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남편의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30

40 챕터

제21화

“너 하는 거 봐서?”서진태가 대수롭지 않다는 말투로 말했다. 강은하는 두리뭉실한 대답이 싫어 기어코 명확히 해달라고 했다.“그렇게 두리뭉실하게 대답하지 말고 더 구체적으로 말해줘요.”서진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강은하의 기다란 목덜미에 키스 자국을 남기는 데 열중했다. 강은하는 일단 여기로 온 이상 우위를 차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고 브로치를 손에 넣기 위해서라도 일단 맞춰주려고 했다.하지만 서진태는 강은하를 건드리지 않았다. 강은하는 온몸이 아프고 저릿했지만 서진태는 숨소리만 가빠졌을 뿐 눈동자는 전혀 성욕에 휘둘리지 않고 맑았다.강은하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서진태는 그 눈물을 보고 감흥이 떨어졌는지 미간을 찌푸리더니 손을 흔들며 위층으로 올라갔다.서진태는 옷이 그대로였지만 강은하는 벌거벗은 상태라 얼른 담요를 끌어다 몸에 덮었다. 서진태의 따귀라도 몇 대 갈기고 싶었지만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며 솟구쳐 올라오는 화와 억울함을 씹어 삼켰다.…서진태는 차가운 물로 한참 샤워해서야 속에서 끓어오르는 불을 끌 수 있었다. 그는 입술을 앙다문 채 강은하가 몸을 지탱하며 목을 뒤로 꺾던 모습을 떠올리며 눈빛이 어두워졌다.욕실에서 나온 서진태는 더는 강은하를 신경 쓰지 않고 침대에 누웠다. 잠이 들려다 갑자기 뭔가 생각나 게스트룸으로 가봤지만 강은하는 없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강은하는 얇은 담요 한 장만 덮은 채 누워 있었다. 그 모습이 퍽 불쌍해 보여 이마에 손을 갖다 대자 아니나 다를까 이마가 뜨거웠다.서진태는 시선을 축 늘어트린 채 그런 강은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뽀얗다 못해 투명하던 얼굴색이 어느새 빨갛게 달아오른 걸 보고 서진태는 강은하를 번쩍 안아 들었다.잠에서 깬 강은하가 뒤척거리더니 말했다.“뭐 하는 거예요?”“뭐 하려는지는 네가 더 잘 알잖아.”강은하가 고개를 돌리더니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안방 침대에 내동댕이쳐진 강은하는 기분이 너무 씁쓸했다. 서로 남아있는 감정도 없는데 여기서 이런 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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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원래도 주성민과는 아무 사이가 아니었기에 강은하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주성민과 만날 때면 주성민은 꼭 안정원을 데려왔고 선을 지킬뿐더러 매우 젠틀했다.다만 서진태는 강은하를 다른 남자와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는 그런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았다. 그래도 강은하는 브로치를 손에 넣기 위해 알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서진태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강은하의 허리를 꼭 끌어안은 채 얼굴을 강은하의 어깨에 파묻고는 잠이 들었다.4시가 조금 넘은 시각, 약 효과인지 아니면 서진태의 품이 너무 더웠는지 강은하는 땀이 나기 시작했고 온몸이 끈적거리는 게 너무 찝찝해 샤워하고 싶었다.강은하는 조심스럽게 서진태의 팔을 옮기고 침대에서 내려왔지만 결국 서진태는 잠에서 깨고 말았다.서진태는 그런 강은하를 도로 눕히더니 잠이 덜 깬 눈으로 젖은 수건을 들어 강은하의 몸을 닦아줬다.강은하는 몸은 시원해졌지만 잠은 깬 상태였다. 왜 이런 순간은 빨리 오지 않고 마음이 싸늘하게 굳어버렸을 때 오는지 생각했다.이튿날 아침, 강은하는 엄마 진채영이 걱정되어 일찍 잠에서 깼다.이미자는 진채영이 이미 깨어났다며, 그녀를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강은하는 브로치 가져가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서진태네 집 아줌마는 어제 휴가를 냈다. 그제야 어제 거실에서 그렇게 대담하게 나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강은하가 아침을 준비하자 서진태도 의외로 얌전하게 식탁에 앉았다. 