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이혼하자는 말도, 그렇다고 하기 싫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나와 말도 하기 싫다는 듯 대화를 거부하는 바람에 우리 사이에는 싸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전날 비를 맞은 뒤 제때 조치하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나이를 먹어 몸이 예전보다 많이 안 좋아졌는지, 남편은 이튿날 미열이 났다.예전 같았으면 남편이 조금만 아파도 내가 대신 아프고 싶다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식사도 내가 먹을 1인분만 준비하고, 식사를 마친 뒤 공원에서 운동하고 친구들과 쇼핑도 즐겼다.심지어 며칠 뒤 혼자 나가 살 집도 보러 다녔다.더 이상 집안일에 신경 쓰지 않으니 너무 홀가분했다.내가 이혼하려 한다는 얘기는 곧바로 아들 귀에 들어갔다.아직 외국에 있던 아들은 처음에는 내가 며칠만 삐져 있다가 금방 풀리겠지 생각했던 모양이다.그러다 남편의 미열이 고열로 번지면서, 이웃집에서 대신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실려 갔는데도 내가 신경도 쓰지 않자 그제야 심각성을 인식했다.아들은 처자식을 데리고 다급히 귀국했다.며느리는 병원에서 시아버지를 간호했고, 아들은 집에 와서 내 죄를 따져 물었다.“엄마, 대체 언제까지 화낼 작정이에요? 아버지가 엄마 때문에 화병 나서 입원했잖아요!”아들은 내가 무슨 대단한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얼굴에 노기가 잔뜩 했다.“나이가 몇인데 이 나이에 무슨 이혼이에요? 소문이라도 나면 사람들 다 웃어요. 둘이 서로 포용하면 안 돼요? 좀 이렇게 막무가내로 굴지 마요.”전에는 해외에 있는 아들의 일에 지장을 줄까 봐, 남편을 도와 거짓말을 한 걸 따져 묻지 못했는데, 지금이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네 아버지와 주완선 일 알지?”아들은 흠칫 놀라다가 이제야 알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조금도 미안해하지 않았다.“그 일 때문에 이혼하겠다고 한 거예요? 사진 좀 찍는 게 뭐 어때서요? 엄마, 제가 엄마를 뭐라 하는 게 아니라, 아버지도 성공한 사람이에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아직 아버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건 당연해요.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