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Chapter 591 - Chapter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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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1화

내 마음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아줌마, 저는 소희의 친구예요. 소희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 걱정돼서 전화 드렸어요. 지금 상태가 어떤가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우리도 잘 몰라...애가 아무 말도 안 해.”소희 어머니는 그렇게 말하다가 결국 목이 메어와 말을 잇지 못했다.“아줌마...혹시 소희 남자 친구도 병원에 와 있나요?”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남자 친구?”소희 어머니는 순간 당황한 듯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반응을 보니, 소희의 부모님은 그녀가 연애 중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았다.이 정도로 큰일이 벌어졌는데도 그녀의 남자 친구는 곁에 없다는 사실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 사고가 그 남자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네가 말한 남자 친구가 누구야?”소희 어머니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지 다급하게 물었다.“아줌마, 이건 소희가 직접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지금 혹시 소희랑 통화할 수 있을까요? 윤지원이 통화하고 싶다고 전해주세요.”“그래, 그래. 네가 좀 설득해 봐.”소희 어머니는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잠시 후, 아줌마는 소희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소희야, 네 친구 윤지원이야. 네가 얘기 좀 해보면 좋겠는데...”그 후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아마도 소희 어머니가 핸드폰을 소희 옆에 둔 듯했다. 나는 조용히 숨을 고르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소희야, 나야. 지금 휴링턴에 있어. 핸드폰이 고장 나서 네 메시지를 오늘에서야 확인했어.그러나 소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나는 목이 타는 듯한 답답함을 억누르며 다시 말을 이었다.“혹시 무슨 힘든 일이 있었어? 아니면...누가 널 힘들게 했어? 그 사람이...네 남자 친구야?”여전히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자 이번에는 소희 어머니가 다급하게 나섰다.“소희야, 대답 좀 해라! 정말 그 남자 때문이야? 울지 말고 말 좀 해봐!”그제야 그녀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확신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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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하하하...”대답 대신 돌아온 것은 기괴하고 음산한 웃음소리였다. 그 순간, 그 웃음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챘다.브라운!하지만 어떻게 강유형과 브라운이 같이 있는 거지? 설마, 헤르나가 말했던 배후 조종자가 정말 강유형이었던 걸까?이전에 한 번 의심했던 적이 있었던 만큼 그 가능성을 떠올리며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나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강유형은 어디 있어? 당장 전화 바꿔.”“쯧쯧, 여전히 성격이 불같네. 네가 스누커할 때처럼 말이야.”브라운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비아냥댔고 나는 그의 장난에 일일이 대응할 생각이 없었다.“브라운, 대체 무슨 속셈이야?”“말했잖아. 그냥 너랑 스누커 한판 하고 싶을 뿐이라고.”그는 여전히 시시덕거리며 말했다.“참, 오늘 경기 꽤 잘했더라. 역시!”사람은 누구나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법이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칭찬은 처음으로 역겨움이 느껴졌다.“나랑 한판 하고 싶으면 먼저 강유형부터 바꿔.”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가 무슨 짓을 하든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설령 날 납치하더라도 다시 그와 함께할 일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전화 바꾸는 것보다, 직접 와서 보는 게 어때? 네가 오면 강유형도 아주 반가워할 것 같은데?”브라운이 비꼬듯 말하더니, 잠시 뜸을 들였다.“그렇지, 강유형?”그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원아, 오지 마. 신경 쓰지 말고 진정우에게 연락해서 최대한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나는 순간 얼어붙었다.‘뭐지? 브라운과 한패가 아니었나? 왜 강유형의 목소리는 마치 납치당한 사람처럼 들리는 거지?’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브라운은 장난기 하나 없이 단도직입적이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강유형을 직접 보고 싶으면 내가 보낸 주소로 와. 