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남편의 집착의 모든 챕터: 챕터 71 - 챕터 80

100 챕터

제71화

서진태가 강은하를 다리에 앉히더니 웃으며 말했다.“냉정한 척하는 건 너랑 어울리지 않아.”강은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비 오던 그날 밤처럼 서진태를 노려봤다. 서진태가 강은하의 허리를 꼭 끌어안은 채 키스하려 하자 강은하가 역겹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당신은 도대체 나를 뭐로 생각하는 거예요?”서진태는 뻔뻔하게 여기서 강은하와 키스를 나누고 싶을지 몰라도 수치심이 뭔지 아는 강은하는 아니었다.“그래. 우리 사모님 의견 존중해야지.”기분이 좋아진 서진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은하는 사모님이란 호칭이 너무 싫었다.전에는 설인숙이 사모님이라고 부르면 너무 기뻐 소리 내 웃을 지경이었다. 그때는 서진태와 결혼해 서진태의 아내가 됐으니 꿈을 이뤘다는 생각에 자꾸만 웃음이 났지만 아내로 남아있어도 아내로 대해주지 않으면서 이렇게 부르는 서진태가 너무 꼴 보기 싫었다.서진태는 기분이 언짢은지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강은하를 힐끔 쳐다봤다. 춘정시에 있을 때와는 아예 다른 표정이었다.강은하와 안서연이 찾은 민박집은 관저식 대저택이었다. 현대식 한옥은 깔끔하면서도 우아했고 창문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 정원의 아름다운 풍경도 감상할 수 있었다. 서진태는 통유리 앞에 놓인 소파에 앉아 강은하와 계속 이어가길 기다렸지만 강은하는 문 앞에 선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이에 서진태가 최형준에게 전화를 걸더니 스피커폰을 켰다.“여보세요?”“저녁에 사람 다시 돌려보내.”서진태가 말했다.“네.”강은하가 얼른 달려와 이렇게 말했다.“조심하는 편이 좋을 거예요.”수화기 너머로 나지막한 웃음소리가 들렸다.“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 은근히 신사랍니다.”신사는 무슨, 겉보기엔 사람 같아 보여도 사실은 짐승이나 다름없는 놈이었다.통화가 끝나자 서진태가 강은하를 품에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이제 됐지? 사모님.”“약속 지켜요. 안서연이 원하지 않는다면 최형준은 당신이 알아서 처리하는 걸로.”“네가 내 와이프로 남아 있으면 이런 것쯤은 나도 기꺼이 하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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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어둡고 칙칙한 골목, 어릴 적부터 서진태를 사랑한 강은하는 꼭 서진태와 결혼하겠다고 다짐했고 결혼 후 같이 여행을 다니며 낯선 곳에서 손을 잡고 키스하는 꿈을 꿨다.강은하가 제일 답답하게 생각하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서진태가 조금만 부드럽게 나와도 금방 풀리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게다가 둘 사이에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았다.강은하는 서진태를 역겨워하면서도 파도처럼 밀려오는 서진태의 키스에 점점 빠져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자 바로 고개를 돌렸다.어둠 속, 서진태가 강은하의 턱을 꽉 부여잡더니 이렇게 말했다.“나 홍수아랑 별거 없어. 앞으로 더 스캔들 날 일도 없고.”서진태는 결국 강은하가 묻기도 전에 직접 나서서 해명했다.벽에 기댄 강은하는 머리만 들어도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바라볼 수 있었다. 서진태는 아직도 몸을 강은하에게 바짝 붙이고 서 있었다.“미쳤어?”멀리서 여행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여기를 지나쳐 민박으로 돌아가려는 듯 보였다.“뭐가 무서워서 그래?”서진태가 말했다.“길에서 우연히 만나서 아무렇게나 잠자리를 가지는 것도 아닌데. 우린 법으로 허용된 사이잖아.”서진태는 지금 막 욕구가 차오른 상태였다. 고개를 숙이면 강은하가 서진태의 옷을 입고 있는 게 보였는데 강은하에겐 너무 커서 작은 키가 아니었는데도 다소 왜소해 보였다. 서진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친밀한 느낌에 매우 만족했다.“이제 돌아가 봐야 해요.”강은하가 이렇게 말하자 서진태가 몸을 더 바짝 붙이더니 강은하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비밀번호 뭐야?”“뭐 하는 거예요?”강은하가 핸드폰을 뺏으려 하자 서진태가 잠깐 고민하더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기 생일을 입력했는데 바로 잠금이 풀렸다.순간 강은하는 마음 깊은 곳에 숨기고 싶었던 속내를 들킨 사람처럼 난감했다. 이성은 서진태와 이혼하고 남남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미련이 남아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핸드폰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을 리가 없었다.