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우, 정말 냉정하고 차가운 사람이군.”헤르나는 동정이 깃든 목소리로 말하며 나를 놓아주었다. 나는 그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와 억울함이 터져 나왔다. 그래서 옆에 있던 물건을 집어 들고 헤르나에게 내던지며 소리쳤다.“이제 알겠죠? 나는 그 사람 여자도 아니에요! 이 쓰레기 같은 인간아, 정말 더럽고 치사한 놈!”평생 이렇게까지 격한 말을 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마지막엔 내가 누구를 향해 욕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그냥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안에서 쌓여가는 슬픔과 억울함이 터질 것만 같았다.헤르나는 내가 그렇게 난리를 치는데도 피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었다.결국 내 손에 힘이 다 빠지고 온몸이 지쳐 움직일 수 없을 때, 나는 스스로 몸을 웅크리고 조용히 앉아 있었고 헤르나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순간, 문밖에서 누군가가 그에게 물었다.“저 여자가 진정우를 끌어낼 수 있을까요?”문이 닫히면서 나는 헤르나의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방 안에는 다시 나 혼자뿐이었다. 아까의 히스테리로 온 에너지가 소진돼 머릿속도 멍하고 공허했다.그저 텅 빈 시선으로 어딘가를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른 채, 문이 다시 열리고 필리핀 가정부가 들어왔다.그녀는 내 옷을 손에 들고 있었다.“지원 씨, 옷은 여기 있어요. 깨끗하게 세탁해 두었습니다.”나는 눈을 깜빡이며 멍하니 물었다.“왜 제 옷을 세탁했어요?”“헤르나 님께서는 결벽증이 있어서, 밖에서 입은 옷으로 그의 집에서 자는 걸 허락하지 않으세요.”그녀의 대답에 나는 내가 입고 있는 잠옷을 다시 한번 내려다보았다.“그럼, 제 옷은 당신이 갈아입힌 건가요?”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나는 그제야 마음 한구석이 놓였다. 가정부는 내 옆에 옷을 내려놓고 방 안에 흩어진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녀가 떠나고 나서야 방은 다시 깨끗해졌고 나는 조금씩 정신을 가다듬기 시작했다.잠시 후, 나는 핸드폰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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