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와서 임신했냐고 묻고 병원에 데려가려는 그 행동을 보고는, 그에게 남아 있던 마지막 정마저 사라졌다. 그동안 그의 행동들이 나를 아프게 하긴 했지만 큰 상처는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의 한마디가 내 마음을 깊이 찔렀다.나는 더 이상 진정우를 보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와 헤어졌다고 해서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최근에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외근이 많아서, 나는 그동안 회사에 가지 않았다.외근을 나온 지 사흘째 되던 날, 진소영에게 전화가 왔다. 진소영이 우리가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알았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그녀와 친구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언니, 저 좀 도와주세요. 큰일 났어요.”진소영은 전화기 너머에서 울먹거리며 말했다.“천천히 말해, 무슨 일이야?”내가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했다.“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갑자기 생리 와서 치마가 다 더러워졌어요.”진소영의 말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말한 일이 그렇게 심각한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언니, 치마 좀 가져다주세요. 위치를 보낼게요. 도착하면 화장실로 와서 저를 찾아요.”진소영은 이제 많이 회복된 상태여서, 목소리에도 힘이 붙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투에서는 내가 진정우와 싸운 사실을 아직 모르는 것 같았다.“알았어, 걱정하지 마.”“언니, 빨리 오세요! 급해요.”진소영은 초조해했지만 나는 웃으며 말했다.“조금만 기다려.”전화를 끊고 나는 안전모를 벗고 근무복을 갈아입은 후 그녀가 말한 도서관으로 갔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인터넷에서 치마와 생리대를 주문했다.도서관에 도착했을 때, 내가 주문한 옷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배송 조회를 보니 2분 후에 도착한다고 해서 나는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핸드폰을 꺼내 진소영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했을 때, 도서관에서 익숙한 인물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우리는 눈이 마주쳤고 그는 잠시 멈칫한 뒤 급하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내가 그에게 차가운 말투를 썼던 걸 떠올리며 그가 불편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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