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Chapter 471 - Chapter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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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1화

“그럼 돌아가. 하지만 지금 네 상태로는 혼자 갈 수 없어.”강유형이 단호하게 말했고 잠시 침묵하다가 강진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형, 지원이랑 같이 가줘.”강진혁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았어.”나는 거절하고 싶었지만 지금 내 상태로는 아무리 거절해도 그들이 날 혼자 두고 갈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럼 너는?”나는 강유형의 머리에 감긴 붕대를 바라보며 물었다.“난 여기 남아서 신지태 나오면 같이 갈 거야.”강유형의 목소리는 단호했다.신지태가 낯선 곳에서 그런 일을 겪고 나왔는데 아무도 기다려주는 사람이 없다면 얼마나 허전할까. 하지만 강유형의 지금 상태로 남아 있는 것도 신지태에게는 더 큰 부담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네가 이 상태로 있으면 신지태가 더 죄책감 느낄 텐데.”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괜찮아. 사고 얘기는 꺼내지 않을 거니까.”강유형은 단호히 답했다. 더는 설득해 봤자 소용없을 것 같아서 나는 화제를 돌렸다.“지태 오빠, 경기 다시 뛸 수 있을까?”이번에는 강진혁이 대답했다.“아직 몰라. 구단 쪽 반응도 봐야 하고 Q클럽의 태도에 따라 다를 거야.”문득 진정우가 떠올랐다. 이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줄 사람은 진정우일 텐데 지금은 그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다는 사실이 답답했다.나는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꺼내 귀국 비행기표를 예약하기 시작했다.“내 것도 같이 예약해 줘.”강진혁이 말하기 전까지는 그의 표까지 예약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그렇게 말하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그럼 여권 정보 줘.”강진혁은 여권을 건네는 대신 휴대폰을 꺼내 들고 말했다.“이미 예약했어. 두 장.”그의 말에 잠시 놀랐지만 그는 이어 말했다.“짐 챙겨. 한 시간 뒤에 공항으로 가자.”나는 무슨 말을 하려다 멈췄고 강진혁이 먼저 강유형을 향해 말했다.“머리 다친 건 별일 아니지만 이제 몸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해. 네 몸 상태가 예전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는 걸 잊지 마.”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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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나는 강진혁을 계속 바라봤고 그의 짧은 반응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답을 알 수 있었다.“지원아.” 강진혁이 나를 조용히 불렀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응?’솔직히, 애초에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강진혁이 그렇게 말하니, 오히려 더 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삼촌과 아줌마도 알고 있었죠?”내 질문은 물음이라기보다 확신에 가까웠다. 그들이 날 이렇게 오래 키웠는데 내 혈액형을 몰랐을 리가 없었다.“지원아. 우리 부모님이 널 데려와 키우기로 했으니, 네 혈액형 같은 건 알아야 책임질 수 있었어. 그게 이상한 건 아니야.” 강진혁은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 그들이 내 혈액형을 알고 있었다는 건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한 번도 말한 적 없다는 게 이상했다.“왜 말이 없어? 오해하지 마. 우리 부모님은 널 친딸처럼 여겼어. 절대 다른 의도는 없었어.”강진혁은 다급한 듯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걱정과 진심이 엿보였지만 나는 그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사람이란 원래 숨기려 할수록 더 드러나기 마련이고 나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다.“오빠, 사실 오빠가 이런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전혀 다른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오빠가 깊이 생각하지 말라고 하니 오히려....”내가 솔직하게 말하자 강진혁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지원아...”“오빠, 짐이나 챙겨줘요.”나는 그의 말을 더 듣지 않고 짐 챙기기를 부탁했다. 강진혁을 의도적으로 오해하려는 건 아니었지만 그의 말이 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사람이란 한 번 의심이 시작되면 그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법이다.강진혁이 짐을 챙기는 동안, 나는 자리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문득 나와 강유형의 혼약이 떠올랐다.