하는 게 내 몸을 갖고 싶어서 그러는 거예요, 아니면 그냥 단순하게 마음에 걸려서 그러는 거예요?”이에 서진태가 멈칫하더니 웃으며 강은하에게 다가가 두 손을 테이블에 올려둔 채 오만하게 그녀를 내려다봤다.“너 돌직구 좋아하는구나.”서진태는 강은하의 총명함에 감탄하면서도 강은하가 그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래서 그런지 서진태는 강은하와 대화를 나눌 때마다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고 편안했다.“네. 좋아하면 좋다고 얘기하고 싫어하면 싫다고 얘기하는 거 좋아해요. 애매하게 말하는 거 싫어해요.”강은하가 태연하게 서진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대놓고 서진태를 뭐라 하는 강은하를 보며 서진태도 더는 숨기지 않았다.“네 몸을 갖고 싶은 게 80%라고 봐야지.”“이혼 서류에 사인해 주면 두 번 정도는 봐줄게요.”서진태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웃더니 강은하의 턱을 잡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내 얼굴에 혹시 바보라고 쓰여있어?”서진태의 뜨거운 숨결이 강은하의 얼굴에 닿자 강은하는 너무 간지러워 고개를 돌리며 피했다.“난 그렇게 얘기한 적 없어요.”“지금은 법적으로 부부인데도 이런저런 욕 해가면서 근처도 못 가게 하는데 이혼 서류에 사인해 주면 그게 가능하다고?”서진태가 강은하의 허리를 꼬집으며 살짝 힘을 써 강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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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강은하는 얼굴이 빨개졌다. 교양 있기로 소문난 서진태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에 감탄하다가 그가 천천히 넥타이를 풀자 당황하기 시작했다.“진태 씨, 나 회사에 일이 있어서...”“무슨 일이든 일단 기다려. 너랑 있으면서 네가 좀 얌전해지고 부드러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서진태가 강은하 위로 올라탔다.“저녁에. 저녁에 하면 안 돼요? 낮에는 너무 적응이 안 되는데?”서진태는 강은하가 원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이렇게 말했다.“내가 저녁까지 기다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어젯밤부터 참기 싫었다고.”강은하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고개를 돌려 따듯한 햇살이 열어놓은 서진태의 셔츠로 비쳐 들어 더 돋보이는 서진태의 근육을 바라봤다. 벗어나려 해도 자꾸만 몰아붙이는 서진태의 키스에 강은하는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점점 정신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한창 욕구가 올라온 서진태였기에 강은하가 아무리 이어가고 싶지 않아도 서진태를 이길 수는 없었다.강은하는 숨을 길게 들이마시며 최대한 몸에 힘을 풀고 서진태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더니 귓가에 속삭였다.“혹시 막 억지로 밀어붙이려는 건 아니죠?”서진태가 그런 강은하를 보며 웃었다.“왜? 도와주려고?”...9시가 되어서야 서진태가 훨씬 좋아진 표정으로 내려왔고 거실에서 기다리던 황재민이 서진태와 함께 집을 나섰다. 그 뒤로 얼굴이 굳어진 강은하가 내려오자 양윤아가 얼른 다가가 물었다.“대표님, 괜찮아요?”강은하가 고개를 저었다. 회사로 가는 길에 양윤아는 이미 회의 하나를 취소했다고 말하며 아직 아는 사람이 많이 없는 쥬얼리 브랜드가 미풍 패션에 가입하고 싶어 찾아왔다고 덧붙였다.“알았어요.”강은하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아참, 오늘 홍수아 씨 다녀갔습니다.”강은하가 대충 알겠다고 대답했지만 그래도 인터넷으로 홍수아의 임신에 관한 기사를 찾아봤다. 그저께 밤에 홍수아가 임신한 사실이 터지면서 검색어가 마비되었지만 오늘은 아무 소식도 보이지 않았다.서진태의 대처에 강은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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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강은하가 덤덤하게 웃더니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강은하에게 촬영 진척을 보고하던 마케팅 부서 책임자 소지욱이 깜짝 놀랐다. 