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훈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지 않았다. 혹은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나는 내가 짐작한 대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지훈 씨, 혹시 일부러 소영이 곁에 나타난 건가요?”소지훈은 갑자기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그의 반응 자체가 내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그때 나는 내 얼굴과 유난히 닮은 유희연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유희연이 세상을 떠난 후, 소지훈은 나와 함께 진소영의 수술실까지 갔었다.“소영이와 가까워지면 나랑 자주 만날 기회가 생기고 그러면 희연 씨를 보는 것 같아 좋아요?”소지훈은 급하게 부인하며 대답했다.“아니에요, 누나. 정말 그런 생각 한 적 없어요.”그는 급하게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진정하려는 듯했다. 나는 그저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누나,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전 절대 누나를 희연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물론 두 분이 닮으셨지만 저는 분명히 알고 있어요. 희연이와 누나는 같은 사람이 아니에요.” 소지훈은 진지하게 말했고 그 말은 거짓말 같지 않았다. 나는 조금 안도하며 그를 바라봤지만 여전히 걱정됐다.소지훈이 나를 유희연이라고 생각하며 그리움과 고통을 끊어내지 못할까 봐 걱정이었다. 비록 아니라고 했지만 여전히 내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그런데 왜 자꾸 소영이 곁에 나타나죠? 이건 우연일까요?”소지훈은 입술을 꼭 깨물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지훈 씨, 만약 말할 수 없다면 더 이상 소영이를 만나지 마세요.”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누나, 소영이에게 나쁜 의도가 없어요. 저는 그냥... 그녀를 지키고 싶어요. 조용히 지키고 싶어요.”소지훈은 다시 말을 멈췄다.“그냥 그렇게 생각한 거예요.”그의 진심은 보였지만 그는 진소영과 특별한 인연이 없고 그렇게 깊은 감정으로 지켜줄 이유가 없어 보였다.“왜요?”나는 그 질문을 던지면서 갑자기 무언가가 떠오르며 순간 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지훈 씨, 혹시...”이번엔 내가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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