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60화

Author: 꽃길
감금실을 나올 때까지도 신지태의 절박한 외침이 나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강유형의 말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신지태의 감정 상태는 순간적으로 격앙되었다가 금세 우울해질 정도로 정말 불안정했다. 특히 그가 마지막에 외쳤던 말이 기억났다.

“지원아, 난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야. 난 결백해. 제발 나 좀 꺼내줘!”

그 목소리가 내 가슴을 짓눌렀다.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강유형이 빠르게 다가왔다.

그는 내 안색이 나빠진 걸 보자 재빨리 날 부축하며 말했다.

“너 괜찮아? 얼굴이 왜 그래? 신지태가 무슨 얘기라도 했어?”

신지태가 나한테 부탁한 걸 떠올리자 나는 강유형에게 말했다.

“일단 차에 가서 얘기하자.”

신지태는 내가 이곳을 빨리 떠나길 바랐다. 아마도 Q 클럽의 감시자들이 근처에 있다는 걸 염두에 둔 것 같았다. 그는 나마저 위험에 빠질까 봐 몹시 걱정하고 있었다.

차에 오르자마자 강유형이 물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

“진정 좀 해.”

하지만 나는 물을 받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

“지태 오빠는 자신이 누군가의 함정에 빠졌다고 했어.”

나는 그가 했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

“지태 오빠 말로는 여긴 아주 위험한 곳이고 우리도 무사하리란 보장이 없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차 앞쪽에서 강렬한 헤드라이트가 번쩍였고 운전기사는 당황하며 욕을 내뱉었다.

“젠장!”

강유형은 곧바로 내 어깨를 붙잡으며 주변 상황을 살폈다.

나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신지태를 만난 지 10분도 안 돼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제 어떡해?”

나는 공포가 밀려와 본능적으로 강유형의 팔을 붙잡았고 그는 흔들림 없이 침착하게 운전사에게 지시했다.

“앞뒤 좌우로 네 대가 따라붙었어. 네가 알아서 어떻게든 따돌려.”

운전기사는 침착하게 대답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강 대표님, 뒷좌석 안전벨트 꼭 하세요.”

강유형은 재빠르게 내 안전벨트를 단단히 조여주었다.

차는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온몸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휘청거리자 강유형은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61화

    차가 크게 충돌하며 뒤집히고 마침내 모든 게 멈췄다. 온 세상이 갑자기 정적에 휩싸였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의 고요함 마치 내 생명이 멈춘 듯한 순간이었다.한참 후 정신을 차린 나는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했다. 나는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조금 더 힘을 주어 보려고 하자 희미한 신음이 들려왔다.“움직이지 마...”주변은 여전히 깜깜했다. 단순히 어두운 것이 아니라 내 얼굴이 무엇인가에 가려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유형?”“나... 여기 있어.”그의 목소리는 바로 앞에서 들렸지만 무척 힘이 없어 보였다.“좀 비켜봐. 움직일 수가 없어.”나는 그의 상태를 알지 못한 채 몸을 빼내려 했다.그가 천천히 몸을 움직이자 나는 얼굴을 그의 품에서 겨우 빼낼 수 있었다.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찌그러진 차체와 피를 흘리며 움직이지 않는 운전기사가 보였다.나는 공포에 질려 외쳤다.“강유형! 강유형!”나는 너무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를 돌아보니 얼굴 역시 피투성이였다.‘큰일이야. 둘 다 다쳤어. 어떡하면 좋아.’나는 내가 다쳤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난 여전히 강유형의 아래에 깔려 있어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는 찌그러진 차체에 더 깊이 눌려 있었다.그러나 이렇게 있을 수는 없었다. 여기서 시간을 끌면 우리 모두 더 큰 위험에 처할 게 분명했다.“강유형, 숨을 깊게 들이쉬고 몸을 웅크려 봐. 그래야 내가 빠져나올 수 있어.”내 말에 그는 힘겹게 호흡을 조절하며 몸을 웅크렸다. 여러 번 시도 끝에 마침내 나는 그의 몸 아래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이미 창백했고 고통에 몸을 떨고 있었다.내가 나올 수 있게 하느라 그는 막심한 고통을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나는 그의 얼굴에 흐르는 피를 닦아 주려 했지만 그는 내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먼저... 경찰에 신고해.”“아니... 진정우한테 전화해.”나는 바로 그의 말뜻을 이해했다. 혹시라도 경찰이 Q 클럽과 연루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62화

