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37화

작가: 꽃길
안리영도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요. 구 교수님은 여자 친구가 있으니, 희연 씨도 당연히 선을 지키실 줄 알았어요.”

자기가 진짜 여자 친구임을 당당히 드러냈다.

소희연은 잠시 안리영을 바라보다가, 자신이 공격할 방법이 없다는 걸 깨달은 듯 침묵하다가 마침내 말했다.

“구 교수님께 내일 한 시간 일찍 출발하라고 전해주세요. 늦으면 아무도 기다리지 않을 테니까요.”

그 말은 분명히 위협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싸움을 걸 핑계를 만들고 있었다.

안리영은 여유롭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그럼 오늘 밤은 쉬지 않고 시간을 보내야겠네요.”

그 순간 나는 박수를 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역시 내 친구!’

소희연은 안리영의 말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지더니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뒤돌아 떠났다.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안리영은 나를 가리키며 손짓했다.

‘네가 옆방에 있다는 걸 몰랐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녀의 뜻을 이해한 나는 웃음으로 답했다.

이날의 보이지 않는 전쟁에서 안리영은 완벽히 승리했다. 그것도 너무나 우아하고 깔끔하게.

방으로 돌아온 나는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진정우에게 달려가 그를 꼭 껴안고 입을 맞췄다.

“자기야, 나 방금 너무 행복해. 내 친구 리영이 진짜 멋있었어!”

진정우는 내 허리를 감싸며 물었다.

“네가 이긴 것처럼 좋아하네. 왜, 너도 적을 물리친 것 같아?”

“그럼! 리영의 적은 곧 내 적이야. 그녀의 행복이 내 행복이거든. 그걸 망치려는 사람은 절대 용납 못 해.”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 순간 진정우의 눈빛이 깊어졌다.

“그래서 안리영의 행복을 위해 우리의 시간을 희생한 거야?”

그의 말에 나는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의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

“앞으로 절대 안 그럴게.”

“앞으로?”

그는 일부러 단어를 꼬투리 잡으며 물었다. 그러자 나는 그에게 키스로 답했다.

그리고 그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계속 흔들의자에서 할 거야?”

그는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

“응.”

나는 그의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38화

    내가 그토록 찾으려 애썼던 것이 이렇게 갑작스레 찾아오다니, 정말 놀랍고도 흥분되는 순간이었다.하지만 그 감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곧 이어진 것은 당혹감이었다.‘왜 이 사람이 갑자기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 걸까? 그리고 내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어떻게 안 거지?’부모님의 교통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십 년이 넘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왜 지금까지 보고서에서 빠진 페이지를 공개하지 않았을까?이제 와서 나를 찾아온 이유는 뭘까? 정말로 보고서를 가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걸까?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지만 그 목적이 무엇이든 나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결심했다.나는 숨을 고르며 메시지를 작성했다.[어떻게 만나 뵐 수 있을까요?]하지만 상대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나는 초조하게 1분을 기다리며 이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떠올리려 했다. 언제 내 연락처에 추가되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그때 친구 추가 기록을 살펴보다가, 이 사람이 내 연락처를 추가하며 남긴 ‘신정훈 경사’이라는 메모를 발견했다.그 순간, 기억이 떠올랐다.이 사람이 처음 나에게 친구 추가 요청을 했을 때 한 번도 말을 걸지 않았었고 나도 잊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부모님 사고를 처리했던 경찰일까?나는 더욱 흥분하며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신 경사님, 만나 뵙고 싶습니다.]이번에는 상대가 곧바로 ‘입력 중’이라는 알림을 띄웠다. 나는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화면을 지켜봤다.곧이어 도착한 메시지.[전화할 테니 기다리세요.]그 짧은 문장을 보고 나는 즉시 답장을 보냈다.[알겠습니다.]그 후로 상대는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지만 나는 그 짧은 문장들을 오랫동안 쳐다봤다. 흥분과 함께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가슴을 짓눌렀다.용진표의 경고 삼촌의 설득, 그리고 일부러 사라진 보고서의 한 페이지...이 모든 상황이 뒤얽혀 있다는 건 그 페이지가 단순한 내용이 아니라는 걸 의미한다.과연 이게 누구에게 어떤 충격을 줄까? 아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39화

