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Chapter 351 - Chapter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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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1화

특히 조나연은 정말 혐오스러운 행동을 했지만 뱃속의 아이만큼은 무고했다. 게다가 그 아이는 임석진의 유일한 혈육이기도 했다.조나연이 떠나자 아줌마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손을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강유형, 이 바보 같은 녀석! 저 여자한테 완전히 속아 넘어갔잖아. 평소엔 그렇게 똑똑한 애가 이번엔 왜 이렇게 정신을 못 차렸을까?”그러면서 내 손을 꼭 붙잡고 물었다.“지원아, 너 다 들었지?”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원아, 강유형은 완전히 저 여자한테 속아 넘어간 거야. 정말로 속았다니까.” 아줌마는 무언가를 설명하려 애쓰는 듯 보였다.나는 담담하게 말했다.“유형이가 미끼를 던졌으니 나연 씨가 덥석 물었겠죠.”내 말에 아줌마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잔인할 수가 있을까? 자기 남편까지 해치다니...”정말이지,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는 법이다.“유형이가 만약 저 여자와 결혼이라도 한다면 우리 집안이 다 무너질 거야. 나랑 네 삼촌도 제대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줌마는 마치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나는 외부인이니 그 말을 받아칠 수 없었다.“안 되겠다. 당장 경찰에 신고해야겠어. 저 여자를 그냥 두면 안 돼. 경찰에 잡혀가면 강유형도 저 여자한테서 벗어날 수 있을 거야.” 아줌마는 갑자기 내 손을 잡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지원아, 이제야 알겠어. 내가 강유형이 잠적한 걸 단순히 화가 나서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저 여자가 유형이를 그렇게 몰아넣은 거였어.”아줌마는 점점 더 흥분하며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지원아, 네가 경찰에 신고해줘. 증거를 경찰에 넘기면 저 여자를 잡아갈 수 있을 거야.”아줌마의 간절한 눈빛을 마주하며 나는 고개를 살짝 떨구고 말했다.“아줌마, 제가 가진 증거는 없어요.”“증거가 없다고? 너 그렇게 많이 알고 있잖아! 도대체 어떻게 증거가 없다는 거야?” 아줌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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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조나연의 가식과 욕망을 내가 들춰낸 뒤, 그녀는 분노와 수치심에 휩싸였을 것이다.그리고 그런 감정으로 이 자리에 나타난 것 같았다.조나연은 차 문을 잡고 나를 바라봤다. 처음엔 차 문을 열고 나를 끌어내리거나 화를 낼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갑자기 몸을 낮추더니 내 차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전혀 예상 밖이었다.그녀가 나를 붙잡고 애원할 줄은 알았지만 무릎까지 꿇을 줄은 몰랐다.이 여자는 정말 상황에 따라 온갖 방법을 쓰는군.솔직히 그녀가 무릎을 꿇든 말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결국, 그녀는 내 약혼자를 빼앗아 간 사람이니까.하지만 그녀가 임신한 몸이라는 사실이 문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무릎을 꿇다니, 혹시라도 뱃속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할 게 뻔했다.그렇다고 해서 내가 직접 차에서 내려 그녀를 부축할 필요는 없었다.그녀는 뱃속 아이를 방패 삼아 나를 이용하려는 속셈일 테니까.나는 차창 너머로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연 씨, 이게 무슨 뜻이죠?”“지원 씨...” 그녀는 애절한 표정으로 애원하기 시작했다.“제발 저를 봐주세요. 아니, 제 아이를 살려주세요. 저희에게 기회를 주세요.”그녀는 여전히 아이를 이용하려 들었다.뱃속의 아이는 이제 그녀의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된 것이다.하지만 나는 이 상황에 끌려가지 않기로 했다.“내가 당신에게 뭘 했다고 살려달라 하죠?” 나는 차분히 물었다.그녀의 입술이 떨리며 간신히 대답했다.“지원 씨, 제가 강유형을 빼앗은 건 잘못된 일이에요. 그건 저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도 잘 살고 싶었을 뿐이에요.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사람은 높은 곳으로 가고 싶어 하잖아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요?”나는 참 어이가 없었다.“잘 살고 싶어서 남의 자리를 빼앗고 남을 짓밟는 게 잘못이 아닌가요? 그렇다면 지금 무릎 꿇고 있는 건 뭐죠?”조나연은 내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기 처지를 늘어놓기 시작했다.