    교통사고는 정말 내게 악몽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내가 그 악몽을 직접 겪게 될 줄은 몰랐다.이 절망감은 얼마나 깊은지... 부모님이 사고를 당했던 순간에도 분명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했다.아니, 어쩌면 더 큰 절망감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심한 상처를 입은 끝에 돌아가셨으니까.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진정우는 그런 나를 잡아주려고 애썼다.“지원아, 괜찮아. 곧 사람들이 너희를 구하러 갈 거야. 나도 금방 갈게.”그는 내게 계속 말을 걸며 진정시키려 했고 나는 그의 말대로 차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아무리 시도해도 차 문이 열리지 않았다.“움직이지 마... 아파...”강유형의 힘없는 신음이 내 옆에서 들려왔다.그 한마디에 나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고 심지어 말조차 하지 못했다.“지원아, 왜 대답 안 해? 괜찮아?”진정우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전화 너머에서 들려왔다.“괜찮아...”나는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차에서 불이 나거나 휘발유 냄새가 나는지 확인해 봐.”그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우리는 여기서 빠져나가기 전에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나는 몸을 간신히 움직여 차 앞쪽을 살폈다. 하지만 내가 조금 움직이자마자 차가 또다시 흔들리더니 곧이어 세상이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으악!”나는 본능적으로 뭔가를 잡으려 했지만 다시 차가 뒤집히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다시 멈췄을 때 나는 이미 온몸이 탈진한 상태였다.“지원아! 지원아!”멀리서 진정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는 어디에 있었고 내 핸드폰은 또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아까 차가 뒤집힐 때 핸드폰은 어디론가 던져졌고 나는 간절히 외쳤다.“진정우! 차가 또 뒤집혔어!”“진정우, 제발 사람들 빨리 보내줘. 제발!”커가는 공포감에 나는 절박하게 소리쳤다.나는 이 상태로 죽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죽을 수는 없었다.나는 창밖을 볼 용기가 없었다. 만약 불이 나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63화

    강유형과 헤어진 이후로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를 바라본 건 처음이었다.지금 그는 바로 내 앞에 있었고 심한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차가 뒤집힐 때 나를 안고 보호해 준 사람이 그였고 나 때문에 이렇게 심하게 다쳤을 것이다.“강유형, 말 좀 해봐.”내가 뭐라고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았다. 내가 말을 걸어도 그는 점점 더 잠에 빠질 뿐이었다.“무슨 말을 하라는 거야?”그가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하고 싶은 말 다 해봐. 우리가 헤어진 후에 무슨 생각 했는지... 조나연 얘기도 좋고, 얼마 전 네가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말해도 좋아.”나는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한꺼번에 쏟아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 잠이 든 건가 싶어 다시 불렀는데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지원아, 난 정말 널 사랑했어.”나는 숨을 멈추고 그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고 뭐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넌 내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여자야. 너를 본 이후로 다른 여자는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만 보였어. 그 어떤 설렘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그는 미소처럼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계속 말했다.“이런저런 여자들이 나한테 고백도 하고 출장 중엔 누군가는 옷까지 벗고 내 침대에 들어와 있었던 적도 있었어. 하지만 난 말하지 않았어. 네가 걱정하고 상처받을까 봐.”“나는 항상 너를 지키고 싶었어. 그래서 어떤 여자를 만나도 손끝 하나 대지 않았어. 그들이 너무 더럽게 느껴졌거든. 내가 그들을 만지면 너까지 더럽혀질까 봐.”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가 다시 말했다.“조나연 일이 벌어진 것도 나도 모르게 빠져버린 함정이었어. 조나연은 겉으로 너무 잘 꾸며져 있었어. 아마 하늘이 일부러 우리를 방해한 거겠지...”그가 한참 힘을 주어 눈꺼풀을 들어 올려 나를 바라보았다.항상 강하고 당당했던 그가 이렇게 무기력해진 모습은 처음이었다.“우리 운명이 거기까지였나 봐. 아마도 서로 진심이 부족했나 보지. 우리는 하늘도 어쩌지 못할 운명이었겠지.”나는 그의 말을 받아줬다.강유형은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1화

    “솔직히 말해봐, 너 윤지원이랑 해봤어?”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문틈으로 새어 나와 막 들어가려던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문틈 사이로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강유형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 “지원이가 먼저 다가왔지만 난 관심 없었어.”“강유형, 그렇게 사람 깎아내리지 마. 윤지원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 미인이야. 꽤 많은 사람들이 윤지원을 노리고 있다고.”말하는 사람은 강유형의 친구 신지태였다. 그는 나와 강유형의 10년 감정을 지켜본 증인이기도 했다.“너무 익숙해서 그래.” 강유형이 눈썹을 찌푸렸다.내가 14살 때 강씨 집안으로 보내졌고 그때 처음으로 강유형을 만났다. 모든 사람들이 내게 말했다. 앞으로 강유형과 결혼할 거라고.그 후로 우리는 함께 살았고 어느새 10년이 흘렀다.“그렇지. 너희 둘은 낮에는 한 회사에서 일하면서 얼굴 보고 밤에는 집에 와서 같은 식탁에서 밥 먹고. 아마 상대방이 하루에 몇 번 화장실 가는지까지 다 알겠어.”신지태가 농담을 던지고는 혀를 찼다. “지금은 오래 보면 정든다는 시대가 아니야. 남녀 사이엔 그래도 신선함이 있어야 하지.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그런 느낌, 그래야 감정이 생기고 자극적인 법이야.”강유형은 침묵했고 신지태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듯했다.“그래서 너 윤지원과 결혼할 거야?” 신지태의 질문에 내 숨이 멎는 것 같았다.강유형의 부모님은 우리에게 혼인신고를 하라고 하셨다. 그는 좋다고도, 싫다고도 하지 않았고 나도 그에게 묻지 않았다. 그러니 신지태가 나 대신 물어본 셈이다.강유형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신지태가 웃었다. “결혼하기 싫어?”“...그건 아니야.”“그럼 결혼은 하고 싶은데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는 거지?” 신지태와 강유형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사이라 서로의 마음을 잘 알았다.“지태야, 이런 말 들어봤어?” 강유형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뭔데?”“먹자니 맛없고 버리자니 아깝고.” 강유형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2화