    다음 날, 나는 일찍 깼다. 진정우가 침대에서 내려오는 소리에 잠이 깬 나는 테라스로 나갔다. 마침 구 교수가 차에 타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는 안리영의 손을 잡고 있었다. 꼭 끌어안거나 키스하진 않았지만 그들 사이의 다정한 분위기는 어젯밤이 얼마나 가까웠는지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다.그리고 그 뒤에 소희연이 내려왔다. 그녀는 연한 베이지색 블라우스와 깔끔한 흰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흠잡을 데 없는 미모와 세련된 차림새가 그녀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이 여자는 정말 예뻐 보이는 법을 아는구나.’소희연의 옷차림은 단순히 멋을 낸 것이 아니었다. 구 교수의 시선을 끌고 동시에 안리영에게 압박감을 주려는 의도가 엿보였다.“선배님, 안녕하세요!”소희연은 환하게 웃으며 구 교수에게 인사했다.그 웃음에는 어젯밤 안리영과 구 교수가 함께 있었던 걸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가 담겨 있었다. 구 교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들 너만 기다리고 있어.”그 한마디에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구 교수도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 타입이구나.’어젯밤 소희연이 무슨 말을 했는지 구 교수가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소희연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안리영을 바라봤다. 그녀의 표정은 ‘네가 내 험담을 했구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그러나 안리영은 한술 더 뜨며 말했다.“제가 구 교수님께 말했어요. 늦으면 다들 기다리지 않겠다고.”그 말에 소희연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황급히 구 교수에게 무언가를 해명하려 했지만 구 교수는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는 안리영을 바라보며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이제 돌아가. 도착하면 연락할게. 내가 정리되는 대로 바로 나를 찾아와.”그의 눈빛은 진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멀리서 지켜보던 나조차 가슴이 뭉클했는데 바로 곁에 있던 소희연은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그녀는 잠시 얼어붙어 있다가 억울한 듯 차에 올라탔다.안리영은 구 교수를 끌어안으며 그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였고 마지막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40화

    안리영은 아무 말 없이 내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구 교수님 보내기 싫어서 힘든 거지?”“짝사랑할 때보다 더 힘들어.”안리영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그럴 수밖에. 겨우 맛보기만 했는데 이제 더 못 먹는다면 속상하지 않겠어?”나는 그녀를 조금 놀리면서도 분위기를 풀어주려고 말했다.“누가 못 먹는다고 그래? 내가 먹고 싶으면 비행기 타고 바로 가면 되지.”안리영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을 듣자 어젯밤 그녀와 구 교수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뭐야. 진짜 따라갈 생각이 생긴 거야?”안리영은 고개를 들어 소파에 앉아 다리를 끌어올리며 말했다.“아직 고민 중이야.”그 말은 이미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 그것도 오랜 짝사랑 끝에 이루어진 관계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천천히 생각해. 시간은 많잖아.”나는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며 말했다.“근데 어젯밤은 어땠어? 솔직히 말해 봐.”안리영이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살짝 찌르며 말했다.“다 똑같다면서 뭘 그렇게 궁금해해?”“궁금하지! 평소엔 점잖은 구 교수님이 침대에선 어떤 사람인지 말이야.”나는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지원아, 너 정말... 진정우를 만나더니 점점 더 뻔뻔해지는 것 같아.”안리영의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고 우리는 그렇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었다.조금 뒤 진정우가 주문한 아침 식사가 도착했지만 안리영은 제대로 먹지 못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그녀가 제대로 입맛을 찾을 리 없었다.나도 별로 먹지 않았다.진정우는 오늘 하루 쉬라고 했지만 나는 간단히 준비한 뒤 안리영과 함께 병원으로 갔다.우리는 조나연이 낳은 아이를 보러 갔다. 아이는 인큐베이터 속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간호사는 아이가 생명력이 강하다고 했고 성장도 빠르고 모든 신체 기능도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있다고 했다.하지만 태어난 후 지금까지 아이는 엄마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조나연은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41화

    “리영아...”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물었다.“지금 내가 선배를 따라가면 붙잡을 수 있을까?”지금 따라간다 한들 불가능했다.안리영은 현재 병원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라 의료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야 했다.“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조나연은 완전히 정신이 나간 상태야. 막다른 길에서 어떻게든 물고 늘어지는 거라고.”안리영은 차분히 말했다가 잠시 멈추더니 덧붙였다.“뇌 검사를 한번 받아보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그녀의 말은 농담 같았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내 표정을 읽은 그녀가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 치며 말했다.“제발 그런 표정 짓지 마. 이건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어떻게 상관없을 수 있겠어?’조나연이 안리영을 공격하는 건 나 때문이었다.그녀가 사고를 당했을 때 내가 안리영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면 그녀가 수술실에 들어갈 일도 없었을 것이다.“상관있든 없든, 난 조나연을 만나야겠어. 지금 당장 가서 얘기해 볼 거야.”내 목소리에는 이미 결심이 담겨 있었다. 그러자 안리영이 내 팔을 잡았다.“지금 네가 찾아가면 조나연은 우리가 겁먹었다고 착각할 거야. 좋은 소리 나올 리 없고 오히려 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할 수도 있어.”“그녀가 뭘 요구하든 상관없어. 어디까지 나올 수 있는지 보려고.”나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안리영은 내 성격을 잘 알기에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그래, 네 마음대로 해. 하지만 걔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잊지 마. 너를 자극하려는 거야. 절대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마.”“넌 어디 갈 건데?”내가 묻자 그녀는 담담히 대답했다.“원장실에 가서 상황을 먼저 설명할 거야.”나는 억눌린 화를 삼키며 말했다.“그럼 조금 있다가 다시 만나자.”“네 감정만 잘 다스려. 그녀의 함정에 빠지지 말고. 걔는 널 자극해서 무리수를 두게 만들려는 거야.”안리영의 조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이번엔 내가 걔 계획을 다 망쳐놓을 거야.”우리는 병실을 나섰다. 그녀는 원장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42화

