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우가 진소영의 이런 부탁을 받아들인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는 분명 마음속으로는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진소영의 뜻을 존중해 주는 그의 모습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진소영은 혹시나 진정우가 나중에 마음을 바꿀까 봐, 바로 휴대폰을 꺼내 장기 기증 등록을 시작했다. 그녀가 꼼꼼히 정보를 입력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이 작은 아이에게 얼마나 강렬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우리도 같이 신청하자.”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진정우는 나를 바라보았고 심지어 진소영도 손을 멈췄다.“언니...”“좋아.”진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꺼냈다.“오빠, 언니, 정말이에요?”진소영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자신은 쉽게 결정했지만 다른 누군가가 같은 결정을 하는 것은 왠지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었다.그러나 그녀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빠, 언니, 우리 모두 신청해요. 그리고 앞으로 몇십 년 동안 모두 건강하게 살아서 이 신청이 필요 없기를 바라면 되죠.”그녀의 말에 나와 진정우는 웃음을 터뜨렸고 나는 농담처럼 말했다.“그러면 네가 말한 기증은 결국 그냥 형식적인 거네?”진소영도 장난스럽게 대답했다.“언니, 들켰지만 모른 척해주세요. 알겠죠? 오빠도.”무거웠던 분위기는 금세 가벼워졌고 오히려 기분 좋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오빠, 언니, 우리 건배해요. 우리 모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됐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건강하고 행복하길!”진소영은 버블티를 들며 말했다. 나와 진정우도 버블티를 들어 그녀와 가볍게 부딪혔다.“정말 맛있다. 너무 달콤해요.”진소영은 한 모금 마시고 감탄했다.그녀의 순수하고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며 나는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이번 수술이 꼭 성공해서 그녀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기를.그날 저녁, 진정우는 진소영을 위해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다. 그녀가 혼자 먹는 것이 외로울까 봐 우리도 함께 먹으려고 했지만 진소영이 먼저 말했다.“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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