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태가 강은하를 다리에 앉히더니 웃으며 말했다.“냉정한 척하는 건 너랑 어울리지 않아.”강은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비 오던 그날 밤처럼 서진태를 노려봤다. 서진태가 강은하의 허리를 꼭 끌어안은 채 키스하려 하자 강은하가 역겹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당신은 도대체 나를 뭐로 생각하는 거예요?”서진태는 뻔뻔하게 여기서 강은하와 키스를 나누고 싶을지 몰라도 수치심이 뭔지 아는 강은하는 아니었다.“그래. 우리 사모님 의견 존중해야지.”기분이 좋아진 서진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은하는 사모님이란 호칭이 너무 싫었다.전에는 설인숙이 사모님이라고 부르면 너무 기뻐 소리 내 웃을 지경이었다. 그때는 서진태와 결혼해 서진태의 아내가 됐으니 꿈을 이뤘다는 생각에 자꾸만 웃음이 났지만 아내로 남아있어도 아내로 대해주지 않으면서 이렇게 부르는 서진태가 너무 꼴 보기 싫었다.서진태는 기분이 언짢은지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강은하를 힐끔 쳐다봤다. 춘정시에 있을 때와는 아예 다른 표정이었다.강은하와 안서연이 찾은 민박집은 관저식 대저택이었다. 현대식 한옥은 깔끔하면서도 우아했고 창문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 정원의 아름다운 풍경도 감상할 수 있었다. 서진태는 통유리 앞에 놓인 소파에 앉아 강은하와 계속 이어가길 기다렸지만 강은하는 문 앞에 선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이에 서진태가 최형준에게 전화를 걸더니 스피커폰을 켰다.“여보세요?”“저녁에 사람 다시 돌려보내.”서진태가 말했다.“네.”강은하가 얼른 달려와 이렇게 말했다.“조심하는 편이 좋을 거예요.”수화기 너머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렸다.“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 은근히 신사랍니다.”신사는 무슨, 겉보기엔 사람 같아 보여도 사실은 짐승이나 다름없는 놈이었다.통화가 끝나자 서진태가 강은하를 품에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이제 됐지? 사모님.”“약속 지켜요. 안서연이 원하지 않는다면 최형준은 당신이 알아서 처리하는 걸로.”“네가 내 와이프로 남아 있으면 이런 것쯤은 나도 기꺼이 하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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