    조태혁은 내 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다시 붉어졌다.“온순하다고? 그런 말로 사람을 모욕하지 마. 우리 일은 이미 끝났어, 더 이상 끄집어내지 말라고!”그가 화난 기색을 숨기면서도 참으려는 모습이 우습기 그지없었다. 나는 한 발 더 다가갔다. 그러자 그는 얼른 한발 물러서며 팔짱을 끼고 마치 내가 덮칠 것처럼 몸을 방어했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피식 웃음이 났다.“뭐가 그렇게 무서워? 내가 너한테 뭐라도 할까 봐? 이렇게 쩔쩔매는 너를 보니까, 왜 갑자기 이렇게 얌전해졌는지 더 궁금해지네.”“얌전한 게 싫어? 설마 내가 누나한테 다시...”그는 말끝을 흐리더니 고개를 저었다.“제발 그만 좀 해. 다 끝난 일이야. 그리고 더 다가오지 마. 아니면 촬영해서 증거로 남길 거야.”나는 조태혁이 겁먹은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솔직히 말해봐. 강진혁이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너를 이렇게 얌전하게 만들었는지.”그는 갑자기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 비켜 줘. 나 지금 바빠.”나는 일부러 그의 앞에 다리를 쭉 뻗어 길을 막았다.“모르는 척하지 마. 너 지금 강진혁 밑에서 일하는 거잖아. 아니면 네가 네 친누나까지 팔아넘길 리가 없잖아?”그 말에 조태혁의 얼굴이 더 붉어졌다. 나는 그의 몸 위아래를 쓱 훑어보며 말했다.“그리고 네가 입고 있는 이 옷들, 전부 비싼 브랜드네? 예전에는 네 누나가 강유형 카드를 긁어댔으니 이해했지만 지금은 그런 호사가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럼 이건 뭐야? 강진혁이 사준 거?”조태혁은 침묵하며 얼굴을 돌렸다. 나는 그의 입을 막은 사람이 강진혁일 거라고 확신하며 비웃었다.“조태혁, 너 예전에 나한테 했던 짓들? 솔직히 별로 신경도 안 써. 그냥 철없는 애가 심심해서 장난친 거라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말이야...”나는 일부러 말을 끊으며 그의 시선을 끌었다.“네 누나까지 팔아넘겼다는 건 정말 최악이다.”내 말에 조태혁의 눈이 불타오르듯 붉어지며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한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43화

    나는 여전히 TV 속 탁구 경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두 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벌이는 치열한 대결은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로웠다.공이 오고 가는 멋진 랠리를 감상하며 나는 조나연에게 물었다.“이 경기, 누가 이길 것 같아?”하지만 그녀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날카로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네가 감히 여길 왜 온 거야?”나는 그녀의 병상 옆에 놓인 의자를 당겨 앉으며 무심히 대꾸했다.“내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거 아니야?”사실 그녀가 안리영을 고소한 것도, 결국 나를 겨냥한 거였다.“네가 와도 소용없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내가 직접 당하는 것보다 더 아프게 만들어주겠어.”조나연은 이제 가식조차 벗어던지고 노골적으로 독설을 퍼부었다.그 순간,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성공시키며 한 세트를 따냈다. 관중들의 환호가 들렸고 나도 자연스레 TV에서 눈을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조나연의 얼굴은 창백하고 입술은 푸르스름했다. 살이 빠져 초췌해진 모습은 한눈에도 안쓰러워 보였다.“내가 무슨 대가를 치를진 모르겠지만 넌... 요즘 상태가 별로 좋아 보이지 않네.”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의 얼굴로 손을 뻗었다.“손대지 마!”그녀는 경계심에 찬 눈빛으로 몸을 움츠렸다. 나는 피식 웃으며 손을 거두었다.“왜 그래?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순간, 어젯밤 진정우가 장난스럽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내일 손톱 좀 다듬어줄게.’그 말이 떠오르자 괜히 웃음이 나왔다.“윤지원, 차라리 날 죽여.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널 끝장낼 거야.”조나연은 이를 악물고 위협했다. 나는 손톱을 보며 흘깃 웃고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누가 누구를 끝장낼지는 두고 봐야겠지.”그녀는 나를 향한 증오로 눈빛을 번뜩였지만 대답하지 않았다.경기는 더욱 치열해졌고 두 선수는 열 번이 넘는 랠리를 주고받으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나는 화면을 보며 감탄이 절로 나왔다.“진짜 멋지다. 이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44화

