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Chapter 601 - Chapter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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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1화

나는 시선을 내리깔고 발끝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가자.”신지태는 내 짐을 차에 실어준 뒤, 조수석 문을 열어 나를 태우고는 문을 닫고 조용히 차를 출발시켰다.“지태 오빠, 어떻게 이렇게까지 된 걸까. 그냥 단순히 스누커 한 경기였을 뿐인데...”나는 신지태를 원망하지 않고 단지 지금까지의 일들을 곱씹어 보고 있었다.원래는 별일도 아닌 작은 사건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헤르나와 브라운까지 엮이게 되었을까. 이제는 마치 어디에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듯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그러다 문득 강유형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지태 오빠, 오빠는 어떻게 생각해? 이 일을 꾸민 배후가 누구일까? 왜 하필 오빠부터 노린 걸까?”신지태는 내 질문을 받아들이며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나도 고민 중이야. 가장 중요한 건 그 사람이 이런 일을 벌인 목적이 뭔지 파악하는 거지.”나는 지금까지 엮인 사람들을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었다.“목표는 하나뿐인 것 같아. 우리 모두를 한꺼번에 엮어서 끝장을 보겠다는 거지.”신지태는 내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특히 너와 관련된 남자들이 집중적으로 공격받고 있잖아.”그 말에 머릿속이 순간적으로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강유형, 신지태, 그리고 진정우, 이들은 모두 나와 관련된 사람들이었다.신지태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말이야, 이 배후가 사실 네가 좋아하는 사람을 없애서 자기 기회를 만들려고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하지만 나는 전혀 웃을 수 없었고 오히려 등줄기가 서늘해졌다.이때 머릿속을 스쳐 간 건 강진혁의 일기였다. 나는 숨을 들이마신 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진혁 오빠가 최근에 휴링턴에 온 적 있어?”갑작스러운 질문에 신지태는 백미러를 통해 나를 흘끗 바라보았다.“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는데? 왜, 혹시 강진혁까지 포함해야 할 것 같아?”나는 그의 농담을 신경 쓰지 않고 조용히 속삭였다.“그는 이전에 휴링턴에서 4년을 살았어.”그가 그곳에서 4년을 보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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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나와 신지태가 탄 차는 사방에서 몰려온 차들에 완전히 막혀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어디든 빠져나갈 틈을 찾으려 했지만 함부로 돌파하는 것도 위험했고 성공할 가능성도 작았다.신지태가 말했던 대로, 진정우가 자리를 비운 지금 나를 잡는 게 훨씬 쉬워진 셈이었다. 신지태는 진정우처럼 전투 기술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를 완벽하게 지켜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브라운의 진짜 목표는 나였다.차에서 내리며 다가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는 신지태에게 말했다.“이따가 나는 그들과 함께 갈 거야. 오빠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진정우한테 연락만 해줘.”“안 돼!”신지태는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나는 냉정하게 현실을 짚었다.“지태 오빠, 강유형은 이미 브라운에게 잡혔고 진정우도 거기에 갔어. 여기서 오빠까지 끌려가면 결국 우리 모두 꼼짝없이 브라운 손아귀에 들어가는 거야.”신지태는 나를 바라봤지만 나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우리가 아까 얘기했던 거 기억나? 만약 이 모든 일이 강진혁이 꾸민 거라면 나는 절대 다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하지만 그가 배후라는 확신도 없잖아!”신지태는 여전히 강진혁을 의심하는 걸 망설이고 있었다.나는 담담하게 말했다.“진혁 오빠가 아니라면 더 좋아. 그럼 그를 불러서 날 구하게 하면 되니까.”신지태의 눈빛이 번쩍였고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이건 그를 시험해 볼 기회야. 만약 그가 와서 우리를 구한다면 그가 배후가 아니라는 증거가 될 거야. 하지만 만약 그가 나타나지 않고 브라운이 다른 사람들만 협박하면서 나만 놔둔다면 이 모든 판을 짠 사람이 누구인지 확실해지는 거지.”신지태가 더 말하려는 순간, 다가온 사람들이 차 문을 억지로 열고 나를 끌어내려 했다.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내가 따라갈게.”내가 스스로 따라가겠다고 하자, 그들은 신지태를 바라봤고 나는 곧바로 덧붙였다.