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남편의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40 챕터

제11화

따귀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얼떨떨한 기분이 들었다.룸 안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그때, 안서연이 한마디 툭 던졌다.“뭐 저런 인간이 다 있어? 서...”그녀가 일을 더 크게 만들까 봐 걱정되었던 심태훈은 한발 먼저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정신이 번쩍 든 강은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오빠 맞아요. 핏줄은 섞이지 않았지만...”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녀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고 더 이상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한편, 그런 형이 못마땅했던 심태훈은 더는 두 사람을 엮으려고 애를 쓰지 않았다. “이번 주 토요일에 서씨 가문에서 파티를 열 건데 솔로인 사람들은 모두 참석해.”그 말에 주성민은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진태 형, 형만 아니라면 내가 강은하 씨의 마음을 얻을 자신이 있거든요.”담배를 피우며 연기를 내뿜고 있던 그가 무뚝뚝한 얼굴로 물었다.“그래?”“그럼요.”말을 마친 그가 강은하의 옆으로 다가가 피식 웃었다.“은하 씨는 어떤 남자 좋아해요?”“그게...”“사람 무시하지 않은 남자, 뭐든 은하 기분에 맞춰주는 남자, 다정한 남자요.”안서연이 서진태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나 그거 잘하는데.”그녀의 말에 주성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악이 다시 흘러나오고 저쪽에서 뭐라고 했는지는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강은하는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주성민과 얘기를 나누며 식탁 위의 우유를 들어 마셨다. 화려한 불빛 속에 술잔이 오가는 사이에서 우유를 마시는 모습이 다소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한편, 강은하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얼굴이 점점 차가워지는 서진태를 보며 송우진이 입을 열었다.“이제야 예쁜 아내가 신경 쓰이나 봐?”그가 송우진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럴 리가 있겠어?”“그런데 왜 자꾸 쳐다봐?”...30분 후, 강은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이때, 업무 효율이 높은 변호사가 서명할 서류가 있다며 내일 만나자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2-16
더 보기

제12화

저녁 7시가 다 되어서야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미안. 급한 일이 생겼어.”차가운 그의 목소리에는 사과의 성의가 조금도 없었다. 약간 화가 났다. 나한테 마음이 없다고 해서 나한테 관심이 없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날 존중하지 않는 건지. 어떻게 오후 내내 그 상태로 날 내버려둘 수 있었던 건지...화를 내고 싶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내일 오전은요? 시간 돼요?”“외지에 와 있어. 월요일에 만나.”“월요일은 나도 시간 안 돼요.”그 말을 내뱉고 그녀는 전화를 끊어버렸다.다음 날, 회사에 출근해서야 그녀는 어제 서진태가 나타나지 않았던 게 정말 홍수아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홍수아는 전임 회사 대표가 정해준 광고 모델이었다. 그런데 약속 시간이 훌쩍 넘었는데도 그녀가 촬영장에 나오지 않자 마케팅 담당자는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알겠다고만 하고 안 오니 이 일을 어쩌면 좋죠?”비서는 홍수아의 인스타 계정에서 그녀가 지금 청주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스타에서 유명한 맛집, 두 사람이 같이 카메라에 잡히지는 않았지만 뼈마디가 뚜렷한 손으로 컵을 잡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사진에서 포착되었다. 오늘 아침에 업도르한 사진을 보니 통 큰 유리창 앞에 떠오르는 붉은 해와 남자의 뒷모습이 함께 담겨 있었다. 두 사람의 애틋한 사랑을 가감 없이 과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3일만 더 지켜보죠. 그래도 여전히 협조 안 하면 그냥 모델 바꿔요.”...금요일 오후, 퇴근을 마친 강은하는 서씨 가문의 본가로 향했다.내일에 있을 파티에 대해 그녀와 상의할 것이 있다고 박화영이 부른 것이었다. 강은하는 박화영이 자신에게 잘해주는 것도 알고 있고 자신과 서진태에게 만날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잘되기를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이니까. 이혼까지 결정된 상황에서 이런 소개팅 파티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그걸 동의한다면 정말 염치없는 사람이 아니겠나? 어찌 됐든 박화영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2-16
더 보기