“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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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가르쳐줘?”서진태의 목소리는 매우 덤덤했다.“알겠습니다.”황재민은 서진태의 말투에서 그냥 원칙대로 처리하라는 뜻을 알아차렸다. 사실 두 사람은 그저 ‘옥 패물’로 연관되어 있을 뿐 다른 건 아무것도 없었다.게다가 홍수아가 저번에 미풍 그룹에서 주제도 모르고 강은하를 모욕했으니 자원이 달리기 시작했다.전화를 끊은 서진태는 방으로 돌아갔다. 강은하는 옆으로 누워있었는데 머리카락이 얼굴로 흘러내려 서진태의 각도에서 보면 오뚝한 콧날이 보였다.서진태는 손가락으로 강은하의 볼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더니 단잠에 빠진 강은하의 얼굴과 몸에 남은 사랑의 흔적을 내려다봤다. 사랑을 나눌 때의 강은하는 참으로 아름다웠고 이런 생활도 그럭저럭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아직 사랑하지는 않지만 예쁘고 총명한 데다 유머러스한 와이프를 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어제 춘정에서 고성으로 옮겨오며 반나절을 차로 이동해서 피곤했는지 핸드폰이 여러 번 울려도 강은하는 받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러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서야 침대에서 일어났고 서진태가 보이지 않자 잠옷 가운을 걸치고 문을 열었다.안서연은 강은하를 보자마자 소파로 끌어다 앉히더니 핸드폰을 강은하에게 건네줬다.강은하는 잠이 덜 깬 눈으로 다시금 검색어 순위에 오른 서진태의 기사를 확인했다. 하지만 확인하면 확인할수록 뭔가 이상했다. 서진태가 품에 안고 물고 뜯는 여자가 다름 아닌 강은하였기 때문이다.순간 강은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기사에 실린 사진은 어젯밤 두 사람이 골목에서 키스하는 모습을 몰래 찍은 것이었다. 다른 사진도 있었지만 다 뒷모습이었고 얼굴이 찍히지 않았다.강은하는 이 사진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지만 네티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고성에서 서진태와 함께한 여자가 홍수가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이 기사는 인기가 매우 좋았다. 팬들은 두 사람의 인스타에 댓글을 남기며 두 사람의 공식적인 답변을 기다렸다.강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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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홍수아의 전화를 받은 황재민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 지금까지 홍수아가 준 정보가 제한적이긴 했지만 황재민과 서진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홍수아가 준 정보에 따라 여러 곳을 찾아다녔지만 그때마다 별다른 소득 없이 돌아오곤 했다.서진태가 그 여자의 존재를 굳게 믿지만 않았다면 황재민은 홍수아가 준 정보가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몇 년 동안 소식이 없다가 자수하라고 하니까 소식이 생긴 거예요?”황재민이 차갑게 웃더니 더는 홍수아와 입씨름하기가 싫어 전화를 끊어버렸다.‘내가 바보인 줄 아나?’황재민이 매몰차게 전화를 끊었지만 홍수아는 여전히 흥분한 상태였다. 이제 그 여자가 누구인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홍수아는 다시 자신감을 얻었다. 서진태가 몇 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찾아다닌 걸 봐서는 그 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그 여자만 찾아준다면 홍수아는 여전히 연예계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강은하는 다음날 안서연과 고성에서 승마를 즐기고 배를 타는가 하면 산으로 올라가 눈을 구경했고 서진태는 인내심 있게 동행하며 가끔 사진도 찍어줬다.안서연은 강은하에게 서진태가 정말 정직하게 결혼생활을 이어 나갈 생각이 있다고 해도 이혼할 것인지 물었고 강은하는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어릴 적부터 쌓아온 감정이라 꽤 깊었고 첫사랑이기도 했다. 예전이라면 정말 원하는 바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서진태가 옆에서 있어도, 잘 보이려고 노력해도 덤덤했다.하루 종일 밖에서 돌아친 강은하와 안서연은 호텔로 돌아와 같이 별을 감상했고 호텔 사장은 자기가 직접 만든 와인을 두 사람에게 내어줬다. 맛이 좋긴 했지만 취기가 바로 올라왔다.강은하는 와인 두 잔을 마시고 소파에 나른하게 뻗어있었다. 일 처리를 마치고 돌아온 서진태는 강은하의 눈빛이 어딘가 몽롱한 걸 발견했다.안서연은 지금 서진태만 보면 짜증이 치밀어올라 눈길조차 주지 않고 강은하에게 인사하고는 바로 자리를 떠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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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홍수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쳐든 채 서진태의 잘생긴 얼굴과 날렵한 턱선을 바라봤다. 