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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3화

Author: 꽃길
안리영이 갑자기 이상한 말을 꺼냈다.

“네가 예전부터 이렇게 했다면 강유형이 도망가진 않았을 거야.”

현 남자 친구 앞에서 전 남자 친구 이야기를 꺼내는 건 최악이다.

그녀가 나를 해치려는 게 아닌 건 알지만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했는지 궁금했다. 고개를 돌려 안리영이 나에게 살짝 윙크를 했다.

그녀는 진정우의 반응을 보고 싶었던 거다. 아무리 대범한 남자라도 여자 친구의 과거 연애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왜 굳이...

괜히 진정우를 자극해서 도망가게 만들 수도 있는데 말이다.

나는 몰래 진정우의 얼굴을 살폈다. 예상과 달리 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안리영은 멈추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정우 씨, 그렇지 않나요?”

나는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그 순간, 진정우가 짧게 대답했다.

“지원이는 저한테만 애교 부려요.”

그 한마디에 공기마저 달콤해졌다. 이 사람, 대답 하나로 상황을 완벽히 마무리했다.

안리영은 감탄하듯 혀를 차며 말했다.

“진짜 의외네요. 정우 씨, 이성적이고 무뚝뚝한 분인 줄 알았는데 로맨틱한 면이 이렇게 많다니.”

진정우는 살짝 미소를 띠며 말했다.

“화학에서도 양자 반응이라는 게 있어요. 각 반응은 결합한 양자 상태에 따라 매번 달라지죠. 지원이랑 있으면 제가 달라지는 것처럼.”

그의 말에 나는 속으로 웃었다. 사랑을 이렇게 과학적으로 풀어낸다니, 역시 진정우답다.

그러자 안리영이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칭찬했다.

“정우 씨는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것 같아. 너 진짜 복 받았네.”

내 마음속에 자부심이 가득 찼다. 이 사람과 만난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그때 안리영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지원아, 그러면 조나연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녀의 의도를 이해한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 조나연이 아니었으면 내가 정우를 어떻게 만났겠어?”

그 말을 하며 나는 자연스럽게 진정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안리영은 웃으며 장난을 쳤다.

“그만해. 다행히 배부르게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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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64화

    허진호가 나를 식사 자리에 초대하겠다고 하자 조금 놀랐다. 사실 아까 병원에서 채혈할 때 진정우가 귓속말로 그런 얘기를 했었다. 그때는 단순히 내 주의를 돌리려는 말인 줄 알았는데 이게 진짜가 될 줄은 몰랐다.“대표님이 초대한 거야?”진정우가 확인하듯 물었다.“응.” 나는 진정우를 바라보며 말했다.“혹시 네 대표님한테 부탁한 거 아니야?”진정우가 허진호의 상사라면 한마디로 다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대답했다.“아니야.”나는 그의 말을 믿지 않고 그저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는 거라 생각하며 비웃었다.“미리 나한테 얘기했어.” 진정우가 다시 입을 열며 말했다..그 말이 과연 진짜일까? 아니면 그냥 둘러대는 걸까?나는 더 이상 캐묻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초대받은 자리라면 거절할 이유도 없어 나는 씩 웃으며 물었다.“나 간다고 했어. 너도 같이 갈 거지?”“응.” 역시 짧은 대답이었다. 만약 그의 말투를 분석할 수 있다면 이 단어가 가장 많이 쓰였을 것이다.“나는 내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랑 단둘이 밥 먹는 걸 허락 못 해.”진정우다운 단호한 대답이었다.한편, 진소영은 우리 둘을 번갈아 보며 감탄했다.“오빠, 정말 스윗하다! 언니한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니에요?”진정우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당연하지.”“언니.” 진소영이 나를 불렀다.“오빠가 소설 속 남자 주인공보다 더 로맨틱하네요. 이런 모습은 상상도 못 했는데.”그녀는 아마 진정우 같은 무뚝뚝한 사람이 달콤한 말을 할 줄 몰랐던 모양이다.그러자 나는 웃으며 말했다.“조용하고 과묵한 사람이야말로 숨겨진 매력이 있는 법이야. 너희 오빠 같은 사람은 전쟁 시절에 특급 첩보원이었을지도 몰라.”진소영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언니, 그건 또 어디서 나온 얘기예요?”아직 그녀는 내가 말하려던 깊은 뜻을 알아채지 못한 것 같았다.진정우는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오늘 저녁은 너 혼자 먹어야 할 텐데 뭐 먹고 싶어?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65화

