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Chapter 571 - Chapter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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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1화

“왜 그러는 거예요?”나는 목이 멘 듯한 목소리로 겨우 물었다.“응?”헤르나는 내가 뭘 묻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했고 나는 그의 깊고 어두운 눈을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왜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건데요?”말을 끝내자 나는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헤르나 씨, 당신이 저한테 잘해주는 건 솔직히 좀 이상해요. 우리는 친하지도 않고 저는 당신이 다른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 이용하는 도구일 뿐이잖아요...”그러자 헤르나가 피식 웃었다.“그래서 내가 너한테 잘해주는 게 문제야?”“네, 그래서 더 불안해요.”나는 직설적으로 말했다. 세상에 아무 이유 없이 사랑이나 증오를 품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러자 헤르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쓸모가 있으니까.”“쓸모라니, 무슨 쓸모요?”나는 가슴이 조여드는 느낌이었지만 헤르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정말 끈질기게 묻는구나. 뭐든 끝까지 캐내는 타입이야, 너는.”그의 태도가 여전히 여유롭고 가벼울수록, 내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헤르나 씨, 제발 솔직히 말해줘요. 더는 돌려 말하지 말고요.”그의 미소가 조금씩 사라졌고 손을 들어 내 뺨에 살짝 닿았다. 손끝이 뺨을 스치자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마치 차가운 뱀이 몸을 감싸는 듯한 기분이었다.나는 한 발 물러서 그의 손길을 피했고 그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가 어떤 쓸모가 있는지는, 그날이 오면 알게 될 거야.”끝까지 답을 주지 않는 그의 태도에 나는 손을 꽉 쥔 채 답답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자, 이제 가자.”그는 손짓으로 나를 재촉했지만 내가 움직이지 않자 그가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여긴 마치 호랑이 굴 같은 곳이야. 정말로 안 나갈 거야?”이대로 여기에 남았다가는 분명 브라운에게 어떤 일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헤르나가 오늘 나를 이곳에 데리고 온 이유가 브라운을 경고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알겠지만 동시에 브라운의 분노를 나에게 집중시키려는 의도도 느껴졌다.다른 선택이 없다는 걸 깨닫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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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2화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마침 그 순간, 진정우도 고개를 들어 이쪽을 보았다. 비록 차창 너머로 서로를 보고 있었지만 마치 그의 시선이 내게 닿은 것 같았고 가슴은 순간적으로 날카로운 비수에 찔린 듯 아팠다. 하지만 그 시선은 오래 가지 않았다. 옆에 있던 용설아가 그의 주의를 끌었고 차창을 통해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정우야, 우리 안으로 들어가자.”그는 내 쪽에서 시선을 거두고는 용설아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그 광경에 가슴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나는 즉시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발이 땅에 닿자, 헤르나도 내 뒤를 따라 차에서 내리며 물었다.“가서 인사라도 하고 싶어?”나는 그의 반응을 보고 싶었다. 다른 여자를 데리고 나를 지나칠 때 그가 과연 미안함을 느낄지, 아니면 그동안 내게 했던 말들을 기억이나 할지 궁금했다.사실, 이것은 미련의 문제가 아니었고 내가 보고 싶은 건 단지 그의 진심이었다.“진!”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헤르나는 이미 내 마음을 읽은 듯 진정우를 불렀다.그리고 내 손을 잡고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진정우는 멈춰 섰고 용설아와 함께 이쪽을 바라보았다. 내 심장은 긴장과 혼란으로 빠르게 뛰었고 그 속에는 그에게 일말의 복수를 원하는 감정도 섞여 있었다.‘나를 버렸다고? 그래도 나는 멀쩡히 잘 살고 있어. 더구나 내가 누구에게 보호받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줄 거야.’헤르나는 나를 데리고 진정우와 용설아 앞으로 가 먼저 입을 열었다.“진, 또 만났군.”진정우가 그를 다치게 했고 그의 자존심을 짓밟은 적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 헤르나의 말투에서는 그런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정말 강단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그저 겉으로만 그렇게 보이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진정우는 변함없는 차가운 얼굴로 대답했다.“당신은 내가 보고 싶지 않을 텐데.”헤르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널 다시 보길 기대했어.”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맞지, 꼬마야?”진정우의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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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3화