조식은 한식이었다. 찐빵에 만두, 그리고 김치까지, 꽤 구미가 당겼다.강은하는 서진태의 표정이 좋아 보이자 입을 열었다.“브로치는 언제 줄 거예요?”서진태의 안색이 살짝 굳더니 그나마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원하는 게 고작 브로치야?”“아니면요?”서진태가 만두를 한입 베어 물더니 앞접시에 내려놓으며 말했다.“꼭 아침부터 이렇게 기분 잡치게 해야 속이 시원해?”강은하는 서진태가 약속대로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예상했지만 그래도 너무 억울해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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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내가 왜 서진태를 좋아하게 된 거지? 어릴 때 만나서 반반한 얼굴에 홀렸나? 아니면 다시 돌아오겠다는 그 약속을 믿었나?’강은하는 이제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강은하 씨 정말 너무 아름답네요. 연예계에 들어왔다면 완전히 잘나갔을 것 같은데.”홍수아는 마치 안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다리를 꼬고 등을 의자에 기댄 채 앉아 있었다. 까만 드레스가 홍수아의 굴곡진 몸매를 더 돋보이게 해줬는데 거기에 브로치까지 더해지자 매우 품위 있어 보였다.강은하는 아무 말 없이 앞으로 팔짱을 낀 채 테이블에 반쯤 기대 홍수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홍수아가 한마디 덧붙였다.“하지만 강은하 씨, 예쁘기만 한 건 사실 아무 소용이 없어요. 장난감이 되어 잠깐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는 있지만 이내 싸늘하게 식으면 버려질 거예요.”강은하가 눈썹을 추켜세우더니 긴 머리를 묶어 올리며 홍수아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홍수아는 강은하가 무엇을 하려는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다가 강은하의 기다란 목덜미에 난 빨간 키스 자국을 보고는 모든 걸 알아채고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서진태가 귀국한 지 고작 얼마나 된다고 벌써 강은하의 몸을 탐내는 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편으로는 결혼한 지 한 주 만에 외국으로 나간 것도 강은하를 위해서가 아닌지 의심되기 시작했다. 3년 전 강은하는 지금보다 더 흐드러지게 피어있었기에 더 참기 힘들었지 모른다.“브로치, 직접 빼서 줄래요? 아니면 내가 대신 빼줄까요?”강은하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강압적이었다.홍수아는 자기도 모르게 그런 강은하를 힐끔 쳐다봤다. 3년 전부터 강은하를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정면충돌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강은하는 홍수아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대처하기 힘들었고 겁을 줘도 전혀 겁먹고 물러나는 법이 없었다.“강은하 씨, 내가...”“홍수아 씨의 선택에 따라 내가 강 대표님으로 남을 수도 있고 서 대표님 사모님으로 남을 수도 있어요.”강은하가 홍수아의 말을 잘라버렸다.“신분에 상관없이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내연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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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서진태가 짜증스럽게 묻더니 홍수아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강은하가 서진태를 힐끔 쳐다봤다. 이미 그녀를 가해자, 홍수아를 가해자라고 생각하면서 이렇게 더 묻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여 그저 바닥에 흩뿌려진 원석을 주우며 대충 대답했다.“생각하고 싶은 대로 해요.”홍수아가 연약한 모습으로 서진태의 품에 안겨 울먹거렸다.“진태 씨, 다 내 잘못이에요. 은하 씨가 브로치를 잘 받았는지 확인하고 놓았어야 하는 건데...”