    강유형은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고 그의 시선이 내 얼굴에 머물렀다. 굳이 보지 않아도 내 안색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어디 아파?” 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나는 말없이 그의 책상 앞으로 걸어가 목구멍에 맺힌 쓴맛을 삼키며 말했다. “나랑 결혼하고 싶지 않다면 내가 아주머니한테 말씀드릴게.”강유형의 미간 주름이 더 깊어졌다. 그는 내가 그와 신지태의 대화를 들었다는 걸 알아챘다.난 목이 메어 말을 잇기 힘들었다. “난 내가 먹자니 맛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존재가 될 줄은 몰랐어, 강유형...”“모든 사람들 눈에는 우린 이미 부부야.” 강유형이 내 말을 끊었다.‘그래서 뭐? 그 사람들 때문에 나랑 결혼하려는 건가?’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가 나를 사랑해서, 나와 평생을 함께 보내고 싶어서 결혼하는 거였다.‘탁’하는 소리와 함께 강유형의 손에 든 펜이 닫혔고 그의 시선이 내 손에 든 혼인 신고서에 머물렀다. “다음 주 수요일에 혼인신고 하러 가자.”이 말은 내가 듣고 싶었 거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가슴이 아팠다. 그것도 아주...난 고개를 숙이고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강유형, 억지로 할 필요 없어. 나도 그럴 필요 없고.”“윤지원!” 그가 날카롭게 내 이름을 불렀다.나는 움찔했고 고개를 들어 그의 짜증 난 듯한 눈과 마주쳤다. 그는 내게 손을 내밀었고 혼인 신고서를 쥔 내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자 그의 턱이 굳어졌다. “이리 줘.”나는 움직이지 않았고 분위기는 더욱 팽팽해졌다.몇 초 후, 그가 일어나 내게로 왔고 내 앞에 서더니 한숨을 살짝 내쉬며 말했다. “지태랑 한 얘기는 그냥 농담이었어. 넌 왜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거야?”정말 농담이었을까?“너도 알잖아. 남자들에게 체면이 얼마나 중요한 거.” 그의 손이 내 팔을 잡더니 천천히 내려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 혼인 신고서를 빼앗아 갔다.“앞으로는 남의 말 함부로 믿지 마.” 그가 돌아서서 혼인 신고서를 서랍에 넣고 옆에 있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화

    하루 종일 이 문제를 고민했지만 오후에 그가 나를 부를 때까지도 답을 찾지 못했다. 그래도 난 그를 따라나섰다.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나는 그에게, 그리고 퇴근 후 강씨 집안으로 돌아가는 일에 익숙해져 버렸다.“왜 말이 없어?”돌아가는 길에 강유형이 내 기분이 좋지 않음을 눈치챘는지 먼저 물었다.나는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강유형, 우리 그냥...”뒷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의 휴대폰이 울리면서 차량 디스플레이에 이름 없는 번호가 떴고 강유형의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그가 긴장했다. 정말 흔치 않은 일이었다.나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는 이미 재빨리 차량 스피커를 끄고 블루투스로 전환했다. “여보세요... 네, 지금 가고 있습니다.”통화 시간은 짧았다. 그는 전화를 끊고 나를 보며 말했다. “지원아, 급한 일이 생겨서 집에 데려다줄 수가 없겠어.”사실 그가 말하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나를 내버려두고 갈 거라는 걸. 이미 처음이 아니었으니까.그래도 그가 말하기 전까지는 나를 먼저 데려다줄 거라고 기대했었다.가슴 한구석이 갑자기 텅 비어 아파왔고 나는 서운함을 억누르며 물었다. “무슨 일 있어?”강유형의 턱이 굳어졌다. 그는 대답 대신 밖을 보며 말했다. “저기서 내려줄게. 택시 타고 돌아가.”설명조차 해주지 않고 이미 다 결정해 놓은 듯했다. 그러니 내가 뭐라 할 수 있겠는가?더 묻고 떼를 쓰는 건 스스로 망신당하는 일일 뿐이다.“집에 도착하면 전화... 메시지 보내.” 강유형이 당부하는 사이 핸들은 이미 돌아가 도로변 임시 주차장에 멈춰 섰다.나는 가방을 꼭 쥐고 차에서 내렸다.내가 예민한 게 아니다. 그가 발신번호를 본 후의 이상한 반응부터 차량 스피커로 통화하지 않으려 한 것까지, 이미 예감이 왔다.다만 묻지도 말하지도 않았을 뿐이다.어떤 일들은 묻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그대로 두고 자기 위안을 할 수 있으니.“조심해서 가!” 서두르는 와중에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화

