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얼른 입을 열었다.“시언아, 지금 어디야? 나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아. 좀 빨리 돌아올 수 있어?”맞은편은 잠시 침묵했고, 곧이어 한 여자의 목소리가 울렸다.[시언이 지금 바쁘니까 좀 이따가 다시 연락할게요.]난 놀라서 멍해졌다. 이 목소리는 그리 낯설지 않았는데, 주시언의 첫사랑이자 그가 줄곧 결혼하고 싶었던 여자였다.전화가 아직 연결되어 있어, 수화기 너머로 안내방송이 들려왔다.[유정연님, 지금 산부인과 진료실로 들어오세요.]내가 미처 묻기도 전에, 유정연은 전화를 끊었다.이 순간, 난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고, 머릿속은 온통 방금 들은 안내 방송이었다.유정연? 산부인과? 주시언이 왜 유정연과 함께 산부인과에 갔을까? 천식 발작하면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왜 내 약을 들고 자신의 첫사랑을 찾으러 갔을까?난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고, 힘없이 땅에 주저앉았다. 눈물은 볼을 타고 소리 없이 흘러내리며 내 손등에 뚝뚝 떨어졌다.충격을 받아서인지, 아니면 화분을 너무 많이 흡입해서인지, 이번의 증상은 전보다 훨씬 심각했으며 사지는 감각이 없을 정도로 마비되었다.이때 문득 내 뱃속에 아이가 있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난 애써 핸드폰으로 구급차를 부른 다음, 땅에 웅크리며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살려줘, 제발 내 아이를 살려줘...”“나와 시언의 아이를 살려줘...”난 눈빛에 초점을 잃고 중얼거렸고, 두 눈은 자꾸만 감겨졌다. 잠시 후 눈앞이 캄캄해지자, 난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것을 들었고, 곧이어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민아! 정신 좀 차려! 오빠가 바로 병원에 데려다줄게!”누군가 날 안은 다음 허둥지둥 차에 올라탔고, 덜컹거리는 과정에서 난 완전히 기절을 했다.다시 눈을 떴을 때, 눈앞은 온통 새하얬고, 소독수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난 한참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자신이 병원에 있단 것을 알아차렸다.별일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난 아이를 잃을지도 모른다.난 억지로 몸을 받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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