    나와 진정우 사이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진정우가 자기 정체를 숨겼다는 사실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그렇다고 진소영에게 이 일을 말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심장이 약한 데다 예민해서 쓸데없는 걱정을 할 것이다.“아니야.” 나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나랑 네 오빠 사이가 어떤지 너도 잘 알잖아.”진소영은 맑은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 눈빛이 너무 투명해서, 내가 괜히 거짓말을 하면 더럽혀질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손으로 그녀의 시선을 가리며 말했다.“정말이야. 믿기 어렵다면 나중에 네 오빠한테 직접 물어봐.”“언니!” 진소영이 내 팔을 꼭 끌어안고는 머리를 내 어깨에 기댔다. “오빠가 무슨 잘못을 해도 언니가 혼내기만 하고 절대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그녀의 말투는 마치 부탁하는 것 같았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살짝 기댔다.“알았어. 네가 그럼 대신 혼내 줘.”진소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언니, 나는 항상 언니 편이에요.”그녀의 말에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소중히 여긴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언니, 만약 내가 사라지고 언니까지 떠나면 오빠는 정말 불쌍해질 거예요.”갑자기 진소영이 엉뚱한 말을 꺼냈다.“무슨 소리야. 넌 아무 일 없을 거야.” 나는 그녀를 다독였다.진소영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아무도 죽음을 원하지 않지만 그녀나 강유형의 아버지 같은 사람들에게는 삶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나는 화제를 돌려 그녀와 공연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의 대화가 한창 무르익을 때쯤, 안리영에게서 전화가 왔다.“지금 소영이랑 같이 있어?”안리영의 목소리가 들렸다.“응. 왜, 무슨 일이야?”“누가 나한테 감귤을 한 박스나 보내왔는데 소영이한테 좀 가져다줘. 그 애가 좋아할 것 같아서.”안리영은 평소에도 환자 가족들에게 받은 선물을 동료들에게 나누곤 했다.“바로 갈게.”나는 진소영과의 대화도 잠시 멈추고 과일을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66화

    소지훈이 걸음을 멈추고 나를 놀란 듯 바라보았다.나도 내가 지나치게 갑작스러웠다는 것을 깨닫고는 급히 말했다.“제가 다른 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요.”소지훈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괜찮아요. 누나가 와 주시면 기뻐할 거예요.”그가 이렇게 말할 때 나를 보지 않고 혼잣말하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의 태도에 마음 한구석이 짠해졌다.“그럼 따라오세요.”소지훈은 다시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나는 그의 넓은 등을 바라보았다. 그가 짊어지고 있는 무게가 얼마나 클지 가늠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뒷모습은 그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진 듯 무겁게 느껴졌다.소지훈은 나를 요양 병동으로 안내했다. 이곳은 VIP 병실처럼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고 비용도 꽤 비쌀 것 같았다. 이런 곳에 입원할 수 있다면 그녀의 가정 형편이 나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병실 문 앞에서 소지훈이 멈추더니 나를 보았다. 그의 표정에는 뭔가 말하고 싶은 듯한 기색이 있었다.“혹시 불편하시면 그냥 넘어가도 돼요.”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소지훈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누나랑 교수님은 정말 많이 닮았어요. 다만... 지금은 교수님이 많이 말라서...”그의 말을 듣고 나서야, 세상 어딘가에 나와 닮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나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외모는 중요하지 않아요. 아름다움은 마음에서 나오는 법이죠.”소지훈도 미소를 짓더니 병실 문을 열었다.안으로 들어서자 파란 작업복을 입은 간병인이 환자에게 마사지를 하고 있었다. 우리를 보자 그녀는 잠시 손을 멈추고 일어섰다.“잠시 쉬세요. 제가 다시 부를게요.”소지훈은 공손하게 말했다. 간병인은 자리를 뜨며 나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녀도 나와 환자가 닮았다는 것을 느낀 모양이었다.“평소에는 간병인이 주로 돌보나요?”나는 침묵을 깨고 물었다. 소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일 때문에 늘 여기 있을 수는 없어서요.”그는 가져온 과일을 탁자에 올려놓고 침대 곁에 앉았다.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67화

    소지훈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그는 무언가를 하려는 듯 보였고 나는 조심스럽게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에게 조금 더 다가갔다.가까이서 보니, 그녀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넘어서 정말 나와 닮아 있었다.순간, 부모님께서 혹시 나 말고 또 다른 딸을 낳은 적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침대 옆 환자 명패에 적힌 이름을 보았다.유희연, 나이 28세.속으로 그녀에게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유희연 씨, 안녕하세요. 저는 윤지원이에요.”그때 소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제 돌아오세요.”그는 간병인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곧 간병인이 돌아왔고 우리는 병실을 나섰다.소지훈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걸었다. 나 역시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의사 말로는 회복 가능성이 없대요. 그녀의 가족들도 이제 포기했어요.”“하지만 지훈 씨는 포기하지 못하겠죠?”나는 그의 마음을 떠보듯 물었다.그의 걸음은 점점 느려졌다. 그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기적이라는 게 있다고 하잖아요.”기적은 분명 존재하지만 현실에서 그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이렇게 된 지 얼마나 됐어요?”“거의 2년이 다 돼 가요.”그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2년 동안 기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다. 그녀의 가족들이 포기했다는 사실이 그 증거였다.“가족들을 설득해 볼 수는 없을까요?”나는 그의 마음을 북돋우려 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이미 설득해 봤어요. 가족들은 지난주에 모든 걸 포기하려 했고 제가 일주일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어요. 지금은 그 시간이 거의 다 됐어요. 이제 3일밖에 안 남았어요.”그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점점 더 불안해하고 있었다.“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녀를 놓기 싫어서인가요? 아니면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고 싶지 않아서인가요?”나는 그의 진심을 알고 싶었다.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녀가 깨어난다고 해도 내가 진 마음의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68화