    평생 이런 일을 겪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내가 성추행 혐의로 경찰서에 끌려올 줄이야.그날 내가 부딪힌 건 고작 열일곱 살의 미성년자였다. 그 녀석은 내가 자기를 더럽게 만졌다고 우겼고 내가 아무리 부인해도 소용없었다.“어디를 만졌다는 거죠?” 경찰이 꼼꼼하게 물었다.조태혁이라는 소년은 나를 노려보며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더니 허리 아래를 가리켰다. “여기요, 여기... 이 여자가 다 만졌어요.”‘개소리하지 마, 이 자식아!’나는 욕설을 내뱉을 뻔했다. 강유형 같은 미남도 못 만져본 내가 겨우 털도 다 안 난 꼬맹이를 만진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경찰이 다시 나를 쳐다보자 난 그가 묻기도 전에 먼저 부인했다. “전 그 애를 만지지 않았어요. 그저 실수로 부딪쳤을 뿐이에요.”“술 드셨나요?” 경찰의 눈빛이 의미심장했다.이 사회에서 남자가 술에 찌들어 사는 건 정상이지만 여자가 술을 마시면 대부분 품행이 의심받게 된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셨어요.”“얼마나 드셨죠?” 경찰의 이 질문이 지금 상황과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솔직히 대답했다.“맥주 한 병이요.”경찰은 믿지 않는 눈빛을 보였다. 난 즉시 내 친구 안리영이 증인이 돼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하필이면 그 꼬맹이와 내가 다투고 있을 때 안리영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출혈 중인 산모를 구하러 병원으로 긴급 소환됐다고.난 경찰의 의도를 이해하고 다시 한번 설명했다. “전 취하지 않았어요. 술 핑계로 이 꼬맹이를 건드릴 이유도 없고요.”경찰은 내 말을 기록하고 조태혁을 바라봤다. “저 여성분께서 만졌다고 확신해요? 거짓말이나 무고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당연히 확실하죠” 조태혁은 정말 고집불통이었다. 나는 화가 나서 일어나 그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그 생각을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조태혁의 눈이 갑자기 반짝였다. “누나, 왔어?”그가 미성년자니 당연히 보호자를 불렀을 거다. 나는 그의 가족에게 설명하려고 고개를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5화

    내 손이 아플 정도로 꽉 잡혔다. 분명 그가 화가 났다는 뜻이었다.이게 질투인 걸까?마음속으로 그런 생각이 스치는 순간 강유형은 내 손을 놓았고 그의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윤지원, 내가 한마디 했다고 이렇게 복수하려는 거야?”나는 순간 당황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으니까.“아니 난...” 설명하려는 내 말은 도중에 끊겼다.“너 정말로 그 녀석을 만졌어? 정말로 그곳을?” 강유형의 턱이 굳어졌고 그의 눈에는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은 무서운 빛이 서렸다.이런 모습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는데 역시 질투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순간 내 마음속의 불편함이 많이 사라졌다. 그가 나를 여전히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만약 그가 나를 단순히 여동생이나 친구로만 여겼다면 내가 다른 남자를 만졌다고 해서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아니야.” 나는 다시 한번 부인했다.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조태혁이 안에서 나왔고, 나를 향해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변태 아줌마, 또 우리 매형 꼬시려고?”사람 성격 쉽게 안 변한다더니 정말 그랬다.조태혁이 나를 바라보는 그 비열한 표정은 전생에 무슨 원수라도 졌나 싶을 정도였다.이쪽으로 걸어오는 남매를 보면서, 특히 조나연의 그 순수한 모습과 그녀가 강유형을 만졌던 장면을 떠올리며 나는 손을 들어 강유형의 팔을 감쌌다.하지만 그의 근육이 순간 굳어지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또 거짓말이지.” 조나연이 조태혁의 귀를 꼬집으며 다가왔다.그녀는 우리 앞에 서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유형 씨, 지원 씨, 정말 미안해요.”“네 잘못 아니야.” 강유형이 조태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에 또 이런 짓 하면 아무도 널 구해주지 않을 거야.”“흥.” 조태혁이 불만스럽게 강유형을 흘겨보았다. “당신이 누군데요? 뭔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해요? 당신이 우리 새 매형이 되겠다면 말 들을게요.”“조태혁!”조나연이 꾸짖으며 그를 한 번 더 때렸고 조태혁은 피하며 말했다. “누나, 저 사람