그런데 만약 오지 않으면 나는 그를 하늘나라로 보내서 예수님께 죄를 참회하도록 도와줄 생각이야. 마침, 네가 그를 배신한 죄도 함께 참회하면 좋겠고.”“지원아, 제발 저 말 듣지 마! 절대 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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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나는 순간 당황했다. 단순히 강유형을 구하라는 게 아니라, 브라운이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경고하려던 거였는데 말이다.“주소 보내.”진정우는 짧게 말하더니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나는 멍하니 휴대폰을 들고 몇 초간 서 있었다가, 정신을 차리고 카톡을 열어 주소를 전송했다.그런데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문득 마지막 대화 내용을 보게 되었다.그걸 보는 순간, 가슴 한쪽이 답답해져 나는 얼른 채팅창을 닫아버렸다.그 순간,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이번에는 신지태였다. 순간적으로 콧등이 시큰해졌고 왜 그런 기분이 드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가슴 한구석이 복잡해졌다.“여보세요.”“강유형이 브라운한테 잡혔다고? 확실한 거야?”신지태는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나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한 후, 덧붙였다.“강유형이 분명 맞고 있었어. 그리고... 헤르나가 말하기를, 이번 일의 배후 조종자가 따로 있을 수도 있다고 했어.”“배후 조종자?”신지태의 목소리에 놀람이 섞였다.“응. 그런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어. 처음에는 혹시 강유형이 아닐까 의심했는데 그가 브라운한테 납치당한 걸 보면 절대 아닐 거야.”나는 한때 강유형을 의심했기에 말하면서도 마음이 찜찜했다.그가 나를 배신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나를 해칠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나에게 단 한 번도 해를 가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여러 번 도와주기까지 했는데 그런 사람을 함부로 의심했다는 생각이 들자 순간, 내가 너무 소인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알겠어. 이건 내가 진정우한테 바로 얘기할게.”신지태의 말에서 확실히 이번 작전의 중심은 진정우라는 걸 알 수 있었다.“제발, 최대한 빨리 강유형을 구해줘.”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브라운 같은 인간이라면 언제 어떻게 강유형을 다치게 할지 몰랐다.강유형은 희귀한 혈액형 때문에 절대 과다 출혈을 겪어서는 안 된다.“알고 있어. 그러니까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그리고 절대 섣불리 움직이지 마. 브라운이 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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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려는 순간, 용설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놔!”그 말과 동시에, 그녀가 순식간에 달려와 두 남자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나는 처음으로 용설아가 이렇게 싸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그녀의 동작은 빠르고 정확했으며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묵직한 힘이 실려 있어 그 기세에 두 남자는 나를 놔두고 그녀와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나는 그 광경에 압도당해 멍하니 서 있었고 순간적으로 두려움조차 잊을 정도였다.하지만 몇 초 후, 정신을 차리고 곧장 집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도망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 안에 있던 야구 배트를 집어 들기 위해서였다.나는 무술을 할 줄 모르지만 힘은 있었다. 게다가 용설아 혼자 두 명을 상대하게 둘 수 없었다.속에 쌓여 있던 분노 때문인지, 배트를 휘두를 때마다 힘이 실렸고 그렇게 몇 번이나 내려치자, 결국 두 남자 중 한 명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그 남자는 내 손에서 야구 배트를 빼앗으려 했지만 그 순간, 용설아의 강한 발차기가 놈의 옆구리를 정확하게 가격했다.그러자 그는 비틀거렸고 덕분에 나는 무기를 뺏기지 않은 채로 용설아와 힘을 합쳐 두 남자를 상대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결국, 두 남자는 우리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바닥에 나가떨어졌다.“누가 보낸 놈들이야?”용설아가 바닥에 쓰러진 남자들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물었고 나는 여전히 야구 배트를 꽉 쥔 채 손과 다리가 떨리고 있었다.살면서 이렇게까지 사람을 세게 때려본 건 처음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동안 마음속 깊이 쌓여 있던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었다.두 남자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들이 브라운과 연관되어 있다는 건 명백했다. 