    “버블티 사 왔어. 들어가자.”진정우가 과일 봉투를 받아 들고 말했다.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지만 아마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다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이 무겁고 답답해서 따로 설명할 힘도 없었다. 나는 그를 따라 병실로 들어갔다.“언니! 버블티! 저 마시지도 않고 기다렸어요!”진소영이 환하게 웃으며 나를 불렀다.진정우는 과일을 들고 주방으로 갔다. 나는 그를 힐끔 보고는 진소영 쪽으로 다가갔다.“준비 다 했어요. 우리 같이 버블티 나눠 마셔요.”진소영은 작은 테이블 위에 컵들을 정성스럽게 놓아두고 있었다.하지만 나는 지금 버블티를 마실 기분이 아니었다.“소영아, 그냥 네가 다 마셔.”“진짜요?”진소영의 눈이 반짝이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근데 저는 그렇게 많이 못 마시는데요.”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버블티를 나누기 시작했다.“언니, 근데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오빠가 걱정돼서 음식 재료만 두고 언니 찾으러 나갔잖아요.”“오는 길에 친구를 좀 만났어.”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언니는 친구도 많아서 부러워요. 저도 나중에 친구 많이 사귀고 싶어요.”진소영은 나눈 버블티를 내 앞에 밀며 말했다.“소영이는 성격이 좋아서 분명 많은 친구를 사귈 거야.”나는 그녀를 격려하며 버블티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자 진소영도 한 모금 마시며 감탄했다.“이 맛 진짜 맛있어요! 나중에 버블티 종류 다 마셔볼래요! 언니, 다음에는 또 어떤 맛을 먹어볼까요?”“언니?”그녀가 내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요? 어디 아파요?”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진소영은 주방 쪽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오빠, 빨리 와보세요. 언니가 이상해요.”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진정우가 손질된 과일을 들고나왔다.“무슨 일이야?”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과일을 내려놓고 내 이마에 손을 얹었다.방금 물을 만졌던 손이라 시원하고 기분이 좋았다.“괜찮아. 아무 문제 없어.”나는 그의 손을 잡아 내리고는 그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69화

    “언니!”진소영이 내 머리를 다시 진정우의 어깨로 눌렀다.“언니, 그냥 이렇게 오빠한테 기대 있어요. 언니랑 오빠가 다정하게 있는 모습이 정말 좋아요.”이 아이가 정말...“오빠, 언니.”진소영은 맑은 눈빛으로 우리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원래는 며칠 후에 말하려고 했는데 오늘 이 얘기가 나온 김에 미리 말하려고요.”“괜한 걱정하지 말고 괜히 이상한 말도 하지 마.”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하지만 진정우는 차분히 말했다.“말해보게 놔둬.”진소영은 오빠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역시 우리 오빠. 내 마음을 제일 잘 알아주는 사람.”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언니, 우선 끝까지 제 얘기 들어주세요.”그녀는 천진난만하게 웃고는 일부러 두 번 기침을 하며 긴장감 있는 분위기를 만들더니 내 손과 진정우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이제 말할게요.”우리 둘은 잠자코 있었지만 숨소리가 조금 더 깊어지는 게 느껴졌다.“오빠, 언니... 저는 장기 기증을 하고 싶어요.”그녀의 한마디는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뭐라고?”진정우가 낮은 목소리로 진지하게 되물었다.“제 말은요, 수술이 실패하거나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제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는 거예요.”진소영은 한 마디 한 마디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제가 곧 다른 사람의 심장을 이식받을 거잖아요. 나중에 제가 안 좋은 일이 생기더라도 심장은 못 쓰겠지만 간이나 신장, 그리고 각막 같은 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받은 생명을 또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어요.”그녀는 어린아이처럼 해맑은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의 말은 너무 무겁고 충격적이었다.나는 진정우를 바라봤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오빠, 왜 아무 말도 안 해요?”진소영은 불안한 듯 오빠를 바라보며 말했다.“오빠가 반대해도 저는 할 거예요. 저 이제 성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70화