Latest chapter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63화

    강유형과 헤어진 이후로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를 바라본 건 처음이었다.지금 그는 바로 내 앞에 있었고 심한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차가 뒤집힐 때 나를 안고 보호해 준 사람이 그였고 나 때문에 이렇게 심하게 다쳤을 것이다.“강유형, 말 좀 해봐.”내가 뭐라고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았다. 내가 말을 걸어도 그는 점점 더 잠에 빠질 뿐이었다.“무슨 말을 하라는 거야?”그가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하고 싶은 말 다 해봐. 우리가 헤어진 후에 무슨 생각 했는지... 조나연 얘기도 좋고, 얼마 전 네가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말해도 좋아.”나는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한꺼번에 쏟아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시 잠이 든 건가 싶어 다시 불렀는데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지원아, 난 정말 널 사랑했어.”나는 숨을 멈추고 그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고 뭐라 답해야 할지 몰랐다.“넌 내가 유일하게 좋아했던 여자야. 너를 본 이후로 다른 여자는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만 보였어. 그 어떤 설렘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그는 미소처럼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계속 말했다.“이런저런 여자들이 나한테 고백도 하고 출장 중엔 누군가는 옷까지 벗고 내 침대에 들어와 있었던 적도 있었어. 하지만 난 말하지 않았어. 네가 걱정하고 상처받을까 봐.”“나는 항상 너를 지키고 싶었어. 그래서 어떤 여자를 만나도 손끝 하나 대지 않았어. 그들이 너무 더럽게 느껴졌거든. 내가 그들을 만지면 너까지 더럽혀질까 봐.”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가 다시 말했다.“조나연 일이 벌어진 것도 나도 모르게 빠져버린 함정이었어. 조나연은 겉으로 너무 잘 꾸며져 있었어. 아마 하늘이 일부러 우리를 방해한 거겠지...”그가 한참 힘을 주어 눈꺼풀을 들어 올려 나를 바라보았다.항상 강하고 당당했던 그가 이렇게 무기력해진 모습은 처음이었다.“우리 운명이 거기까지였나 봐. 아마도 서로 진심이 부족했나 보지. 우리는 하늘도 어쩌지 못할 운명이었겠지.”나는 그의 말을 받아줬다.강유형은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62화

    교통사고는 정말 내게 악몽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내가 그 악몽을 직접 겪게 될 줄은 몰랐다.이 절망감은 얼마나 깊은지... 부모님이 사고를 당했던 순간에도 분명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했다.아니, 어쩌면 더 큰 절망감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심한 상처를 입은 끝에 돌아가셨으니까.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지만 진정우는 그런 나를 잡아주려고 애썼다.“지원아, 괜찮아. 곧 사람들이 너희를 구하러 갈 거야. 나도 금방 갈게.”그는 내게 계속 말을 걸며 진정시키려 했고 나는 그의 말대로 차에서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아무리 시도해도 차 문이 열리지 않았다.“움직이지 마... 아파...”강유형의 힘없는 신음이 내 옆에서 들려왔다.그 한마디에 나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고 심지어 말조차 하지 못했다.“지원아, 왜 대답 안 해? 괜찮아?”진정우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전화 너머에서 들려왔다.“괜찮아...”나는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차에서 불이 나거나 휘발유 냄새가 나는지 확인해 봐.”그의 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만약 그런 상황이라면 우리는 여기서 빠져나가기 전에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나는 몸을 간신히 움직여 차 앞쪽을 살폈다. 하지만 내가 조금 움직이자마자 차가 또다시 흔들리더니 곧이어 세상이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으악!”나는 본능적으로 뭔가를 잡으려 했지만 다시 차가 뒤집히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다시 멈췄을 때 나는 이미 온몸이 탈진한 상태였다.“지원아! 지원아!”멀리서 진정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는 어디에 있었고 내 핸드폰은 또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아까 차가 뒤집힐 때 핸드폰은 어디론가 던져졌고 나는 간절히 외쳤다.“진정우! 차가 또 뒤집혔어!”“진정우, 제발 사람들 빨리 보내줘. 제발!”커가는 공포감에 나는 절박하게 소리쳤다.나는 이 상태로 죽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죽을 수는 없었다.나는 창밖을 볼 용기가 없었다. 만약 불이 나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61화