“그는 상관없는 사람이야.”하지만 무리의 리더 격인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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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물고기를 키우는 건 강진혁뿐이었다. 그를 의심하고 있던 나는 일부러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네 물고기들은 사람 말을 알아듣기라도 해? 내가 잡혀 오기 전에, 난 말귀를 알아듣는 물고기한테 먹이를 줬거든.”나는 일부러 이렇게 말하면서 승부욕이 강한 브라운을 자극했다. 그가 이전에 진정우에게 당한 후 복수를 결심한 것만 봐도, 그는 절대 스스로 지는 걸 용납하지 않는 성격이었다.역시나 브라운은 미소를 지으며 받아쳤다.“그래?”그는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먹이를 줬던 물고기들은 아마 ‘지원아, 밥 먹자’이 한마디만 알아듣지 않았을까?”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그를 날카롭게 쳐다보며 속을 떠봤다.그냥 나를 조롱하는 걸까, 아니면 강진혁이 실제로 그런 식으로 물고기를 길렀던 걸까?브라운은 내 반응이 재밌다는 듯 웃었고 나는 그 웃음 속 의미를 모를 리 없었다.그렇다면 그는 강진혁과 친분이 있는 게 확실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강진혁이 물고기를 어떻게 길렀는지까지 알고 있을까?강진혁이 나를 주제로 한 그림으로 방을 가득 채운 것도 모자라 그가 기르는 물고기에게까지 내 이름을 붙였다는 사실이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브라운은 내 반응을 지켜보며 더욱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자, 한 번 보여줄게. 내 물고기들은 사람 말을 알아듣는 건 물론이고 춤까지 출 줄 안다고.”그는 한껏 뽐내는 태도로 연못을 향해 외쳤다.“돈나무들아, 밥 먹자!”그 말이 떨어지자, 연못 속 물고기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치 정해진 패턴처럼 모여서 특정한 모양을 만들었고 질서 정연하게 헤엄쳤다.나는 순간적으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물고기가 이 정도까지 훈련될 수 있다는 건 예상하지 못했다.그리고 또 하나, 그의 물고기 이름도 너무 노골적으로 그의 성격을 반영하고 있었다.브라운, 그는 철저히 돈을 탐하는 인간이었다.그렇다면 만약 강진혁이 그를 이용하고 있다면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돈이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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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브라운이 말하는‘게임’이라는 건 절대 단순한 놀이가 아닐 터였다.그가 원하는 건 분명 잔혹한 무언가였다.나는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지만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번갈아 쳐다봤다.“너희 네 사람의 관계가 참 흥미롭군. 강유형은 윤지원의 전 남자 친구였고 윤지원은 네 전 여자 친구. 그리고 지금 용설아가 네 여자 친구라면서?”그는 일부러 우리 사이를 더 꼬아보려는 듯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그러다 보니 궁금해지더라고. 과연 이 중에서 누가 누구를 가장 사랑하는지 말이야.”나는 차갑게 쏘아붙였다.“누굴 사랑하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 괜한 걱정은 집어치워.”브라운은 크게 웃었다.“이건 걱정이 아니라 순수한 호기심이야. 게다가 너희 관계가 너무 복잡해서 좀 정리해 주고 싶어졌거든.”그는 한껏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진정우는 그가 계속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는 게 짜증 났는지,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할 말 있으면 돌려 말하지 말고 바로 해.”브라운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그렇게 빨리 알고 싶어? 좋아.”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쪽으로 걸어갔다.진정우와 나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곧바로 브라운의 경호원들이 다가와 강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두 분, 이쪽으로.”이곳은 브라운의 구역이었다. 강유형과 용설아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니, 지금은 그가 원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브라운의 저택은 예상보다 훨씬 컸다. 현관문을 통과하자마자 한쪽 벽면에 걸린 거대한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눈을 부릅뜬 벵골 호랑이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포효하는 모습이었는데 그 위압감이 보는 사람을 움찔하게 만들 정도였다.이런 그림을 집 안에 걸어 놓는 건 좀 부담스러웠다.어릴 적 나는 동물을 좋아해서 동물 그림을 걸어두고 싶어 했지만 아버지는 늘 반대하셨다.집에는 산수화나 꽃 그림을 걸어야지 맹수 같은 공격적인 동물을 그린 그림은 좋지 않다고 하셨다. 