    진정우가 진소영의 이런 부탁을 받아들인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는 분명 마음속으로는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진소영의 뜻을 존중해 주는 그의 모습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진소영은 혹시나 진정우가 나중에 마음을 바꿀까 봐, 바로 휴대폰을 꺼내 장기 기증 등록을 시작했다. 그녀가 꼼꼼히 정보를 입력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이 작은 아이에게 얼마나 강렬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우리도 같이 신청하자.”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진정우는 나를 바라보았고 심지어 진소영도 손을 멈췄다.“언니...”“좋아.”진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휴대폰을 꺼냈다.“오빠, 언니, 정말이에요?”진소영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자신은 쉽게 결정했지만 다른 누군가가 같은 결정을 하는 것은 왠지 받아들이기 힘든 모양이었다.그러나 그녀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빠, 언니, 우리 모두 신청해요. 그리고 앞으로 몇십 년 동안 모두 건강하게 살아서 이 신청이 필요 없기를 바라면 되죠.”그녀의 말에 나와 진정우는 웃음을 터뜨렸고 나는 농담처럼 말했다.“그러면 네가 말한 기증은 결국 그냥 형식적인 거네?”진소영도 장난스럽게 대답했다.“언니, 들켰지만 모른 척해주세요. 알겠죠? 오빠도.”무거웠던 분위기는 금세 가벼워졌고 오히려 기분 좋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오빠, 언니, 우리 건배해요. 우리 모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됐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건강하고 행복하길!”진소영은 버블티를 들며 말했다. 나와 진정우도 버블티를 들어 그녀와 가볍게 부딪혔다.“정말 맛있다. 너무 달콤해요.”진소영은 한 모금 마시고 감탄했다.그녀의 순수하고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며 나는 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이번 수술이 꼭 성공해서 그녀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기를.그날 저녁, 진정우는 진소영을 위해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다. 그녀가 혼자 먹는 것이 외로울까 봐 우리도 함께 먹으려고 했지만 진소영이 먼저 말했다.“안 돼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371화

    “주인석에 앉으세요.”허진호가 나와 진정우를 보며 자리를 권했다.그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대기업 대표라는 권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확신했다. 만약 진정우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지 않았다면, 허진호가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굴었을 리 없다는 것을.“허 대표님. 대표님은 우리 사장님이고 우리는 직원인데 이렇게까지 잘해주시면 조금 부담스럽네요.”허진호는 잠시 멈칫하더니 진정우를 흘깃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부담스러울 거 없어요. 우리는 같은 팀이잖아요.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생각해 주세요.”나는 차갑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래도 대표님께서 이렇게까지 하시면 저희가 마음 편히 있을 수 없죠.”이번엔 진정우가 차분히 덧붙였다.“대표님이 너무 배려하시면 식사 내내 긴장하게 될 겁니다.”허진호는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원래 이런 사람이에요. 너무 정식적인 분위기는 싫어하고 최대한 친근하게 대하려고 해요.”“너무 친근하시네요.”진정우는 짧게 대답했다.허진호는 그러자 껄껄 웃었다. 마침 그의 휴대폰에서 알림음이 울리자 그는 서둘러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손님 한 분을 모시고 오겠습니다.”“오늘 다른 사람도 초대하셨나요?”나는 궁금해서 물었다.“네, 지원 씨가 꼭 한번 만나고 싶어 하던 분이에요.”허진호가 장난스럽게 눈짓을 했다.그의 의미심장한 눈빛에 순간 찌릿한 기분이 들었다.그때 진정우가 가볍게 기침하며 말했다.“대표님, 눈에 뭐라도 들어갔나요? 안약이라도 챙겨 드릴까요?”“푸흡!”나는 웃음을 참느라 입을 막았다.허진호도 농담을 알아듣고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정우 씨, 남자는 그렇게 소심하면 안 됩니다.”“제 여자와 관련된 일이라면 소심한 게 아니라 철저히 신경 씁니다.”진정우는 담담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허진호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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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575화