    차가 크게 충돌하며 뒤집히고 마침내 모든 게 멈췄다. 온 세상이 갑자기 정적에 휩싸였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의 고요함 마치 내 생명이 멈춘 듯한 순간이었다.한참 후 정신을 차린 나는 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확인했다. 나는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조금 더 힘을 주어 보려고 하자 희미한 신음이 들려왔다.“움직이지 마...”주변은 여전히 깜깜했다. 단순히 어두운 것이 아니라 내 얼굴이 무엇인가에 가려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강유형?”“나... 여기 있어.”그의 목소리는 바로 앞에서 들렸지만 무척 힘이 없어 보였다.“좀 비켜봐. 움직일 수가 없어.”나는 그의 상태를 알지 못한 채 몸을 빼내려 했다.그가 천천히 몸을 움직이자 나는 얼굴을 그의 품에서 겨우 빼낼 수 있었다.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찌그러진 차체와 피를 흘리며 움직이지 않는 운전기사가 보였다.나는 공포에 질려 외쳤다.“강유형! 강유형!”나는 너무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를 돌아보니 얼굴 역시 피투성이였다.‘큰일이야. 둘 다 다쳤어. 어떡하면 좋아.’나는 내가 다쳤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난 여전히 강유형의 아래에 깔려 있어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는 찌그러진 차체에 더 깊이 눌려 있었다.그러나 이렇게 있을 수는 없었다. 여기서 시간을 끌면 우리 모두 더 큰 위험에 처할 게 분명했다.“강유형, 숨을 깊게 들이쉬고 몸을 웅크려 봐. 그래야 내가 빠져나올 수 있어.”내 말에 그는 힘겹게 호흡을 조절하며 몸을 웅크렸다. 여러 번 시도 끝에 마침내 나는 그의 몸 아래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이미 창백했고 고통에 몸을 떨고 있었다.내가 나올 수 있게 하느라 그는 막심한 고통을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나는 그의 얼굴에 흐르는 피를 닦아 주려 했지만 그는 내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먼저... 경찰에 신고해.”“아니... 진정우한테 전화해.”나는 바로 그의 말뜻을 이해했다. 혹시라도 경찰이 Q 클럽과 연루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60화

    감금실을 나올 때까지도 신지태의 절박한 외침이 나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강유형의 말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신지태의 감정 상태는 순간적으로 격앙되었다가 금세 우울해질 정도로 정말 불안정했다. 특히 그가 마지막에 외쳤던 말이 기억났다.“지원아, 난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야. 난 결백해. 제발 나 좀 꺼내줘!”그 목소리가 내 가슴을 짓눌렀다.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강유형이 빠르게 다가왔다.그는 내 안색이 나빠진 걸 보자 재빨리 날 부축하며 말했다.“너 괜찮아? 얼굴이 왜 그래? 신지태가 무슨 얘기라도 했어?”신지태가 나한테 부탁한 걸 떠올리자 나는 강유형에게 말했다.“일단 차에 가서 얘기하자.”신지태는 내가 이곳을 빨리 떠나길 바랐다. 아마도 Q 클럽의 감시자들이 근처에 있다는 걸 염두에 둔 것 같았다. 그는 나마저 위험에 빠질까 봐 몹시 걱정하고 있었다.차에 오르자마자 강유형이 물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진정 좀 해.”하지만 나는 물을 받지 않고 조용히 말했다.“지태 오빠는 자신이 누군가의 함정에 빠졌다고 했어.”나는 그가 했던 말을 그대로 전했다.“지태 오빠 말로는 여긴 아주 위험한 곳이고 우리도 무사하리란 보장이 없대.”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차 앞쪽에서 강렬한 헤드라이트가 번쩍였고 운전기사는 당황하며 욕을 내뱉었다.“젠장!”강유형은 곧바로 내 어깨를 붙잡으며 주변 상황을 살폈다.나도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신지태를 만난 지 10분도 안 돼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이제 어떡해?”나는 공포가 밀려와 본능적으로 강유형의 팔을 붙잡았고 그는 흔들림 없이 침착하게 운전사에게 지시했다.“앞뒤 좌우로 네 대가 따라붙었어. 네가 알아서 어떻게든 따돌려.”운전기사는 침착하게 대답하며 말했다.“알겠습니다. 강 대표님, 뒷좌석 안전벨트 꼭 하세요.”강유형은 재빠르게 내 안전벨트를 단단히 조여주었다.차는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온몸이 뒤틀리는 듯한 느낌이었다.내가 휘청거리자 강유형은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59화

