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우의 영상 통화가 걸려 왔을 때, 나는 호텔 발코니에서 비 내리는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낯선 도시는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기운을 준다.창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는 그런 감정을 더 깊게 파고들었다.며칠 전 영상 통화에서 들었던 대화가 머릿속을 맴돌았다.강유형이 왜 진정우에 대해 다 아냐고 물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진정우는 단순한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진씨 가문의 사람이었다.나는 그를 평범한 회사원이라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숨겨진 거대 재산을 가진 부잣집 자제였다.그런데 왜 그는 자신을 숨겼을까? 혹시 영화나 소설처럼, 자기기 재산이나 신분 때문에 사랑받고 싶지 않았던 걸까?이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순간 핸드폰이 울렸고 화면에 나타난 진정우의 얼굴은 여전히 차분하고 잘생겼다.“지원아, 내가 설명할게.”그의 말은 단도직입적이었다. 이미 내가 모든 걸 알았다는 걸 그는 직감하고 있었다.“뭘 설명하려는 건데?” 나는 다리를 꼼지락거리며 일부러 무심한 척 물었다.“널 일부러 속이거나 숨긴 건 아니야.” 그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나는 창문에 손가락으로 무심히 선을 그으며 말했다.“뭐, 네가 말하지 않은 것도 네 선택이지.”“지원아...”“진정우, 네가 날 강유형에게 맡긴 건, 그가 진씨 가문과 협력하려면 널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겠지?”“그건...”“하지만 일반적인 남자 친구라면, 전 남자 친구에게 여자 친구를 맡기진 않지 않아?” 나는 낮게 속삭였다.“지원아...”“내가 네게 했던 말 기억나? 나는 거짓말을 제일 싫어한다고 했잖아.”내 마음은 이미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알아. 네가 알게 되면 말하려고 했어. 하지만 적당한 시기를 찾지 못했어.” 그의 목소리는 간절했다.“시기를 찾지 못했다니. 진씨 가문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고 나서 말하려고 했던 거야? 아니면 오늘 내가 우연히 듣지 않았다면, 영영 말하지 않았겠지?”그는 한동안 침묵하다 답했다.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