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TV 속 탁구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두 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벌이는 치열한 대결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로웠다.공이 오고 가는 멋진 랠리를 감상하며 나는 조나연에게 물었다.“이 경기, 누가 이길 것 같아?”하지만 그녀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날카로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네가 감히 여길 왜 온 거야?”나는 그녀의 병상 옆에 놓인 의자를 당겨 앉으며 무심히 대꾸했다.“내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거 아니야?”사실 그녀가 안리영을 고소한 것도, 결국 나를 겨냥한 거였다.“네가 와도 소용없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내가 직접 당하는 것보다 더 아프게 만들어주겠어.”조나연은 이제 가식조차 벗어던지고 노골적으로 독설을 퍼부었다.그 순간,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성공시키며 한 세트를 따냈다. 관중들의 환호가 들렸고 나도 자연스레 TV에서 눈을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조나연의 얼굴은 창백하고 입술은 푸르스름했다. 살이 빠져 초췌해진 모습은 한눈에도 안쓰러워 보였다.“내가 무슨 대가를 치를진 모르겠지만 넌... 요즘 상태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네.”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손대지 마!”그녀는 경계심에 찬 눈빛으로 몸을 움츠렸다. 나는 피식 웃으며 손을 거두었다.“왜 그래?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순간, 어젯밤 진정우가 장난스럽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내일 손톱 좀 다듬어줄게.’그 말이 떠오르자 괜히 웃음이 나왔다.“윤지원, 차라리 날 죽여.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널 끝장낼 거야.”조나연은 이를 악물고 위협했다. 나는 손톱을 보며 흘깃 웃고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누가 누구를 끝장낼지는 두고 봐야겠지.”그녀는 나를 향한 증오로 눈빛을 번뜩였지만 대답하지 않았다.경기는 더욱 치열해졌고 두 선수는 열 번이 넘는 랠리를 주고받으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나는 화면을 보며 감탄이 절로 나왔다.“진짜 멋지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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