    진정우는 내가 여전히 화가 나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드디어 신지태를 만났다. 그는 수감복을 입고 있었고 멋있던 헤어스타일은 온데간데없이 거의 삭발된 상태였다.이렇게 초라한 모습의 그는 처음이었다. 그를 보는 순간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신지태는 강유형의 친구들 사이에서도 실력으로 인정받으며 자리 잡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의 인생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었다.“지태 오빠.”내가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불렀고 그는 나를 보며 여전히 웃고 있었다.“여긴 어떻게 왔어?”늘 그랬듯이 그는 내 앞에서 항상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마치 그의 세상은 언제나 맑은 햇살로 가득한 듯했다.그런 그의 태도가 오히려 나를 더 침묵하게 했다.“내 모습이 너무 초라해서 말이 안 나오는 거야? 아니면 너무 못생겨져서 날 못 알아보겠어?”그가 이렇게 밝게 웃는 건 전부 연기였을 것이다. 나를 걱정시키기 싫어서 그리고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나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아니야. 오빠는 언제나 멋져.”나는 그의 말을 받아 웃으며 대답했다.그러자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렇게 날 위로하지 않아도 돼.”“우리는 오빠가 누군가의 계략에 빠졌다는 걸 다 알아. 강유형과 진정우도 오빠를 돕기 위해 애쓰고 있어. 그러니까 오빠는 꼭 침착하게 기다려야 해. 분명 잘 해결될 거야.”나는 그의 마음을 달래며 준비한 질문으로 대화를 유도했고 신지태는 잠시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아무도 그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았으니 우리의 말이 의외였던 것 같았다.“누가 오빠를 찾아왔었는지 자세히 말해줘. 디크랑 왜 다투게 됐는지. 최대한 자세히 말해줘. 혹시 다른 중요한 일도 있었다면 모두 얘기해줘.”내가 간절히 말하자 그는 잠시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는 듯했지만 다시 눈을 뜨며 고개를 저었다.“내 일은 너희가 신경 쓸 필요 없어. 괜히 너희까지 휘말리게 될 수도 있어.”그의 목소리에는 포기와 체념이 묻어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58화

    [가능한 빨리 연락 주세요.]상대에게서 온 짧은 메시지였다.그래서 나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알겠습니다.]그런데 답장을 보내고 나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능한 빨리라는 말은 뭔가 다급한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나는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혹시 시간이 안 되시거나 여건이 어려우시면 사진으로라도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하지만 이번에는 아무 응답이 없었다.그 사람은 늘 이렇게 종잡을 수 없었다. 그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내가 그를 찾을 방법은 없었다.부모님의 사고가 다시 떠오르자 나의 마음속 불안함은 한층 더 깊어졌다.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낯선 환경 때문인지 아니면 머릿속에 엉킨 걱정 때문인지 나는 밤새 뒤척였다.다음 날 아침, 강유형은 나를 보자마자 한눈에 상태를 알아챘다.“잠을 잘 자지 못했나 봐.”“괜찮아.”나는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난 그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런 태도는 아마 헤어진 여자들의 마지막 자존심 같았다.강유형은 더 이상 묻지 않았지만 표정만으로도 내가 그를 답답하게 만든다는 게 느껴졌다.잠시 후, 그가 입을 열었다.“오늘 신지태를 만날 수 있을 거야. 일단 지태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필요한 것도 물어봐야 해.”그의 말은 전날 진정우가 했던 말과 거의 같았다. 둘 다 신지태의 사건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그가 말을 끝냈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는 내 반응이 이상했는지 다시 물었다.“왜 아무 말이 없어?”“어제 진정우가 똑같이 말했거든.”내 대답에 그는 잠시 말을 잃었다.“진정우가 사람을 보내 내가 신지태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겠대.”나는 솔직히 말했다.그러자 강유형은 아무 말 없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나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턱은 굳게 다물려 있었고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예전과 똑같은 모습이었다.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그는 여전히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쉽게 화를 냈다.다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57화

    나는 마음이 조여 오는 듯한 불안감을 느끼며 물었다.“내일 대략 몇 시쯤?”“정확히는 모르겠어. 내일 전화로 알려줄게.”진정우는 그렇게 말하며 잠시 멈췄다가 물었다.“밥은 먹었어?”“응. 강유형이랑 같이 먹었어.”나는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 진정우도 이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않을 사람이었다. 게다가 나를 강유형에게 맡긴 것도 그였으니.그는 예상대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신지태에 대해 강유형이 뭐라고 했어?”“그가 면회를 도와줄 방법을 찾고 있다고 했어. 다른 말은 없었어.”“강유형은 신지태 팀원들과 친하니까 유용한 단서를 얻을 수도 있을 거야.”그의 말에 굳이 대꾸하지 않았고 대화는 거기서 멈췄다.우리는 전화 속에서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나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여기 비가 꽤 많이 와.”“들었어.”그제야 나는 화면이 천장을 비추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진정우는 비도, 나도 보지 못한 채 호텔 천장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보여줄게.”나는 휴대폰을 들어 창밖의 비 내리는 풍경을 비췄다.“내가 보고 싶은 건 너야.”그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흘렀다. 잠시 침묵한 뒤,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정우야, 넌 날 화나게 했어. 그래서 너에게 벌줄 거야. 내가 돌아가기 전까지 날 못 볼 거야.”그는 한참 조용히 있더니 결국 말했다.“알겠어. 네가 말한 벌을 받아들일게.”그게 벌일까? 어쩌면 그럴지도.그는 나를 사랑하니까. 사랑하는 사람은 하루라도 못 보면 긴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지는 법이다.진정우는 휴대폰 너머로 나와 함께 낯선 도시의 비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나는 한참 동안 창가에 앉아 있었고 허리가 뻐근해지자 침대로 옮겨 누웠다.휴대폰을 들었을 때, 그는 여전히 전화를 끊지 않고 있었다.“왜 아직 안 끊었어?”“끊고 싶지 않아. 네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으니까.”그의 대답은 내 가슴을 울렸지만 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럼 내가 끊을게.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56화