“그건 경기가 끝난 후에 이야기하자.”헤르나는 흥미롭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는 누구와도 농담을 주고받는 것을 즐기는 사람 같았다.“자, 우리 앉을 자리나 찾아볼까?”그는 나를 데리고 자리로 향했다. 그런데 우리가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이번에는 진정우가 용설아와 함께 나타나 바로 우리 앞줄에 앉았다. 진정우와 용설아 옆에는 강유형도 함께 있었다.이 배치는 강유형이 일부러 이렇게 정리한 것이 분명했다. 나는 얼마 전에 진소영과 소지훈에게 줬던 입장권이 떠올랐지만 경기가 곧 시작될 시간이 다가왔음에도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갑자기 걱정이 밀려왔는데 핸드폰이 고장 나서 진소영에게 연락할 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우에게 부탁해 보는 것이 가장 빠르겠지만 나는 그에게 먼저 말을 걸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다행히 나는 진소영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었다. 그래서 전화를 빌릴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경기장을 나왔다.“윤지원 씨!”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용설아가 서 있었다. 나는 그녀와 직접 만난 적이 없었는데 그녀는 내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마도 나와 진정우의 과거를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무슨 일이신가요, 용설아 씨?”나는 최대한 무표정하게 대답했다.“정우 씨가 왜 여동생이 안 보이느냐고 걱정해서요.”그녀의 말에 내 가슴이 답답해졌다.“자기 여동생을 찾으려면 본인이 직접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나는 불쾌함을 숨기지 않고 대꾸했지만 그녀는 나의 반응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그러게요. 그런데 지원 씨가 여동생을 돌봐준다고 믿고 있나 봐요. 그래서 지원 씨에게 물어보라고 했어요.”그녀의 말투는 여유롭고 차분했지만 나는 너무 불쾌하고 화가 났다.“저도 몰라요. 그래서 지금 전화를 빌려 물어보려고 하던 참이었어요.”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그녀는 약간 놀란 듯 보였지만 여전히 웃음을 띠며 말했다.“핸드폰이 없으세요?”그녀의 물음에 마음이 또다시 쓰라렸다. 그녀가 모른다면 진정우 역시 모른다는 뜻일 것이다.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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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미움은 있지만 원망이 더 크다.하지만 내 사랑과 미움이 이 여인과 무슨 상관이 있겠나. 용설아는 나를 경계하는 마음에 물어보았고 혹시라도 내가 진정우와 다시 얽히는 것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나는 담담히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용설아 씨, 우리 서로 잘 알지도 못하잖아요. 내가 누굴 사랑하든, 누굴 미워하든 그쪽이 알 바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리고 내가 진정우를 미워하든 말든, 그건 본인이 가장 잘 알겠죠.”“정우 씨는 알겠죠. 하지만 난 모르잖아요.”용설아는 뜻밖에도 집요하게 물었다.나는 그녀의 강단 있는 태도를 보며 가만히 말했다.“용설아 씨, 설마 내가 다시 진정우랑 엮일까 봐 걱정하는 거라면 안심해도 돼요. 설령 그가 무릎 꿇고 나한테 애원한다고 해도, 더는 돌아보지 않을 거예요.”“지원 씨는 정말 냉정하시네요.”용설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약간의 조롱 섞인 어조로 말했다.나도 입가를 비틀며 웃음을 흘렸다.“그럼요. 아니면 뭐, 용설아 씨가 나랑 경쟁이라도 하고 싶어요?”내 말을 듣고 그녀가 대답하기 전에, 나는 말을 덧붙였다.“그럴 기회, 아마 평생 없을 거예요.”그렇게 말을 남기고 돌아서는데 어느새 다가와 있던 진정우와 눈이 마주쳤다.그는 거기 서서 어두운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이미 내 말을 분명 다 들었을 것이고 나는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내가 그를 사랑했을 땐 그는 내 전부였지만 이제 그가 나를 버린 이상, 그는 내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란 걸 알려주고 싶었다.잠시 눈을 마주치고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어 지나쳤다.하지만 복도 끝에서 한 발짝도 더 내디딜 수 없었다. 가슴 한구석이 답답하게 조여 와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알고 보니, 내가 그를 찌를 때 나 자신도 깊이 상처 입고 있었다.“기분이 이상해?”뒤에서 들려온 용설아의 목소리가 내 생각을 끊었다. 그녀와 진정우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고 나는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아 몸을 한쪽 구석으로 숨겼다.진정우의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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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5화