사실 소지욱은 홍수아가 일정에 맞춰 순조롭게 촬영을 끝내게 하려고 일부러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늘어놓고 있었는데 대표인 강은하가 이렇게 웃으니 도통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홍수아도 살짝 의아해 순진한 표정으로 부드럽게 물었다.“대표님, 뭘 보셨길래 그렇게 활짝 웃으세요?”강은하는 홍수아가 일부러 도발한다는 걸 알고 몸을 의자에 기댄 채 소지욱에게 말했다.“이따 홍수아 씨 계약서 좀 보여주세요.”“아... 네.”홍수아는 강은하가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몰랐지만 저번에 있었던 일로 강은하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계약서는 왜 보자는 거지?’홍수아는 잠깐 고민하다가 결국 이렇게 물었다.“계약서는 진태 씨가 대신 써준 건데 혹시 무슨 문제 있나요?”서진태 얘기만 나오면 홍수아는 말투까지 달콤해졌지만 강은하는 여전히 덤덤한 표정으로 홍수아를 바라봤다.홍수아가 한 말은 사실이었다. 홍수아의 인기를 올려주기 위해 서진태는 직접 영화 투자 회사를 만들어 막대한 자금을 홍수아에게 투자했고 홍수아도 그 기대에 부응해 회사의 살아있는 브랜드가 되었다.그래도 두 사람의 감정은 변함없이 한결같았기에 꿈을 꾸기 좋아하는 회사 직원이든 재벌 집 아가씨든 다 홍수아를 부러워했다.게다가 당사자인 강은하는 서진태가 그녀와 결혼하고도 종일 자리를 비우고 홍수아 곁을 지키며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걸 허다하게 봐왔기에 계약서 하나 확인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실망을 너무 자주,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 아니면 더는 신경 쓰지 않아서 그런지 홍수아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듣고도 그렇게 슬프지는 않았다. 그저 서진태와 몸을 섞을 때마다 오랫동안 욕구를 풀지 못한 사람처럼 나왔는데 홍수아와 아이까지 생겼다는 게 아이러니할 뿐이었다.“서 대표님이 홍수아 씨를 참 많이 챙겨주네요. 계약서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으니 앞으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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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찾아가서 뭐 하게?”서진태가 테이블 앞에 앉은 채 황재민을 향해 웃었다. 황재민은 이 미소가 폭발 전야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계약서를 다시 테이블에 고이 올려놓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짜증이 치밀어오른 서진태가 미간을 주물렀다. 요즘 들어 예전의 강은하가 너무 그리웠다. 결혼 전 서진태만 바라봤던 강은하는 맨날 예쁘게 차려입고 부드럽게 웃으며 서진태의 환심을 사려했고 서진태가 한 번이라도 더 봐주길 바랐다.사실 서진태는 예전의 자신이 더 그리운 것 같았다. 서진태는 지금 강은하를 너무 과분하게 신경 쓰고 있었고 그것이 흥미일 뿐이라도 너무 많은 주의력을 할애했다.홍수아의 ‘임신’에 대한 강은하의 반응은 서진태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어린아이처럼 강씨 가문으로 숨어들 줄 알았는데 강은하는 오히려 이 일이 고작 회사 일이라는 것처럼 양윤아를 보내왔다.서진태는 예쁘게 생긴 강은하가 일도 잘한다는 것을, 그런 강은하에게 끌리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서진태는 이제 감정 따윈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그녀’를 찾아다닌 지도 어언 몇 년, 매번 허탕이었고 그래도 서진태는 ‘그녀’를 그리워했지만 기억 속에서 점점 잊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조사하라고 한 건 어떻게 됐어?”서진태가 갑작스러운 질문에 황재민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아직 조사하고 있습니다. 아직 중요한 몇 가지 정보를 확인하고 있습니다.”서진태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황재민이 입술을 앙다물었다.“근데 왜 갑자기 사모님을 조사하는 건가요? 사모님과 맞아떨어지는 정보가 하나도 없는데요.”“나만의 판타지야. 두 사람이 같은 사람이면 좋은 거 아니야?”서진태가 황재민을 힐끔 째려보며 말했다.“너 왜 점점 강은하 닮아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면 그냥 입 다물고 있어.”