    조나연은 갑자기 옆으로 몸을 피했다. 그녀의 반응이 너무 빨라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렸다.“너 왜 그렇게 겁먹어? 나 그냥 리모컨 가져가려고 했던 건데.”리모컨을 손에 들며 웃자 그녀의 얼굴은 금세 빨개졌다가 창백해졌다. 나는 리모컨으로 TV를 다시 켜고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화면 속에서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점수는 8대 8, 이제 단 두 점만 더 따면 승부가 결정될 상황이었다.“나가!”조나연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나는 리모컨을 들어 그녀를 가리키며 태연히 말했다.“조용히 좀 해. 경기 끝나면 얘기하자고.”사실, 그녀를 약 올리려는 마음도 조금 있었지만 나는 정말로 경기가 궁금하기도 했다. 스포츠 팬이라면 알 것이다. 이런 명승부는 놓치면 평생 아쉬움이 남는 법이다.다행히 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우리 내기할래? 둘 중 누가 이길 것 같아? 맞추면 네 조건 하나 들어줄게. 뭐든지.”내 제안에 그녀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진짜야?”“믿기 힘들면 녹음해도 돼.”마침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한 점을 내주며 9대 8로 뒤처졌다. 나는 흘낏 그녀를 보며 말했다.“빨리 골라. 지금 아니면 기회 없어.”하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스포츠에 관심 없고 화장품이나 연예인을 더 좋아하는 그녀였다.그러는 사이,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멋진 리턴으로 다시 9대 9 동점을 만들었다. 경기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긴장감이 감돌았다.“2 점 남았어. 이제 정말 끝나가. 선택할 거면 빨리해.”나는 재촉하며 말했다. 그 순간 상대 팀 선수가 작전 타임을 요청하며 경기가 잠시 멈췄다.휴식 시간은 단 1분.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기회 줄 테니까 다시 한번 생각해 봐.”조나연은 나를 비웃으며 말했다.“너, 그냥 나랑 얘기하고 싶었던 거 아니야? 이런 시시한 경기로 뭘 어쩌겠다고.”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고 말했다.“기회 줬는데 네가 안 잡은 거잖아. 그럼 됐어.”그리고 다시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45화

    나는 TV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화면은 다시 경기장으로 바뀌었고 상대 팀의 공이 살짝 빗나가자 환호성이 터졌다. 내가 응원하던 선수가 라켓을 높이 들며 승리를 알렸고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TV에서는 승리의 음악이 울려 퍼졌다. 나는 의자를 돌려 조나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이겼네.”조나연은 내 말을 무시하듯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경기도 다 봤으면 이제 할 말 해봐. 왜 왔어?”나는 발로 바닥을 밀며 의자를 그녀 앞으로 당겼다. 다리를 꼬며 앉자 어젯밤 안리영과 구 교수와의 저녁 자리에서 입었던 검정 실크 치마의 트임이 자연스레 올라가 허벅지가 드러났다.내 피부는 원래도 하얗지만 검은 치마와 대조되며 더 환히 빛났다. 조나연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내 다리에 멈췄다. 그녀 역시 피부가 좋은 편이었지만 내 모습에 어쩔 수 없이 부러움이 서린 표정을 지었다.그녀가 이런 부러움을 느낀 이유를 나는 알고 있었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그녀는 이런 자신감을 한동안 잃었을 것이다. 게다가 내 허벅지에 희미하게 남은 흔적이 더욱 그녀의 시선을 잡아끈 모양이었다.그 흔적은 진정우가 남긴 것이었다. 자세히 본다면 어떻게 사랑을 나누었을지 한 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조나연 같은 경험 많은 여자는 이해하지 못할 리 없었다.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가 금세 분노로 물들었다.“이런 걸 자랑하려고 온 거야? 설마 그 자국 강유형이 남긴 거 아니겠지?”조나연의 말은 독살스러웠지만 나는 전혀 기죽지 않았다.“넌 네 남편 곁에 누워서 다른 남자 생각하는 스타일이잖아. 날 네 기준으로 판단하지 마.”내 말에 조나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너도 마찬가지잖아. 강유형이랑 십 년을 자다가 이제 지겨워서 다른 남자를 찾은 거잖아.”나는 가볍게 웃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게 전혀 놀랍지 않았다. 사실, 나와 강유형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만약 내가 강유형과 한 번도 그

