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의 모든 챕터: 챕터 441 - 챕터 450

467 챕터

제441화

“리영아...”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물었다.“지금 내가 선배를 따라가면 붙잡을 수 있을까?”지금 따라간다 한들 불가능했다.안리영은 현재 병원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라 의료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조나연은 완전히 정신이 나간 상태야. 막다른 길에서 어떻게든 물고 늘어지는 거라고.”안리영은 차분히 말했다가 잠시 멈추더니 덧붙였다.“뇌 검사를 한번 받아보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그녀의 말은 농담 같았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내 표정을 읽은 그녀가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 치며 말했다.“제발 그런 표정 짓지 마. 이건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어떻게 상관없을 수 있겠어?’조나연이 안리영을 공격하는 건 나 때문이었다.그녀가 사고를 당했을 때 내가 안리영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면 그녀가 수술실에 들어갈 일도 없었을 것이다.“상관있든 없든, 난 조나연을 만나야겠어. 지금 당장 가서 얘기해 볼 거야.”내 목소리에는 이미 결심이 담겨 있었다. 그러자 안리영이 내 팔을 잡았다.“지금 네가 찾아가면 조나연은 우리가 겁먹었다고 착각할 거야. 좋은 소리 나올 리 없고 오히려 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할 수도 있어.”“그녀가 뭘 요구하든 상관없어. 어디까지 나올 수 있는지 보려고.”나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안리영은 내 성격을 잘 알기에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그래, 네 마음대로 해. 하지만 걔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잊지 마. 너를 자극하려는 거야. 절대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마.”“넌 어디 갈 건데?”내가 묻자 그녀는 담담히 대답했다.“원장실에 가서 상황을 먼저 설명할 거야.”나는 억눌린 화를 삼키며 말했다.“그럼 조금 있다가 다시 만나자.”“네 감정만 잘 다스려. 그녀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걔는 널 자극해서 무리수를 두게 만들려는 거야.”안리영의 조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이번엔 내가 걔 계획을 다 망쳐놓을 거야.”우리는 병실을 나섰다. 그녀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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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조태혁은 내 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다시 붉어졌다.“온순하다고? 그런 말로 사람을 모욕하지 마. 우리 일은 이미 끝났어, 더 이상 끄집어내지 말라고!”그가 화난 기색을 숨기면서도 참으려는 모습이 우습기 그지없었다. 나는 한 발 더 다가갔다. 그러자 그는 얼른 한발 물러서며 팔짱을 끼고 마치 내가 덮칠 것처럼 몸을 방어했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피식 웃음이 났다.“뭐가 그렇게 무서워? 내가 너한테 뭐라도 할까 봐? 이렇게 쩔쩔매는 너를 보니까, 왜 갑자기 이렇게 얌전해졌는지 더 궁금해지네.”“얌전한 게 싫어? 설마 내가 누나한테 다시...”그는 말끝을 흐리더니 고개를 저었다.“제발 그만 좀 해. 다 끝난 일이야. 그리고 더 다가오지 마. 아니면 촬영해서 증거로 남길 거야.”나는 조태혁이 겁먹은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솔직히 말해봐. 강진혁이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너를 이렇게 얌전하게 만들었는지.”그는 갑자기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 비켜 줘. 나 지금 바빠.”나는 일부러 그의 앞에 다리를 쭉 뻗어 길을 막았다.“모르는 척하지 마. 너 지금 강진혁 밑에서 일하는 거잖아. 아니면 네가 네 친누나까지 팔아넘길 리가 없잖아?”그 말에 조태혁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나는 그의 몸 위아래를 쓱 훑어보며 말했다.“그리고 네가 입고 있는 이 옷들, 전부 비싼 브랜드네? 예전에는 네 누나가 강유형 카드를 긁어댔으니 이해했지만 지금은 그런 호사가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럼 이건 뭐야? 강진혁이 사준 거?”조태혁은 침묵하며 얼굴을 돌렸다. 나는 그의 입을 막은 사람이 강진혁일 거라고 확신하며 비웃었다.“조태혁, 너 예전에 나한테 했던 짓들? 솔직히 별로 신경도 안 써. 그냥 철없는 애가 심심해서 장난친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말이야...”나는 일부러 말을 끊으며 그의 시선을 끌었다.“네 누나까지 팔아넘겼다는 건 정말 최악이다.”