황재민이 말했다.“저는 예전부터 이랬는데요. 대표님이...”서진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다.“내가 뭐. 똑바로 말해.”“머리에 사모님으로 가득해서 누굴 보든 사모님 같아 보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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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이제 강은하도 정말 지쳤다.하던 일을 마친 서진태가 미풍 그룹으로 강은하를 찾으러 가려는데 강은하가 보낸 변호사가 먼저 도착했다.“대표님, 제 의뢰인의 요구는 간단합니다. 이혼 서류에 사인만 해주면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바로 나가겠지만 사인하지 않는다면 결혼 전에 재산 공증을 하지 않았으니 가지고 있는 회사와 부동산, 그리고 주식의 절반을 가져가겠다고 합니다. 아, 그리고 의뢰인이 전달해달라고 한 말씀이 있어요. 일단 이혼 소송 들어가게 되면 홍수아 씨와의 스캔들로 검색어 순위에 오른 적이 많으니 그것들이 모두 대표님이 바람피웠다는 증거가 된다고 하더군요. 그러면 대표님의 앞날에도 좋지 않고 홍수아 씨의 명성과 커리어에도 좋지 않겠죠...”서진태가 다리를 꼬고 손가락으로 절주 있게 무릎뼈를 톡톡 치더니 이렇게 말했다.“지금 협박하시는 건가요?”아까는 양윤아를 보내 속을 뒤집어 놓더니 이제는 이혼 변호사까지 보내왔다. 강은하의 처사는 깔끔하면서도 당돌했다.“대표님도 이미지가 중요한 분이잖아요. 미래에 한성 그룹을 이끄실 분인데 명성이 더럽혀져서야 되겠어요? 그냥 사인하시는 게 제일 좋은 방안입니다.”변호사가 한마디 보충했다.서진태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강은하가 변호사에게 이 말을 가르치는 모습을 상상했다. 강은하는 이제 제법 협상에 능통한 장사꾼이 된 것 같았다.변호사를 보낸 서진태가 건물에서 나오자 주성민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저번에 병원에서 주성민의 MRI 사진과 약을 받은 서진태가 심태훈과 주씨 가문에 간 적이 있었고 그때 주성민은 강은하가 이혼을 원한다면 동의해 줄 건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서진태는 강은하의 조건이면 모든 만족시켜 줄 수 있다는 주성민의 말을 들으며 강은하가 이혼 얘기를 꺼내면 그때 가서 보자고 말했다. 그리고 주성민은 오늘 그 답을 들으러 왔다.서진태는 입고 온 코트를 팔에 낀 채 그런 주성민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말했다.“어디 가서 얘기할까?”“그냥 여기서 얘기해요.”주성민이 말했다.“형,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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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미풍 그룹에 도착한 서진태를 보고 양윤아가 이렇게 말했다.“강 대표님 지금 회의 중이라 만나기 어렵습니다.”양윤아가 서진태를 일 층에 막아 세웠다.“기다릴게요.”서진태가 이렇게 말하며 알아서 손님 접대를 위해 마련한 소파로 가서 앉았다. 그는 갈색 목폴라와 까만 슬랙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꽤 우아했다.양윤아도 서진태가 잘생겼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서진태는 얼굴이든 몸이든 여러모로 강은하와 잘 어울렸다.그렇게 한 시간을 기다린 서진태는 슬슬 언짢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황재민이 의아해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인 서진태는 어딜 가든 사람들이 모여들어 극진히 모셨지 이런 푸대접을 받은 적이 없지만 조인성은 여전히 크게 화를 내지 않았다.밖에서 돌아온 홍수아의 매니저가 서진태를 발견하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그쪽으로 달려갔다.“대표님, 우리 수아 언니 데리러 온 거예요?”서진태가 그런 그녀를 힐끔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아니요.”눈길이 너무 살벌했는지 매니저가 몸을 파르르 떨며 더는 말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홍수아는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촬영 효과도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화장을 고치는 틈을 타 매니저가 얼른 다가가 서진태를 봤다고 말해줬다. 