“대표님, 수아 언니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강 대표님이 예민하게 구셨어요.”매니저가 홍수아의 편을 들기 시작했다.“수아 언니 손목 빨갛게 부어오른 거 보이죠? 제 뺨도 강 대표님이 때린 거예요.”“강은하, 사실이야?”서진태가 한층 차가워진 목소리로 물었다.모든 다이아몬드와 원석을 찾은 강은하가 몸을 일으키더니 손바닥에 담았던 물건을 조심스럽게 테이블에 올려놓고 느긋하게 소매를 걷고는 홍수아 앞으로 걸어갔다.강은하는 서진태의 물음에 대답하기도 전에 홍수아를 서진태의 품에서 끄집어내더니 그대로 귀싸대기를 날렸다.매니저가 비명을 질렀고 홍수아도 그래도 얼어붙고 말았다. 그렇게 연속으로 귀싸대기를 날린 강은하는 홍수아의 머리채를 잡고 고개를 뒤로 꺾더니 또박또박 말했다.“때리면 뭐 어때서요? 왜 때리는지 정말...”몰라요라는 말을 채 내뱉기도 전에 누군가 손목을 으스러지게 잡았다.“그만하지?”강은하는 코끝이 찡해서 고개를 쳐들고 이렇게 말했다.“그만 못해요.”서진태는 강은하를 한쪽으로 밀쳐내더니 외투를 벗어 홍수아의 머리에 씌우더니 매니저에게 일단 데리고 나가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다.옆으로 튕겨 나간 강은하는 테이블 모서리에 세게 부딪혀 눈물이 찔끔 나는데 서진태가 홍수아를 데리고 조심스럽게 문 쪽으로 걸어가는 게 보였다. 그렇게 홍수아를 배웅한 서진태가 몸을 돌리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서진태를 노려봤다.“내가 묻잖아. 수아가 말한 게 사실이냐고?”강은하가 목을 빳빳이 쳐든 채 서진태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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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양윤아는 강은하를 부축해 일으키더니 흐트러진 서류까지 정리하고는 강은하의 손바닥에 난 상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일단 상처 소독부터 해요.”강은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양윤아가 비용을 납부하러 간 사이 강은하는 복도에 앉아 브로치를 어떻게 고쳐야 예전과 다름이 없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강은하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고개를 들어보니 땀범벅이 된 주성민이었다.“여긴 어떻게...”강은하가 웃으며 말했다.“윤아 씨가 알려주던가요?”주성민이 고개를 저었다.“전화했는데 윤아 씨가 받더라고요. 저녁 약속 잡으려고 했는데.”주성민은 강은하 앞에 쪼그리고 앉은 채 강은하의 손을 조심스럽게 폈다. 핑크빛 손바닥에 난 길고 얇은 상처에서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주성민은 고개를 숙이고 강은하의 손바닥을 호 불어줬다.이에 강은하가 주먹을 쥐며 말했다.“별로 아프진 않아요.”“상처가 이렇게 큰데 어떻게 아프지가 않아요. 누가 그랬어요?”“그건 중요하지 않아요.”강은하는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홍수아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홍수아는 참으로 총명했다. 매니저가 서진태에게 전화한 걸 알고 바로 태도를 바꾸더니 이렇게 말했다.“브로치, 돌려줄게요.”강은하가 손바닥을 내밀자 홍수아는 보란 듯이 브로치로 손바닥을 그어버렸다. 그때는 그런 짓을 하고도 왜 그렇게 당당한지 몰랐지만 서진태가 도착한 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남편 서진태가 정말 홍수아의 편을 들어준 것이다.강은하가 너무 아파 손을 움츠리자 홍수아가 바로 브로치에서 손을 뗐고 그렇게 브로치는 바닥에 떨어졌다.“당연히 중요하죠. 다시는 은하 씨 괴롭히지 못하게 따끔하게 혼내줘야죠.”주성민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은하는 그런 주성민을 바라보며 주성민이 정말 잘해준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내 서씨 가문과 주씨 가문의 사이가 좋던 게 떠올라 체념했다. 자기 때문에 두 집안이 난처해지는 게 싫었다.“성민 씨, 이제 들어가요.”“싫어요. 지금 가면 영원히 점수 못 따잖아요.”강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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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서진태가 뼈마디를 가지고 놀더니 웃었다.