최신 챕터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70화

    유정철은 물을 내려놓고 벽에 걸린 오래된 사진을 보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이건 우리 가족 사진인데 이제 그 사진 속 사람 중엔 나밖에 남지 않았어.” 유정철은 조용히 말하며 그 사진을 바라보았다.“가족 사진?” 나는 중얼거리며 빨간 옷을 입은 작은 소녀를 가리켰다. “이 소녀도 아저씨 가족분인가요?”“응, 맞아. 저건 내 여동생이야. 그때 그녀는 겨우 두 살이었지.” 유정철의 목소리는 깊고 낮았다.“이분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나는 숨이 갑자기 가빠졌다. 마음속에서 ’혹시 내가 뭔가 잘못 알고 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쳤다.유정철은 잠시 말이 없어졌다.이때 나는 다급하게 그를 불렀다.“아저씨...”“그날 여동생은 사라졌어. 바로 그 사진을 찍은 날이었지.” 유정철의 말에 내 심장이 급격히 빨라졌다.“어떻게 사라졌나요?” 나는 본능적으로 유정철의 옷자락을 잡았다.유정철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날을 되새겼고 사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부모님은 그날 사진을 찍고 굉장히 기뻐했지. 그들은 사진관에서 만든 키링를 목걸이로 바꿔 여동생에게 선물했어. 그리고 우리를 놀이공원에 데려갔고... 여동생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서 엄마가 데려갔는데 엄마가 화장실에서 기절하고 나니 여동생은 사라졌어...” 유정철의 말이 끝날 때, 내 가슴은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막히는 기분이었다.“그 후로 한 번도 찾지 않았나요?” 나는 목이 타는 듯한 질문을 던졌다.“찾았지. 우리 가족은 미친 듯이 찾았어. 부모님은 놀이공원에서 하루 종일 지키고 그 후엔 도시 전역을 찾았지. 그리고 나서는 전국을 찾아다녔어. 그러다 엄마는 여동생을 찾지 못한 탓에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했어. 아빠는 엄마 장례를 치르고도 계속해서 찾았는데 그 과정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지...”그 말에 나는 몸이 얼어붙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결국 내 엄마의 실종이 행복한 가정을 이렇게 산산이 부서지게 만든 것이었다.“그럼 더 이상 찾지 않으셨나요?” 나는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69화

    “어?” 유정철은 잠시 멈칫하며 신희선을 바라보다가,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고마워, 지원아.”“전혀 번거롭지 않아요. 사실 전에 한번 뵈러 가고 싶었어요.” 그건 사실이었다. 내 핸드폰에는 소지훈이 준 그들의 연락처와 주소가 있었지만 계속해서 가지 못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조금 더 일찍 찾아갔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랬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그들을 안심시킬 수 있었을 텐데 이렇게 두려움에 떨며 경찰에 신고하기까지는 안 갔을 것이다.차를 몰고 그들을 집으로 데려다주었고 도중에 그들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신희선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고 있음을 느꼈다. 아마 그녀는 나를 통해 그들의 딸을 보고 있겠지.그들을 집 앞에 데려다주고 안전을 위해 나는 그들이 집으로 올라갈 때까지 함께 있었다.유정철은 집 입구 구석에 있는 담배꽁초를 가리키며 말했다. “봐, 이 담배꽁초도 그 사람이 피운 거야.”“아저씨, 이건 손대지 마세요. 경찰이 오면 증거로 가져갈 거예요.” 나는 그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유정철은 문을 열고 내가 들어가도록 했다. 나는 예의상 그렇게 들어갔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것이라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 조금 미안했다.“지원아, 앉아. 내가 마실 거 준비해 줄게.” 유정철이 아주 공손하게 말했다.“아저씨, 괜찮아요. 그냥 잠깐 얘기 좀 나눠요.” “안 돼, 기다려. 내가 너에게 직접 꿀 자몽차를 끓여줄게. 희연이가 정말 좋아했었거든. 내가 계속 끓여줬는데 아쉽게도 이제 마실 수 없게 됐네.” 유정철이 그렇게 말하자 나는 거절할 수 없었다.유정철은 차를 준비하면서 신희선도 함께 부엌으로 들어갔다. 아마 신희선이 내게 무언가 말하는 걸 막으려 했던 것 같았다.그들이 부엌으로 들어간 후, 유정철이 말했다. “여보, 그 아이를 그렇게 쳐다보지 마. 걔가 무서워할 거야. 진짜 우리 딸 아니야.”“그런데 왜 우리 딸이랑 그렇게 닮았지?” 신희선은 작은 목소리로 중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68화