우리 부모님이 사고를 당하기 전, 그들은 내게 물었다.“네가 아직 어릴 때 약혼을 정해놓으면 어떻겠니?”그때 나는 단호히 대답했다.“싫어요! 저는 엄마랑 아빠만 있으면 돼요.”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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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이 병실을 제대로 살펴본 건 깨어난 후 두 번뿐이었다. 처음은 진정우를 찾기 위해서였고 이번은 짐을 찾기 위해서였다.이때 강진혁이 내 앞에 다가와 가볍게 무릎을 꿇고 앉았다.“지원아, 지금은 좀 어때? 어디 불편한 데는 없고?”고개를 저으려던 찰나, 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의사와 강유형이 들어왔다.“의사 선생님 한 번 더 만나고 가. 혹시라도 몸 상태가 안 좋으면 비행기에서 처리하기 어렵잖아.”강유형이 설명하면서 시선을 강진혁에게로 돌렸다. 나는 그가 살짝 찌푸린 눈썹을 똑똑히 보았다.의사가 다가오자 강진혁은 조용히 일어나 자리를 비켜줬고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물러났다. 심장 소리를 듣고 혈압을 재는 등 몇 가지 검사를 받은 후, 의사가 말했다.“회복 상태가 좋습니다.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감사합니다.”강유형이 정중히 인사했고 의사를 배웅하며 말했다.“내가 배웅할게. 가는 김에 짐도 챙겨야 하니, 너는 여기서 지원이랑 잠시 이야기라도 나눠.”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리며 병실에는 나와 강유형만 남았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시간을 보냈다. 나는 멍하니 생각에 잠겼고 강유형은 묵묵히 나를 바라보았다. 오랜 침묵 끝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미안해.”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지금 내 눈빛이 얼마나 공허하고 흐릿한지 느낄 수 있었다.강유형은 내 옆에 앉으면서 말했다.“내가 아니었으면 네가 휴링턴에 오지도 않았을 테고 위험에 빠지지도 않았을 거야. 그리고 나를 구하려고 그렇게 많은 피를 헌혈하지도 않았을 텐데…… 게다가 진정우에게까지 오해를 사게 됐잖아.”나는 눈을 깜빡이며 시선을 떨어뜨려 그의 셔츠 두 번째 단추를 바라봤다.“미안해할 거 없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고 그로 인해 생기는 결과도 있는 법이니까.”이건 아마도 운명이었을 것이다.“지원아.”강유형은 나를 부드럽게 불렀다.“왜 그랬어? 목숨 걸고 날 구하려고 한 이유가 뭐야?”나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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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강유형이 한 발 더 다가오며 말했다.“지원아...”“강유형,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와? 너무 뻔뻔하지 않아?”나의 차가운 태도에 강유형은 내 얼굴을 바라보며 얼굴이 붉어졌고 그 표정에는 당혹감과 자책이 뒤섞여 있었다.“그래. 나도 알아. 내가 한심하다는 거.”그는 고개를 숙이며 힘없이 말을 이어갔다.“순간적인 감정에 휩싸여 내 친구에게 상처를 줬고 이제는 네가 날 구하기 위해 진정우랑 다투기까지 했지. 그런데도 내가 뻔뻔하게 이런 말을 하다니… 정말 사람이 아닌 것 같아.”그는 고개를 저으며 덧붙였다.“나는 그럴 자격도 없어.”그는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병실을 나섰다. 나와 강진혁과 함께 병실을 나설 때, 강유형은 배웅하지 않았다.공항에 도착해서 강진혁이 수속을 밟으러 간 동안, 나는 그저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몸은 여기 있지만 영혼은 어디론가 떠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뭘 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언니, 혼자 여행 가는 거예요?”이때 맑은 목소리가 들렸고 고개를 돌리니 작은 금발 소녀가 내 옆에 앉아 해맑게 물었다.그녀는 금발과 뽀얀 피부를 가진 외국 아이였지만 동양인의 짙은 눈동자를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또박또박한 한국어를 구사했다.아이들은 정말 사람의 마음을 치유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그저 나를 바라보는 이 작은 아이의 눈빛이 내 떠다니던 영혼을 단번에 붙잡아 주었다. 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언니는 여행이 아니라 집에 가는 거야.”“집에 가서 엄마, 아빠 찾는 거예요?”아이의 질문은 끝없는 궁금증으로 가득했다.나는 부모님을 찾고 싶었지만 그분들은 이미 세상에 계시지 않았다.이런 슬픈 이야기를 어린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아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언니, 남자 친구 있어요?”소녀는 방긋 웃으며 귀엽게 얼굴을 붉혔다.“왜 웃어?”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게요.”소녀는 신비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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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남자가 다가와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아이가 폐를 끼쳤네요.”