“그래?”황재민은 서진태의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해 얼른 백미러로 서진태의 얼굴을 살폈다.‘내가 쓰기에는 싫고 남 주기에는 아깝다는 건가? 아니면 질투?’황재민은 그중 어떤 상황인지 몰라 이렇게 물었다.“사모님 손에 난 상처를 대표님께서 제때 발견하셨다면 주성민 도련님이 나설 자리도 없었겠죠.”“너... 자리 뺀다?”이 말에 황재민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답답해서 그러죠. 주성민 도련님은 어떻게든 사모님 환심 사려고 애쓰고 있는데 이렇게 친히 기회까지 내주시니까요. 사모님 정말 좋은 사람이니까 꼭 잡으세요.”서진태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뼈마디만 가지고 놀다가 한참 지나 이렇게 말했다.“부탁할 게 있어.”...강은하는 손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도 느껴지는 잔잔한 고통에 기분이 잡쳤다.양윤아는 홍수아가 광고 모델로 하는 일이 어떤 진척인지 물었다. 강은하는 서진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어떻게 좋은 대표가 될지, 아직은 하나도 전문가답지 않다는 말 말이다.사실 맞는 말이었다. 회사 일은 감정을 실어도 되는 사적인 일이 아니었지만 아까 날린 귀싸대기도 충분히 화를 풀었기에 후회하지 않았다.홍수아가 이걸 빌미로 촬영하지 않고 계약을 위반한다면 회사에도 큰 손실일 것이다.“먼저 나가봐요. 이 일은 내가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볼게요.”양윤아가 가고 강은하는 서랍에서 부서진 브로치를 꺼냈다. 마음이 착잡했지만 자기가 저지른 일은 책임져야 할 것 같아 결국 서진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어떤 자리에 있든 고생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말해.”강은하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말했다.“만약 홍수아 씨가 만나준다면 직접 사과하고 싶어요.”목소리에서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걸 봐서는 이것저것 차분하게 잘 따져본 후 내린 결정인 것 같았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디라는 말은 강은하도 잘 알고 있었다.뒷좌석에 몸을 기대고 있던 서진태는 스마트하면서도 패기 있는 와이프에 감탄할 수 밖에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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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서진태가 비꼬자 강은하는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랐다.“형, 방해는 무슨. 은하 씨 민망해하잖아요. 그리고 아직 점수 많이 못 땄어요.”주성민이 잰걸음으로 달려오며 말했다.서진태가 대충 알겠다고 대답했다.“우리 여...”물을 따르던 강은하가 잔을 엎지르더니 긴장한 표정으로 서진태를 바라봤다. 주성민이 어리둥절해서 서진태를 쳐다봤다.“뭐가요?”서진태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여동생이 그렇게 점수 따기 힘든 사람이었나?”주성민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은하 씨 너무 좋은 사람이에요.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천천히 알아가게 하고 싶고 가능하면 결혼까지 가고 싶어요.”서진태가 대충 대답하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강은하를 보며 말했다.“슬리퍼 갈아 신어야 해?”서진태는 인테리어를 빙 둘러봤다. 4개였던 방이 1개로 변했다. 주방, 서재, 거실이 이어진 설계가 대범해 보였고 전체적으로 하얀 톤이 집 안을 널찍하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이게 했다. 강은하의 안목은 확실히 너무 높았다.갈아신지 않아도 된다는 강은하의 대답에 서진태는 갖고 온 도시락을 식탁과 이어진 조형물에 올려놓았다.“아까 배고프다고 했잖아요. 먼저 이걸로 허기부터 달래요.”주성민이 얼른 포장을 뜯으며 도시락을 열었다. 하지만 가져온 음식을 보자마자 주성민이 미간을 찌푸렸다.