풍수적으로도 그러한 그림은 집안에 불운을 가져온다고 했지만 브라운은 그런 걸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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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허공에 매달려 있었고 용설아와 나란히 묶여 있었다.우리 아래에는 커다란 수조가 있었고 밧줄이 풀리는 순간 그대로 물속으로 떨어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수조 안에 진정우만 있는 게 아니었고 강유형도 함께 있었다.그들은 브라운의 부하들에게 제압당한 채 수조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브라운은 수조 옆에 앉아 여유롭게 무언가를 쓰다듬고 있었다. 나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그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게다가 고소공포증까지 있어서 아래를 내려다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스누커 걸, 이 두 남자를 다 사랑했었지? 그들도 널 사랑했었고. 하지만 결국 둘 다 널 배신했잖아? 그래서 오늘, 내가 테스트를 하나 해보려고 해. 과연 누가 널 더 사랑하는지 확인해 보는 거지. 어때?”브라운이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그가 말하는 ‘테스트’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는 단순히 우리를 가지고 노는 거였다.“헛소리 말고 당장 날 내려놔!”나는 악을 쓰며 소리쳤지만 브라운은 내 말을 무시한 채 진정우와 강유형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지금부터 이 여자를 풀어줄 거야. 하지만 떨어지는 곳이 어디겠어? 바로 이 수조지. 그리고 너희도 봤다시피, 수조 안에 뭐가 있는지 알겠지? 이 녀석들, 일주일 동안 굶겼거든. 아주 배가 고플 거야.”브라운의 말에 등골이 서늘해지며 본능적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자 두 눈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수조 안에는 악어들이 가득했고 브라운이 쓰다듬고 있던 것도 악어였다.그러니 이곳에서 나는 지독한 비린내를 맡을 수밖에 없었다.굳이 일주일 동안 굶기지 않았더라도, 내가 물속으로 떨어지는 순간 녀석들은 본능적으로 달려들어 나를 갈기갈기 찢어놓을 게 뻔했다.브라운은 지금 이 상황을 이용해 진정우와 강유형을 시험하려고 했다.“이 미친놈아! 네가 직접 덤벼보든가!”용설아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브라운은 나만 위협하는 게 아니었다. 용설아 역시 같은 상황이었기에, 그는 그녀를 이용해 진정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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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아아악!”추락하는 느낌에 비명이 절로 터져 나왔다.“지원아!”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강유형이었다.곧이어‘풍덩’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순간, 나도 내가 물에 빠졌다고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젖은 느낌이 들지 않았고 주변에는 물이 철벅이는 소리만 가득했다.눈을 뜨자, 나는 여전히 밧줄에 매달려 있었고 대신 강유형이 물속에 뛰어들어 있었다.그는 이미 수조 안에서 악어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럼, 방금 그 위험한 순간에 나를 구하려고 뛰어든 건 강유형이었고, 진정우는 그대로 서 있었다는 뜻인가?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내 마음이 또다시 얼어붙었다.브라운이 말대로 며칠 동안 굶은 악어들이기에 강유형이 악어들의 표적이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악어들과 맞서 싸우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자 두려움과 절망이 한꺼번에 밀려와 나는 겁에 질려 울면서 그의 이름을 불렀다.“강유형! 강유형!”“스누커 걸, 이제 알겠지? 누가 널 더 사랑하는지.”브라운이 비웃으며 말했다.“브라운, 당장 유형이를 풀어줘! 난 네가 누구한테 지시받고 있는지 알고 있어. 그 사람한테 전해. 강유형이 잘못되면, 나도 그대로 악어 밥이 될 거라고.”나는 분노에 차서 소리쳤고 브라운이 잠시 멈칫하더니, 피식 웃었다.하지만 그의 손놀림은 멈추지 않았고 진정우는 여전히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외쳤다.“진정우, 제발... 강유형을 구해! 제발 좀 구해줘!”그러자 브라운이 다시 비웃으며 끼어들었다.“걔가 뛰어들면 똑같이 악어 밥이 될 텐데? 이렇게 보니, 넌 결국 물속에 있는 남자를 더 사랑하는 거구나?”난 이제 진정우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니면 내가 떨어지려던 그 순간, 그도 뛰어들었을 것이다.그리고 지금, 나는 강유형의 팔이 악어의 날카로운 이빨에 물린 것을 똑똑히 보고 있다.단 한 번의 물림으로 그는 다른 악어들을 피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이대로 가면 그는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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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브라운이 거대한 악어의 머리를 툭툭 두드리자, 그 악어는 바로 진정우 쪽을 향해 돌진했다.