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의 모든 챕터: 챕터 431 - 챕터 440

467 챕터

제431화

안리영이 웃으며 말했다.“좋아, 그렇게 하자.”“어머, 이렇게 쉽게 대답한다고? 구 교수님한테 물어보긴 했어?”나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물었다.“물어볼 필요 없어.”안리영이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나는 순간 깨달았다.“설마 내일 둘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한 거 아니야?”“뭐, 그런 거지. 그래도 네 명이서도 괜찮아.”안리영은 윙크하며 돌아섰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속으로 웃었다. 구 교수가 떠나는 걸 아쉬워하지 않을 리 없지만 안리영은 절대 티를 내지 않았다.“내일은 제대로 대접해야겠어. 그리고 이벤트도 준비하자.”나는 진정우에게 작게 속삭였다.“이벤트? 뭔데?”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나는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럭셔리 스위트룸.”진정우는 스위트룸 대신 저녁 식사를 해동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호텔로 정했다.“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두 분 덕분에 과분한 대접을 받네요.”진정우가 청혼한 이후, 안리영은 나를 이미 진정우의 아내로 대하고 있었다.“구 교수님은 소영이를 살려주신 분입니다. 이 정도는 대접해야죠.”진정우는 공손하게 대답했다. 흰 가운 대신 세련된 정장을 입은 구 교수는 더욱 빛났다. 오늘 진정우 역시 평소와 달리 정장을 차려입었는데 드라마 속 재벌 2세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정우 씨, 이렇게 멋지면 반칙 아니에요? 비주얼로 제대로 군기 잡는데요?”안리영이 감탄하며 말했다.“내가 고른 거야.”나는 자랑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녁 식사는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나와 안리영은 먹고 마시며 분위기를 띄웠고 구 교수는 친근하고 유쾌하게 사람들을 대했다.진정우는 평소 조용한 이미지와 달리, 구 교수와 학술적인 대화를 나누며 놀라운 지식 면을 보여줬다.“너희 집 진정우, 진짜 보물이네. 모르는 게 없어.”화장실로 가는 길에 안리영이 감탄하며 말했다.“그럼, 내가 온 우주를 돌아다니며 찾아낸 보물이거든.”나는 손을 씻으며 농담처럼 말했다.그 순간, 남자 화장실에서 강유형이 나왔다. 그는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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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강씨 가문을 붙잡아 뒀다고?’이 말도 충격적이었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진수로가 진정우에게 ‘우리’라고 표현했다는 점이었다.안리영도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된 듯,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숨을 죽인 채 진정우의 대답을 기다렸다.진정우는 고급 맞춤 정장을 입고 강한 카리스마를 풍기며 서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고위 결정권자 같았고 진수로는 오히려 그의 부하처럼 보였다.“힘들면 알아서 결정하세요.”진정우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그럼 오늘 강씨 가문과 최종적으로 논의할게.”진수로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고 곧이어 물었다.“시간 되면 한 번 같이 밥 먹자.”진정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요즘 바빠서...”진수로는 거절당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말을 더 해보려는 듯했지만, 진정우는 그 기회를 주지 않았다.“난 지금 약혼녀와 친구들과 저녁 식사 중이라 다른 얘기는 나중에 합시다.”그는 말을 마치고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진수로는 그가 떠나는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려놓았다.그들이 멀어지자 안리영이 나를 쿡 찌르며 말했다.“야, 진수로가 진씨 가문의 상속자잖아. 그런데 진정우 앞에서는 마치 말단 직원 같네.”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건 처음 겪는 일이 아니었다.“진정우가 회사에 없어서는 안 되는 인재라서 그런가? 요즘 대기업들은 기술형 인재를 중요하게 여기잖아.”나는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하며 웃었다.“하, 우리나라에 인재가 넘쳐나는데 그런 이유는 아닐걸?”안리영은 코웃음을 쳤다.“그럼 왜 그런 거지?”나도 고개를 갸웃거렸다.“혹시... 진정우도 진씨 가문 사람 아니야?”안리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그 말에 나는 잠시 멍해 있다가, 그동안의 기억이 스쳐 갔다.그리고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말도 안 돼. 소영이 수술비도 내가 냈는데 그가 진씨 가문 사람이라면 그럴 리 없어.”“그러고 보니 그러네. 그런데...”안리영은 잠시 뜸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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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나는 창밖의 반짝이는 불빛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만약 그 둘이 정말 뭔가 있었다면 벌써 그런 기류가 있었겠지. 