정장을 입지 않고 까만 라운드넥 니트를 입은 서진태는 오늘따라 유난히 섹시해 보였지만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을 보고 마음이 싸늘하게 식었다.“말해. 미련한 것까지 자랑할 셈이야?”서진태가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 그 스케치를 그린 사람이 그가 찾던 그 여자만 아니었어도 서진태가 이렇게 달려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그 여자 말을 못 해요.”서진태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홍수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연예계 생활을 오래 이어온 홍수아는 눈치를 살피는데 능했기에 서진태의 표정을 보고 맞게 추측했음을 알아챘고는 강씨 저택 바로 옆에 그 벙어리가 살고 있다고 말했다.황재민은 이 말을 듣자마자 그 여자가 누군지 알게 되면 강은하는 어떻게 될지 걱정했다.“진태 씨, 내가 그런 일을 저질렀는데 그 여자가 누군지 바로 알려주면 내 살길도 끊기는 거 아니겠어요?”“갑자기 머리 쓰니까 적응이 필요하네.”서진태가 말했다.“원하는 거 있으면 황 비서한테 말해.”서진태는 홍수아가 총명한 척하는 게 너무 싫었고 어설프게 그를 휘두르려 드는 것도 역겨워 얼른 차에 올라타더니 창문을 내리고 담배를 태우기 시작했다.해성의 새벽은 춘정과 고성의 날씨와는 달리 밤바람이 차가운 게 얼굴을 때렸다. 황재민이 얼굴을 굳히고 다가오자 서진태가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재를 털어내더니 이렇게 말했다.“뭐래?”“조건이 적지는 않은데 거의 뭐 명예랑 관련된 일이라 처리하기 쉬워요. 하지만 사모님에게 약을 탄 건 대표님이 직접 처리해달라고 합니다.”“그래. 내가 처리하지.”서진태가 코웃음을 치더니 이렇게 말했다. 황재민은 입술을 뻐끔거리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에 올랐다.차에 시동이 걸리자 서진태는 반쯤 남은 담배를 밖으로 던지며 말해다.“양윤아와 주성민이 은하에게 약 탄 사람 찾고 있었지?”“네.”“일단 강은하 모르게 하고 내가 처리할게.”“네.”...강은하는 서진태가 떠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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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아참, 서유미 출국했던데요?”“언제요?”“한주 됐는데 아직 안 돌아오고 있어요.”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강은하가 진영민에게 확인해 보니 서유미가 운영하는 회사의 업무는 파트너가 도맡아서 하고 있었고 며칠 전까지만 해도 통화가 되던 서유미가 오늘부터 전화가 안 된다는 걸 알아냈다.“괜찮아요. 일단 신경 쓰지 마요.”“그러면 배후를 찾는 단서가 끊기는데요.”양윤아는 그 배후를 찾아내지 못한 게 아직도 매우 찝찝했지만 강은하가 그런 양윤아를 보며 웃었다.“지금까지 별일 없이 잘 버텼잖아요. 앞으로 더 조심할게요.”약을 탔던 그날만 생각하면 양윤아는 가슴이 떨렸다.“그날 송 대표님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강은하도 목이 메어왔다.“다행이죠. 정말 다행이에요.”양윤아는 언제나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는 강은하를 보며 속으로 감탄하면서도 마음 아파했다. 여자 혼자 밖에서 일하는데 보호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게 너무 불쌍했다.다음날, 잠깐 다른 일을 처리하고 회사로 들어가니 양윤아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소식이 전부 끊겼을뿐더러 전에 증인으로 찾아둔 웨이터도 더는 도와줄 수 없을 것 같다며 전화를 걸어왔어요.”강은하가 아무리 멍청하다 해도 누군가 일부러 배후를 숨겨주고 있다는 것쯤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의자에 걸터앉아 두 바퀴 정도 빙빙 돈 강은하는 서진태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강은하가 입을 열려는데 여자 목소리가 들렸고 잠깐 멈칫하던 강은하가 이렇게 말했다.“미안해요. 좋은 시간 방해했네요.”“돌아왔어?”꽤 차분해 보이는 서진태의 목소리가 강은하가 살짝 놀랐다.“아니면 하던 일 마저 하고 다시 통화할래요?”강은하는 생각해 둔 말이 있었지만 갑자기 들려온 여자 목소리에 어떻게 입을 열어야 할지 몰랐다.“무슨 생각하는 거야?”서진태의 나지막한 소리와 함께 홍수아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조금 멀어졌다. 이에 강은하는 두 사람이 뭘 하는지 알 수 없었다.넋을 놓고 있는데 서진태가 이렇게 말했다.“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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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서진태는 이렇게 말하며 강은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강은하는 갑자기 들이닥친 서진태의 부드러움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하긴 이제 26이니 사랑만 논하는 나이는 지난 것 같았다.