제13화

자신을 향해 눈치를 주는 박화영을 보며 그녀는 주성민을 이용해 서진태를 자극하고 싶어 하는 박화영의 뜻을 알아차렸다.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는가?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솔직하게 대답했다.“나도 잘 모르겠어요.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요. 유머러스한 사람인 것 같아요. 그 사람과 얘기하는 게 즐거웠어요.”그 모습을 보고 두 사람 사이에 전혀 희망이 없다는 걸 깨달은 박화영은 더는 뭐라 하지 않고 이혼 신고를 하는 걸 결국 동의하였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본가에서 자고 가라는 박화영 때문에 강은하는 어쩔 수 없이 남게 되었다. 잠들기 전에, 우유를 데워 박화영의 방으로 향했다.문 앞에 다가가니 안에서 박화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혼하는 거 허락할게. 그런데 말이다... 은하가 널 좋아해서 결혼을 강요하긴 했지만 그것 말고 은하가 너한테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도 한 적 있니?”“네가 외국에 있는 동안, 내가 몸이 안 좋을 때마다 늘 은하가 병원을 뛰어다니며 날 보살펴줬어. 그런데 어떻게 네가 은하한테 이리 못되게 굴어?”그 말에코끝이 찡해진 그녀는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하얀색 와이드 팬츠와 옅은 회색 루즈핏 니트 차림을 한 그녀, 콧등의 점이 선명히 드러나 세련돼 보이고 매력이 넘쳐흘렀다. 서진태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자리를 떴고 그녀도 아무 말 없이 방안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니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녀가 방문을 닫으며 물었다.“할 말 있어요?”“어머니 말이 맞아. 그동안 내가 너한테 못 할 짓한 거 같다. 앞으로는 잘할게.”“그래요.”기대는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토요일 저녁, 서씨 가문의 별장 앞에서는 고급 차들로 줄을 지었고 엄청 시끌벅적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역시 주성민이었다. 엄청 큰 장미 꽃다발을 안고 그가 강은하를 찾아 헤맸다. “진태 형, 은하 씨는요?”오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2-16
더 보기

제14화

귓가에 전해진 그의 낮은 목소리와 뜨거운 숨결 때문에 강은하는 저도 모르게 목이 움츠러들었다.머리를 묶는 게 익숙하지 않았던 건지 한참이 지나서도 그는 제대로 묶지 못하였다. 등에 닿을 듯 말 듯한 그의 탄탄한 가슴을 도무지 무시할 수가 없었다. 숨을 들이마시던 그녀는 찹쌀이 묻은 장갑을 벗었다.“내가 할게요.”그가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목덜미에서 시선을 뗐다.“내가 너한테 잘해 주는 게 불편해?”그녀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러나 다음부터는 분수에 맞게 행동했으면 좋겠어요.”곧 이혼할 사이에 이렇게 애매모호하게 지내는 것이 싫었다. 그는 간신히 억누른 그 불편함이 다시 치밀어 올랐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유리병에 찹쌀을 넣고 있는 그녀의 얼굴에 희미한 빛이 내리비추어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를 더 돋보이게 했다. “은하 씨, 내가 도와줄게요. 나도 배우고 싶어요.”이때, 주성민이 고개를 빼꼼 들이밀었다.“그래요.”자리를 뜨는 그의 뒤에서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찹쌀을 잘 다져서 구멍을 뚫고 선반 위에 올려 발효시킬 거예요. 지금 귤 담금주를 만들어놓으면 설날에 마실 때 가장 맛이 좋을 거예요.”파티장으로 돌아온 그가 마음이 전혀 딴 데로 가 있는 것을 보고 송우진이 옆에서 혀를 찼다.“너도 정말 대단하다. 주성민이랑 네 와이프 저렇게 단둘이 놔둬도 되는 거야?”“둘이 담금주를 만들고 있어.”“형수한테 두 병 더 남겨달라고 해야겠네.”말을 하던 심태훈은 이내 부랴부랴 자리를 떴다. “귤 엿도 두 박스 가져와.”송우진이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외쳤다.술잔을 들어 한모금 마시는데 조금 텁텁한 느낌이 들었다. 귤 떡이 아니라 귤 엿이었군.예전에 설을 쇠고 다시 해외로 떠날 준비를 할 때면 캐리어에는 늘 그녀가 만든 이런 것들이 몇 박스씩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한 번도 챙겨간 적이 없었고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2-16
더 보기