“지원 씨, 당신은 저랑 다르잖아요. 당신은 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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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임석진이 사람들 앞에서는 항상 밝게 웃던 모습과 달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나는 몰랐다.“하지만 석진 씨도 사람이에요. 그도 지쳤죠. 여러 번 몰래 그가 한밤중에 일어나 담배를 피우는 걸 봤어요. 그럴 때마다 정말 마음이 아팠고 제가 짐이 된 것 같아 스스로를 원망했어요.” 조나연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을 이었다.“그래서 그와 헤어지고 싶었어요. 완전히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에요. 그를 사랑했기 때문에, 더 이상 그렇게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갑자기 그녀의 말투와 태도가 바뀌었다. 자신이 임석진을 위해 희생한 사람이라도 되는 듯한 뉘앙스였다. 그러자 나는 가만히 중얼거렸다. “그럼 지금은 안 힘들겠네요. 이제 영원히 안 힘들겠죠.”조나연은 내 말에서 비꼬는 의도를 느꼈는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은 내 삶을 살아보지 않았잖아요. 내 고통을 이해할 리가 없죠.”그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거의 외치는 듯 말했다.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그녀의 눈빛이 이내 조금씩 가라앉았다.“지원 씨, 석진 씨의 죽음과 관련해서는, 정말로 내가 그를 해치려 한 게 아니에요. 나는 단지... 나의 배신을 발견하면서 자발적으로 나를 떠나도록 만들고 싶었어요. 그를 자유롭게 해주려고요.”나는 가만히 물었다. “그럼 그 사고는... 정말 당신 짓이 아니에요?”조나연은 격렬하게 고개를 저으며 외쳤다.“아니에요! 절대 아니에요! 석진 씨는 나에게 너무 잘해줬어요. 내가 짐승도 아닌데 어떻게 그를 죽일 생각을 하겠어요?”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그래도 결국 당신 때문에 죽었잖아요.”나는 단호하게 그녀의 핑계를 차단했다.조나연은 한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다음 생에... 내가 더 잘할게요. 석진 씨한테...”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다음 생에도 이런 식으로 나오면 석진 씨는 당신을 보고 도망칠 거예요.”내 말은 한층 날카롭게 그녀를 찔렀다.내심 아이만 없었다면 그녀를 붙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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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조나연의 말에 나는 어이없었다.“강유형이요? 그 사람을 원한다고요?”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 나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조나연은 내 눈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듯 말했다.“맞아요. 강유형 그 사람이요. 하지만 제가 원하는 건 그의 마음이 아니라, 그의 존재예요.”나는 그 말에 속으로 비웃었다. ‘정말 대단한 여자네.’“조나연 씨, 잘못 말씀하신 거 아니에요? 당신이 원하는 건 강유형이 아니라, 그의 신분과 그 뒤에 숨겨진 부잖아요.”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그건 부정하지 않아요. 하지만...”그리고 잠시 말을 멈추더니, 비수처럼 날카로운 한마디를 내뱉었다.“하지만 그동안 유형 씨가 저에게 잘해줬어요. 너무 잘해줘서 저도 그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어요. 이제는 그와 평생 함께하고 싶어요.”그 말을 듣자 나는 기분이 이상했다. 마치 나를 겨냥하듯, 강유형이 자신에게 잘해줬다는 점을 강조한 그녀의 말투에 감춰진 의도가 뻔히 보였다.그래서 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가 그렇게 잘해줬다면 왜 도망쳤을까요?”조나연의 얼굴이 굳었고 나는 계속 이어 말했다.“그가 정말로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하세요?”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돌아오기만 하면 제가 방법을 찾겠어요.”나는 고개를 저으며 냉정히 말했다.“그럼 당신이 알아서 돌아오게 해 보세요. 저는 도와줄 생각이 없으니까요.”그녀는 한참 동안 무릎을 꿇고 있어 몸이 휘청거렸고 그래서 차 문을 꽉 잡았다.“왜요? 설마 아직도 유형 씨를 사랑해요?”그녀의 말에 나는 짧게 웃으며 대꾸했다.“그렇게 믿고 싶다면 그렇게 믿으세요.”조나연은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했는지 입을 다물었다. 나는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무릎 꿇고 계시면 아기한테도 안 좋으니까 이제 일어나세요. 저도 가야 하거든요.”