    진정우의 영상 통화가 걸려 왔을 때, 나는 호텔 발코니에서 비 내리는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낯선 도시는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기운을 준다.창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는 그런 감정을 더 깊게 파고들었다.며칠 전 영상 통화에서 들었던 대화가 머릿속을 맴돌았다.강유형이 왜 진정우에 대해 다 아냐고 물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진정우는 단순한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진씨 가문의 사람이었다.나는 그를 평범한 회사원이라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숨겨진 거대 재산을 가진 부잣집 자제였다.그런데 왜 그는 자신을 숨겼을까? 혹시 영화나 소설처럼, 자기기 재산이나 신분 때문에 사랑받고 싶지 않았던 걸까?이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순간 핸드폰이 울렸고 화면에 나타난 진정우의 얼굴은 여전히 차분하고 잘생겼다.“지원아, 내가 설명할게.”그의 말은 단도직입적이었다. 이미 내가 모든 걸 알았다는 걸 그는 직감하고 있었다.“뭘 설명하려는 건데?” 나는 다리를 꼼지락거리며 일부러 무심한 척 물었다.“널 일부러 속이거나 숨긴 건 아니야.” 그의 목소리는 진지했다. 나는 창문에 손가락으로 무심히 선을 그으며 말했다.“뭐, 네가 말하지 않은 것도 네 선택이지.”“지원아...”“진정우, 네가 날 강유형에게 맡긴 건, 그가 진씨 가문과 협력하려면 널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겠지?”“그건...”“하지만 일반적인 남자 친구라면, 전 남자 친구에게 여자 친구를 맡기진 않지 않아?” 나는 낮게 속삭였다.“지원아...”“내가 네게 했던 말 기억나? 나는 거짓말을 제일 싫어한다고 했잖아.”내 마음은 이미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알아. 네가 알게 되면 말하려고 했어. 하지만 적당한 시기를 찾지 못했어.” 그의 목소리는 간절했다.“시기를 찾지 못했다니. 진씨 가문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고 나서 말하려고 했던 거야? 아니면 오늘 내가 우연히 듣지 않았다면, 영영 말하지 않았겠지?”그는 한동안 침묵하다 답했다.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455화

    강유형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보아하니 정말 날 원망하는구나.”“그렇게까지는 아니야. 하지만 마음이 불편한 건 사실이야. 내 10년을 너한테 낭비했으니까.”이미 이 화제가 시작된 이상,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그가 잠시 침묵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그럼 내 10년은? 윤지원, 나도 널 사랑했고 진심으로 너에게 최선을 다했어.”나는 잠시 그와 눈을 마주쳤다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그건 부정하지 않아. 하지만 네가 조나연과 엮인 그 순간, 네가 했던 모든 노력을 스스로 지운 거야.”“죄인도 집행유예나 한 번쯤은 용서받을 기회를 얻잖아. 그런데 왜 나는 그런 기회조차 없는 거야?”그의 목소리엔 억울함이 가득했다.“난 그럴 너에게 그런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아.”내 단호한 대답과 동시에 음식이 상에 올랐다.강유형은 더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했지만 내가 먼저 선을 그었다.“이 식사를 계속하고 싶다면 과거 이야기는 하지 마.”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았고 결국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우리는 말없이 식사를 시작했지만 서로 음식 맛조차 느끼지 못한 채 숟가락만 들었다.식사를 마친 후 그는 나를 호텔로 데려다줬고 내 방은 그의 바로 옆방이었다.방에 들어가기 전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지태 오빠를 가능한 한 빨리 만나고 싶어.”그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아.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불러.”이번엔 그의 배려를 받아들여 고개를 끄덕이고 방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그가 다시 불렀다.“윤지원, 넌 진정우에 대해 정말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뭐라고?”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지만 그는 대답 대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나는 문을 닫으며 생각했다.‘도대체 무슨 뜻이지? 진정우에 대해 뭘 말하려는 거야?’방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진정우에게 영상통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휴대폰을 안 들고 있나, 아니면 바쁜 건가?’나는 호텔 방 사진을 찍어 메시지와 함께 보냈다.[안전하게 도착했어.]하지만 여전히 답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