제15화

동이 튼 새벽, 서씨 가문의 하인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새로운 하루를 시작했다.한편, 서진태는 혼수상태에 빠진 그녀를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정오가 다 된 시간이었고 안서연과 박화영이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은하야, 어디 아픈 데는 없니?”박화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강은하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일로 병원에 온 게 무척 창피했다.“어머님, 저 배고파요.”“그래, 알았다.”고개를 끄덕이던 박화영은 이내 병실을 나섰다.“어떻게 된 거야? 침대에서 고문이라도 당한 거야?”안서연의 물음에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지난밤, 그녀의 목덜미를 물며 그가 한마디 내뱉었다.“강은하, 당신은 내가 본 여자 중에 가장 파렴치한 여자야.”“그 남자와의 잠자리는 정말 고문이었어.”“이런 상황에서 넌 농담이 나와?”안서연은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온몸에 새겨진 울긋불긋한 흔적들을 보면 어젯밤 서진태가 그녀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인과응보 아니겠니? 기어이 그 사람과 결혼한 벌이라고 생각해.”“벌? 벌은 서진태 그 사람이 받아야지. 그 사람이 널 속이지만 않았어도 네가 결혼까지 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이젠 마음 접어. 그 사람보다 좋은 남자 이 세상에 널리고 널렸으니까.”안서연은 그녀를 껴안으며 위로했다. “정리할 거야.”이혼을 결심한 순간부터 그 사람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려고 다짐했었다. 두 사람은 어젯밤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진태는 그녀가 장윤정을 시켜 그에게 약을 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녀가 무슨 설명을 해도 그는 믿지 않을 것이다.“혹시 네 시어머니 아니니?”그 말에 강은하는 고개를 저었다.“어머님께서 그런 짓을 하실 리가...”“그럼 도대체 누구야? 무슨 이유로 그런 짓을 한 걸까?”...월요일 오후까지 병원에 있었지만 서진태는 얼굴조차 비추지 않았고 안서연은 끊임없이 서진태의 욕을 늘어놓았다.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2-16
더 보기

제16화

“은하야.”그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던 박화영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오히려 박화영을 다독였다. “화내지 마세요. 아버님이랑 올라가 계세요.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잠시 후, 거실에는 두 사람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차갑고 혐오스러운 저 눈빛, 그녀에게는 익숙한 눈빛이었다. “이혼하겠다고 하면서 내 경계심을 풀더니 뒤에서 이런 짓을 해? 강은하, 그렇게 안 봤는데 수단이 좋아...”지금까지 살면서 여자한테 이리 놀아난 적은 없었다. 강은하, 대단한 여자야.그녀는 소파에 앉아 턱을 살짝 젖히고 그를 바라보며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울면서 그에게 애원했지만 그는 더 거칠게 그녀를 몰아세웠다. 더 이상 두 사람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싶지 않았다. 부부는커녕 남매로도 지낼 수 없는 사이니까. 저 여자는 또 저렇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모습이군...긴 속눈썹에 예쁘고 맑은 눈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깨끗하고 잡념이 없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인내심이 이내 바닥났다. “나한테 할 말 없어?”“아직 시간 있으니까 오늘 가서 이혼 신고해요.”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그가 피식 웃으며 몸을 기울였다.그의 얼굴이 점점 그녀에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흠칫하던 그녀는 저도 모르게 그날 밤이 떠올랐다. 뜨겁고 강렬한 그의 숨결이 두 사람 사이를 휘감았고 덩달아 뜨거워진 그녀의 몸이 무의식적으로 떨렸다. 애써 몸을 지탱하며 뒤로 물러났지만 그가 그녀의 목덜미를 움켜쥐고는 눈을 맞추도록 강요했다. “강은하, 나 너랑 이혼 안 해.”가까이 다가온 그의 입술, 조금만 움직여도 바로 닿을 것만 같았다. “무슨 뜻이에요?”침착하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떨렸다. “지난 3년 동안 차가운 내 태도에 불만이었잖아. 그래서 한번 방법을 바꿔보려고...”연인 사이에나 있을 법한 다정한 말투가 그녀의 심장에 박혀버렸다. 그제야 알았다. 이 관계를 끝낼 수 있는 사람은 그녀가 아니라 서진태 이 남자라는 것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2-16
더 보기

