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다가와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아이가 폐를 끼쳤네요.”“네? 하윤이가 이렇게 귀여운데...”하윤이는 아빠의 말을 듣자마자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고 나는 그녀의 천진난만한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하윤이는 정말 사랑스러워요. 저도 하윤이가 좋아요.”“하윤도 언니 좋아해요.”하윤이의 발음이 약간 어눌했지만 귀여웠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빠를 향해 말했다.“솔직히 부모님 두 분 다 외국분인 줄 알았어요.”남자의 눈빛이 잠시 흐려졌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는 그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내가 실례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사과했다.“아, 죄송합니다...”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딸에게 손을 내밀었다.“가자, 아빠랑 탑승하러 가야지.”“언니, 우리랑 같이 가요. 안 돼요?”하윤이는 내 손을 꼭 잡으며 놓으려 하지 않았다. 나는 우리가 같은 비행기가 아니라는 말을 하려던 찰나, 강진혁이 다가왔다. 그는 손에 탑승권을 쥐고 강진혁은 부녀를 바라보며 아빠에게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언니, 우리 같이 가요!”하윤이는 어른들의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내 손을 다시 끌어당겼다.“하윤아, 언니는 우리랑 같은 비행기가 아니야.”아빠가 강진혁과 악수를 나눈 뒤, 대신 대답을 해주었다.“그럼 언니가 비행기 바꾸면 되잖아요!”하윤이는 비행기를 자주 타본 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와 서양식 이목구비를 보며, 나는 그녀가 혼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하윤아, 이제 그만하자.”아빠가 부드럽게 말렸지만 하윤은 기죽지 않은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하윤이는 언니랑 같이 비행기 타고 싶어요.”그녀의 간절한 눈빛에 나는 거절할 말을 찾지 못했고 아빠는 하윤을 안아 들며 다시 사과했다.“아이가 고집이 세서 죄송합니다.”그는 내게 고개를 숙이고 하윤을 안은 채 떠났고 하윤은 아빠 품에서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니... 하윤이는 언니가 보고 싶을 거예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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