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짝 부풀어 오른 배를 매만지면서 박주혁을 기다렸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할 때 박주혁이 돌아왔고 우리는 결혼 생활을 10년이나 이어가면서 처음으로 마음이 맞았다.“주혁 씨, 나 임신했어요!”나는 해맑게 웃으면서 말했고 드라마 장면처럼 박주혁이 나를 안고 빙글빙글 돌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박주혁은 기뻐하지 않았고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은하야, 현서는 당신 골수가 필요해.”박주혁은 몹시 피곤해 보였고 나한테 부탁하는 어조가 전혀 아니었다. 조현서라는 여자는 박주혁의 첫사랑이었고 돈을 밝히는 여자라 가난한 박주혁을 버리고 돈 많은 남자랑 떠났었다. 그런데 이제야 나타나서 내 남편의 마음을 흔들었다.예전에 박주혁이 사업자금이 부족하다고 했을 때 나는 곧바로 술집으로 향했고 밤낮없이 손님한테 술을 붓고 같이 마셨다. 건강하던 나는 급기야 위출혈로 진단받았다. 사업자금을 마련해 준 나에게 박주혁은 성대한 결혼식을 약속했고 회사가 승승장구한 뒤에 나는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돌아왔다. 박주혁이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던 지난날이 떠오르자 코끝이 찡했고 나는 눈물을 겨우 참으면서 같은 말을 번복했다.“주혁 씨, 나 임신했어. 난 그 여자랑 달라.”박주혁은 미간을 찌푸린 채 날 노려보았고 차갑게 웃었다.“심은하, 술집 여자 주제에 누굴 마음대로 판단해? 현서는 당신 골수가 필요해, 이건 부탁이 아니라 통보야.”낯선 남편의 표정을 보면서 잠깐 옛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박주혁은 내 손을 꼭 잡고 맹세했었다.“은하야, 날 위해 술집에서 일하느라 고생했어. 내가 평생 너를 아껴줄게.”나는 뱃속의 아이를 위해 거절했다. 그러자 남편의 표정이 삽시에 굳더니 언성을 높였다.“심은하, 이건 부탁이 아니라 통보라니까?”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사지가 밧줄에 묶인 채 수술대에 누워있었다. 박주혁은 미소를 지었고 조현서는 박주혁과 눈을 마주치면서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주혁 오빠, 마취제가 몸에 영향 주는 건 아니겠지? 내
Последнее обновление : 2024-10-29 Читайте больш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