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남편의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41 - 챕터 50

100 챕터

제41화

그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그녀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사방은 어두컴컴하고 조용했고 차창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만 들려왔다. 힘들게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아무런 기척도 없자 강은하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훌쩍거렸다. 이런 환경 속에서 고양이 같은 울음소리가 마치 깃털처럼 남자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둠 속에서 잔뜩 굳어있던 남자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자 그녀가 남자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성민 씨, 왜 키스 안 해줘요? 내가 싫어요?”어둠 속에서 조롱 섞인 웃음이 터져 나왔고 그녀는 그의 입술을 덮쳤다.그 순간,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신이 자초한 일이야.”한편, 차를 몰고 온 주성민이 송우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었지만 송우진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뭐예요? 한밤중에 나한테 이런 걸 보여주려고 전화한 거예요?”“주성민, 왜 이렇게 늦었어?”송우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까 주성민한테 전화를 걸었을 때, 고연석은 이미 주성민의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그런데 서진태가 중간에서 가로챘고 주성민은 이제야 나타났다. 하여간 꾸물대는 성격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허구한 날 뭐가 그렇게 바쁜 건지...“형이 뭘 알아요? 나 지금 좋은 남자가 되려고 엄청 노력 중이란 말이에요. 은하 씨가 책들을 많이 추천해 줬어요. 집에서 책 읽고 필기까지 다 했단 말이에요.”송우진은 말문이 막혔다. 한동안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사람과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참 애쓴다고 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차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한번 확인해 봐.”송우진은 그를 위해 이 악연을 끊어줄 생각이었다. 아직 그렇게 깊이 빠지지 않았으니까 얼른 발을 빼는 것이 덜 고통스러울 것이다. “내가요? 좀 아니지 않나?”멀지 않은 곳에 있는 새 차를 보니 왠지 모르게 낯이 익은 느낌이었다. “저건 형이 엊그제 새로 산 차 아니에요?”주성민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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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녀의 가슴을 때리는 듯했다.주성민이 밖에서 안을 볼 수 없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머리가 복잡해진 그녀는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런 눈빛을 거부할 수 있는 남자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저 눈빛, 그가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다.“네 성의를 보여줘. 그럼 주성민은 내가 돌려보낼게.”강은하는 가까이 다가가 그에게 키스했다. 눈빛이 짙은 그가 황재민에게 문자를 보냈다. [와서 주성민 좀 데리고 가.]한편, 차 밖에 서 있던 주성민은 짜증이 난 얼굴로 창문을 다시 두드렸다.“내려와 봐. 감히 누구의 여자를 건드리고 있는 거야?”주성민의 목소리는 가까워진 듯하다가 다시 멀어졌다.그녀는 마음이 괴로웠다. 다만 그게 주성민 때문에 그런 건지 아니면 자신 때문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차 밖에서 주성민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전화를 받자마자 우산을 던져버리고 자기 차를 향해 달려갔다.강은하는 살짝 고개를 돌리고 빗속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그림자를 쳐다보았다.서진태가 어떤 방법으로 주성민을 돌려보냈는지 모르겠다.“이제 그만 돌아가요.”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좌석 아래에 있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핸드폰을 꺼내 드는 그녀를 서진태는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주위는 다시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고 핸드폰 화면의 빛이 유난히 밝았다. 화면에 주성민이라는 이름이 떴고 강은하는 호흡을 가다듬고 나서야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은하 씨? 지금 어느 병원이에요? 많이 다쳤어요?”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괜찮아요. 나 지금 병원 아니에요.”“거짓말하지 말아요. 재민 씨가 사진 한 장을 보냈어요. 은하 씨가 많이 다쳤다고 나더러 가보라고 하더라고요.”조급하고 걱정스러운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그녀는 마음이 약해졌다.