기분이 좋은 서진태와는 달리 강은하의 텐션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녀는 까만 브이넥 스웨터에 같은 색감의 터틀넥을 맞춰 입었는데 그 모습이 매우 깔끔하면서도 노련해 보였고 살짝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옆에 앉아 있던 서진태가 강은하를 품으로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왜? 일이 잘 안돼?”서진태도 이제는 제법 모범 남편처럼 강은하의 기분을 달래고 고민을 해결해 주려 했다.“일 때문이 아니라 당신 때문이에요.”이 말에 놀란 서진태는 고개를 들어 들어올 때와 다름없이 그를 향해 웃어주는 어여쁜 와이프를 바라봤다. 다리에 앉히고 거리가 좁혀져서야 서진태는 강은하의 웃음이 눈동자까지 번지지는 않았다는 걸 발견했다.“데리러 가지 않아서 화난 거야?”서진태가 말했다.“일단 밥부터 먹어요.”강은하가 이렇게 말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서진태가 강은하의 허리를 꽉 부여잡았고 부드러운 눈빛은 어느새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왜요? 안 들어가요?”강은하는 서진태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응.”“근데 도대체 왜 또 이러는 거야?”‘또‘라는 글자에 강은하가 웃음을 터트렸다. 서진태가 강은하에게 조금이라도 진심이었다면 ‘또’라는 글자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은하는 저녁 식사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나 또… 이혼하고 싶어졌어요.”이 말에 서진태의 표정이 차갑게 굳더니 마지막 만찬으로 올라온 메뉴들을 쭉 살펴봤다. 강은하는 격식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고성에서 강은하는 열정적이지는 않았지만 얌전한 편이었고 서진태가 안으면 안겨 있었는데 그것이 최형준에게서 안서연을 빼내려는 수단일 뿐 진심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서진태는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서진태가 차가운 눈빛으로 강은하를 쏘아보더니 강은하를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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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강은하가 울먹거리자 보는 사람을 마음 아프게 했다. 코가 빨개지고 눈물이 눈동자를 가득 메워 그렁그렁했지만 애써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는 모습이 마치 부서지기 쉬운 도자기 인형 같았다.서진태가 손을 내밀어 강은하의 얼굴을 만지려는데 강은하가 뒤로 한걸음 물러서며 이렇게 말했다.“대표님, 이제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죠.”강은하는 이제 서진태가 연기해 낸 부드러움이 너무 역겨워서 더는 한 공간에 있기가 싫어 이혼 서류를 테이블에 던져둔 채 핸드폰만 가지고 나왔다.식당에서 나온 강은하는 갑자기 불어온 찬바람에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외투와 가방을 룸에 두고 나왔다는 걸 발견하고 나서야 강은하는 자기가 일부러 강한 척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사실 강은하는 너무 당황스럽고 난감했다. 자기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남자인데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강은하는 눈물범벅이 된 눈으로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차를 불렀다.손님과 식사하러 온 주성민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강은하를 발견했다. 얇은 옷만 걸치고 나온 강은하는 차분하고 도도하던 평소와는 달리 집을 찾지 못하는 아이처럼 무력해 보였다.주성민이 한숨을 내쉬더니 손님에게 몇 마디 건네고는 강은하를 향해 걸어가며 입고 있던 패딩을 벗었다. 주성민의 체온이 남아있는 패딩이 강은하의 어깨에 걸쳐지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강은하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오늘 영하 7도에요. 안 꾸며도 예쁘니까 이렇게 얇게 입고 다니지 마요. 그러다 얼어 죽을 수도 있어요.”주성민이 활짝 웃으며 말하자 눈물이 그렁그렁하던 강은하도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일단 입고 집에 가요. 오늘은 곁에 있어 줄 수 없을 것 같아요.”강은하는 다른 두 남자가 옆에서 주성민을 기다리는 걸 발견했다.“고마워요.”“나는 이만 갈게요.”강은하가 고개를 돌려보니 주성민이 식당 쪽으로 걸어가며 옆에 선 남자들과 대화하는 걸 보았다. 너무 얇게 입어서 그런지 주성민은 전체적으로 말라 보였다. 문 앞까지 간 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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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홍수아의 처지가 떳떳하지 못하다 해도 결국 문제의 근원은 남자에게 있다고 생각해 홍수아를 찾은 적이 없었다. 