“네? 하윤이가 이렇게 귀여운데...”하윤이는 아빠의 말을 듣자마자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고 나는 그녀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하윤이는 정말 사랑스러워요. 저도 하윤이가 좋아요.”“하윤도 언니 좋아해요.”하윤이의 발음이 약간 어눌했지만 귀여웠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빠를 향해 말했다.“솔직히 부모님 두 분 다 외국분인 줄 알았어요.”남자의 눈빛이 잠시 흐려졌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는 그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내가 실례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사과했다.“아, 죄송합니다...”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딸에게 손을 내밀었다.“가자, 아빠랑 탑승하러 가야지.”“언니, 우리랑 같이 가요. 안 돼요?”하윤이는 내 손을 꼭 잡으며 놓으려 하지 않았다. 나는 우리가 같은 비행기가 아니라는 말을 하려던 찰나, 강진혁이 다가왔다. 그는 손에 탑승권을 쥐고 강진혁은 부녀를 바라보며 아빠에게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언니, 우리 같이 가요!”하윤이는 어른들의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내 손을 다시 끌어당겼다.“하윤아, 언니는 우리랑 같은 비행기가 아니야.”아빠가 강진혁과 악수를 나눈 뒤, 대신 대답을 해주었다.“그럼 언니가 비행기 바꾸면 되잖아요!”하윤이는 비행기를 자주 타본 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와 서양식 이목구비를 보며, 나는 그녀가 혼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하윤아, 이제 그만하자.”아빠가 부드럽게 말렸지만 하윤은 기죽지 않은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하윤이는 언니랑 같이 비행기 타고 싶어요.”그녀의 간절한 눈빛에 나는 거절할 말을 찾지 못했고 아빠는 하윤을 안아 들며 다시 사과했다.“아이가 고집이 세서 죄송합니다.”그는 내게 고개를 숙이고 하윤을 안은 채 떠났고 하윤은 아빠 품에서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니... 하윤이는 언니가 보고 싶을 거예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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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비행기에 올라타자마자 나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강진혁과는 비행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별다른 말을 걸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비행기가 착륙하고 나서야 내가 입을 열었다.“오빠, 저는 택시를 타고 진정우를 찾으러 갈 거예요.”강진혁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뗐다.“우리 부모님이 오셨어.”그 말을 듣고 나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다.“오빠가 말씀드린 거예요?”“그래.” 강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부모님께서 네 상태를 정말 많이 걱정하셨어. 네가 혼수상태였을 때 열 번도 넘게 전화해서 네 상태를 물어보셨거든.”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요. 잠시 후에 삼촌과 아줌마가 걱정하지 않게 좋은 모습으로 인사할게요.”우리는 함께 입국장으로 걸어갔고 멀리서 강유형의 부모님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두 분 모두 초조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며 나를 찾고 있었다.“지원아!” 아줌마가 나를 보자마자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그러자 나도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강진혁과 함께 서둘러 두 분 앞으로 다가갔다.아줌마는 내 손을 잡고 내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시더니 눈가가 빨개졌다.“지원아, 너... 도대체 내가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그녀는 나를 보고 뭐라고 말하고 싶어 했지만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 아마 나를 나무라고 싶었겠지만 내가 그들의 가장 소중한 아들을 구한 것을 생각하면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결국 그녀는 나를 꽉 끌어안으며 말했다.“우리 지원이는 정말 복덩이야. 우리 가족의 구세주야.”“됐어, 됐어. 애가 다행히 괜찮으니 이제 울지 마.” 강유형의 아버지가 그녀를 다독였다.“맞아요. 지원이도 무사하고 유형이도 무사하니, 이건 정말 하늘이 우리를 도운 거예요. 기뻐해야죠.” 아줌마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지원아, 고생 많았어.” 삼촌은 내 어깨를 잡고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두 분이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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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맞아, 지원아. 