주성민은 엄청난 속도로 차를 몰고 있었다.“운전 중이에요? 운전 조심해요.”이때, 서진태가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고 그녀의 핸드폰은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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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왜요? 지금 농담하는 거죠?”주성민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낚아챘다. “은하 씨, 방금 한 말 취소해요. 난 은하 씨를 안 보고 살 수가 없어요. 내가 미칠 것 같단 말이에요.”목이 멘 그녀는 눈가의 눈물을 닦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성민 씨, 바로 얼마 전에 나...”끝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아무리 약물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그녀가 원하지 않았던 일이라고 하더라도...“알아요. 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요? 그건 은하 씨 잘못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나한테 미안하다는 생각 하지 말아요. 당신이 이렇게 무사히 내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난 좋아요. 아까 은하 씨를 찾지 못했을 때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또다시 눈시울이 붉어진 그녀는 결국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서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었다.“울지 말아요. 얼굴이 한껏 부어올랐네. 울면 더 아플 거예요.”그의 말에 그녀는 피식 웃었다.“그런 일로 다시는 날 안 만나겠다고 하면 어떡해요?”그가 침대 옆에 앉아 링거 주머니를 올려다보았다. 손을 뻗어 링거 튜브를 잡고 있자 그의 따뜻한 손길에 떨어지는 물약이 그렇게 차갑지 않았다. “그럼 내가 너무 나쁜 놈이잖아요. 나더러 어떻게 은하 씨 앞에 서 있으라는 거예요?”말을 하던 그가 갑자기 눈을 내리깔았다.“당신을 이렇게 만날 줄 알았더라면 그렇게 방탕한 생활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당신이 나타나기만 기다리고 있었을 거라고요.”“그건 성민 씨 과거잖아요. 내가 없던 시간들인데 왜 신경을 써요?”강은하는 오히려 그를 위로했다.그 순간, 그가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강은하 씨, 처음 뵙겠습니다. 주성민이라고 합니다.”울고 있던 그녀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진지할수록, 진심일수록 그녀는 더 마음이 아팠다. 처음부터 잘못이었다. 그날 처음 본 클럽에서 주성민과의 연락처를 교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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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한편, 황재민이 서진태를 발견했을 때, 그는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푸른 연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그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한껏 흐트러진 그의 모습은 한눈에 보기에도 퇴폐적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이 황재민은 낯설기만 했다. 인기척 소리에 그가 고개를 돌렸다.“주성민은 갔어?”“네. 성민 도련님이 정말 은하 씨한테 진심이었던 같습니다.”황재민은 병실에서 두 사람이 나눈 대화를 그에게 말해주었다. 서진태는 아무 말도 없이 피우고 있던 담배를 땅에 버리고 담뱃불을 껐다.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송우진의 차는 내가 가져갈 거야.”황재민은 어이가 없었다. 말하지 않아도 송 대표님이 다시 그 차를 가져가겠는가? 새로 산 차 안에 두 사람이 그런 짓을 벌였는데...전화를 받고 운전하러 갔을 때, 황재민은 차 문을 열자마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백미러로 뒤를 훑어보았는데 그때의 서진태은 지금보다도 훨씬 퇴폐적이었고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셔츠 단추는 다 풀려있었고 가슴에 긁힌 자국들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서진태는 입원실로 들어갔고 황재민은 더 이상 따라가지 않았다. 병실에 도착하니 강은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지 그가 들어오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하였다. 주성민이 진심이었다면 그럼 이 여자는? 이 여자의 마음도 흔들렸던 걸까?손을 들어 눈가의 눈물을 닦던 그녀는 그제야 서진태를 발견하였고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그가 앞으로 다가와 링거 주머니를 들여다보며 물었다.“몸은 좀 어때?”“괜찮아요.”“그래?”그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 피검사 결과 약물의 복용량이 꽤 많았다고 했다. 이 여자가 또 거짓말이군.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그의 시선이 불편하여 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자리에 누웠다.손목을 덥석 잡는 남자 때문에 그녀는 당황스러웠고 이내 손에서 통증이 전해졌다. 그는 링거 바늘을 뽑고 손등에 피가 나지 않을 때까지 꾹 눌러주었다. “내가 도와줄게. 