서진태가 조형물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물었다.“왜? 은하가 매운 거 좋아하는 거 몰랐어?”진채영은 강은하가 매운 반찬 없이는 밥을 잘 먹지 않는다고 했다.“오늘 손을 다쳐서 맵고 비린 거 먹지 말라고 해서요.”주성민이 설명했다.서진태는 더는 아무 말이 없었다. 강은하는 조형물 옆에 서서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린 채 서진태를 보지도 말을 걸지도 않았다.주성민은 핸드폰 배달앱을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기사님 5분이면 도착하니까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렸다가 바로 가져올게요.”강은하가 주성민을 말렸다.“사실 그렇게 배고픈 건 아니에요.”“괜찮아요. 기다리고 있어요.”주성민이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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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강은하는 서진태가 원하는 대로 불렀지만 서진태는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고 그저 강은하를 보며 웃었다. 서진태를 믿으면 안 된다는 걸 분명 알면서도 또 이렇게 속아 넘어간 것이다.서진태는 여전히 실눈을 뜬 채 웃으며 강은하의 귓불을 깨물었다.“주성민이 우리 사이를 아는 게 그렇게 두려워?”주성민이 현관문을 열어서야 서진태가 천천히 강은하를 잡고 있던 손을 풀어줬다. 강은하는 조형물 뒤에 털썩 주저앉았다.“형... 은하 씨는요?”서진태가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린 채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강은하를 바라봤다.“여기 있어...”강은하의 서진태의 바짓가랑이를 당겨서야 서진태가 말을 돌렸다.“과일을 바닥에 떨어트려서 치우는 중이야.”강은하는 그제야 한시름 놓고는 헝클어진 머리와 표정을 정리했다. 주성민이 쪼르르 달려오더니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이렇게 말했다.“내가 치울게요. 손 다쳤잖아요.”서진태가 그런 두 사람을 힐끔 노려봤다. 서진태야말로 강은하의 남편이었지만 소외된 사람은 오히려 서진태였다.‘아까 도와주는 게 아닌데.’서진태는 앉았던 자리로 돌아와 주성민이 강은하를 살뜰히 보살피는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한 주에 한 번씩 여자 갈아치우던 놈 맞나?’하지만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공주님 잘 챙겨. 나 먼저 간다.”서진태가 이렇게 말하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강은하를 한참 동안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떠났다.강은하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은지 눈빛이 같이 어두워졌다. 한편으로는 이리저리 툭툭 건드리면서 한편으로는 관심 없는 척하는 서진태가 너무 우스웠다.아마 그녀를 아무렇게나 휘둘러도 되는 물건쯤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흥미가 올라오면 놀아주다가 힘들고 지치면 그녀를 한편으로 내팽개쳤다.현관문이 닫히는 순간 강은하는 심장이 철렁했다. 그저 심드렁한 표정으로 죽만 먹던 강은하가 이렇게 말했다.“성민 씨, 요즘 나 많이 챙겨줘서 고마워요. 일단 요즘에는 서로 만나지 않는 게 어때요?”주성민이 멈칫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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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강은하의 브로치를 고쳐주기 위해 주성민도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 강은하의 인정을 받으려고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연락해 남궁선을 찾으려 했다.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고 바람기 가득한 주성민이 강은하를 위해 마음을 다잡고 백 점짜리 남자 친구가 됐다는 소문이 이 바닥에 퍼지기 시작했다.하우스 클럽.송우진은 사람들이 이 일을 토론하는 걸 듣고 있었다. 카드 게임을 하는 서진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게임을 이어갔다. 