수조 안에는 이미 여러 마리의 거대한 악어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는데 거기에 최상위 포식자인 패왕 악어까지 가세했다.아무리 진정우와 용설아, 강유형이 함께 싸운다 해도 이건 버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었다.나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고 더는 지켜볼 자신도 없었다.“꺄악!”그때 용설아의 날카로운 비명이 터지자 나는 반사적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 있는 힘껏 뭔가를 찌르고 있었고 바로 그 순간 진정우가 강유형을 힘껏 잡아당겨 수조 가장자리로 던졌다.그리고 이어서 용설아까지 끌어올린 후, 수조 안의 악어 머리를 디딤돌 삼아 단숨에 뛰어올랐다.그들은 악어 떼를 뚫고 빠져나왔고 나는 그제야 간신히 숨을 들이마셨다.그러나 안도감도 잠시, 브라운의 느긋한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역시, 진정우는 보통 사람이 아니군.”그는 조금도 당황한 기색 없이 오히려 칭찬까지 했다.그 순간, 용설아가 단숨에 몸을 날려 브라운에게 달려들며 날렵하게 칼을 꺼내 그의 목에 들이밀었다.그리고 근처에 있는 브라운의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너희 보스가 죽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당장 윤지원을 풀어줘!”이제는 나를 구할 차례인가 보다. 솔직히 용설아가 나를 구하려 먼저 움직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하지만 브라운의 부하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브라운 역시 목에 칼이 닿아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소용없어. 얘네들은 내 말만 듣거든. 그리고 말이야, 내가 죽으면 저 여자는 그냥 여기서 바람 맞으며 말라 죽겠지?”“풀어주라고 했잖아!”용설아가 이를 악물고 칼을 더욱 깊이 누르자 브라운의 목에서 피 한 방울이 떨어졌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태연했고 오히려 진정우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테스트 게임은 끝났어. 이제... 우리도 결산해야지?”“좋아. 너와 결산을 하지. 대신 나머지 사람들은 보내.”진정우가 단호하게 말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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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진정우, 우리 사이의 빚을 어떻게 청산할까?”브라운은 여유롭게 자리에 앉아 비아냥거리듯 물었다.사실 그는 이미 진정우를 어떻게 다룰지 계획을 세워둔 상태였다. 지금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은 단순히 그를 조롱하려는 속셈일 뿐이었다.그러나 진정우는 여전히 침착했다.“네가 원하는 대로 하면 되겠지.”진정우라는 사람은 언제나 한결같이 차분했다.헤르나나 브라운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는 마치 거대한 산처럼 흔들림 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브라운은 손에 들고 있던 알록달록한 스누커 공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우리 사이가 틀어진 건 이 공 때문에 아닌가?”진정우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브라운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우리 둘이 한 판 붙어보는 건 어때? 네가 나를 이기면... 진정우를 풀어주는 조건을 걸지.”브라운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와 스누커를 치고 싶어 했고 그 집착은 여전했다.하지만 왜 굳이 나와 스누커를 치려는 것일까? 나는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왜 나랑 치고 싶은 건데?”나는 솔직한 의문을 던졌다.“너랑 치고 싶으니까. 너도 알잖아? 며칠 전 대회에서 너 얼마나 완벽하게 쳤는지.”브라운은 단순히 나를 도발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지금 이곳은 그의 영역이고 내가 거부한다 해도, 그는 강제로 나를 테이블 앞에 세울 것이 분명했다. 차라리 그의 도전에 응하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나는 그의 제안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용하기로 했다.“내가 널 이긴다면 정말 과거의 일은 잊을 수 있는 거야?”나는 진정우를 풀어달라는 직접적인 요구는 하지 않았다. 그가 나에게 보여준 냉정함에 비하면 그 정도의 배려조차 아깝게 느껴졌으니까.“물론이지. 난 말했으면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니까.”브라운은 뜻밖에도 흔쾌히 수락했지만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근데 네가 지면 어떻게 할 건데? 그건 네가 결정해 봐.”나는 이를 악물었다.“네가 원하는 대로 해.”브라운은 만족스럽다는 듯 박수를 쳤다.“통이 크네. 