헤르나가 크게 웃자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를 쳐다봤고 자연스레 나에게도 시선이 쏠렸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용설아마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봤다.갑작스러운 주목에 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당황한 나머지 손을 들어 헤르나를 한 대 쳤다.“그만 좀 웃으세요!”“아이고!”그는 과장되게 소리를 내며 자기 팔을 움켜쥐었고 그러고 나서야 나는 그 팔이 상처 난 곳임을 떠올렸다. 그 상처는 진정우가 남긴 것이었다.복수를 중요시하는 남자, 특히 헤르나 같은 사람에게 그 상처가 어떤 의미일지 생각이 스쳤다.“진정우가 오늘 여기에 온 걸 보니, 복수라도 하실 건가요?” 나는 직접적으로 물었고 헤르나는 앞자리의 진정우를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그가 얌전히 있으면 한 번 봐줄까 생각 중이야.”그의 말에 내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그게 무슨 뜻이죠?”그는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오늘 걔가 널 데려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그에게 시간을 조금 더 줄 수도 있다는 뜻이지.”진정우가 나를 데리러 온다고? 갑자기 용설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혹시 진정우가 하고 싶다는 말이 이것인가? 하지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걸까?헤르나가 진정우의 의도를 꿰뚫고 있다면 이미 대비책을 마련했을 게 분명했다.진정우의 뒷모습을 보며 내 마음이 점점 불안해졌다.“만약 진정우가 널 구하러 온다면 너는 그와 함께 떠날 거야?”헤르나가 갑자기 내게 물었다. 나는 그를 바라보다가, 아까 그가 내게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줬다.“그때 가서 알려줄게요.”“하하하!”그는 또다시 큰 웃음을 터뜨렸다.나는 이미 용설아와 헤르나가 던진 말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졌고 더는 그와 농담을 주고받을 기운이 없었다. 그냥 멍하니 앉아 앞자리의 진정우를 바라보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다.그러던 중, 갑자기 내 눈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이스크림이었다. 헤르나는 이미 하나를 손에 들고 있었고 나에게도 하나를 건넸다.“이거 다 먹으면 경기가 시작되겠네.”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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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역시 늑대가 풀을 먹을 거라 믿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강유형이 말했던 대로, 헤르나는 신지태가 이번 경기를 이기길 원하고 있었다. 지금으로선 그가 경기를 무사히 마치고 이기기만을 바랄 뿐이다.경기가 시작되며 신지태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등장하자마자 앞줄을 바라보았고 나는 진정우와 강유형과 눈빛을 주고받는 모습이 분명히 보였다. 이내 그는 객석을 둘러보며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마침내 그의 시선이 내게 닿았고 이내 그의 이마가 깊게 찌푸려졌다.바로 그때, 헤르나가 손을 들어 신지태를 향해 흔들었다. 이는 분명한 신호이자 경고였다.“봤어? 지금 긴장했네.” 헤르나가 손을 흔들며 내 귀에 낮게 속삭였다.“그렇게 긴장하면 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요.” 나는 차갑게 말했다.“아니, 네가 인간의 본질을 잘 몰라서 그래. 늑대가 언제 가장 흥분하는지 알아? 바로 피 냄새를 맡았을 때야. 사람도 마찬가지지.” 그의 섬뜩한 말에 나는 그를 노려봤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무대 위의 신지태를 주시하며 말을 이어갔다.“근데 왜 신지태가 너를 그렇게 신경 쓰는 걸까?”나는 속으로 신지태는 의리와 정을 중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혹시 그도 너를 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도대체 매일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요?” 나는 어이없다는 듯 대꾸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르나는 여유롭게 웃으며 내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았다.“넌 남자를 잘 모르는구나. 남자가 얼마나 너를 사랑하는지는 위기의 순간에 그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어. 생명을 걸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건 진짜 사랑이지.”그는 전혀 주제와 어울리지 않게 사랑 전문가라도 된 것처럼 말하며 앞자리의 진정우와 강유형을 번갈아 바라봤다.“앞줄에 앉아 있는 저 두 남자 말이야. 둘 다 네 과거의 남자잖아? 그럼 두 사람 중 누가 너를 더 사랑했는지 알아?”그의 질문에 내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다.“지금 뭐 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나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헤르나는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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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7화