내 말에 조태혁의 눈이 불타오르듯 붉어지며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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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나는 여전히 TV 속 탁구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두 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벌이는 치열한 대결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로웠다.공이 오고 가는 멋진 랠리를 감상하며 나는 조나연에게 물었다.“이 경기, 누가 이길 것 같아?”하지만 그녀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날카로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네가 감히 여길 왜 온 거야?”나는 그녀의 병상 옆에 놓인 의자를 당겨 앉으며 무심히 대꾸했다.“내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거 아니야?”사실 그녀가 안리영을 고소한 것도, 결국 나를 겨냥한 거였다.“네가 와도 소용없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내가 직접 당하는 것보다 더 아프게 만들어주겠어.”조나연은 이제 가식조차 벗어던지고 노골적으로 독설을 퍼부었다.그 순간,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성공시키며 한 세트를 따냈다. 관중들의 환호가 들렸고 나도 자연스레 TV에서 눈을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조나연의 얼굴은 창백하고 입술은 푸르스름했다. 살이 빠져 초췌해진 모습은 한눈에도 안쓰러워 보였다.“내가 무슨 대가를 치를진 모르겠지만 넌... 요즘 상태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네.”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손대지 마!”그녀는 경계심에 찬 눈빛으로 몸을 움츠렸다. 나는 피식 웃으며 손을 거두었다.“왜 그래?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순간, 어젯밤 진정우가 장난스럽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내일 손톱 좀 다듬어줄게.’그 말이 떠오르자 괜히 웃음이 나왔다.“윤지원, 차라리 날 죽여.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널 끝장낼 거야.”조나연은 이를 악물고 위협했다. 나는 손톱을 보며 흘깃 웃고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누가 누구를 끝장낼지는 두고 봐야겠지.”그녀는 나를 향한 증오로 눈빛을 번뜩였지만 대답하지 않았다.경기는 더욱 치열해졌고 두 선수는 열 번이 넘는 랠리를 주고받으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나는 화면을 보며 감탄이 절로 나왔다.“진짜 멋지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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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조나연은 갑자기 옆으로 몸을 피했다. 그녀의 반응이 너무 빨라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너 왜 그렇게 겁먹어? 나 그냥 리모컨 가져가려고 했던 건데.”리모컨을 손에 들며 웃자 그녀의 얼굴은 금세 빨개졌다가 창백해졌다. 나는 리모컨으로 TV를 다시 켜고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화면 속에서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점수는 8대 8, 이제 단 두 점만 더 따면 승부가 결정될 상황이었다.“나가!”조나연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나는 리모컨을 들어 그녀를 가리키며 태연히 말했다.“조용히 좀 해. 경기 끝나면 얘기하자고.”사실, 그녀를 약 올리려는 마음도 조금 있었지만 나는 정말로 경기가 궁금하기도 했다. 스포츠 팬이라면 알 것이다. 이런 명승부는 놓치면 평생 아쉬움이 남는 법이다.다행히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우리 내기할래? 둘 중 누가 이길 것 같아? 맞추면 네 조건 하나 들어줄게. 뭐든지.”내 제안에 그녀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진짜야?”“믿기 힘들면 녹음해도 돼.”마침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한 점을 내주며 9대 8로 뒤처졌다. 나는 흘낏 그녀를 보며 말했다.“빨리 골라. 지금 아니면 기회 없어.”하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스포츠에 관심 없고 화장품이나 연예인을 더 좋아하는 그녀였다.그러는 사이,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멋진 리턴으로 다시 9대 9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긴장감이 감돌았다.“2 점 남았어. 이제 정말 끝나가. 선택할 거면 빨리해.”나는 재촉하며 말했다. 그 순간 상대 팀 선수가 작전 타임을 요청하며 경기가 잠시 멈췄다.휴식 시간은 단 1분.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기회 줄 테니까 다시 한번 생각해 봐.”조나연은 나를 비웃으며 말했다.“너, 그냥 나랑 얘기하고 싶었던 거 아니야? 이런 시시한 경기로 뭘 어쩌겠다고.”