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교통사고가 벌써 10년도 더 지났다는 사실이 떠오르자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지금 와서 그런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그러자 담당자가 대답했다."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드릴 수 있게요."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난 사고인데 무슨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의 요청대로 연락처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사망 확인서를 들고나왔지만 아직 화장 증명서가 필요했다. 이것은 삼촌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 삼촌은 몸이 아프니, 대신 아줌마를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지원아, 어떻게 온 거니?” 아줌마는 내가 방문한 것을 보고 놀란 얼굴로 물었다.“아줌마,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요. 우리 안으로 들어가 얘기할까요?” 나는 최근 계속된 바쁜 일정 때문인지 몸이 무겁고 어지러운 느낌까지 들었다.“그래, 그런데 방 안은 좀 답답하니까 정자로 가서 얘기하자.” 아줌마는 내 팔을 살짝 붙잡고 정자로 안내하고 장 집사를 불러 말했다.“장 집사, 과일과 내가 끓인 호박죽을 정자로 가져다주세요.”장 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나간 뒤, 아줌마는 내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지원아, 얼굴이 안 좋아 보여. 어디 아파?”“생리 중이라 조금 힘들어서요.” 나는 간단히 대답했다.“생리통 있어? 마침 호박죽이 몸을 데워 줄 거야. 설탕 조금 넣어서 줄게.” 아줌마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지원아, 잠깐만 기다려.”나는 조급한 마음에 아줌마를 붙잡았다.“아줌마, 오늘 꼭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빨리 말씀드리고 가려고요.”아줌마는 잠시 멈칫하더니, 내가 가방에서 꺼낸 사망 확인서를 보며 말했다.“이게 뭐야?”“아줌마, 부모님 주민등록을 말소해야 해서요. 화장 증명서가 필요해요.”“말소?” 아줌마는 놀란 얼굴을 했지만 곧 표정이 바뀌었다. 나는 시선을 떨구며 손에 든 사망 확인서를 바라보며 조용히 대답했다.“우리 부모님 집이 재개발 대상이 됐어요. 이 서류들을 다 처리해야 제가 서명할 수 있거든요.”그녀는 내 손을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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