그랬다면 너한테 기회조차 없었을 거고.”“맞아. 내가 구 교수를 좋아할 때, 그도 날 좋아했어. 우리는 같은 주파수에 있었어. 비록 완전히 같은 차원은 아니어도.”안리영은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의 말이 자신을 위로하려는 건지 진심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굳이 부정하지 않고 맞장구를 쳤다.“너희는 정말 영혼의 짝 같아.”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그녀에게 다가가 장난스럽게 물었다.“근데 너희 혹시... 그냥 영혼만 통하는 게 아니라 몸도...”안리영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아직은 아니야.”“그럼 그가 주저하는 거야? 아니면 네가 아직 망설이는 거야?”나는 그녀를 계속해서 놀렸다.“그냥 뭔가 아직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그녀는 숨김없이 솔직히 말했고 나는 고민하는 척하며 말했다.“그럼 오늘 나와 정우가 너희를 위해 호텔 스위트룸을 하나 잡아줄까? 분위기만 맞추면 다 잘 될걸?”“야, 됐거든? 그런 거 분위기 아니고 민망한 거야.”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내 말을 받아넘겼다.“근데 왜 그렇게 날 빤히 쳐다봐?”“네가 언제 이렇게 능글맞아졌나 싶어서.”안리영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여자는 살짝 나쁜 구석이 있어야 남자가 더 좋아하는 법이거든.”우리는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그곳에서는 진정우가 이미 돌아와 구 교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 앉으며 아까 화장실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라 슬쩍 말을 꺼냈다.“아까 대표님 만났어.”“그래?”그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했다.“둘이 뭐라고 얘기했어?”나는 그의 반응을 살피며 물었다.“화장실에서 잠깐.”진정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자연스럽게 대답했다.나는 물 한 모금을 마시며 살짝 더 떠봤다.“근데 대표님이 KS 그룹이랑 협력 논의 중인 것 같더라.”“맞아.”이번에도 그는 짧게 대답했다.“응?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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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나와 진정우는 구 교수 바로 옆방에 묵게 되었다.사실 내가 호텔에 머물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 오늘 밤 안리영이 구 교수 방에 남게 될지 궁금해서였다.진정우와 방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바로 테라스로 나갔다. 발을 들이기 무섭게 구 교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리영아, 너도 해외에서 커리어를 이어가는 걸 생각해 본 적 있어? 너 정도 실력이면 해외에서도 훌륭히 인정받을 수 있을 거야.”나는 몸을 숙여 테라스 너머를 살폈다. 구 교수는 안리영을 다정하게 감싸안은 채 테라스 난간에 기대어 화려한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글쎄, 오늘 전까진 생각해 본 적 없어.”안리영의 목소리는 평소의 차가운 톤과는 달리 한없이 부드러웠다.“그럼 이제 생각해 볼래?”구 교수의 말투는 부드럽고 다정했다.안리영은 대답하지 않았고 구 교수는 이어서 말했다.“네가 마음만 먹는다면 내가 거기서 네가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선배.”안리영이 부르며 그의 품에 안긴 채 물었다.“선배는 국내로 돌아올 생각 없어?”구 교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단호히 대답했다.“...없어.”안리영은 그의 품속에서 머리를 들고 물었다.“왜?”“해외에서 경력을 쌓다 보니 특정 국가에 국한되는 게 싫어. 글로벌하게 일하고 싶어.”그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의 말에 안리영은 잠시 침묵했다.“선배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건 맞지만 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쌓아온 인맥은 전부 국내에 있는데...”그녀의 말을 들으며 나는 마음 한구석이 찡해졌다. 안리영은 사랑에 눈이 멀지 않고 현실적인 관계와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었다.“알아. 내가 너한테 무조건 나를 따라오라는 게 아니야. 그저 우리가 함께할 미래를 생각해 보자는 거지. 결혼하면 결국은 같은 곳에 있어야 하잖아.”구 교수는 안리영의 귀에 얼굴을 대며 다정히 말했다.이 대화를 들으며 나는 남자들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보이는 작은 습관이 떠올랐다. 진정우는 내 허리를 자주 감싸안았고 강유형은 내 얼굴을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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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그리고 딱딱하지.”내가 두 글자를 덧붙이자 진정우는 입을 꽉 다물고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 나를 슬쩍 내려놓았다.“진정우.”나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설마 이거 가지고 삐진 거야?”“아니.”