홍수아를 찾으러 온 게 아니라면 아마도 강은하를 찾으러 온 것일 테지, 홍수아는 매니저가 말하는 걸 들을수록 마음이 불편했다.“우리 이제 어떡해요?”매니저가 묻자 홍수아가 뭔가 생가난 듯 비서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였다.“알았어요.”강은하는 회의실에서 나오자마자 직원들이 모여 서서 서진태와 홍수아의 사랑 이야기를 토론하는 걸 들었다.“두 사람 안지는 6년이라는데 5년이나 사귀었대. 서태표가 직접 와서 데려가기까지 하고 얼마나 좋아.”“데스크 직원 말로는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던데?”“그런 게 아니라...”강은하가 사무실로 들어가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됐어요. 이제 퇴근해요.”“대표님은...”“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요.”강은하가 이렇게 말하더니 가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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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전해주라는 말은 없었고?”강은하가 묻자 안서연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없었어.”강은하는 마음이 씁쓸해졌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또 사랑을 받네.”“그러게나 말이야.”안서연이 맞장구를 쳤다.“사실 나도 감동했다니까.”“가자. 마침 그쪽에 해야 할 일도 있고.”양윤아가 추천한 작은 쥬얼리 브랜드의 책임자가 바로 춘정시에 있었다. 브랜드의 설계와 콘셉트를 확인한 강은하는 괜찮다고 생각했고 마침 더 깊이 얘기해 볼 생각이었다....강은하가 회사에서 나간 지 한참 지나서야 홀이 다시 조용해졌고 홍수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미안해요. 아까는 너무 급해서 안을 수밖에 없었어요. 만약 진태 씨가 강 대표님 찾으러 가면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거 아니에요.”서진태는 말도 하기 싫어 그저 소파에 앉아 있었다. 황재민은 미련한 홍수아를 보며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홍수아 씨 말대로라면 오늘 일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건가요?”이 말에 홍수아가 억울한 표정으로 황재민을 바라봤다.“나도 진태 씨 마음속에 내가 없다는 거 알고 있어요. 지금까지 관계를 이어왔던 것도 다 회사 홍보를 위해서라는 것도요. 하지만 오늘 서 대표님이 강 대표님 오랫동안 기다린 거 알면 기자들이 억측을 늘어놓을 거예요. 나는 혹시나 서 대표님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봐 그런 거예요. 적어도 사람들은 서 대표님이 나를 만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요.”황재민은 말문이 막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뭐 잘 알고 있네요. 사모님이 아니었다면 서 대표님이 과연 홍수아 씨에게 눈길이라도 줬을까요? 홍수아 씨는 절대 사모님과 비길게 못 돼요.”홍수아는 극성팬이 많았기에 일단 팬들이 여론을 안 좋은 쪽으로 몰아가면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된다. 홍수아도 자기가 어느 정도 사회적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걸 알고 일부러 그런 것이다.“대표님, 정말 미안해요. 여기 계신 줄 알았다면 절대 나타나지 않았을 텐데.”서진태는 그제야 고개를 쳐들고 홍수아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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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강은하는 서진태가 기억상실이라도 걸린 게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미풍 플라자에서 홍수아 팬들이 언제 결혼하냐고 물었던 일은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았다.“이거 놔요.”강은하는 뻔뻔한 서진태가 너무 역겨웠다.“왜? 화났어?”서진태가 강은하의 귓가에 입술을 갖다 대고 부드럽게 속삭이자 강은하가 눈시울아 빨개졌다. 결혼한 지 3년이나 지났는데 서진태가 강은하의 기분을 물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내 대처가 미흡해서 너를 거기 혼자 두는 바람에 홍수아에게 기어오를 기회가 생긴 거야. 