그들이 나를 찾아낸 것도, 내가 강유형과 통화한 걸 감지했기 때문일 것이다.“입 다물고 있겠다고? 그럼 그냥 여기 못 나가겠네.”용설아가 차분히 말하며 나를 돌아보았다.“뭐든 묶을 거 좀 찾아주세요.”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강진혁의 침실로 향했다. 집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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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나는 바닥에 쓰러진 두 남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여기도 안전하지 않은 건 마찬가지 아닌가요?”용설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긴 하죠. 하지만 가야 할지 말지는 진정우가 결정하는 게 좋겠어요. 제가 함부로 결정을 내릴 수 없어서.”나는 순간‘설아 씨는 정우의 약혼녀잖아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굳이 그런 감정 섞인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았고 괜히 말하면 내가 더 초라해질 것 같았다.그때 용설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일단 안에서 기다립시다. 계속 서 있으면 피곤하잖아요?”그녀는 마치 이곳이 자신의 집인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나는 바닥에 묶여 있는 두 남자를 한 번 더 바라보자 용설아가 태연하게 덧붙였다.“걱정하지 마세요. 도망 못 가니까.”용설아가 직접 때려잡고 묶기까지 했으니 나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나는 용설아를 따라 거실로 들어왔고 그녀는 소파에 앉더니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여기 분위기 좋네요. 딱 봐도 여자가 꾸민 집 같은데요?”그녀의 말에 나는 순간 멈칫했다. 나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같은 생각을 했었다.“그건 잘 모르겠어요.”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사실 아까 강진혁의 방까지 둘러봤지만 여성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굳이 꼽자면 오직 화실 속의 그림들 그리고 그 그림 속의 여자는... 전부 나였다.용설아는 더 이상 묻지 않고 편하게 소파에 기대앉았고 나는 그녀를 따라 앉으며 말했다.“밖에 있던 놈들, 브라운이 보낸 거겠죠?”“당연하죠.”용설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조금만 기다리면 정우가 와서 지원 씨 사람을 구해줄 거예요.”그녀의 태연한 말투에 나는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말 속에서 마치 강유형이 내 남자라는 의미가 담긴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하지만 브라운과 엮인 일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고 더 이상 말싸움을 하고 싶지 않아 굳이 반박하지 않았다.어차피 그녀에게 내 입장을 설명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었고 괜히 설명했다가 아직도 진정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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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용설아는 정말 할 말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녀의 장난기 어린 미소를 마주하며 나도 미소를 지었다.“싫어요.”“준호가 마음에 안 들어요?”용설아가 태연하게 묻자 나 역시 거침없이 대답했다.“네. 싫어요. 그리고... 용준호랑 결혼하면 제가 설아 씨랑 진정우를 뭐라고 불러야 해요? 제 서열이 내려가는 거잖아요.”“하하하!”용설아가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렇네요. 그건 좀 곤란하겠다.”나는 장난스레 덧붙였다.“솔직히 용씨 집안 사람이랑 결혼해야 한다면 차라리 설아 씨 오빠를 선택하죠. 나이 좀 많긴 하지만 돈도 많고 저보다 먼저 죽을 확률이 높잖아요. 그럼 그의 재산은 전부 내 거고 결정적으로 설아 씨랑 진정우가 저를 공손하게 대해야 할 테니까.”용설아는 웃음을 멈추지 않은 채 말했다.“좋은 생각인데요? 근데 제 올케부터 어떻게 좀 해야 할 걸요? 그리고 함소은 씨라는 관문도 넘어야 하고.”그녀는 자신의 오빠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나는 더 이상 장난을 이어가고 싶지 않아 본론을 꺼냈다.“설아 씨,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잖아요. 굳이 이렇게 중매를 서는 이유가 뭐죠? 제 인생은 제가 결정해요.”그녀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럼 지원 씨는 노력이라도 해봤어요? 예를 들면 아직 진정우를 좋아하면서도 그냥 포기하는 거라면? 왜 한 번이라도 더 잡아보지 않았어요?”그녀는 너무도 당연한 듯이 물었고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럴 가치가 없어요.”그 순간, 그녀의 웃음이 점차 사라지면서 표정이 차분해졌고 한동안 나를 말없이 바라봤다.“지원 씨, 난 당신이 진정우를 그렇게까지 사랑한 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미묘한 감정을 느꼈지만 반박할 이유도 없었다.“만약 저라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어떤 이유로든 날 떠났다 해도, 그딴 이유는 상관없이 끝까지 매달렸을 거예요. 절대 놓지 않죠.”