부모님께서 그렇게 하신 이유는 너희가 평범한 사람들과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하려는 거였어.”강진혁이 말을 이어받았다.“지원아, 우리가 너와 유형이를 함께 있게 하고 싶었던 건 너희 둘 사이에 감정이 있었기 때문이지, 다른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야.”아줌마는 다시 한번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그들과 함께 살아온 시간 동안 그들이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지금 그들이 해준 설명을 듣고 보니, 딱히 의심할 만한 이유도 없는 것 같았다.그들 말처럼, 만약 내가 내 혈액형에 대해 일찍 알았다면 분명 불안해하며 조심스럽게 살았을 것이다. 그렇게 살았다면 지금처럼 다양한 경험을 쌓고 나다운 삶을 살지 못했을 게 분명했다.“삼촌, 아줌마. 한 가지 더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예전에 저와 강유형의 혼약을 정할 때, 혹시 우리의 혈액형과 관련이 있었던 건가요?”내 질문에 아줌마는 삼촌을 바라봤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우리가 너와 유형이가 같은 혈액형이고 그중에서도 희귀한 혈액형이라는 걸 알았을 때 정말 기뻤어. 그건 너희 둘 중 누구든 위험에 처했을 때, 다른 한 사람이 서로를 구할 수 있다는 의미였으니까.”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너희가 자라서 각자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게 되면 너희는 더 이상 상황에 따라 서로를 돕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농담처럼 너희 둘이 결혼하면 좋겠다고 말한 거야. 부부는 하나니까, 서로를 자연스럽게 도울 수 있을 테니까.”삼촌은 길게 한숨을 쉬며 말을 마쳤다.“지원아, 너와 유형이를 생각하면서 매일 마음을 졸이며 살고 있어. 혹시라도 너희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돼서 말이야.”“우리 부모님이 예전에 유명한 스님께 부탁드려 너희 둘을 위해 기도의 등불을 켜뒀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꺼지지 않았어.”강진혁이 조용히 말을 보탰다. 그 말에 나는 가슴이 묵직해졌다. 나는 단순히 삼촌과 아줌마가 가족 모두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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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차 안에서 나는 진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그가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어디야?”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진정우는 몇 초간 침묵하다가 대답했다.“돌아왔네.”짧은 말이었지만 나는 목이 메는 것 같았다. 내가 돌아온 건 결국 그가 만든 상황 때문이었다.“그래. 어디냐고. 너랑 이야기해야겠어.”내 목소리에는 분노가 묻어 있었다.“네 집으로 갈게.”진정우의 말에 나는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주어 말했다.“진정우, 내가 지금 네 말을 못 알아듣는 것 같아? 내가 말했잖아. 할 말 있다고.”진정우는 잠시 망설이더니 답했다.“집에 있어. 소영이도 같이 있어.”그의 말에서 나는 그가 내가 집에 오는 걸 원치 않는다는 걸 알아챘다.그는 소영이와의 충돌이나 언쟁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소영이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생각하면 그게 옳은 판단이긴 했다.“알았어. 그럼 집에서 기다릴게.”나는 대답을 짧게 마무리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보며 지나치는 풍경들을 보았다. 한 장면씩 스쳐 가는 그 모습들이 이상하게도 내 마음을 조금 가라앉혔다.집에 도착하자마자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마침 조나연과 마주쳤다.화장을 한 그녀는 병원에서 봤을 때보다 훨씬 생기가 돌았다. 출산 후 회복한 듯했지만 조산으로 태어난 아이는 아직 인큐베이터에 있을 것이었다. 그녀가 아이를 보러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조나연은 내 손에 들린 짐을 흘끗 보더니 비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윤지원, 너 그렇게 도도한 척하더니 결국엔 진정우랑 엮이고 강유형이랑도 질긴 관계를 이어가는구나.”그녀는 여전히 강유형에 미련이 남아있는 듯했다.그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는 건 물론이고 내 행보까지 확인하고 있는 걸 보면 그녀는 분명 우리 사이를 경계하고 있었다.“지금 네 말에 신경 쓸 기분 아니야. 그러니까 입 닫고 꺼져.”나는 단호하게 경고했다.다행히 그녀도 더 이상 말을 붙이지 않았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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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진정우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가 왜 나를 오해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헛소문으로 퍼진 기사 때문이었지만 물론 이 일에는 내 잘못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단 한 번도 나에게 확인하지 않고 단지 기사 하나만으로 나를 판단했다는 사실이 너무 화가 났다.