그는 단호히 대답했지만 그의 표정은 이미 모든 걸 말해 주고 있었다.“왜 내가 너를 ‘거친 남자’라고 말했는지 궁금하지 않아?”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안 들어도 알아.”그는 내 허리를 감싸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나를 호텔 방에 있던 흔들의자에 앉혔다.“알고 있다고? 뭘?”나는 두 다리를 흔들며 그의 허리를 감쌌다. 그가 더 움직이지 못하도록.진정우의 목젖이 두 번 위아래로 움직였지만 그는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전혀 동요하지 않는 척했다.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는 그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한 기분이었다.“말해 봐. 뭘 안다는 거야?”나는 그의 허리를 감싼 다리로 장난을 치며 물었다.그는 여전히 침묵했다. 아마 그가 절대 먼저 말하지 않을 거란 걸 알았기에 내가 말을 이어갔다.“말 안 하면 내가 알려줄게.”나는 그의 셔츠 깃을 잡아당겨 얼굴을 가까이 댔다.“‘거칠다’라는 건, 너를 처음 봤을 때 너무 무뚝뚝하고 예의도 없고 여자를 다룰 줄 모른다는 뜻이야.”내 말에 그의 몸이 미묘하게 반응했다. 나는 더 가까이 다가가며 덧붙였다.“반박하지 마. 왜냐하면 내가 너를 처음 봤을 때 그런 인상이었으니까. 내 머릿속엔 이미 너는 거친 남자로 각인됐거든.”나는 그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그의 몸이 긴장하고 있단 걸 느낄 수 있었다.“그리고 딱딱하다는 건 부정 못 하겠지?”내가 장난스럽게 말을 이으며 그의 몸을 더듬었다.“진짜 딱딱해. 손에 닿으면...”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흔들의자가 갑자기 휘청거렸다.“꺅!”나는 비명을 지르며 그의 품에 안겼다.진정우는 곧 흔들의자를 붙잡고 나를 안아 올렸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번엔 진짜 ‘딱딱한’ 걸 보여줄게.”그의 목소리엔 농도 짙은 농담이 섞여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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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안리영 쪽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아까 내가 목격한 기류를 보아하니, 아마도 지금 나와 진정우처럼 분위기가 달아올랐을 것이다.그런 상황에서 방해를 받는다면 그것도 처음이라면 분명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불쾌한 사건이 될 터였다. 나는 아직도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 진정우를 살짝 밀며 말했다.“잠시만.”진정우는 가슴이 들썩이며 나를 뜨겁게 바라보았다.“뭐라고?”나는 문 쪽을 가리키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들어봐. 누군가가 안리영의 일 망치려는 것 같잖아.”진정우의 눈빛이 깊어졌다.“그래서?”“그러면 안 되지.”나는 벌써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그러면 지금 우리의 일은? 같이 망치는 거잖아.”그 말에 나는 살짝 부끄러웠지만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가볍게 입을 맞췄다.“자기야, 잠깐 기다려봐. 내가 저년을 물리치고 올게.”내 말투는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정말로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점점 어린아이가 되는 것 같다.과거 강유형과 함께 있을 땐, 어른스럽고 냉철한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미래의 사모님’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 위해 노력했고 그의 체면을 위해 모든 상황에서 배려하고 우아하게 굴어야만 했다. 그 결과 젊음마저 소모된 느낌이었다.하지만 진정우와 함께하는 지금은 달랐다. 그는 내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유로울 수 있게 해줬다.나는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미끄러지듯 바닥에 내려섰다. 흐트러진 옷을 간단히 정리하고 방문을 열어 방해꾼과 맞설 준비를 했다.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맞은편 구 교수의 방에서 나온 사람은 뜻밖에 안리영이었다.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문틀에 기대며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만약 그녀가 유리하다면 그냥 구경만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불리해진다면 즉시 지원군으로 나설 준비가 되어 있었다.“구 교수님은 어디 계세요?”소희연이 먼저 직설적으로 물었다.“샤워 중이에요.”익숙한 대사가 안리영의 입에서 나왔지만 그녀의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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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안리영도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그럼요. 구 교수님은 여자 친구가 있으니, 희연 씨도 당연히 선을 지키실 줄 알았어요.”자기가 진짜 여자 친구임을 당당히 드러냈다.소희연은 잠시 안리영을 바라보다가, 자신이 공격할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달은 듯 침묵하다가 마침내 말했다.“구 교수님께 내일 한 시간 일찍 출발하라고 전해주세요. 늦으면 아무도 기다리지 않을 테니까요.”