이것보다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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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강은하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방 안은 여전히 어두컴컴했다. 어젯밤, 서진태는 그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완전히 기운이 빠졌던 그녀는 자신을 씻겨주는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문득 약에 중독된 사람이 자신인지 아니면 눈앞의 이 남자인지 헷갈리게 되었다. 갑자기 가볍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밖에서 설인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모님, 깨어나셨어요?”“들어오세요.”입을 여는데 자신의 목소리가 많이 쉬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안으로 들어 온 설인숙이 커튼을 열자 밝은 빛에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한편, 설인숙은 강은하의 모습을 보고 놀란 표정이었다. 이 집에 들어와 일하면서 안주인이 대단한 미인이라는 걸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긴 생머리는 나른하게 늘어져 있었고 훤히 파인 잠옷은 어깨까지 느슨하게 흘러내려 있었다. 백옥같이 하얀 피부에는 어젯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고 여자가 봐도 가슴이 설렐 정도였다. 한쪽이 부어올라 멍이 든 뺨은 전혀 그녀의 미모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오히려 보는 자의 마음을 더 안타깝게 만들었다. “많이 피곤하시죠. 대표님께서 약을 발라 드리라고 하셨어요.”설인숙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침대로 다가가 미소를 지었다. “아니에요. 제가 할게요.”그녀는 민망한 마음에 무의식적으로 옷깃을 여몄다. “제가 할게요. 약 바르고 식사하세요. 벌써 오후 한 시입니다.”오후까지 잠이 들 줄은 몰랐다. 그녀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아주머니가 약을 발라주길 기다렸다.설인숙은 조심스럽게 연고를 발랐고 연고가 얼굴에 닿자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두 분이 결혼하자마자 제가 이곳에 와서 일하게 되었잖아요. 그동안 사모님께서 얼마나 힘드셨는지 전 다 알고 있어요. 남녀 사이는 그런 일이 있고 나서부터 관계가 확 달라질 거예요.”강은하는 눈을 들어 설인숙을 쳐다보았다.결혼 1년 차 때, 그녀를 대하는 서진태의 태도는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그때마다 설인숙은 그녀보다 더 조급해했다.“사모님, 대표님 들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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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얼굴의 상처 때문에 그녀는 회사에 나갈 수 없었고 급한 일은 양윤아를 통해 처리하고는 집에서 며칠 푹 쉬었다. 이튿날 밤에 되어서도 서진태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설인숙은 그녀가 서운해할까 봐 그녀를 다독였다.“대표님은 회사 일로 바쁘실 거예요. 남자가 그런 일에 너무 밝히는 것도 안 좋아요.”강은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해서 책을 읽었다.그가 돌아오든 말든 솔직히 상관없었다.넷째 날, 얼굴이 거의 다 나은 그녀는 회사로 출근하기 시작했고 그는 여전히 돌아오지도 않고 전화 한 통도 없었다.그녀 또한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가끔 뜨거웠던 그날 밤을 생각하면 아직도 꿈만 같았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또다시 냉랭한 결혼 생활로 돌아갔다.하루하루가 지루한 날들이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바보같이 3년 동안이나 기대와 희망을 품고 살았다. 한편, 회사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려는데 빌딩 입구에 서 있는 서유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상대하고 싶지 않았던 강은하는 운전기사한테 지하 주차장으로 가라고 했다. 강은하를 보지 못한 서유미는 마음이 초조할 수밖에 없었다. 김지환이 모든 것을 인정했고 강은하는 혼수상태였기 때문에 증거가 없다. 아무리 그녀를 의심한다고 하더라도 강은하가 자신을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녀는 유통업체 쪽의 사람이었고 이런 큰 업체들의 도움을 받아야 물건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강은하가 바로 합작을 중단할 줄은 몰랐다. 서유미는 억울한 마음에 고연석을 찾아갔다.그러나 고연석은 그리 배짱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강은하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하였고 현재는 모든 일을 강은하한테 미루고 도망쳤다. 서유미는 지금 조급해 죽일 지경이었다. 보통은 먼저 주문을 받고 물건을 발송한다. 주문을 받은 뒤 72시간이 넘도록 물건을 발송하지 못했으니 현재 클라이언트 쪽에 난리가 난 상황이다.