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고 말했다.“기회 줬는데 네가 안 잡은 거잖아. 그럼 됐어.”그리고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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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나는 TV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화면은 다시 경기장으로 바뀌었고 상대 팀의 공이 살짝 빗나가자 환호성이 터졌다. 내가 응원하던 선수가 라켓을 높이 들며 승리를 알렸고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TV에서는 승리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나는 의자를 돌려 조나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겼네.”조나연은 내 말을 무시하듯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경기도 다 봤으면 이제 할 말 해봐. 왜 왔어?”나는 발로 바닥을 밀며 의자를 그녀 앞으로 당겼다. 다리를 꼬며 앉자 어젯밤 안리영과 구 교수와의 저녁 자리에서 입었던 검정 실크 치마의 트임이 자연스레 올라가 허벅지가 드러났다.내 피부는 원래도 하얗지만 검은 치마와 대조되며 더 환히 빛났다. 조나연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내 다리에 멈췄다. 그녀 역시 피부가 좋은 편이었지만 내 모습에 어쩔 수 없이 부러움이 서린 표정을 지었다.그녀가 이런 부러움을 느낀 이유를 나는 알고 있었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그녀는 이런 자신감을 한동안 잃었을 것이다. 게다가 내 허벅지에 희미하게 남은 흔적이 더욱 그녀의 시선을 잡아끈 모양이었다.그 흔적은 진정우가 남긴 것이었다. 자세히 본다면 어떻게 사랑을 나누었을지 한 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조나연 같은 경험 많은 여자는 이해하지 못할 리 없었다.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가 금세 분노로 물들었다.“이런 걸 자랑하려고 온 거야? 설마 그 자국 강유형이 남긴 거 아니겠지?”조나연의 말은 독살스러웠지만 나는 전혀 기죽지 않았다.“넌 네 남편 곁에 누워서 다른 남자 생각하는 스타일이잖아. 날 네 기준으로 판단하지 마.”내 말에 조나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너도 마찬가지잖아. 강유형이랑 십 년을 자다가 이제 지겨워서 다른 남자를 찾은 거잖아.”나는 가볍게 웃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게 전혀 놀랍지 않았다. 사실, 나와 강유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만약 내가 강유형과 한 번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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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뭐 하는 거야? 핸드폰 내놔!”조나연이 소리치며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달려들었다.그녀의 반응은 분명히 심상치 않았고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게 느껴졌다.나는 더욱 궁금해졌고 핸드폰을 그녀에게 내주지 않으며 피했다.그러는 사이 전화는 이미 연결되었고 수화기 너머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전화를 끊었는데 왜 다시 걸죠?”그 목소리는… 소희연이었다.잠시 멍해졌다가 모든 게 한순간에 이해되었다.소희연이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이야. 한 남자를 차지하기 위해 이렇게 비열한 수를 쓰다니.“소 교수님, 이제 산부인과도 관여하시나요?”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 아무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나는 한 손으로 조나연의 시도를 막으며 비웃음을 섞어 말했다.“왜 아무 말도 없으세요, 희연 교수님?”그러자 전화는 바로 끊겼다. 소희연은 자신이 들켰다는 걸 알고 도망친 것이다.조나연은 핸드폰을 다시 빼앗으려 하면서 손톱으로 내 손등을 긁었다. 날카로운 통증이 손등을 타고 번졌고 나는 화를 꾹 참으며 그녀를 노려보았다.“진짜 미친 거 아니야? 핸드폰 내놔!”나는 피가 스며 나오는 손등을 바라보며 핸드폰을 꽉 쥐었다. 그녀와 소희연이 공모했다는 사실이 분노를 끌어올렸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한 발을 들어 그녀를 찼다.조나연은 침대 가장자리로 나가떨어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허리를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나는 그녀 앞에 반쯤 쪼그려 앉아 차갑게 말했다.“소희연이 너한테 얼마를 준 거야? 그렇게 돈이 필요했어? 돈 몇 푼에 사람 목숨까지 해치려고 해? 네 양심은 어디에 팔아먹었어?”조나연은 침대 가장자리를 붙잡고 앉아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입술은 떨리고 있었다.나는 그녀가 정말 아픈 건지, 아니면 동정을 얻으려는 건지 상관하지 않고 단호하게 경고했다.“내가 경고할게. 더 이상 내 사람 건드리지 마. 그리고 네 뒤에 있는 그 사람에게도 전해. 