제17화

일부러 큰소리를 내는 그녀를 보면서도 그의 표정은 덤덤하기만 했다. 무심한 그의 눈빛이 가볍게 그녀의 손을 스쳐 지나가더니 이내 그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통화를 이어갔다. “그래서 광고 모델 계속하고 싶어?”전화기 맞은편, 잠시 망설이던 홍수아가 입을 열었다.“아니요. 진태 씨한테 폐 끼치는 거 싫어요.”배려심 깊은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마치 그녀가 서진태의 아내라도 된 듯...문득 자신이 방금 한 말이 더 내연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식 웃음이 터졌다. 서진태의 여자 홍수아, 참 수단이 좋은 여자인 것 같다. 따지고 보면 홍수아와 말을 섞는 것이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처음은 경매가 열리던 그날 밤이었다. 서진태와 이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그날 밤 그는 새벽이 다 되어서도 돌아오지 않았고 기다리다 못해 그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그런데 그 전화를 받은 사람이 홍수아였다.“강은하 씨? 미안해요. 진태 씨 지금 전화를 받기가 곤란한 상황이라서... 은하 씨한테 전화 왔었다고 전해줄게요.”정중한 그녀의 말투, 연인 사이라기 보다는 책임을 다하는 비서 같았다. 그러나 그 새벽에 전화를 받지 못할 곤란한 상황이 뭐가 있을까? 남편이 홍수아의 곁에서 잠이 들었거나 샤워를 하고 있는 거겠지.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 친밀함에 강은하는 밤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번에도 서진태는 역시 그녀를 실망시키지 않았다.“광고 모델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끊어.”전화를 끊고 고개를 숙여 강은하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그의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그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남자의 다정한 손길이 그녀의 아래턱에 닿았다. 방금까지 애인이랑 통화를 한 남자가 맞는지...그한테 강은하는 그저 장난감에 불과한 것일까? 대놓고 조롱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기분이 꽤 괜찮았던 건지 불같이 화를 내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신 똑바로 차려. 내 앞에서 얌전히 굴라고. 다시 한번 반항하면 그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2-16
더 보기

제18화

하우스클럽, 서진태가 당분간 이혼하지 않겠다는 소식을 듣고도 송우진과 심태훈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혼 신고를 하려 구청 앞에 나타나지 않았던 날, 이미 마음이 흔들린 거 아니야? 이런 일이 생긴 게 천만다행인 거지. 강은하라는 여자에 대해 알아볼 기회가 생긴 거잖아. 진짜 이혼하게 되면 3년 간의 결혼 생활은 물거품이 되는 거야. 은하 씨 얼마나 예뻐? 그런 여자를 가만두었다니, 남들이 형을 비웃어도 형은 할 말 없어.”마작 테이블에 앉아 담배를 물고 있던 그가 심태훈을 힐끗 쳐다보았다.“얼마든지 비웃으라고 해. 그 여자를 알 기회를 너한테 줘?”옆에 있던 송우진이 피식 웃었다.“그렇게 전혀 관심이 없는데 은하 씨랑 하룻밤을 보낸 거야?”그는 아무 말도 없이 마작에만 집중했다. “형, 형수랑 잘 지내. 형수 진짜 괜찮은 여자야.”그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나한테 약까지 먹인 여자야. 그래도 괜찮은 사람으로 보여?”“은하 씨가 그런 짓을 할 거라고 난 생각 안 해. 분명 뭔가 오해가 있을 거야.”심태훈은 강은하의 인품을 믿었다. “오해든 뭐든 상관없어. 어차피 중요하지 않으니까.”그녀가 놀고 싶다면 그녀의 장단에 맞춰줄 생각이다. 밤 10시 반, 술을 마신 그가 담배를 입에 문 채 강은하에게 문자를 보냈다.[나 데리러 와.]자려고 준비 중이던 강은하는 그 문자를 보고도 그냥 무시해 버렸다.그러나 그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그가 그 순간만큼은 그녀의 생각을 예상이라도 한 듯 또다시 문자를 보내왔다. [강은하, 내가 만약 너라면 반드시 올 거야.]이건 브로치를 가지고 그녀를 협박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약속을 어긴 그였다. 이혼 신고를 하러 가자고 약속해 놓고는 나타나지도 않았고 이제는 이혼을 하지 않겠다고도 한다. 데리러 간다고 해도 그가 또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게 뻔했다. 브로치를 빌미로 자신을 흔들어대는 그가 못마땅하여 그녀는 아예 핸드폰 전원을 꺼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2-16
더 보기