    고개를 들자 손을 맞잡은 한 쌍의 노인 부부가 긴장과 불안이 가득한 표정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경찰서 직원 일어나려던 순간 내가 먼저 일어나며 인사했다.“아저씨, 아줌마.”두사람은 유희연의 부모님이었다. 그들은 나를 바라보며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가 신희선이 먼저 입을 열었다.“희연아...”“희연이가 아니야.” 유정철은 급히 아내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그러자 신희선 얼굴에 있던 기쁨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저씨, 아줌마, 뭘 신고하시려고요?”이때 사건 담당자가 다가왔다.“두 분, 신고하시려면 저를 따라오세요.”유정철과 신희선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며칠 전부터 계속 누군가가 우리 집 문을 부수고 다니며 우리가 순순히 하지 않으면 우리의 피를 뽑겠다고 위협했어요.”그 말을 들은 순간, 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나는 사건 담당자를 향해 눈길을 돌렸고 그도 미간을 찌푸렸다.“그 사람이 누구죠? 아시나요? 혹시 오래된 앙숙이라도 있나요?”두 사람은 고개를 저었고 유정철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우리는 그 사람을 전혀 모릅니다.”“그 사람이 며칠 동안 괴롭혔나요?” “3, 4일 됐어요” 유정철이 신희선을 바라보았고 신희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형사님,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반드시 보호해 드릴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사를 위해 조금 협조해 주세요. 세부 사항을 확실히 알려주세요,” 사건 담당자가 손짓을 하며 말했다.“저와 함께 갑시다.”유정철은 나를 바라보며 마치 뭔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움직였다. 나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그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아저씨, 아줌마 먼저 가세요. 제가 다 처리하고 곧 가서 찾아뵐게요.”“그래. 그래.”유정철은 기쁜 목소리로 대답했고 그는 분명히 내가 함께 가기를 원했다.사건 담당자는 그들을 다른 방으로 안내하며 동료에게 넘겼고 나는 나머지 서류를 처리한 후 그들을 만나러 갔다. 그들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며 반복해서 그들을 위협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67화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조나연이 이 직책을 맡기에는 자격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먼저 박수를 치자 모두 따라 박수를 쳤다.조나연은 내 옆에 서서 사람들의 환호와 놀라운 시선 속에서 점점 더 자신감을 얻어가는 것이 느껴졌다.그녀는 오랫동안 억눌려 왔고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이제 드디어 정상에 오른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그녀가 느끼는 이 감정이 내가 원했던 것이었다. 그녀는 그동안 숨겨왔던 분노를 발산하려고 할 것이다.나는 그 감정을 잘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녀가 그 분노를 뚫고 나오도록 해야만 나는 그녀를 내 수단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이제 조 매니저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나는 그녀를 앞에 세우며 그녀가 받을 경배와 존경을 모두 누리게 만들었다.조나연은 분명히 긴장했지만 야망이 컸고 내가 이미 그녀에게 해준 조언을 따라 차근차근 잘 해냈다.작은 인수인계 의식이 끝난 후, 나는 그녀를 매니저실로 안내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대표 자리에 앉았고 그녀는 내 맞은편에 서 있었다.나는 조나연에게 짜릿함도 한 순간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정신을 차리게 하였다. 그녀를 반복해서 자극하며 결국 그녀가 나를 미워할 정도로 밀어붙여야 했다. 그렇게 해야만 그녀가 나의 뜻대로 움직일 것이다.“조나연, 이제 이 술집을 전적으로 너에게 맡길 거야. 할 수 있겠어? 안 되면 말해, 다른 사람을 찾아서 바꿀 수도 있어.” 나는 내 방식대로 그녀에게 압박을 주었다. 그녀는 이미 사람들 앞에서 말했으니 이제 물러설 수 없을 것이다.“나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하는 거야? 내가 말을 취소하고 물러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조나연이 내게 반문했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렇게 심심하지 않아. 네가 맡기로 했으니 내 원칙을 설명할게.”조나연은 꼿꼿이 내 앞에 서서, 마치 말을 잘 듣는 학생처럼 보였다. 예전의 그녀는 이렇게 겸손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이 세상에서, 돈이야말로 사람에게 자신감을 주는 법이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66화