걔가 한 짓은 내가 전부 폭로할 거라고.”조나연은 나를 붙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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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놀이공원을 달라고?”나는 황당하다는 듯 되물었다.‘미친 여자가 정말 착각하고 있나?’“안 돼.”나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왜 안 된다는 건데?”조나연이 이유를 따지며 물었지만 나는 한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내 침묵을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했다.“강유형이 준 거라 그런 거야?”‘혼자만의 상상이 참 대단하네’“그날 개장식에서 삼촌이 뭐라고 했는지 못 들었어?”나는 담담하게 그날의 일을 다시 짚어 말했다.“그건 그냥 사람들 입을 가리려는 말이겠지.”조나연은 비웃으며 받아쳤다. 더는 그녀와 말싸움을 이어갈 가치가 없었다.“그래, 그럼 네가 놀이공원을 가지려는 이유가 뭐야?”“돈이 되잖아. 그걸 갖게 되면 평생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그녀의 대답은 현실적으로 들렸지만 왠지 그게 전부는 아닐 것 같았다.“조나연, 진심을 말하지 않으면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줘야 하겠어?”나는 단도직입적으로 그녀를 몰아붙였다. 그러자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정말 진심으로 말해도 돼?”나는 대꾸하지 않고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러자 그녀가 다급히 내 팔을 붙잡았다.“솔직히 말할게. 네 걸 뺏고 싶어서.”그녀의 대답은 충격적이었지만 동시에 우스꽝스러웠다.“왜?”나는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우린 과거에 만난 적도 없고 아무런 관계도 없잖아. 그런데 왜 굳이 내 걸 뺏고 싶은 건데?”조나연은 씁쓸하게 웃었다.“역시 넌 기억도 못 하겠지.”“뭘 기억 못 한다는 거야?”내가 묻자 그녀는 과거의 이야기를 꺼냈다.“학교 다닐 때 넌 참 잘 나갔지. 상도 많이 받고. 혹시 기억나?”나는 솔직히 그녀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너, 예전에 토론 대회 나갔었지? 네 팀이 우승했고 너는 최고 토론상을 받았잖아. 주제는 ‘공과 사’였던 것 같은데. 나도 그 대회에 참가했었어.”그녀는 멀리 어딘가를 응시하며 말을 이어갔고 나도 그녀가 말하는 대회는 어렴풋이 기억났다. 하지만 워낙 많은 대회에 나갔던 터라 특별히 기억에 남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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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끝까지 가보자고?”조나연의 말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자기 남편의 목숨까지 도구로 쓸 수 있는 여자가 남의 인생은 뭐 대수겠어?’그녀는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욱 경계해야 했다.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낮게 말했다.“좋아. 어디 한 번 해보자.”말을 끝낸 뒤 나는 다리를 휙 들어 그녀의 손길을 뿌리치고 병실을 나섰다.문 앞에 다다랐을 때, 문득 그녀의 무리한 행동으로 세상에 일찍 태어난 그 아이가 떠올랐다.그래서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냉정하게 한마디를 던졌다.“조나연, 네가 사람이라면 네가 낳은 아이에게 얼굴이라도 비춰. 적어도 그 애가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났는지는 알아야 할 거 아니야.”내 말을 들은 그녀는 멈칫했지만 나는 더는 신경 쓰지 않고 발길을 돌렸다.나는 안리영의 휴게실로 향했다. 약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그녀가 들어왔다.“왜 아직도 안 갔어?”그녀는 웃으며 물었다.“괜히 딴소리하지 마. 원장은 뭐래?”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냥 보고서 하나 쓰고 조사에 협조하래. 별거 없었어.”그녀는 물을 따르며 태연하게 말했다.“근데 넌 조나연하고는 잘 해결했어?”나는 소희연과 조나연의 연루된 상황이 떠올라 곧장 답하지 않고 되물었다.“넌 조나연이 왜 널 건드린다고 생각해?”안리영은 물 한 잔을 내밀며 말했다.“미친개처럼 물어대는 거겠지.”그녀는 일부러 내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듯 대답했다.“그럼 왜 하필 너일까?”나는 그녀가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보길 바라며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담담히 말했다.“나를 이용해 너를 겨냥하려는 거겠지.”“그게 전부일까?”나는 다시 한번 되물었다. 그러자 안리영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지원아, 너 지금 뭘 알고 있는 거야? 아니면 조나연한테서 무슨 얘기를 들은 거야?”“조나연이 이렇게까지 하는 건 네 커리어를 망치고 타격을 주려는 거겠지. 