관중석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 소리는 놀라서인지, 아니면 흥분해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순간 붉은 공이 관중석으로 날아가는 장면이 펼쳐졌고 공은 한 남성의 손에 잡혔다.그 남성은 흥분한 듯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크게 외쳤다.“5번 공! 5번 공은 내 거야!”공에 입을 맞추며 기쁨을 만끽하는 그의 모습과는 반대로, 주변 관중들은 점점 더 분노로 가득 찼다.“환불해!”“경기를 망쳤어!”관중들은 불만을 터트리며 소란을 피웠다.이곳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은 신지태가 무조건 승리할 거라 믿고 큰돈을 걸었다. 그런데 그가 공을 날려버린 탓에 그들의 기대는 처참히 무너져 버렸다.하지만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신지태가 이런 실수를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그가 일부러 공을 날린 것이고 자신이 자본의 도구가 되어버린 상황을 깨닫고 저항의 의미로 일부러 이런 행동을 한 것이다.이것이야말로 내가 아는 신지태다웠다. 그는 언제나 올곧았고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신지태가 이렇게 경기를 망쳐놓으면 내가 어떻게 그를 그냥 놔줄 수 있겠어?”헤르나가 의자에 앉아 태연하게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살기가 서려 있었다.나는 그의 차가운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다시 한번 용기를 내서 말했다.“저와 약속했잖아요. 그 약속을 지키세요.”그러자 헤르나는 비웃듯 여유롭게 대답했다.“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네가 대신 경기에 나가서 이기면 너랑 신지태를 둘 다 풀어줄게.”헤르나가 이런 요구를 하다니 정말 황당했다. 지금 무대 위에 있는 선수들은 수많은 경기에서 승리를 쟁취한 베테랑들인데 그들과 내가 겨뤄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헤르나는 분명히 일부러 날 곤란하게 만들려는 거였다. 물론 내 실력이 나쁘진 않고 타고난 재능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랫동안 연습을 하지 않아서 감각이 많이 무뎌졌을 거다. 게다가 정말 오랜만에 큐대를 잡는 상황이다.헤르나는 이 모든 걸 다 알고 있을 텐데도 날 일부러 시켜보려는 걸 보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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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8화

신지태의 말을 듣고 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아직 신지태와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전에, 갑자기 관중석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주최 측이 자기 사람을 계속 올리는 건 분명 수상해요! 차라리 제가 올라가서 경기해 보죠. 만약 제가 져도 인정하겠지만 이 여자가 이길 수 있다면 아까 그 실수는 그냥 넘어가겠습니다.”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말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용설아였고 그녀 옆에 앉아 있는 진정우는 침착한 표정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역시 보통 여자가 아니다. 용설아도 스누커를 칠 줄 아는 데다, 직접 도전장을 내밀 정도로 자신감이 있는 걸 보면 실력이 대단한 게 분명했다.그녀의 도발에 관중석은 일제히 환호하며 외쳤다.“그래요! 저 여자를 올리세요!”모든 관중의 요구에, 심판은 잠시 주최 측을 향해 시선을 보냈다. 그리고 나는 헤르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하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심판은 헤르나의 허락을 받자마자 용설아의 경기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지원 씨, 잘 부탁드려요.”무대에 오른 용설아가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며 말했다.그녀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이미 이 판에 휘말린 상황이었다.신지태를 위해서, 그리고 용설아와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물러설 수 없었다.나는 차분하게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서로 잘 부탁드려요.”내가 갑작스럽게 등장했을 때 이미 경기장은 흥분으로 들끓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용설아까지 참여하면서, 그것도 두 명의 여자가 대결한다는 점이 관중들의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이번 경기가 공식적인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규칙을 이렇게 쉽게 바꾸고 선수 교체를 허용하다니... 