    ‘조시언과 안리영 사이에 분명 무슨 일이 있었네. 이런 건 놓칠 수 없지.’안리영은 나에게 숨김없이 자신과 구안석이 조시언에게 들킨 일에 대해 털어놨다.“오빠가 우리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것도 삼촌 때문이야.”“하하.” 나는 웃으며 말했다.“구 교수님은 조시언을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않겠지? 그 사람은 네 작은삼촌인데.”“누가 알겠어, 남자들의 이기심과 소유욕이 강해서 내 주변에서 날아다니는 모기 한 마리도 신경 쓰는 경우가 많거든.”안리영은 씁쓸하게 한숨을 쉬었다.“그럼 그건 선배가 널 정말 사랑한다는 거지. 엄청 사랑한다는 증거야.”나는 안리영과 구안석이 공항에서 나눈 키스 장면을 떠올리며 말했다.사랑에서의 고통은 죽음으로 인한 이별만 있는 게 아니라, 살아서 서로를 떠나는 이별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안리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또 그녀의 아픈 부분을 건드린 것 같아서 나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그나저나, 우리 회사에서 바디 라이트 쇼를 준비 중인데 내가 찾은 남자 모델들이 해동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라 연예인보다 훨씬 멋지거든. 눈이 확 트일 거야. 혹시 구경하러 올래?”“바디 라이트 쇼?”안리영이 내게 물었다.“그거, 벌거벗은 거야?”나는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그렇게 하고 싶긴 한데 정부에서 허락 안 해줄걸?”“윤지원, 너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아.”안리영은 장난스럽게 나를 놀렸다.“짧은 인생 먹고 싶은거 먹고 놀고 싶은 걸 놀아야지. 남자는 쓰레기처럼 놀아도 되고 여자는 안돼?”내 말을 듣자 안리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 말 맞는 것 같아.”그러더니 웃으면서 내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윤지원, 이제 너 본색을 드러내는구나.”“내가 예전엔 그렇게 얌전했어?”안리영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예전엔 강씨 가문에서 길러진 모범생 같았어. 지금 진짜 너 자신이 된 것 같아.”만약 내가 꽃이라면 예전에는 사람의 손길로 잘 다듬어진 꽃이었다면 지금은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자란 야생화가 된 것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65화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면서도 한동안 잡생각에 빠져 있었다.그래도 조금 나아진 후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서 간단히 옷매무새를 정리한 뒤 공항으로 향했다.허진호가 시간이 촉박하다고 했는데 정말 딱 맞아떨어졌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비행기는 이미 착륙해 있었다.나는 그가 보낸 정보와 사진을 확인하다가 곧바로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키는 180cm가 넘고 검은색 셔츠를 풀어 헤친 채 그 위에 같은 색의 조끼를 걸쳤으며 동일한 컬러의 슬랙스를 입었다. 게다가 거의 연예인 수준의 외모였다.나는 그를 향해 다가가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조시언 씨. 저는 해다 그룹의 윤지원입니다. 허 대표님께서 급한 일이 생기셔서 제가 대신 마중을 나왔어요.”그는 내 시선을 마주 보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조시언입니다.”그리고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어 내 손과 가볍게 악수했다.“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수화물 찾아야 해서요.”“같이 가죠.”나는 그와 함께 수화물 찾는 곳으로 걸어갔고 그곳에서 안리영과 구안석을 마주쳤다.바닥에는 하나의 캐리어가 놓여 있었고 그걸 보자마자 나는 깨달았다.‘구 선배가 떠나는구나...’그들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손을 맞잡고 묵묵히 수화물 찾는 곳을 향해 걷고 있었다.그 아련한 분위기만으로도 내 가슴이 괜스레 시큰거렸다.수화물 찾는 곳을 1미터 남겨두고 그들은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로를 바라봤다.마침내, 구안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수화물 맡기고 집으로 돌아가.”안리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구안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조용히 그녀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걸 알기에 굳이 말을 붙이지 않는 듯했다.“짐 부치고 올게.”구안석이 손을 놓으려는 순간 안리영이 그를 붙잡았다. 그리고 곧바로 까치발을 들더니 그에게 입을 맞췄다.구지호는 순간 놀랐지만 곧 캐리어를 손에서 놓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공항 한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64화

    “남자 모델? 아니, 윤지원 씨, 요즘 무슨 일 꾸미고 계신 거예요? 술집을 사더니 이제는 남자 모델 쇼까지 연다고요?”허진호는 내 말을 듣고 완전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냥 재미로요.”그는 내 얼굴을 유심히 살피며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파악하려는 듯했다.나는 신경 쓰지 않고 내가 구상한 계획을 설명했다.“우리 회사에서 조명 음악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잖아요. 거기에‘바디 라이트 쇼’ 를 추가하려고 해요. 남자 모델들이 조명을 의상처럼 입고 런웨이를 걷는 형식으로요.”“바디 라이트 쇼?”허진호는 말을 되풀이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와, 윤지원 씨 아이디어 하나는 기가 막히네요.”그 반응을 보자 나는 빙긋 웃으며 바로 응수했다.“허 대표님도 괜찮다고 보시는 거죠? 그럼 바로 진행해 주세요.”하지만 그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이게 시장에서 옷 한 벌 사 오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디자인도 해야 하고 제작 과정도 필요한데 시간이 너무 부족해요.”나는 아무렇지 않게 두 손을 모아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래서 허 대표님이 필요한 거잖아요?”그는 피식 웃으며 단칼에 거절했다.“그렇게 애교 부려도 안 돼요. 이건 현실적으로 힘들어요. 솔직히 진정우 씨가 여기 있었으면 가능했을지도 모르겠네요.‘지금 내 심장을 후벼 파겠다는 건가?’나는 표정을 관리하며 단호하게 말했다.“제가 방법을 찾아볼게요.”그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대로 나가버렸다.“지원 씨! 잠깐만요!”허진호가 다급히 뒤에서 나를 불렀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그가 헐레벌떡 따라와 내 앞을 막아섰다.“죄송해요. 괜히 농담했네요. 기분 상하게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지원 씨가 진짜 하겠다면 제가 도울게요.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가능한 방향으로 알아볼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허진호가 진심으로 사과하자 나도 웃으며 말했다.“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허 대표님.”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쌓인 업무를 처리하려 했지만 책상 앞에 앉은 지 얼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63화