어쩔 수 없었던 그녀는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상대방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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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단호하게 거절하는 그녀를 보고 양윤아는 한숨을 내뱉었다. 양윤아는 강은하가 기대에 찬 모습으로 결혼하는 것도 지켜봤고 혼자 하염없이 서진태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지켜봤다. 겨우 돌아왔는데 강은하는 더 이상 그를 개의치 않아 했다. 서진태의 얘기를 꺼낼 때면 예전처럼 눈빛을 반짝이지도 않았다. 양윤아는 그런 강은하를 보며 마음이 아팠다. 지금의 강은하는 6년 전 강민우가 돌아갔을 때처럼 연약하고 부서질 것만 같았다.그러나 그 당시 강은하는 울지도 않고 진채영을 위로하며 아버지의 뒷일을 챙겼다. 그녀는 운명이 정해 준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발버둥 쳤다.“안 가면 배후를 찾아낼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닐까요?”“배후가 그리 쉽게 찾아지겠어요? 조금만 더 기다려보죠.”양윤아도 더 이상 뭐라 하지 않고 사무실을 나갔다. 30분 후, 황재민이 찾아왔다.양윤아는 그를 보며 무뚝뚝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우리 대표님은 안 가신대요.”“안 가면 어떡합니까? 지금 밖에 어떤 소문이 돌고 있는 줄은 알기나 해요? 강 대표님이 서씨 가문의 세를 등에 업고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합니다. 납품한 물건에 문제가 있으면서도 사람을 만나주지 않고 있다고...”그 말을 들은 양윤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서유미 이 뻔뻔스러운 인간, 어떻게 우리 대표님 탓으로 돌릴 수가 있는 거야?“그동안 우리 대표님에 관해 소문이 적었었나요? 하나하나 다 해명하면 다른 일을 어떻게 해요? 대표님께서 왜 안 가시겠다고 했는지 이제는 알 것 같네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서 대표님까지...”양윤아는 말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어갔다.“서 대표님까지 나서는 건 우리 대표님한테 잘못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 아닌가요? 가봤자 마음만 상하죠.”“아니요. 서 대표님은 그런 뜻이 아니라.”황재민이 뭔가 변명을 하려는데 양윤아는 듣지도 않고 바로 자리를 떴다. 한숨을 내쉬던 그가 한마디 더 보탰다.“강 대표님한테 물어봐요. 주성민 씨한테 일이라도 생기면 후회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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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숨을 들이마시던 서유미가 서진태에게 도움을 요청했다.“서 대표님...”비록 강은하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고집이 센 그녀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어찌 잘못을 인정할 수가 있겠는가?하지만 사과하지 않고 계속 물고 늘어진다면 이 바닥에서 공공의 적이 될 것이다. 그럼 앞으로 사업하는 게 많이 곤란해질 것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대신해 일을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강 대표의 일은...”강은하는 팔을 빼고 손에 든 가방을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지고는 자리에 앉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유미를 쳐다보았다.“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말 안 해도 잘 알고 있겠죠?”서유미의 얼굴이 그 자리에서 굳어져 버렸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눈치 백단인 사람들이었다. 서유미의 안색을 보고 그녀의 잘못이라는 걸 그들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잘못이 없다면 진작에 변명을 했을 테니까. 강은하는 고개를 돌리고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제가 좀 늦었습니다. 한잔 받으세요.”사람들은 웃음을 지으며 더 이상 아무 말이 없었다. 서진태는 옆에서 예쁜 아내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았다.기본 스웨터에 정장바지 차림인 그녀는 긴 머리를 시원하게 묶어 하얀 목덜미를 훤히 드러내고 있었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맑고 새까맣고 지혜로운 눈망울이 참으로 예뻤다. 하마터면 큰일이 일어날 뻔했지만 강은하는 여전히 중심을 잡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일을 해결해 나갔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진작에 서유미한테 말려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몇 마디 말로 서유미를 제압하였고 그 일을 해결했다.똑똑한 여자라니까. 어디서 저런 보물이 나타난 거지?“김지환는 죄를 지었고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게 될 겁니다. 안 그래요? 오빠?”“맞아.”그녀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강은하는 그자 협조할 줄 몰랐다. 10분 뒤, 사람들이 서진태에게 아부를 떠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핑계를 대고 자리를 떴다. 