다만 홍수아가 자꾸만 건드리니 강은하도 홍수아와 ‘얘기’를 좀 나눠보고 싶었다.“차 마실래요? 커피 마실래요?”홍수아는 주인 행세 하나는 참 잘했다.“마실 건 필요 없어요. 오늘 이렇게 온건 분풀이 좀 하려고 왔어요.”홍수아는 잘못 들은 줄 알고 화들짝 놀랐다가 이내 강은하에게 머리채를 잡혀 벽 쪽으로 나동그라졌다....서진태가 달려갔을 때 홍수아는 구석에 앉아 울고 있었는데 이마에 커다란 혹이 부어오른 데다가 얼굴은 귀싸대기를 맞아 온통 손자국으로 범벅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의 주인공인 강은하는 소파에 비스듬히 기댄 채 억울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홍수아는 서진태를 보자마자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서진태의 품에 쓰러졌다. 서진태는 미련하기 그지없는 홍수아를 멀리하고 싶었지만 강은하의 덤덤한 표정에 밀어내는 걸 포기하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너 어떻게 된 거야?”“홍수아 씨, 사랑하는 자기 왔으니까 어떻게 된 일인지 한번 말해봐요.”강은하는 이제 서진태를 남편이 아닌 그저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서진태가 ‘또 왜 그래’라는 말을 내뱉은 순간부터 강은하는 서진태가 반성한 적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심을 내어주기 싫어하는 사람이니 잘잘못을 따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 순간 서진태는 강은하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과 별반 다를바 없는 낯선 사람이 되고 말았고 지금 누구를 안고 있든 더는 흔들리지 않았다.홍수아가 울먹이며 강은하가 어떻게 귀싸대기를 내리쳤는지, 어떻게 머리채를 잡고 벽에 머리를 박았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털어놓았다.듣다가 짜증이 난 강은하가 이렇게 쏘아붙였다.“내가 왜 홍수아 씨를 때렸는지는 왜 말 안 해요?”사업을 하는 여자라 매서운 말투로 말하면 위압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화들짝 놀란 홍수아가 서진태의 품에 안겨 눈물만 흘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강은하가 그런 홍수아를 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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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강은하가 손을 주머니에 찔러놓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서진태가 강은하의 팔목을 낚아채더니 품속으로 끌어당겼다.“우리 내일 이혼이잖아. 맞지?”강은하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서진태를 쏘아보자 서진태가 강은하를 아예 등에 둘러멨다. 포댓자루를 옮기는 듯한 서진태를 보며 화가 치밀어오른 강은하가 힘껏 서진태의 등을 내리치며 귀를 할퀴었지만 서진태는 꿈쩍도 하지 않고 강은하를 멘 채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홍수아가 넋을 잃었다.‘뭐야, 나는?’...서진태가 강은하를 뒷좌석에 던져넣고는 차에 오르더니 강은하 위로 올라탔다. 좌석에 비스듬히 기댄 강은하는 예전처럼 발버둥 치지 않고 그저 뒤로 조금 옮기더니 등을 다른 쪽 차 문에 기대며 말했다.“우리 이혼하려면 아직 하룻밤 남았으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요. 비록 조금 더럽혀지긴 했지만 생긴 건 잘생겼으니 그냥 원나잇 상대 부른 걸로 할게요.”운전석에 앉은 황재민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말문이 막힌 서진태는 몸을 일으켜 차가운 눈빛으로 강은하를 쏘아보더니 강은하의 턱을 꽉 움켜쥐었다.“네가 이겼다고 생각해서 이러는 거야? 내가 정말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 같아?”“할 거예요, 말 거예요. 안 할 거면 비켜요.”강은하는 서진태 몸에서 풍기는 홍수아의 향수 냄새가 역겨워 얼른 밀어냈다.“내가 더러워?”서진태가 웃으며 고개를 구여 강은하가 입고 있는 남자 패딩을 바라봤다.“사실 너나 나나 별반 다를 바 없잖아. 도긴개긴인 주제에 서로 나무라진 말자고.”서진태가 강은하를 안아 들더니 강은하의 목덜미를 붙잡고 억지로 키스하게 했다. 강은하가 원하는지 아닌지는 종래로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입술이 맞닿는 건 어찌 보면 제일 친밀하고 아름다운 일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너무 괴로웠다. 그러다 그날 서씨 저택에서 서진태가 약에 절여졌던 날 끝까지 강은하에게 키스하지 않았던 게 떠올랐다. 강은하는 그제야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키스하면 눈물이 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서진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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