    강진혁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지원아, 네가 아직 진정우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알아.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이렇게 망가뜨리지는 마. 정말 외롭고 힘들다면 날 찾아오면 되잖아.”그의 눈빛은 깊고 표정은 진지했다. 그 감정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더 위험하게 느껴졌다.나는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며 조용히 말했다.“진혁 오빠, 저는 오빠랑 강유형이 갈등을 빚는 걸 원하지 않아요. 유형이가 저를 찾아왔어요...”“그 일은 신경 쓰지 마. 내가 알아서 해결할 거니까.”그는 단호하게 말을 끊으며 내 손을 부드럽게 감쌌다.그러나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긴장시켰다. 손을 빼내려 했지만 억지로 참아내며 불안한 눈빛을 띄웠다.“오빠도 알잖아요. 부모님도 반대하실 거예요. 그분들도 우리가 이렇게 가까워지는 걸 원하지 않아요.”하지만 그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난 이미 한 번 널 놓쳤어. 두 번 다시 그런 실수를 하진 않을 거야. 설령 온 세상이 반대하더라도, 넌 내 사람이 될 거야.”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속에 감춰진 집착과 고집은 너무나도 명확했다.심장이 빠르게 뛰었고 나는 손을 빼내어 테이블 아래에서 옷에 슬쩍 문질렀다.“하지만 나는 원하지 않아요.”그러자 강진혁이 나지막이 물었다.“정말 원하지 않는 거야? 아니면 그냥 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거야?”나는 그를 바라보며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은 때로 가장 명확한 답변이 된다.강진혁은 몇 초 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그래... 내가 너무 조급했나 보네. 네가 날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릴게.”그는 차분하게 젓가락을 들어 반찬을 내 접시에 올려주며 말했다.“지원아, 부담 가질 필요 없어. 난 오랫동안 기다렸어. 조금 더 기다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모든 걸 내려놓고 날 온전히 받아들이는 날까지.”그가 말하는 '기다림' 이라는 단어가 왠지 모르게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그가 내게 주는 사랑이 깊어질수록, 그 감정이 불안과 공포로 변하는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662화

    조나연이 내 덫에 걸려들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일 차례였다. 하지만 술집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사들일 수 있는 건 아니었다.이곳은 정상 영업을 하고 있고 매출도 꽤 좋은 편이었다. 그런 곳을 누가 쉽게 넘기겠는가?즉,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강씨 가문의 힘을 빌린다면 그럼 이 일은 아주 간단할 것이지만 지금 나는 강씨 가문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고민 끝에, 나는 허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원 씨가 사장이 되고 싶으면 제 자리 넘겨줄까요?”이렇게 가볍게 말할 수 있는 걸 보면 허진호가 얼마나 속세에 무심한 사람인지 다시금 실감했다.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저 한테 사장 자리는 필요 없어요. 그냥 술 마실 때 돈 안 내고 마시고 싶을 뿐이에요.”그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 돈으로 술을 사 마시면 다음 생까지 마셔도 못 마실걸요?”그는 농담을 던지면서도 진지하게 충고했다.“지원 씨, 충동하지 마세요. 술집을 사는 건 장난이 아니에요.”나는 단호하게 말했다.“장난이 아닌데요. 술집 주인과 연락이 닿을 수 있는지만 알려줘요. 안 되면 다른 사람을 찾을 테니까.”내가 술집을 사려는 건 단순한 충동이 아니고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하지만 허진호에게 자세한 설명을 할 수는 없었다.용씨 가문을 조사하는 일은 알면 알수록 위험해지는 일이니까.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알았어요. 제가 한 번 시도해 볼게요.”“고마워요, 허 대표님.”그는 피식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잠이 오지 않는 두 번째 날이다. 사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심각한 불면증을 겪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야 불면증을 앓는 사람들의 고통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그렇게 잠들지 못한 채, 나는 많은 생각을 했고 해야 할 일들도 정리했다.그중 하나는 강진혁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는 것이었다.우아한 분위기의 레스토랑.강진혁은 내가 건넨 넥타이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오늘이 내 생일도 아니고 특별한 날도 아닌데?”나는 그의 손에 들린 넥타이를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