    헤르나가 크게 웃자 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를 쳐다봤고 자연스레 나에게도 시선이 쏠렸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용설아마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봤다.갑작스러운 주목에 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고 당황한 나머지 손을 들어 헤르나를 한 대 쳤다.“그만 좀 웃으세요!”“아이고!”그는 과장되게 소리를 내며 자기 팔을 움켜쥐었고 그러고 나서야 나는 그 팔이 상처 난 곳임을 떠올렸다. 그 상처는 진정우가 남긴 것이었다.복수를 중요시하는 남자, 특히 헤르나 같은 사람에게 그 상처가 어떤 의미일지 생각이 스쳤다.“진정우가 오늘 여기에 온 걸 보니, 복수라도 하실 건가요?” 나는 직접적으로 물었고 헤르나는 앞자리의 진정우를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그가 얌전히 있으면 한 번 봐줄까 생각 중이야.”그의 말에 내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그게 무슨 뜻이죠?”그는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오늘 걔가 널 데려가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그에게 시간을 조금 더 줄 수도 있다는 뜻이지.”진정우가 나를 데리러 온다고? 갑자기 용설아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혹시 진정우가 하고 싶다는 말이 이것인가? 하지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걸까?헤르나가 진정우의 의도를 꿰뚫고 있다면 이미 대비책을 마련했을 게 분명했다.진정우의 뒷모습을 보며 내 마음이 점점 불안해졌다.“만약 진정우가 널 구하러 온다면 너는 그와 함께 떠날 거야?”헤르나가 갑자기 내게 물었다. 나는 그를 바라보다가, 아까 그가 내게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줬다.“그때 가서 알려줄게요.”“하하하!”그는 또다시 큰 웃음을 터뜨렸다.나는 이미 용설아와 헤르나가 던진 말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졌고 더는 그와 농담을 주고받을 기운이 없었다. 그냥 멍하니 앉아 앞자리의 진정우를 바라보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다.그러던 중, 갑자기 내 눈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이스크림이었다. 헤르나는 이미 하나를 손에 들고 있었고 나에게도 하나를 건넸다.“이거 다 먹으면 경기가 시작되겠네.”나는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574화

    미움은 있지만 원망이 더 크다.하지만 내 사랑과 미움이 이 여인과 무슨 상관이 있겠나. 용설아는 나를 경계하는 마음에 물어보았고 혹시라도 내가 진정우와 다시 얽히는 것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나는 담담히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용설아 씨, 우리 서로 잘 알지도 못하잖아요. 내가 누굴 사랑하든, 누굴 미워하든 그쪽이 알 바는 아닌 것 같은데요. 그리고 내가 진정우를 미워하든 말든, 그건 본인이 가장 잘 알겠죠.”“정우 씨는 알겠죠. 하지만 난 모르잖아요.”용설아는 뜻밖에도 집요하게 물었다.나는 그녀의 강단 있는 태도를 보며 가만히 말했다.“용설아 씨, 설마 내가 다시 진정우랑 엮일까 봐 걱정하는 거라면 안심해도 돼요. 설령 그가 무릎 꿇고 나한테 애원한다고 해도, 더는 돌아보지 않을 거예요.”“지원 씨는 정말 냉정하시네요.”용설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약간의 조롱 섞인 어조로 말했다.나도 입가를 비틀며 웃음을 흘렸다.“그럼요. 아니면 뭐, 용설아 씨가 나랑 경쟁이라도 하고 싶어요?”내 말을 듣고 그녀가 대답하기 전에, 나는 말을 덧붙였다.“그럴 기회, 아마 평생 없을 거예요.”그렇게 말을 남기고 돌아서는데 어느새 다가와 있던 진정우와 눈이 마주쳤다.그는 거기 서서 어두운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이미 내 말을 분명 다 들었을 것이고 나는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내가 그를 사랑했을 땐 그는 내 전부였지만 이제 그가 나를 버린 이상, 그는 내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란 걸 알려주고 싶었다.잠시 눈을 마주치고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어 지나쳤다.하지만 복도 끝에서 한 발짝도 더 내디딜 수 없었다. 가슴 한구석이 답답하게 조여 와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알고 보니, 내가 그를 찌를 때 나 자신도 깊이 상처 입고 있었다.“기분이 이상해?”뒤에서 들려온 용설아의 목소리가 내 생각을 끊었다. 그녀와 진정우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고 나는 더 이상 마주하고 싶지 않아 몸을 한쪽 구석으로 숨겼다.진정우의 대답은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573화