물론 나를 겨냥한 복수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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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나는 안리영의 계획을 곰곰이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네가 이렇게 떠나면 원장님도 좀 당황하시겠네. 너 지금 우리 해동 산부인과의 최고 실력자잖아.”“맞아. 이 상황을 이용하려는 거야. 어쩌면 이번 기회에 부원장 자리 하나 받을지도 모르지.”안리영의 욕심은 사실 별거 없었다. 나는 그녀의 용감함에 엄지를 치켜세우며 감탄했다.“다른 사람들이 너에게 상처를 주려고 해도 넌 그걸 기회로 만들어 더 빛나는 사람이 되는구나.”그녀는 책상 위에 놓인 내 핸드폰을 가리키며 말했다.“네 VIP 계정으로 비행기 표 하나 예약해 줘.”진짜 ‘산부인과의 명의’답게 계획을 세우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모습이었다.나는 바로 그녀를 위해 당일 출발하는 항공권을 예약했다. 그리고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주어 짐을 챙길 시간을 줬다.공항으로 가는 길, 나는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근데 원장님이 너 조사받아야 한다고 했잖아. 이러고 가버리면 괜찮아?”안리영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와서 그걸 묻는다고? 늦지 않아?”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답네.”“모든 수술 과정은 기록에 남아 있고 영상도 있고 가족과의 대화도 다 문서로 남아 있어. 조사할 게 있으면 그들이 알아서 하면 되지. 내가 남아서 뭐 하겠어?”그녀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굳이 남아 있어봤자 안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더 기세를 부릴 뿐이었다.“근데 구 교수한테는 미리 말 안 해도 돼? 너 바로 따라가면 깜짝 놀랄걸?”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물었다.그녀는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돌발 검사를 하려는 거지. 혹시 구 교수와 소희연이 몰래 무슨 짓이라도 하고 있을지 모르잖아.”그녀의 대답에 나는 살짝 당황하며 물었다.“그럼 너 구 교수를 못 믿는 거야?”“그게 아니라, 사람의 본성을 믿지 않는 거지. 고양이가 생선을 안 훔쳐 먹는 걸 본 적 있어?”역시 사람의 본성과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의사다운 대답이었다. 안리영은 직접 겪은 일이 아니어도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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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강유형의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일이야?”내 물음에 그의 얼굴은 한층 어두워졌다.“싸움에 휘말렸어.”해외에서, 그것도 중요한 시합을 앞둔 상황에서 싸움이라니. 뭔가 심상치 않았다.“지태 오빠가 직접 너한테 연락한 거야?”강유형은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말했다.“아니, 지금 구금 상태에 있어.”“구금?”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상황이 안 좋아. 자칫하면 장기 구금도 각오해야 할지도 몰라.”나는 숨이 턱 막혀 아무 말도 못 했다. 내 표정을 읽은 강유형은 차분히 설명했다.“정확한 건 나도 몰라. 지태 팀 동료가 전화로 알려준 거야. 가서 상황을 확인해 봐야 해.”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상황 알게 되면... 연락 좀 해줘.”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물었다.“너도 같이 갈래?”뜻밖의 제안에 나는 당황했다.“지태 팀원이 그러더라. 지금 상태가 안 좋아서 굉장히 예민하고 흥분 상태래. 네가 가면 그를 좀 진정시킬 수 있을 거라고.”신지태는 내게 단순한 친구 이상의 존재였다. 가족처럼 나를 아껴주던 그를 생각하면 그의 곁에 있어야 한다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문제는 강유형과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이었다.과거, 강유형은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이었다.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지금의 진정우에게 똑같은 상처를 줄 수는 없었다.“먼저 가. 난 짐을 챙기고 바로 갈게.”나는 단호하게 말했다.“짐은 거기서 사도 되잖아.”그의 말은 선을 넘는 듯했다. 내가 짐을 챙긴다는 말은 사실 따로 가겠다는 뜻이었지만 그는 그것조차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그는 가방에서 여권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이거, 네 거야.”그제야 나는 잊고 있던 여권이 그의 손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과거 우리가 해외여행을 갔을 때 그의 가방에 넣어둔 것을 깜빡했던 것이다.나는 여권을 받으려 손을 내밀었지만 그는 주지 않고 멈칫했다.몇 초간의 정적이 흐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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