나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내가 불편하다고 하면 지금 바로 돌아갈 거야?”“그래.” 그의 단호한 대답에 나는 이를 악물며 화를 삭였다. “진정우, 네가 이렇게 못된 놈일 줄은 정말 몰랐어.”그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태도는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내가 더 독한 말을 하려던 것도 막혀버렸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몸을 돌려 소파에 앉았다. 진정우는 나를 따라 들어왔지만 예전처럼 나와 가까이 앉지 않고 한 걸음 떨어진 거리를 유지했다.과거에는 내가 그와 조금만 거리를 두려고 해도 그는 나를 끌어안으며 무릎 위에 앉히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와의 거리감이 그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했다. 그의 이런 태도에 내 가슴이 시리고 아팠다. “진짜로 나랑 헤어질 생각이야?”“네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잖아.”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그 깊은 울림은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그건 화가 나서 한 말이야. 네가 나를 보러 오지 않아서.” 나는 억울함이 밀려와 목소리가 떨렸다.“나 보러 갔었어.” 그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근데 나는 몰랐잖아. 내가 깨어 있을 때 봤어야지.”나는 말을 이어가다 목이 메어 잠시 멈췄다.“진정우, 내가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보고 싶은 사람은 너야.”그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살짝 피하며 물었다. “정말 내가 맞아?” 그의 질문에 나는 가슴이 내려앉았다. 기사가 그에게 어떤 상처를 주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내가 그에게 얼마나 많은 의심을 받았는지 알 것 같았다.“내가 강유형을 구한 건 그를 사랑해서가 아니야. 그는 그냥 한 생명이었을 뿐이야. 그날 그 자리에 강유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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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진정우는 늘 솔직한 사람이어서 감정을 숨기거나 돌려 말하지 않았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진심 그대로였고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방금 그의 말을 듣고 나는 깨달았다. 그가 이렇게 단언한 것은 단순히 한두 번의 오해 때문이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쌓여온 불안과 의심이 결국 이렇게 표출된 것이다.나는 진정우와 함께한 이후로, 강유형과의 과거가 우리 관계에 영향을 미칠까 두려워 항상 강유형과 거리를 두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정우는 여전히 내가 강유형을 잊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이런 감정은 단지 수혈 때문만이 아니라, 그동안 반복된 상황 속에서 점점 커져 온 것이 분명했다.“진정우, 결국 네가 생각하기에 내가 널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구나.”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널 사랑한다고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네.”“정말 사랑했다면 그렇게 쉽게 헤어지자고 말하지 않았겠지.” 진정우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상처가 담겨 있었다.나는 무력하게 눈을 감았다. “그건 화가 나서 한 말이었잖아. 내가 설명했잖아.”그리고 쓴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나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었는데 넌 그걸 바로 받아들였어. 진정우, 나도 이제 네가 처음부터 날 원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야 하는 거야?”‘억지로 죄를 만들려면 구실은 얼마든지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상대를 비난하려는 의도만 있으면 어떤 이유든 만들 수 있는 법이었다.이때 진정우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가 헤어지는 게 맞는 것 같네.”그의 말에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왔다. 나는 그에게 이렇게까지 설명했는데도 여전히 이런 식으로 반응하다니 정말 화가 났다. 나는 그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 “그래, 헤어지는 게 맞다? 결국 네가 그렇게 원했던 거구나.”진정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의 목이 움직이는 걸 보니 무언가 말하고 싶어도 멈춘 듯했다. 나는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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