룸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간 그녀는 한쪽 귀에 마스크를 걸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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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입구에 서 있던 그녀는 주성민의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뒤돌아섰다. 호텔 창문을 통해 그녀는 서진태가 연못 안의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코트를 입지 않은 그는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었고 그의 늘씬한 몸매를 한껏 들어내고 있어 자꾸만 시선이 가게 만들었다. 강은하는 그의 뒤로 다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이미 그에게 벌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고개를 돌리는데 그녀가 얼굴을 젖히고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와 피식 웃음이 났다.“당신이 주성민이랑 만나는 걸 내가 싫어하는 거 뻔히 알면서 다음에도 또 이럴 거야?”강은하는 아무런 변명이 없었다. 무슨 말을 해도 그가 믿지 않을 테니까.그녀의 이런 모습은 예전에 홍수아가 브로치를 떨어뜨렸을 때의 표정과 매우 비슷했다.그때도 그는 강은하가 변명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강은하는 그가 홍수아의 편을 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해 따위는 풀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손에 든 먹이를 다 뿌리고는 그가 손을 털었다.“집에 가자.”그녀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렇게 끝났다고?비아냥거리지도 않았고 그녀를 화장실로 끌고 가서 턱을 움켜쥐며 따져 묻지도 않았다. 이 남자라면 왜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냐고 추궁했을 것인데...“당신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건 이젠 더 이상 안 할 거야.”그녀는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가 소파에서 외투를 챙기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밖으로 걸어갔다. 차에 올라탄 뒤, 서진태는 문자에 답장을 보냈고 강은하는 창밖을 바라보며 방금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해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차에 오르는 것을 보고 황재민은 서진태가 강은하를 많이 아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훌륭한 비서는 반드시 상사의 모든 면을 다 돌봐야 하는 거 아니겠나? “사모님, 오늘 일은 폐를 끼치려고 한 것이 아니라 대표님께서 사모님을 대신해 일을 해결해 주려고 그런 겁니다.”강은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고 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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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남자의 부드러운 손길을 거부할 수 없는 여자는 없을 것이다. 남자의 숨결을 받아들이고 있는 자신이 너무 못났다고 생각했다. 그가 더럽다는 것도 잊고 그동안의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그녀의 방에는 한 점의 빛도 없었고 어둠은 사람의 청각을 극도로 예민하게 만들었다.예전에 그녀와 서진태에게도 이런 날이 있었다.빛 한 점 없는 방에서 서로 껴안고 진한 키스를 나누며 서로에게 자신을 맡겼다. 그와의 잠자리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러니 어찌 그를 거부할 수가 있겠는가?잠시 후, 샤워를 마친 그녀는 이불을 둘둘 감싸고 잠이 들었다.서진태는 침대 앞에 서서 그녀를 한참 동안 쳐다보고는 방을 나갔다.아래층으로 내려가 술을 한 잔 따라 소파에 앉았다. 약도 알코올도 없는 제정신인 상태에서 그녀와의 관계가 이렇게 즐거운 줄 몰랐고 두 사람이 이렇게 잘 맞을 줄은 몰랐다. 비가 오던 그날 밤, 약물에 의해 통제되었던 그녀와 겹친 듯했다. 그날 밤의 그녀는 그에게 첫 번째 여자이자 강은하가 없었던 시절의 유일한 여자였다. 그리고 그도 그녀한테 첫 번째 남자였다. 주위는 온통 어두웠고 그녀는 그와 함께 있으면서 그를 보살폈고 그의 빛이 되어 그를 따뜻하게 해주었다.그녀가 그를 꼭 안았을 때, 그는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심했다.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그 순간이 너무 짜릿하여 비가 오는 그날 밤, 병실에서 그녀를 한 번 더 안았다. 강은하는 여전히 뜨거웠지만 그는 더 이상 그런 느낌이 없었다.집에 도착해서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도 다시는 그 느낌이 들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서 그녀의 얼굴은 많이 좋아졌고 몸의 흔적들도 다 사라졌다.이제는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오늘 밤 그녀가 무슨 이유로 이렇게 자신을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다.어두컴컴한 방에서 그녀가 그의 목에 팔을 감았을 때, 그는 비가 오던 그날 밤의 그녀가 떠올랐다. 그녀는 그의 목을 꼭 껴안고 어린아이처럼 안기는 것을 좋아했다. 거의 7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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