서진태의 운수가 너무 좋아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심태훈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카드를 테이블에 휙 던졌다.“사랑이 좌절했다고 친구들이 죽어나네.”송우진이 그런 심태훈을 연거푸 불렀다.“무슨 헛소리야. 진태가 어디 좌절하는 거 봤어? 지금이 한창때지.”서진태는 카드 한 장을 내밀며 가볍게 웃었다.“지금이 한창때라고?”“도시락 가져다준 거 아니야?”“가져다줬지.”서진태가 인정했다.“그런 일이 참는다고 참아지는 건 아니잖아.”송우진이 비아냥댔다. 저번에 카드 게임을 할 때도 송우진은 하면 할수록 중독될 거라며 서진태를 놀려댔다.하지만 잠자리를 가지다 병원으로 실려 간 건 약에 취한 탓이지 성욕과는 아무 관계도 없었고 브로치 때문에 강은하가 서진태를 찾아간 그날 밤에도 서진태는 그녀에게 손을 대지 않았다.서진태는 강은하가 그저 예쁘디예쁜 꽃병 같았다. 아무 감정이 없는데 그런 짓을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다 문득 그날 밤 그의 품에 안겨 옷이 흐트러진 강은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날 오랫동안 차가운 물로 샤워하고 나서야 속에서 들끓는 불을 끌 수 있었다.서진태는 송우진의 말에 절반만 동의했다. 그 일이 참는다고 참아지는 건 아니었다. 특히 강은하가 원하지도 않는 데 꾹 참고 가만히 있는 걸 보면 묘한 승부욕이 생기기도 했다.“명인시에 갤러리가 있는 그 건물 내가 가지고 있는 건물이랑 바꿀래?”서진태가 갑자기 일 얘기를 꺼내자 송우진이 되물었다.“한성 그룹으로 돌아갈 생각 없어?”“그런 생각은 애초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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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서진태가 손에 든 카드로 절주 있게 테이블을 두드렸다.톡. 톡. 톡.다소 무겁게 들리는 목소리에 주성민은 기분이 이상했는지 이렇게 말했다.“형, 은하 씨 형 동생이잖아. 동생이 행복하지 않으면 형도 행복하지 않을 거 아니에요. 맞죠?”“행복하지 않대?”서진태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강은하가 그래?”3년 전 그를 원한 것도 강은하였고 이혼하고 약을 먹여 잠자리를 가진 것도 강은하였다. 그런 강은하가 행복하지 않다니, 참으로 어려운 여자였다.심태훈은 서진태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가 단단히 화가 났다는 걸 눈치채고는 얼른 주성민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은하 씨 고생하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한마디도 하지 마.”주성민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야?”서진태가 손에 든 카드를 테이블에 버리며 말했다.“주성민, 그 개자식이 누구냐고 했지? 알려줄 수는 있어.”주성민이 고개를 돌렸다.“누군데요?”“이렇게 바로 알려주는 건 재미 없잖아. 나도 은하 동의 구해야 하고. 일단 기다리고 있어.”“그래요.”심태훈은 말문이 막혀 주성민을 룸 바깥으로 끌어내더니 이렇게 말했다.“강은하 씨 브로치 고쳐주러 왔다면서 그 남자는 왜 알아보는 거야?”주성민이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물었다.“그러니까 너도 송우진도 그 남자가 누군지 안다는 거지?”“너는 강은하 씨와 이어질 수 없어. 강은하 씨가 그 남자의 존재를 밝히지 않은 것도 네가 상처받을까 봐 그런 거야.”주성민이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린 채 말했다.“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해 본 적은 없어. 그저 옆에만 있어도 웃음이 나는데 어떡해. 브로치는 고칠 수 있는 거 맞지?”“브로치는 예전과 똑같이 고칠 수 있어.”심태훈이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건 서진태가 남궁선과 막역한 사이였기 때문이다.“그래. 다른 건 일단 묻지 않을게. 은하 씨와 약속한 일은 무조건 해주고 싶어.”주성민이 브로치를 심태훈에게 건네주며 말했다.“부탁할게.”심태훈이 룸으로 돌아와 송우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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