    “그건 경기가 끝난 후에 이야기하자.”헤르나는 흥미롭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는 누구와도 농담을 주고받는 것을 즐기는 사람 같았다.“자, 우리 앉을 자리나 찾아볼까?”그는 나를 데리고 자리로 향했다. 그런데 우리가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이번에는 진정우가 용설아와 함께 나타나 바로 우리 앞줄에 앉았다. 진정우와 용설아 옆에는 강유형도 함께 있었다.이 배치는 강유형이 일부러 이렇게 정리한 것이 분명했다. 나는 얼마 전에 진소영과 소지훈에게 줬던 입장권이 떠올랐지만 경기가 곧 시작될 시간이 다가왔음에도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갑자기 걱정이 밀려왔는데 핸드폰이 고장 나서 진소영에게 연락할 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우에게 부탁해 보는 것이 가장 빠르겠지만 나는 그에게 먼저 말을 걸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다행히 나는 진소영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었다. 그래서 전화를 빌릴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경기장을 나왔다.“윤지원 씨!”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니, 용설아가 서 있었다. 나는 그녀와 직접 만난 적이 없었는데 그녀는 내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마도 나와 진정우의 과거를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무슨 일이신가요, 용설아 씨?”나는 최대한 무표정하게 대답했다.“정우 씨가 왜 여동생이 안 보이느냐고 걱정해서요.”그녀의 말에 내 가슴이 답답해졌다.“자기 여동생을 찾으려면 본인이 직접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나는 불쾌함을 숨기지 않고 대꾸했지만 그녀는 나의 반응에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그러게요. 그런데 지원 씨가 여동생을 돌봐준다고 믿고 있나 봐요. 그래서 지원 씨에게 물어보라고 했어요.”그녀의 말투는 여유롭고 차분했지만 나는 너무 불쾌하고 화가 났다.“저도 몰라요. 그래서 지금 전화를 빌려 물어보려고 하던 참이었어요.”나는 솔직하게 답했다. 그녀는 약간 놀란 듯 보였지만 여전히 웃음을 띠며 말했다.“핸드폰이 없으세요?”그녀의 물음에 마음이 또다시 쓰라렸다. 그녀가 모른다면 진정우 역시 모른다는 뜻일 것이다. 결국,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572화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마침 그 순간, 진정우도 고개를 들어 이쪽을 보았다. 비록 차창 너머로 서로를 보고 있었지만 마치 그의 시선이 내게 닿은 것 같았고 가슴은 순간적으로 날카로운 비수에 찔린 듯 아팠다. 하지만 그 시선은 오래 가지 않았다. 옆에 있던 용설아가 그의 주의를 끌었고 차창을 통해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정우야, 우리 안으로 들어가자.”그는 내 쪽에서 시선을 거두고는 용설아와 함께 걸음을 옮겼다.그 광경에 가슴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나는 즉시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발이 땅에 닿자, 헤르나도 내 뒤를 따라 차에서 내리며 물었다.“가서 인사라도 하고 싶어?”나는 그의 반응을 보고 싶었다. 다른 여자를 데리고 나를 지나칠 때 그가 과연 미안함을 느낄지, 아니면 그동안 내게 했던 말들을 기억이나 할지 궁금했다.사실, 이것은 미련의 문제가 아니었고 내가 보고 싶은 건 단지 그의 진심이었다.“진!”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헤르나는 이미 내 마음을 읽은 듯 진정우를 불렀다.그리고 내 손을 잡고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진정우는 멈춰 섰고 용설아와 함께 이쪽을 바라보았다. 내 심장은 긴장과 혼란으로 빠르게 뛰었고 그 속에는 그에게 일말의 복수를 원하는 감정도 섞여 있었다.‘나를 버렸다고? 그래도 나는 멀쩡히 잘 살고 있어. 더구나 내가 누구에게 보호받고 있는지 똑똑히 보여줄 거야.’헤르나는 나를 데리고 진정우와 용설아 앞으로 가 먼저 입을 열었다.“진, 또 만났군.”진정우가 그를 다치게 했고 그의 자존심을 짓밟은 적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 헤르나의 말투에서는 그런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정말 강단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그저 겉으로만 그렇게 보이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진정우는 변함없는 차가운 얼굴로 대답했다.“당신은 내가 보고 싶지 않을 텐데.”헤르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널 다시 보길 기대했어.”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물었다.“맞지, 꼬마야?”진정우의 눈에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571화

    “왜 그러는 거예요?”나는 목이 멘 듯한 목소리로 겨우 물었다.“응?”헤르나는 내가 뭘 묻는 건지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했고 나는 그의 깊고 어두운 눈을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왜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건데요?”말을 끝내자 나는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헤르나 씨, 당신이 저한테 잘해주는 건 솔직히 좀 이상해요. 우리는 친하지도 않고 저는 당신이 다른 사람을 상대하기 위해 이용하는 도구일 뿐이잖아요...”그러자 헤르나가 피식 웃었다.“그래서 내가 너한테 잘해주는 게 문제야?”“네, 그래서 더 불안해요.”나는 직설적으로 말했다. 세상에 아무 이유 없이 사랑이나 증오를 품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러자 헤르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쓸모가 있으니까.”“쓸모라니, 무슨 쓸모요?”나는 가슴이 조여드는 느낌이었지만 헤르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정말 끈질기게 묻는구나. 뭐든 끝까지 캐내는 타입이야, 너는.”그의 태도가 여전히 여유롭고 가벼울수록, 내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헤르나 씨, 제발 솔직히 말해줘요. 더는 돌려 말하지 말고요.”그의 미소가 조금씩 사라졌고 손을 들어 내 뺨에 살짝 닿았다. 손끝이 뺨을 스치자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마치 차가운 뱀이 몸을 감싸는 듯한 기분이었다.나는 한 발 물러서 그의 손길을 피했고 그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네가 어떤 쓸모가 있는지는, 그날이 오면 알게 될 거야.”끝까지 답을 주지 않는 그의 태도에 나는 손을 꽉 쥔 채 답답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자, 이제 가자.”그는 손짓으로 나를 재촉했지만 내가 움직이지 않자 그가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여긴 마치 호랑이 굴 같은 곳이야. 정말로 안 나갈 거야?”이대로 여기에 남았다가는 분명 브라운에게 어떤 일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헤르나가 오늘 나를 이곳에 데리고 온 이유가 브라운을 경고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알겠지만 동시에 브라운의 분노를 나에게 집중시키려는 의도도 느껴졌다.다른 선택이 없다는 걸 깨닫고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570화