나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저는 용설아 씨가 아니잖아요. 그렇게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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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나는 의문을 품으며 다시 위쪽으로 페이지를 넘기면서 이번에는 한 장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읽어 나갔다.그러다 한 페이지에서 눈길이 멈췄다. 날짜를 보니, 강진혁이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이었고 그곳에는 짧은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1,400일이 넘는 날들을 보내고 이제 돌아갈 때가 됐다.]1,400일, 정확히 4년이었다.나는 숨을 죽이며 다시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어느 순간, 눈앞의 글자가 선명하게 박혔다.[그녀는 마침내 남의 아내가 되었다.]나는 본능적으로 날짜를 확인했다. 그 날짜는 바로 내가 강유형과 혼인 신고를 하려던 날이었다.그날, 우리의 신혼집에 조나연이 살고 있는 걸 확인하고 나는 결국 모든 걸 내려놓고 강유형과 완전히 결별했다.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다시 페이지를 넘기려던 순간, 문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더 이상 일기를 계속 볼 수 없었다. 나는 급히 일기장을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려 놓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거실 문 앞, 용설아가 먼저 나가 문을 열었더니 진정우가 이미 와 있었다.그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자 중 한 명의 턱을 발끝으로 툭툭 건드리며 낮게 말했다.“입을 열든가, 아니면 영원히 다물고 살게 해줄게.”그 차가운 말투와 태도에 나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런 진정우의 모습을 처음 보는 것 같았다.바닥에 묶여 있는 두 남자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자 진정우는 발에 힘을 주어 턱을 한 번 더 강하게 차올렸다.“크윽...!”“윽...!”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놈들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으면서 피가 섞인 침이 바닥으로 떨어졌다.“브라운이 보낸 건 확실해.”용설아가 말하며 나를 돌아보았다.“지원 씨도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어.”진정우도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차분하게 말했다.“나, 한국으로 돌아갈래.”그러자 진정우의 턱이 살짝 굳어졌고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입을 열었다.“좋아. 보내줄게.”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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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진정우의 눈빛이 순간 깊어지더니, 이내 용설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살짝 눈썹을 올리며 마치 모든 걸 꿰뚫고 있다는 듯 당당했다. 그녀는 진정우 앞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고 오히려 그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그냥 말해. 괜히 애태우지 말고.” 용설아가 먼저 입을 열며 분위기를 압박했지만 진정우는 다시 나를 바라보더니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가고 싶으면 짐부터 챙겨.” 나는 한 치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한 걸음 다가서서 단호하게 말했다. “진정우, 왜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는 거야?”용설아는 짧게 한숨을 쉬더니 거리를 두고 걸어갔다.“난 빠질게. 너희 둘이 얘기해.” 진정우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오히려 나에게 반문하듯 물었다.“그럼 네 생각엔, 내가 무슨 사정이라도 있는 것 같아?”나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용설아만 애태우는 줄 알았더니, 이제는 진정우까지 말을 빙빙 돌리며 피하려 들었고 결국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걸 보면 그냥 말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짧게 내뱉었다. “말하기 싫으면 하지 마. 네가 어떤 사정이 있든 이제 나랑은 아무 상관 없는 일이야. 그리고 그걸 안다고 해도 달라질 것도 없고.”애초에 그의 사정 따위 알고 싶지도 않았고 알 필요도 없었다. 그저 순간적인 호기심이었을 뿐인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마저도 불필요한 감정이었다.나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지만 가슴 한쪽이 묘하게 답답했다. 혹시... 나도 모르게 그의 변명을 듣고 싶었던 걸까? 그런 생각이 들자,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제 그의 이유 따위 궁금해하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더 이상 이 감정을 끌어안고 있을 이유가 없었고 나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감정의 끈을 완전히 끊어내기로 했다.