그 말은 분명히 위협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싸움을 걸 핑계를 만들고 있었다.안리영은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알겠어요. 그럼 오늘 밤은 쉬지 않고 시간을 보내야겠네요.”그 순간 나는 박수를 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역시 내 친구!’소희연은 안리영의 말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지더니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뒤돌아 떠났다.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안리영은 나를 가리키며 손짓했다.‘네가 옆방에 있다는 걸 몰랐다면 더 좋았을 텐데.’그녀의 뜻을 이해한 나는 웃음으로 답했다.이날의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안리영은 완벽히 승리했다. 그것도 너무나 우아하고 깔끔하게.방으로 돌아온 나는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진정우에게 달려가 그를 꼭 껴안고 입을 맞췄다.“자기야, 나 방금 너무 행복해. 내 친구 리영이 진짜 멋있었어!”진정우는 내 허리를 감싸며 물었다.“네가 이긴 것처럼 좋아하네. 왜, 너도 적을 물리친 것 같아?”“그럼! 리영의 적은 곧 내 적이야. 그녀의 행복이 내 행복이거든. 그걸 망치려는 사람은 절대 용납 못 해.”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 순간 진정우의 눈빛이 깊어졌다.“그래서 안리영의 행복을 위해 우리의 시간을 희생한 거야?”그의 말에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의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앞으로 절대 안 그럴게.”“앞으로?”그는 일부러 단어를 꼬투리 잡으며 물었다. 그러자 나는 그에게 키스로 답했다.그리고 그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계속 흔들의자에서 할 거야?”그는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응.”나는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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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내가 그토록 찾으려 애썼던 것이 이렇게 갑작스레 찾아오다니, 정말 놀랍고도 흥분되는 순간이었다.하지만 그 감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곧 이어진 것은 당혹감이었다.‘왜 이 사람이 갑자기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 걸까? 그리고 내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어떻게 안 거지?’부모님의 교통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십 년이 넘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왜 지금까지 보고서에서 빠진 페이지를 공개하지 않았을까?이제 와서 나를 찾아온 이유는 뭘까? 정말로 보고서를 가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걸까?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지만 그 목적이 무엇이든 나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결심했다.나는 숨을 고르며 메시지를 작성했다.[어떻게 만나 뵐 수 있을까요?]하지만 상대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나는 초조하게 1분을 기다리며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떠올리려 했다. 언제 내 연락처에 추가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그때 친구 추가 기록을 살펴보다가, 이 사람이 내 연락처를 추가하며 남긴 ‘신정훈 경사’이라는 메모를 발견했다.그 순간, 기억이 떠올랐다.이 사람이 처음 나에게 친구 추가 요청을 했을 때 한 번도 말을 걸지 않았었고 나도 잊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부모님 사고를 처리했던 경찰일까?나는 더욱 흥분하며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신 경사님, 만나 뵙고 싶습니다.]이번에는 상대가 곧바로 ‘입력 중’이라는 알림을 띄웠다. 나는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화면을 지켜봤다.곧이어 도착한 메시지.[전화할 테니 기다리세요.]그 짧은 문장을 보고 나는 즉시 답장을 보냈다.[알겠습니다.]그 후로 상대는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지만 나는 그 짧은 문장들을 오랫동안 쳐다봤다. 흥분과 함께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가슴을 짓눌렀다.용진표의 경고 삼촌의 설득, 그리고 일부러 사라진 보고서의 한 페이지...이 모든 상황이 뒤얽혀 있다는 건 그 페이지가 단순한 내용이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과연 이게 누구에게 어떤 충격을 줄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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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다음 날, 나는 일찍 깼다. 진정우가 침대에서 내려오는 소리에 잠이 깬 나는 테라스로 나갔다. 마침 구 교수가 차에 타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는 안리영의 손을 잡고 있었다. 