    ‘결벽증 있다더니 이게 무슨 행동이야?’헤르나는 안았다가 이제는 손까지 잡고 있었다.나는 손을 뿌리치려다 병실 안을 보고 움직임을 멈췄다.침대에 누운 사람은 진정우가 아니었고 그는 나를 보자마자 얼굴을 찌푸리며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왜 저 여자를 데리고 온 거야?”헤르나는 내 손을 꼭 잡은 채 천천히 걸어가 소파에 앉았다.“경기 데려가기 전에 들른 거야. 그런데 상태는 좀 어때?”그 말에 브라운의 얼굴은 한순간에 창백해졌다. 헤르나는 일부러 그의 상처를 그것도 가장 굴욕적인 상처 들춰내고 있었다.브라운이 다쳤다는 이야기를 떠올리자, 나는 본능적으로 그 부위를 떠올렸고 솔직히 조금 민망했다.“복수는커녕, 이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날 조롱하려고? 도대체 무슨 꿍꿍이야?”브라운의 분노가 병실에 울려 퍼졌지만 헤르나는 태연히 대답했다.“그냥 알리러 온 거야.”그는 내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이제 이 사람은 내 사람이니까 건들지 마.”브라운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그럼 난 괜히 당한 거야?”“네가 당한 건 네가 자초한 일이야. 이 사람과는 아무 상관 없어. 그리고 널 다치게 한 사람도 얘가 아니야.”헤르나는 단호하게 말했고 그제야 나는 헤르나가 나를 이곳에 데려온 이유를 깨달았다.“하지만 모든 게 저 여자 때문이었잖아.”브라운은 여전히 적대적인 시선으로 나를 쏘아보며 말했다.“그건 네가 먼저 건드렸기 때문이지.”헤르나는 냉정하게 말했고 그의 말에 브라운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브라운은 입술을 꾹 다문 채 푸른 눈동자로 나를 쏘아보았다.“그래도 저년이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도대체 왜 신지태의 문제에 얽히려 한 거야?”그의 말에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지.’나는 단순히 신지태가 걱정돼서 관여했을 뿐이었는데 이런 상황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러다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혹시 강유형이 일부러 날 이런 상황에 끌어들인 건 아닐까?’그 생각은 스쳐 갔지만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569화

    나는 헤르나의 말을 듣고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진정우가 용설아와 함께 온 건가? 이제 이렇게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된 걸까? 항상 붙어 다니는 거야?’헤르나는 내 표정이 잠시 멍해진 것을 보고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네 눈이 네 입보다 솔직하네.”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병원 입구 쪽으로 걸어갔고 나는 숨 막히는 답답함을 삼키고 그의 뒤를 따랐다.내가 이곳에 올 때는 헤르나에게 기절당한 채 끌려왔지만 이제는 그의 고급 차량에 앉아 창밖 풍경을 감상하며 이동하고 있었다.하지만 창밖의 풍경은 또렷이 기억나는데 내 마음속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웠다.차가 멈추자 나는 옆에 앉은 헤르나를 바라보며 물었다.“여기 병원에 왜 온 거죠?”“한 사람을 만나러.” 헤르나는 내 긴장한 모습을 흘깃 보며 말했다.“누구를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가까이 다가와, 깊고 어두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이렇게 긴장하는 걸 보니, 진정우를 생각하고 있는가 봐?”나는 진정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하고 있었다.“이미 헤어졌잖아. 미워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그를 신경 써?”헤르나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고 나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지만 억지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대답했다.“헤어졌다고 해서 신경을 안 쓴다는 법은 없잖아요.”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시 동안 내 눈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마치 내 마음속까지 꿰뚫어 보려는 듯한 눈빛이었다.잠시 후, 그는 차에서 내렸다.“그게 진정우인지 아닌지는 네가 가서 보면 알겠지.”나는 차 안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만약 진정우라면 난 가지 않을 거예요.”“왜?” 헤르나가 웃으며 물었다.“그 사람에게는 약혼자가 있잖아요. 내가 전 연인으로 찾아가면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까요.”헤르나는 입가를 살짝 핥으며 웃었다.“선을 잘 지키네. 하지만…… 넌 가야 해.”“가지 않으면요?” 나는 그와 대립하듯 대꾸했다.“그럼 내가 널 안고 갈 거야.”나는 눈이 커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568화