심호흡을 가다듬고 뒤돌아선 나는 짐을 챙기러 가는 척하며 위층으로 올라갔지만 사실 챙길 짐 같은 건 없었다. 강유형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올 때 나는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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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내 신분증과 여권은 모두 호텔에 있었다.용설아는 내 쪽을 힐끗 보더니 이번엔 진정우를 한 번 쳐다보고 다시 휴대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진정우는 마치 내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들었을 테니 굳이 다시 말할 필요는 없었다.역시나, 반 시간쯤 지나자 차가 호텔 앞에 멈춰 섰다. 내가 차에서 내리려던 순간, 진정우가 말했다.“용설아, 너도 같이 가.”그는 여전히 경계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내가 납치당한 적이 있었으니,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용설아는 고개를 젖히며 무심하게 말했다.“배고파. 저기 가서 뭐 좀 사 먹고 올게.”그녀는 진정우의 시선을 피한 채 태연히 걸어 나갔다. 진정우가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마치 그가 뭐라든 상관없다는 듯 전혀 개의치 않았다.이런 나쁜 여자의 매력에 진정우가 빠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여자가 무심할수록 남자는 더 관심을 갖게 된다.”누군가 했던 이 말이, 이제야 이해될 것 같았다. 강유형과 진정우, 나는 그들에게 너무 많은 감정을 쏟아부었고 돌아온 것은 결국 배신과 이별뿐이었다.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진정우가 용설아에게 나를 맡기려 했다는 건, 그가 나와 단둘이 있는 걸 원치 않는다는 뜻이겠지.이제 와서 서운해할 필요는 없었지만 가슴 한편이 괜히 답답해졌다. 그래도 아무리 무서워도, 혼자 올라갈 수 있다고 마음을 다잡으며 먼저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나는 곧장 프런트에 있는 보안 요원을 불렀다.“죄송한데 짐을 찾으러 가야 하는데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진정우가 다가와 말했다.“됐어. 내가 갈게.”그가 간다니 차라리 다행이었다. 정말 문제가 생겼을 때, 보안 요원보다 그가 더 믿음직할 테니까.나는 진정우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같이 가. 보안 요원이 함께 가면 오해받을 일도 없으니까.”진정우가 나를 쳐다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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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브라운의 목소리였다.바로 그 순간, 내 앞에 있는 CCTV 화면에서도 용설아가 커피를 들고 가게 앞에 서 있다가 두 명의 남자에게 팔을 붙잡힌 후, 순식간에 차에 태워지는 장면이 보였다.이번에 브라운이 보낸 사람들은 아예 그녀가 저항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정말 나를 보고 싶었나 보군?”진정우는 화면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브라운의 목소리는 한 글자 한 글자, 기괴할 정도로 느리게 발음되었다.그가 품고 있는 증오가 뚝뚝 묻어나는 듯했고 이건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진정우가 가면 분명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이다.그러나 그는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좋아. 내가 직접 가지.”“그럼 행운을 빌게.”브라운이 비웃으며 덧붙였다.“아, 그리고 네 옆에 있는 미녀도 같이 데려오는 게 어때?”그 순간, 몸이 경직되며 나는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브라운이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에 나는 얼른 창밖을 내다보았다.그리고 길 건너에 세워진 검은색 차를 발견했다. 그 차의 창문이 살짝 내려가 있었고 그 안에서 누군가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저기 있어!”나는 본능적으로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진정우도 그들을 발견하고 곧장 밖으로 뛰어나갔다.브라운은 더 이상 전화를 하지 않고 아예 도로 건너에서 우리를 바라보며 웃으며 소리쳤다.“기다리고 있을게!”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를 향해 장난스럽게 윙크를 보내곤 차에 올라탔다.브라운의 차가 사라지자, 진정우가 짧게 말했다.“타.”나는 그를 따라 재빨리 차에 올라탔고 그는 곧바로 차를 출발시켰다.나는 진정우가 곧바로 브라운을 쫓아가는 줄 알았지만 그는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걸었다.“신지태, 지금 당장 818번 도로로 이동해.”“무슨 일인데?”스피커 너머로 신지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브라운이 용설아를 납치했어. 나보고 설아와 맞바꾸자고 했어. 그리고… 지원이도 차에 타고 있어. 네가 지원이를 데리고 공항으로 가.”그 순간, 나는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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