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형은 안색이 여전히 좋지 않았고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으며 턱에는 면도하지 않은 수염이 자라 있었다. 나는 그의 이런 모습을 처음 봤다. 이 한밤중에 그도 좋은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았다.아마도 강유형은 삼촌이 저지른 일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어젯밤 내게 계속 전화를 하지 않았을 테니까. 비록 내가 그를 미워하고 그가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그를 보니 미운 감정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보고 나니 이전보다 훨씬 차분해졌다. 아마 모든 감정이 무뎌져서 그런 것 같았다.그는 문 앞에서 서 있기엔 불편해 보여서 나는 그에게 차분히 말했다.“들어와서 이야기해.”그가 들어와서 내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엄마가 모든 걸 나에게 말했어... 지원아, 미안해...”나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봤고 그가 내게 온 이유가 단순히 사과하려는 게 아니란 걸 알았다.“지원아, 내가 미안하다고 말해도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알아. 그래서 오늘 내가 너한테 묻고 싶은 건... 아니, 사실은 부탁이야...”그는 잠시 망설였다.“부탁이라고?”나는 그 단어가 입에서 나온 걸 듣고 놀랐다. 평소 그의 태도와는 다르게 참으로 드문 일이었다. 그는 늘 대충 살아가던 사람이었지만 분명히 부모에게는 효자였다.“지원아, 이건 너무 무리한 부탁이라는 건 알아. 아버지는 이제 네 부모님에 대한 빚을 갚기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이라도 목숨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을 거야. 하지만 내가 부탁할 수 있는 건 제발 아버지를 살려달라는 거야. 내가 대신 그 빚을 갚을게.”“너는 그게 무슨 빚인지 아냐?”내가 그의 말을 끊으며 차갑게 물었다.“그건 목숨이 달린 빚이야.”그러자 그의 시선이 잠시 땅에 닿았다.“알아. 그래서 네가 아버지를 용서해 준다면 네가 원하는 모든 걸 할게.”하지만 나는 그들이 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그게 바로 내게 주는 고통이었다.“그럼 네가 뭘 하면 내 부모님을 살릴 수 있겠어?”나는 그의 말을 더욱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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