그러나 그녀는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지원 씨가 강유형 씨에게 연락하지 않으면, 저는 여기서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그녀의 집착이 얼마나 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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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강유형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 조나연은 이미 눈물이 가득 고였고 목소리가 떨렸다.“유형아... 나 정말 너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그녀는 간절하게 애원했지만 강유형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조나연은 초조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확인하며 물었다.“유형아, 너 듣고 있는 거 맞지? 듣고 있어?”화면에는 여전히 통화 중이라는 표시가 떠 있었지만 강유형은 입을 열지 않았다.그러다 마침내 그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조나연, 네가 우리 집에 간 거, 누가 시켰어? 내가 너한테 뭐라고 경고했는지 잊었어?”그녀는 핸드폰을 쥔 손을 떨며 변명했다.“유형아, 어쩔 수 없었어... 난 이 아이를 지키고 싶었을 뿐이야. 네가 아이한테 무슨 일 생기면 안 된다고 했잖아.”그녀의 태도에 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아이를 없애겠다고 했던 사람이 이제 와서...강유형의 목소리는 더 차가워졌다.“이번이 마지막이야. 조나연.”“유형아...!”하지만 그의 단호한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통화는 종료되었고 핸드폰에서는 뚜뚜 신호음만 울렸다.조나연은 멍하니 핸드폰을 쥔 채 계속 이름을 불렀다.“유형아, 유형아...”나는 차분히 말했다.“전화 끊겼으니까 핸드폰 돌려줘요. 이제 끝난 거 같네요.”그녀는 휘청거리며 균형을 잃고 앉아버렸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보였다.나는 더 이상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차를 몰고 자리를 떠났다.운전하는 동안 머릿속에는 그녀가 했던 말들과 임석진의 죽음이 떠올랐다. 정신이 흐려져 어떻게 운전했는지도 모른 채 민원센터에 도착했을 때,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이러다 큰일 나겠다.’나는 스스로를 다잡으며 화장증명서와 서류를 들고 걸어갔다.서류를 제출하자 직원은 이를 확인한 뒤 컴퓨터에 무언가를 입력하며 업무를 시작했다. 나는 그녀를 불렀다.“잠깐만요.”직원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네?”“부모님 자료 좀 찍어두고 싶어서요. 기념으로요.”사진을 찍고 나자 직원은 곧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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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낙태라고?조나연은 끝까지 사고를 치며 뭔가를 꾸미고 있었다.하지만 이제 그녀가 뭘 하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이미 내 마음과 몸이 지쳐 있었기에 그녀에게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알아서 하라고 전해.”나는 단호히 안리영에게 말했다.“어머? 이번엔 정의의 여신 안 할 거야?”안리영이 비꼬듯 물었다. 내가 얼마나 참견이 심했는지 보여주는 말이었다.“정의의 여신? 이제 그런 거 없어. 나도 타락했거든.”나는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고 안리영은 큰소리로 나를 비웃었다.“좋아, 마음에 들어. 계속 그렇게 해봐.”전화를 끊고 재개발 사무소로 향해 서류를 제출하고 서명했다. 직원은 삼일 안에 집을 정리하고 나가야 한다며 안내장을 건넸다.철거 공지를 받았을 때 이미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기한이 정해지니 그 현실이 무겁게 다가왔다.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아파트 입구에 서서 오랫동안 위를 올려다봤다.평소라면 이 시간에 마주쳤을 아줌마들조차 보이지 않았다. 모두 이미 떠난 것이다.그렇게 멍하니 서 있던 나를 누군가가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고개를 돌리자 진정우가 서 있었다.그가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배고프지 않아?”진정우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지 않고 대신 차분히 물었다.나는 고개를 저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순간, 모든 게 너무 피곤하고 버겁게 느껴졌다. 말조차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힘들지?”그는 내 상태를 단번에 알아차렸다.나는 짧게 "응" 하고 대답했다.그는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내가 이미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아무 말 없이 따라왔다.그리고 내가 들고 있던 가방을 조용히 받아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말 한마디 없이 함께 계단을 올랐다.