    헤르나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그는 약속한 경기 날이 다가올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그날 진정우가 올 거라는 말도 사실일 가능성이 높았다.하지만 진정우가 오든 오지 않든, 이제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았다.아무리 깊은 사랑이라도 실망이 반복되면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걸, 강유형과 진정우를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다.셋째 날 아침, 헤르나가 돌아왔다. 나는 테라스의 흔들의자에 앉아 아침 햇살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는 아래에서 손을 흔들며 나를 불렀다.고개를 돌리니 연한 카키색 재킷과 흰색 캐주얼 팬츠를 입고 손에는 하얀 장미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190cm가 넘는 그의 키와 탄탄한 체격은 마치 톱 모델처럼 보였다.“내려와.”그가 나를 부르자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그는 꽃다발을 건네며 나를 가볍게 안으려 했다.그때 나는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친하지도 않은 남녀 사이에 이건 아닌 것 같네요. 함부로 그러지 마세요.”나는 순간 뭔가 깨달았다. 헤르나는 나에게 유난히 관대한 것 같았고 내가 반항적이고 제멋대로 굴수록 그는 오히려 나를 더 흥미롭게 대했다. 아마도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늘 남들의 복종에 익숙해져서, 가끔 말을 안 듣고 반항하는 사람을 만나면 신선하게 느끼는 모양이다.“하하, 참 쑥스러움이 많네.”그는 웃음 가득한 얼굴로 소파로 걸어갔다.나는 그를 따라가며 물었다.“경기 보러 언제 가요?”“서두를 필요 없어. 내가 없으면 시작도 못 할 테니까.”그는 자신의 영향력을 감추려 하지 않았고 이런 일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었다.스누커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의 대답을 들으니, 얼마나 많은 선수가 이런 부당한 현실 속에서 희생되었을지 떠올라 분노가 치밀었다.“헤르나 씨, 이렇게 하면 양심에 찔리지는 않아요?”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처음엔 그랬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아무렇지도 않더라.”그는 정말 솔직했지만 그 솔직함이 오히려 화를 돋웠다.이틀 동

  •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제567화

    나는 강유형을 세게 밀치며 소리쳤다.“안 간다고 했잖아! 왜 자꾸 이래? 지금은 여기에 있고 싶어. 내가 늑대한테 잡아먹히든, 개한테 물리든 그게 네 일이야?”강유형의 얼굴이 굳어졌다.“지원아...”나는 단호하게 말했다.“강유형, 우린 이미 아무 사이도 아니야. 내 일에 간섭하지 마. 그리고 네가 신경 쓰는 것도 원하지 않아.”내 말에 강유형의 눈빛이 깊은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지원아, 이건 네 선택이야. 후회하지 마.”“내 선택에 후회한 적 없어.”나는 냉정하게 대답했다.그 말에 강유형은 입술을 꽉 깨물고 등을 돌렸지만 몇 걸음 걷다 멈춰 서서 손가락으로 헤르나를 가리키며 말했다.“경고야. 지원이한테 손대지 마. 네가 무슨 짓을 하든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 말을 남기고 그는 다시 나를 한 번 쳐다본 후 떠났다.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내 마음 한구석에 묘한 익숙함이 스쳐 지나갔다.“그 자식 아직도 널 사랑하는 것 같아.”헤르나가 내 귀에 속삭이듯 말했고 나는 시선을 땅으로 떨구며 대답했다.“유통기한 지난 사랑은 아무리 좋아도 필요 없어요.”헤르나는 웃음을 터뜨렸다.“제법 똑똑한 소녀네.”그가 나를 칭찬한 건지, 아니면 내가 여기 남겠다고 한 선택이 현명하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내가 강유형과 함께 떠나겠다고 했더라면 그는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가지 못했을 거라는 사실이었다.“가자. 뭐라도 먹어야지. 오늘 특별히 중국 요리사를 불러서 네가 좋아할 만한 음식을 준비했어.”헤르나는 마치 소중한 손님을 대접하듯 말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나는 그의 '인질'인데도, 그는 나를 VIP처럼 대했다.식탁에는 다양한 요리가 준비되어 있었고 특히 내가 좋아하는 만두까지 있었다.'이 사람, 철저히 나를 조사했구나.'내가 모르는 사이 누군가가 나를 관찰하고 정보를 수집했을 거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왜 안 먹어?”그는 만두 하나를 내 접시에 놓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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