양윤아에게 나를 사무실로 안내하라고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잖아. 안 그래?”서진태가 강은하의 귓불을 살짝 핥고 나서야 강은하가 귓구멍을 뚫지 않았다는 걸 발견했다. 귓구멍을 뚫지 않아도 여전히 예쁜 귓불을 보며 서진태가 키스를 이어가려는데 강은하가 홱 돌아서더니 마구 잡아 뜯기 시작했다.“어떻게 그렇게 뻔뻔해요? 좀 사람이면 사람답게 행동해요.”강은하는 정말 서진태 때문에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다른 여자를 임신하게 하고 그 여자와 애정 행각을 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 모든 걸 강은하의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더는 참을 수가 없었던 강은하는 미친 듯이 서진태를 때리며 잡아 뜯었고 서진태도 딱히 피하지 않고 강은하가 화풀이하는 대로 당하고 서 있었다. 강은하의 화풀이가 어느 정도 끝나자 서진태는 목에 난 상처에서 피가 새어 나와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은하를 꼭 끌어안았다.“사모님, 화 다 풀렸어? 안 풀렸으면 더 때리고.”강은하가 눈시울을 붉히더니 서진태를 힘껏 밀어내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이혼 서류에 빨리 사인하는 게 좋을 거예요. 그래야 피차 시간 낭비하지 않고 빨리 끝내죠.”강은하는 손이 너무 아팠지만 한숨을 내뱉고는 몸을 돌려 짐을 정리했다.“며칠 가는데?”“뭐가요?”강은하가 물었다.“춘정시로 여행 간다고 하지 않았어?”서진태가 이렇게 말하며 옷장에 기대 담배에 불을 붙였다. 강은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서진태를 힐끔 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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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춘정시로 건너온 강은하는 일 처리를 마치고 즐겁게 여행하기 시작했다. 주성민은 섬세한 사람이었기에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재밌는 가이드 아가씨를 한 명 붙여서 접대하게 했다.가이드는 두 사람을 데리고 핫플을 돌아다니다 시내 한복판에서 그나마 한적한 커피숍을 찾아 식물을 감상하며 햇빛도 쬐게 했고 현지 음식들도 맛보게 했다.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강은하는 이렇게 행복하고 편안한 생활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주성민 덕분이 이뤄졌다.다만 주성민은 전화도, 카톡도 받지 않고 매일 빨간 장미만 보낼 뿐이었다. 안에 든 작은 카드에는 이런 글자도 적혀 있었다.[공주님, 행복해요.]춘정시의 날씨는 사계절이 봄과도 같았고 하늘이 맑고 산이 많은 동네라 자연 경관이 아름다워 살기 좋은 곳이었다.두 사람은 거기서 3일 정도 보냈지만 강은하는 미련이 남았고 자꾸만 더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이드 아가씨와 작별하고 춘정에서 고성까지 기차로 이동했는데 일정은 알아서들 짰다.“고마워요. 성민 씨에게도 내가 여기 엄청 좋아했다고 전해줘요.”고성에 도착한 안서연은 짐을 버려두고 얼른 바깥으로 나와 인적이 많지 않은 곳을 찾았다. 현지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 그런지 여행객들이 많지는 않았고 강아지들이 여유롭게 산책하고 있었다.안서연은 예쁜 꽃무늬 치마를 입고 길거리에서 강아지를 만지작거렸다. 대도시의 북적거림과는 달리 고성의 돌길 옆엔 강물이 흘러가는 소리가 들렸고 다리 위에서 흘러가는 물을 보노라면 몸도 마음도 여유로워지는 게 강은하는 매우 마음에 들었다.두 사람이 한창 사진을 찍고 있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서연아.”낮지만 듣기 좋은 목소리에 안서연은 온몸이 굳어버렸다. 강은하가 실눈을 뜨고 누군지 확인했는데 햇빛 아래 선 남자는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겼고 연한 하늘색 캐쥬얼 셔츠에 하얀 티를 맞춘 모습이 상쾌하면서도 멋있어 보였다.남자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안서연을 향해 웃더니 한참 동안 지나서야 얼굴을 굳혔다.“서연아. 이리 와.”얼굴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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