마지막 계단에 도착했을 때, 나는 손을 뻗었다. 진정우는 가방을 내주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그가 원하는 건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나는 조용히 말했다.“부모님 주민등록 말소 처리했어. 너무 지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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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모든 것이 내 착각이었다.방금 전 들렸던 아버지의 목소리도, 단지 환청에 불과했다.부모님은 이미 10년 전에 나를 떠나셨다.그런데 내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하다니...나는 허탈감에 빠져 창밖을 바라보다가 문득 어둠이 드리웠다. 창밖의 마지막 빛줄기가 사라지자, 온 집 안이 깜깜해졌다.그제야 마음속 깊이 묻어둔 부모님을 잃은 슬픔이 터져 나왔다. 두 눈 가득 눈물이 차올라 결국 흐르고 말았다.그날 밤, 꿈속에서 내내 부모님과 함께했다.하지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온몸이 녹초가 된 기분이었다. 마치 무거운 짐을 들고 하루 종일 일한 것처럼 지쳤다.몸을 일으켜 보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제야 내가 병에 걸렸다는 걸 깨달았다.손으로 이마를 짚어보니 약간 열이 나는 것 같았다. 그때, 문밖에서 진정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원아, 일어났어?”나는 입을 열어 대답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목구멍을 칼로 도려낸 듯 아팠다. 결국 핸드폰을 꺼내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나 많이 아파. 문 앞에 열쇠가 있으니까 열고 들어와."진정우는 내가 준 열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몇 초 지나지 않아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곧바로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다가왔고 그의 차가운 손이 내 이마에 닿았다.그 순간 뜨거운 열기가 조금이나마 가라앉으며 편안해졌다. 나는 더 기대고 싶었지만 그는 곧 손을 거두었다.“열이 나네. 병원 가야겠어.” 그 순간 나는 그의 손을 잡아 얼굴에 댔다. 그러자 그는 내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내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지금 바로 병원에 가자.”“그냥 약만 먹으면 돼...”나는 힘들게 대답했지만 그는 단호했다.“약은 먹어야지. 근데 병원도 가야 해.”그는 내 얼굴을 가볍게 쓰다듬고는 약을 가지러 갔다.그리고 곧 물과 약을 들고 돌아온 그는 나를 부드럽게 일으켜 약을 먹였다.내가 조금 숨을 고르자 그는 말했다.“이제 병원 가서 검사받아야지.”나는 고개를 저었지만 그는 다시 내 이마에 키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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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파스타 두 개 주세요. 하나는 토마토소스 대신 블랙페퍼소스로요. 그리고 망고주스 한 잔, 따뜻한 물 한 잔, 저칼로리 블루베리 케이크도 하나 추가요.”구안석 교수가 우아한 태도로 주문을 마쳤다.들으니 분명히 두 사람 몫이었다. 그런데 그중 하나가 완전히 안리영 취향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특히 그녀가 블랙페퍼소스를 좋아한다는 디테일까지 반영되어 있었다. 이건 그녀를 잘 아는 사람, 혹은 세심하게 관찰한 사람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부분이었다.왜냐하면, 그녀는 겉으론 가리지 않는 척했지만 사실 토마토소스가 들어간 음식은 절대 손도 대지 않는 사람이었다.몇 년 만에 다시 만났고 이제 막 관계를 시작한 상황인데 구 교수가 그녀의 이런 디테일한 취향까지 기억하고 있었다.그가 그녀에게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예전에는 그들의 관계를 두고 비웃었지만 지금 보니 내가 몰랐던 면들이 보였다.“우리도 주문하자.”진정우가 내 손을 가볍게 쥐며 부드럽게 말했다.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가서 그들의 시간을 방해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병원 근처에서 이렇게 식사하는 걸 보면, 두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은 게 분명했다. 그 시간을 깨는 건 누가 봐도 민폐였다.진정우는 내가 아프다는 걸 알았는지 내 취향을 고려하면서도 자극적이지 않는 음식을 골랐다.“디저트는 다음에 먹자. 지금은 목이 아프니까 나중에 먹는 게 나을 거야.”진정우의 세심함은 구안석 못지않았다. 디저트는 주문하지 않았지만 그 이유를 설명해 줬다. 멀리서 조용히 식사만 하고 있는 구안석과 안리영을 보며, 나는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그러다 괜히 진정우에게 장난을 쳤다.“만약 내가 꼭 먹고 싶다고 하면?”연애를 하면서 여자들이 가끔 투정을 부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나치지만 않다면, 오히려 사랑받는 기분이 드니까.