자본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이 대회가 얼마나 부패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내가 이미 무대에 오른 이상,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해야 했다.“그냥 평소처럼 하던 대로 쳐. 관중들이 열광할 만한 경기를 보여주는 게 좋아.”신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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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쿵! 쿵! 공이 정확히 포켓에 들어가자 관중석에서 흥분에 찬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나는 그들의 열렬한 반응에 점점 더 자신감이 붙었고 무엇보다 진정우가 바로 앞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자극했다.‘내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 보여줘야 해. 네가 그의 상상 속 모습 이상이라는 걸.’진정우와 함께했던 긴 시간 동안, 그는 한 번도 내가 스누커를 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왜냐하면 스누커는 강유형과 연관이 있었기 때문에 진정우가 그 사실을 알면 마음이 상할까 봐 일부러 숨겼었다.그런데 지금, 그의 눈앞에서 내 실력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다니.쿵! 또 한 번의 강력한 샷이 성공적으로 이어졌고 포켓에 공이 들어가려던 순간, 갑자기 공이 멈춰버렸다.마치 누군가가 그 자리에 붙잡아 둔 것처럼 멈춰버린 공!결국 이번 턴에서 나는 한 번에 모든 공을 처리하지 못했고 다음 차례는 용설아에게 넘어갔다.관중석에서 환호성이 다시 울려 퍼졌고 이번에는 용설아의 샷을 기대하는 함성이었다.‘이상하네.’나와 용설아는 모두 이 경기에 처음 등장한 선수였다. 그런데도 관중들은 자연스럽게 나와 용설아로 나뉘어 응원팀을 만들어냈다.분명 두 명 모두 프로 선수가 아닌데도 이렇게 열렬히 응원받는 광경이 정말 기묘했다.용설아는 큐대를 들고 자세를 잡았다. 그녀의 움직임은 매끄럽고 우아했으며 하나하나가 교과서 같은 동작이었다.게다가 그녀의 균형 잡힌 몸매는 그녀의 경기를 한층 더 돋보이게 했다.관중들은 그녀의 퍼포먼스에 감탄하며 소리를 질렀다.“예쁜이, 화이팅!”그녀의 샷은 매섭고 정확했다. 공이 하나씩 포켓으로 빨려 들어가며 점점 그녀가 우위를 차지해 갔다.마지막 공 하나를 남기고 그녀와 나의 점수는 동점이었다. 이 마지막 공이 포켓에 들어가면 그녀의 승리가 확정되는 상황이었다.그 순간, 관중석은 다시금 조용해졌다.만약 내가 패배한다면 이곳에 온 많은 사람들은 방금 전의 신지태와 마찬가지로 패배의 아픔을 맛보게 될 것이다. 이미 누가 승리해야 하는지는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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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감히 말도 못 하겠지!”헤르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칠흑 같았던 공간이 갑자기 환히 밝아졌다.입가에는 섬뜩하면서도 교활한 미소를 지은 채 멀리 서 있는 헤르나가 보였다. 역시 내 예상대로였다. 이 모든 상황은 그의 치밀한 계획이었고 나는 이렇게 쉽게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그리고 실패한 도주 시도는 그를 더 자극했을 것이다. 나는 깊이 생각할 여유도 없이 본능적으로 나를 붙잡고 있던 사람을 뒤로 밀어내고 그 앞에 서서 보호하려 했다.그때, 헤르나가 비웃는 목소리로 말했다.“진, 이제는 여자가 널 보호해야 하는 처지가 된 거냐?”진?그가 진정우를 부르는 것 같은데 여기 진정우가 있다는 건가?하지만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 아닌가?그 순간, 내가 뒤로 밀어냈던 사람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익숙한 목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오늘 이렇게 비참해지고 싶지 않다면 길을 비켜.”그의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그를 확인하는 순간, 내 눈이 커졌다. 내 손을 잡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진정우였다.“어떻게...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나는 혼란스럽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진정우를 쳐다봤다.하지만 진정우는 나를 보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헤르나를 노려보고 있었다.“오늘은 네 체면을 많이 구기고 싶지 않으니, 이쯤에서 물러나.”그의 말투는 여유로우면서도 단호했다. 대체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그러자 헤르나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진, 네가 정말로 이 함정을 모르고 왔을 리가 없는데? 난 오늘 너를 딱 ‘올가미에 걸린 새’처럼 잡으려고 준비했어!”진정우는 턱을 살짝 들며 냉철하게 대답했다.“네가 내 심리를 알았다면 내가 여기 온 이상 나갈 방법도 있다는 걸 알았겠지.”헤르나는 비웃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그렇다면 한번 시험해 보자. 과연 네가 이곳에서 이 여자아이를 데리고 어떻게 나가는지 보고 싶군.”그 순간, 뒤에서 강유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렇게 당당할 때가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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