제19화

갈매기를 보고 난 후 주성민은 두 사람을 데리고 예약하기 어려운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성민 씨 사진 잘 찍네요.”안서연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강은하에게 보여줬다.“은하 씨, 사진 올리기 전에 은하 씨랑 상의했어야 했는데...”그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내 욕심 때문에 그랬어요. 그날 하우스클럽에서 은하 씨한테 마음이 있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일부서 그런 거예요. 기분 나빴다면 바로 삭제할게요.”기분이 나쁠 것까지는 없었다. 그러나 아직 서진태와 이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상황은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았다.그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서진태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 안서연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반면, 강은하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사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결혼할 때도, 이혼을 결정했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서진태의 행동은 손가락에 박힌 선인장 가시처럼 그녀를 아프게 했고 힘들게 했다.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강은하의 모습에 주성민은 조금 당황했다.“바로 지울게요.”“아니요. 괜찮아요.”정신이 차린 그녀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한 거겠지. 날 장난감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날 신경 쓸 수가 있어? 강은하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음식에만 집중했다. 그 이후로, 서진태는 그녀에게 다시 연락하지도 않았고 찾아와서 괴롭히지도 않았고 광고 모델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강은하는 홀가분하게 지냈다. 그날 이혼을 하지 않겠다고 한 건 그녀한테 겁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 신고를 하고 홍수아에게 명분을 줄 거라고 생각했다. 금요일 저녁, 강은하는 엄마를 보러 집으로 향했다. 회사에 급한 일이 생기는 바람에 저녁 9시가 다 되어서야 회사를 나섰다. 집에서 전화가 몇 통이나 걸려 왔지만 바빠서 받지 못하였다. 집에 돌아가니 외출한 엄마는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2-16
더 보기

제20화

그에게 전화를 세 번이나 걸었지만 전화는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는 무력감에 그녀는 무릎을 짚고 얼굴을 가린 채 한동안 마음을 가라앉혔다. 결혼한 지 3년, 그가 이렇게까지도 상대하기 힘든 남자라는 걸 그녀는 이제야 알았다. 한숨을 내뱉던 그녀는 아주머니한테 잠자는 엄마를 부탁하고 서진태를 찾으러 갔다.잠시 후, 그녀의 차가 가로수길 6호 별장 앞에 도착하였다. 거실에 들어서니 서진태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연한 갈색 소파에 나른하게 기대어 있는 남자, 차가운 얼굴에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왔다. 아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그의 옆에 놓인 핸드폰을 발견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왜 전화를 안 받아요?”그녀를 힐끗 쳐다보던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내 문자에는 왜 답이 없어?”...이 남자, 뒤끝이 심하네...“어떻게 하면 브로치를 넘겨줄 거예요?”여기까지 찾아온 이상 그녀는 체면이고 뭐고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 말에 그가 손을 뒤통수에 올려놓고는 그녀를 쳐다보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똑똑한 여자랑은 역시 대화가 잘 통한다니까.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의 뜻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여기 오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화장이 지워져 콧등의 점이 훤히 드러났고 하얗고 투명한 얼굴이 무척 가련해 보였다. “내 기분부터 풀어줘야 하지 않겠어?”반짝거리는 눈을 들어 그와 한참 동안 눈을 마주쳤다.“어떻게 풀어줘야 하는 건데요?”“네 생각은?”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그의 눈빛에 위험이 가득했다. 이런 결과를 그녀는 처음부터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이 순간이 다가오자 그녀는 여전히 수치스러웠다. 외투를 바닥에 버리고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담담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는 것을 보니 그녀의 행동이 못마땅한 모양이다. 솔직히 모든 자존심을 다 버리고 그의 기분을 풀어줄 용기가 나지 않았다.이내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2-16
더 보기
이전
1234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