그런데 안리영과 구안석의 연애는 내게 너무 밋밋해 보였다. 마치 오늘 내가 먹는 싱거운 죽처럼 말이다.“그럼 조금만 먹어. 하지만 많이는 안 돼.”진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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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카카오톡을 열어보니 친구 추가 요청이 와 있었다. 나는 낯선 사람은 잘 추가하지 않는데 번호로 나를 검색해 추가한 사람이라면 모를까.별생각 없이 요청을 눌러보니 ‘정의는 마음속에’라는 닉네임이 뜨고 메시지로 [저는 신 경찰관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이렇게 당당하게 자기가 경찰관이라고 하는 건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일이다.기억을 더듬어보니 어제 사망 확인서를 발급해 줬던 경찰관이 떠올랐다.그때 이름을 물어보진 않았지만 최근에 접촉한 경찰은 그가 유일했다. 게다가 그가 내 번호도 가져갔으니 틀림없을 것이다.수락을 누르니 바로 친구로 추가되었다는 알림이 떴다. 하지만 나는 아무 메시지도 보내지 않았다.그가 먼저 요청을 보냈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먼저 연락을 해오겠지 싶었다.그 대신 안리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연애할 때는 좀 밀당도 하고 귀여운 척도 하고 애교도 부려야 해. 너처럼 철벽 쳐가며 굴면 남자가 널 보호하고 싶어 하겠냐고.]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안리영을 바라봤지 안리영은 전혀 반응이 없었다. 마치 휴대폰을 들고 있지도 않은 것 같았다.그래도 답장을 바로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냥 다음번엔 참고하라는 의미로 보냈을 뿐이었다.“문자 그만하고 밥 먹어.”진정우가 내 손을 가볍게 잡으며 말했다. 나는 얌전히 대답하며 면을 먹기 시작했다.하지만 목이 아파서 많이 먹을 수 없었다. 대신 달콤한 과일 주스는 정말 맛있었다. 특히 목을 부드럽게 해줘서 좋았다. 만약 아이스였다면 더 좋았겠지만 진정우는 내가 생리 중이라는 걸 알고 일부러 따뜻하게 주문했다.나는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하고 주스만 홀짝였지만 진정우는 정말 열심히 식사를 했다.그는 겉모습은 다소 거칠어 보이지만 먹는 모습은 전혀 거칠지 않았다. 다만 먹는 속도가 꽤 빨라서, 접시가 순식간에 깨끗해졌다.게다가 음식물을 하나도 남기지 않는 모습은 오늘뿐만이 아니었다.내가 그를 알게 된 이후로 쭉 그랬다.이건 그의 오랜 습관처럼 보였다. 마치 어릴 적 부모님이 나에게 “음식을 남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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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진정우가 빠르게 내 손에서 흘러내릴 뻔한 주스를 잡아줬다. 내가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윤지원, 정말 잘한다. 나중에 스승님으로 모셔야겠어.”안리영이었다. 결국 내가 보낸 메시지를 확인한 모양이다.나는 그녀를 살짝 때리며 말했다.“사람 놀라게 하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놀라게 해서 큰일 나면 난 보상도 못 해줘. 안 그래요, 정우 씨?”안리영이 진정우를 놀리며 말했다.구 교수 앞에서는 양처럼 얌전하더니 우리 앞에서는 거리낌 없는 모습이다.어떻게 구 교수 앞에서는 그렇게 태연히 순한 척을 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그나저나 구 교수는 어디 갔어?”나는 그녀가 앉아 있던 자리를 보며 물었다. “갔어.”안리영이 내 옆에 앉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진정우를 향해 농담을 던졌다.“정우 씨, 혼자 두 그릇 시켜 먹었어요? 우리 지원이건 아무것도 시켜주지 않고? 여자 친구 너무 안 챙기는 거 아니에요?이 말은 분명히 일부러 한 것이었다. 그녀는 진정우가 내 남은 음식을 먹은 것을 알고 있었다.나는 그녀를 팔꿈치로 살짝 찌르며 진정우가 어색해질가봐 장난을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내 예상은 틀렸다. 진정우는 여전히 태연하게 먹으며 말했다.“이게 지원 씨 거예요.”“오, 두 사람이 한 그릇을 나눠 먹는 거예요? 정우 씨도 참 로맨틱하네요.”안리영은 계속 놀렸다.“네. 리영 씨도 구 교수님과 한 번 해보세요.”진정우가 태연히 받아쳤다. 그러자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안리영은 내 팔을 꼬집었는데 하필이면 혈액 검사를 했던 팔이었다.“아야, 아파.”내가 말하자 진정우가 바로 말했다.“그 팔은 방금 피 뽑은 데예요.”안리영이 깜짝 놀라며 내게 물었다.“왜 그래? 어디 아파?”나는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투덜댔다.“열이 좀 났어. 그러니까 아픈 사람 괴롭히지 마.”그녀는 내 이마에 손을 올려보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열이라니? 어디가 아픈데?”“목이 아파. 아파서 미칠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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