그래서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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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오늘은 한 번의 스트로크로 모든 공을 넣어야 해. 한 개라도 남으면 네가 지는 거고 제한 시간은 15분이야.”브라운이 경기 규칙을 선언했고 나는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좋아!”“준비됐으면 바로 시간 잰다.”그는 소파에 편하게 앉아 마치 VIP 관객이라도 된 듯 경기를 지켜봤다.나는 테이블 앞에 서서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시간을 재는 사람에게 신호를 보냈고 카운트가 시작되자마자 큐를 들어 올렸다.팡! 팡! 팡!공들은 정확히 포켓에 빨려 들어갔다. 10분이 지나자 테이블 위에는 단 두 개의 공만 남았고 승리는 이미 확정적이었다.나는 심호흡하며 마지막 한 큐를 준비했다. 집중력을 끌어올려 큐를 휘둘렀고 또 하나의 공이 깔끔하게 들어갔고 이제 단 하나 남았다.바로, 그때.“짝! 짝!”브라운이 갑자기 박수를 쳤다. 방해하려는 걸 알았지만 무시하고 마지막 공을 향해 큐를 들었는데 갑자기 발밑에서 차가운 감촉이 스치면서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꺄악!”나는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몸을 날려 테이블 위로 뛰어올랐다. 손에서 큐가 날아가면서 공이 튕겼고 주변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순간, 용설아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터져 나왔다.“이건 무효야! 반칙이잖아!”아직도 심장이 요동치던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당황한 채 브라운을 바라보았고 그는 능청스럽게 바닥을 가리켰다. 그러자 나는 그의 손끝을 따라 쳐다봤더니 그곳에는 황록색 줄무늬의 뱀이 꿈틀거리며 기어가고 있었다.‘방금 나를 스친 게 저거였다고?’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나는 원래부터 이런 물컹거리는 것들을 극도로 무서워했다. 애벌레조차도 질색인데 뱀이라니.브라운은 태연하게 뱀을 들어 올려 팔에 감으며 웃었다.“내 귀여운 녀석, 왜 몰래 도망쳤어? 누나를 깜짝 놀라게 했잖아.”그는 능청스럽게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녀석, 사람 안 무는 착한 애야. 못 믿겠으면 한번 만져볼래?”나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미쳤다고 그걸 만지겠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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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진정우가 수십 명에게 둘러싸인 채, 각자 앞에 스누커 공이 한 바구니씩 놓여 있는 걸 본 순간, 나는 브라운이 무엇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그들은 오늘 진정우를 인간 샌드백으로 만들 작정이었다.“브라운, 네가 진짜 남자라면 정정당당하게 1대1로 붙어.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게 남자냐?”용설아가 참지 못하고 그를 도발했다.“브라운, 이렇게까지 하면 쪽팔린 줄 알아야지. 소문이라도 나면 네 체면이 남아나겠어?”방금 상처를 치료받은 강유형도 가세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런 순간일수록 진정우를 위해 나서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브라운은 더 악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비록 그와 깊은 교류는 없었지만 나는 이 남자가 철저한 미친놈라는 걸 이미 깨달았다. 남들이 하지 말라고 하면 할수록, 그는 더 하고 싶어 하는 성격이었다.“내가 남들한테 조롱당한 게 한두 번인 줄 알아? 이제 와서 그런 게 두려울 것 같아?”역시, 브라운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이건 공정하지 않아.”용설아가 끝까지 설득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공정하지 않다고? 그럼 너도 같이해.”브라운이 손짓하자, 용설아는 순식간에 끌려 올라갔다. 그러자 진정우의 얼굴이 순간 굳어지며 그녀를 향해 말했다.“괜히 그를 자극해서 이게 뭐 하는 짓이야?”“자극하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널 도와주겠어?”용설아는 그와 나란히 서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내 머릿속에는 네 글자가 떠올랐다.‘천생연분.’그녀는 브라운의 속마음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저 그녀가 지키고 싶은 사람을 지키려고 일부러 자극한 것뿐이었다.“브라운, 이건 너랑 나 사이의 문제야.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지 마.”진정우가 단호하게 말하면서 용설아가 다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맞아, 원래는 걔와는 상관없는 일이었지. 하지만 어쩌겠어? 네 여자가 널 지키고 싶어 하는걸.”브라운은 비꼬듯 웃으며 혀를 찼다.“너희 둘 참 애틋하네, 그렇지? 우리 미녀 스누커 선수도 그렇게 생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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