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지금 도서관에 올 수 있어요? 할 얘기가 있어요.”진소영이 전화로 물었지만 나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다.“다음에 보자. 오늘은 좀 피곤해서.”나는 그녀의 부탁을 거절했고 진소영은 아무 말 없이 잠시 침묵에 잠겼다. 그런데도 나는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나는 물었다.“그렇게 중요한 일이야?”“네. 정말 중요해요.”진소영이 잠깐 망설이다가 이어서 말했다.“언니, 아니면 제가 언니한테 갈게요.”나는 진소영이 나를 꼭 만나겠다는 마음이 느껴졌다. 어쩌면 내가 진정우와의 일 때문에 괴로워하는 걸 알고 나를 위로하려는 계획일 수도 있었다.“소영아...”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언니, 주소만 보내줘요. 택시 타고 갈게요.”진소영이 말하는 동안 책을 정리하는 소리가 들렸다.창밖을 보니 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있었고 지금 택시를 타기엔 힘들 것 같았다. 거기다 그녀는 최근에 수술을 받았고 면역력이 낮은 상태여서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었다.비록 진정우와 헤어졌지만 나는 여전히 진소영을 걱정하고 있었다. 적어도 진정우가 그녀에게 맞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는 내가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결국 그녀의 고집에 내가 양보했다.“아니야, 내가 너한테 갈게.”“정말요? 그럼 기다릴게요. 언니!”진소영의 목소리가 한층 밝아진 것 같았다.전화를 끊고 나는 기사에게 도서관 주소를 말해주었고 그는 방향을 틀어 나를 그곳으로 데려갔다.비 때문인지 도서관엔 사람이 많지 않았고 나는 한눈에 진소영을 발견했다. 그녀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책은 덮어두고 창밖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었고 분명히 뭔가 고민이 있는 모양이었다.내 발소리를 들었는지 진소영이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며 내게 다가왔다.“언니, 비 맞지 않았죠? 정말 비가 많이 오네요.”진소영이 나를 살펴보며 물었다.“괜찮아.”나는 자리에 앉으며 그녀가 펼쳐놓은 책들을 보았다. 모두 덮어놓은 상태였다.저번에 이곳에서 소지훈과 마주쳤을 때 나는 그가 진소영과 친밀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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