꼭 끌어안거나 키스하진 않았지만 그들 사이의 다정한 분위기는 어젯밤이 얼마나 가까웠는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다.그리고 그 뒤에 소희연이 내려왔다. 그녀는 연한 베이지색 블라우스와 깔끔한 흰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흠잡을 데 없는 미모와 세련된 차림새가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이 여자는 정말 예뻐 보이는 법을 아는구나.’소희연의 옷차림은 단순히 멋을 낸 것이 아니었다. 구 교수의 시선을 끌고 동시에 안리영에게 압박감을 주려는 의도가 엿보였다.“선배님, 안녕하세요!”소희연은 환하게 웃으며 구 교수에게 인사했다.그 웃음에는 어젯밤 안리영과 구 교수가 함께 있었던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가 담겨 있었다. 구 교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들 너만 기다리고 있어.”그 한마디에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구 교수도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 타입이구나.’어젯밤 소희연이 무슨 말을 했는지 구 교수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소희연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안리영을 바라봤다. 그녀의 표정은 ‘네가 내 험담을 했구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그러나 안리영은 한술 더 뜨며 말했다.“제가 구 교수님께 말했어요. 늦으면 다들 기다리지 않겠다고.”그 말에 소희연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황급히 구 교수에게 무언가를 해명하려 했지만 구 교수는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는 안리영을 바라보며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이제 돌아가. 도착하면 연락할게. 내가 정리되는 대로 바로 나를 찾아와.”그의 눈빛은 진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멀리서 지켜보던 나조차 가슴이 뭉클했는데 바로 곁에 있던 소희연은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그녀는 잠시 얼어붙어 있다가 억울한 듯 차에 올라탔다.안리영은 구 교수를 끌어안으며 그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고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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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안리영은 아무 말 없이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구 교수님 보내기 싫어서 힘든 거지?”“짝사랑할 때보다 더 힘들어.”안리영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그럴 수밖에. 겨우 맛보기만 했는데 이제 더 못 먹는다면 속상하지 않겠어?”나는 그녀를 조금 놀리면서도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말했다.“누가 못 먹는다고 그래? 내가 먹고 싶으면 비행기 타고 바로 가면 되지.”안리영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을 듣자 어젯밤 그녀와 구 교수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뭐야. 진짜 따라갈 생각이 생긴 거야?”안리영은 고개를 들어 소파에 앉아 다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아직 고민 중이야.”그 말은 이미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 그것도 오랜 짝사랑 끝에 이루어진 관계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천천히 생각해. 시간은 많잖아.”나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며 말했다.“근데 어젯밤은 어땠어? 솔직히 말해 봐.”안리영이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살짝 찌르며 말했다.“다 똑같다면서 뭘 그렇게 궁금해해?”“궁금하지! 평소엔 점잖은 구 교수님이 침대에선 어떤 사람인지 말이야.”나는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지원아, 너 정말... 진정우를 만나더니 점점 더 뻔뻔해지는 것 같아.”안리영의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고 우리는 그렇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었다.조금 뒤 진정우가 주문한 아침 식사가 도착했지만 안리영은 제대로 먹지 못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그녀가 제대로 입맛을 찾을 리 없었다.나도 별로 먹지 않았다.진정우는 오늘 하루 쉬라고 했지만 나는 간단히 준비한 뒤 안리영과 함께 병원으로 갔다.우리는 조나연이 낳은 아이를 보러 갔다. 아이는 인큐베이터 속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간호사는 아이가 생명력이 강하다고 했고 성장도 빠르고 모든 신체 기능도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있다고 했다.하지만 태어난 후 지금까지 아이는 엄마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조나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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