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의 모든 챕터: 챕터 331 - 챕터 340

570 챕터

제331화

산소 기계를 끄면 한 생명은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된다.“그럼 지금은 그녀 곁에 있어야죠. 끝까지 함께 지켜 줘야죠.”“알았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소지훈은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폐를 끼쳐드려서 미안해요.”나는 입술을 살짝 움직였다.“기적이 있기를 바랄게요.”소지훈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걸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어젯밤 그를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 느껴졌다.“뭘 봐? 전화도 안 받았고.”진정우가 다가와서 내가 들고 있던 꽃을 받아 들고 물었다.나는 소지훈에 대해 어떻게 말할지 몰랐다. 어젯밤 그와의 우연한 만남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소지훈의 사정이 복잡했기 때문이었다.가장 중요한 건 소지훈의 말이 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정우 씨, 사람과 혈연관계가 없어도 닮은 사람이 있는 이유가 뭘까?”“사람은 유전자란 걸로 구성되니까...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있으니 유전자가 비슷한 사람도 있을 수밖에 없지.”진정우는 아주 공식적인 답을 했다.나는 소지훈이 나를 따라다녔던 이유를 생각하며 다시 물었다.“그럼 언젠가 정우 씨는 날 닮은 사람을 보면 나를 찾으려고 할 거야?”“왜 그래야 하는데?”진정우는 날카롭게 물었다.“그냥. 만일의 경우 말이야.”“내 눈에 너는 오직 너 하나뿐이야.”진정우는 그다지 흔들림 없이 말했다.“알았어. 알았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다른 생각 안 할게.”진정우는 내 옆에 있던 흩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기며 말했다.“언제나 너는 오직 너 뿐이야. 나에겐 너밖에 없어.”“하하.”그 말에 나는 웃음이 나왔다.“알겠어. 빨리 가자.”진정우는 꽃을 들고 내 손을 잡았다.“왜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는 거야?”“방금 사진을 봤는데 내 얼굴과 정말 닮은 여자애가 있었어.”내가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정확히 말하면... 닮은 정도가 90%는 됐어.”그때는 그냥 얼굴이 비슷하다는 점에 놀랐지만 사진이 내 머릿속에 남고 나서야 닮은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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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2화

그리고 그들이 우리를 지켜본 지 한참 된 것 같았다.그래서 아까 진정우와 내가 나눈 대화도 그들이 다 들었을 것이다.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아 보였다.이렇게 마주쳤으니 인사를 안 할 수도 없었다.진정우와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아줌마, 삼촌, 진혁 오빠.”그러자 아줌마가 제일 먼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원아, 정우야, 너희 둘은 여기서 뭐 하고 있어?”나는 진정우를 힐끗 보며 대답했다.“친구를 보러 왔어요.”진소영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진정우가 진소영을 방해받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아줌마와 삼촌이 진소영이 병원에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병문안을 오려고 할지도 모르고 그럼 진소영이 나와 그들의 관계를 물을까 봐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나는 말을 마치고 삼촌을 쳐다보았다. 삼촌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서 있었고 안색도 안 좋아 보였다. 분명 몸이 편찮으신 것 같았다.“삼촌, 괜찮으세요?”“그냥 혈압이 좀 올라서 그렇지 별일 아니야.”삼촌이 먼저 말을 꺼냈다.아줌마가 삼촌을 한 번 쳐다봤다. 삼촌이 거짓말을 하는 게 분명했다.삼촌도 뭔가를 숨기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나처럼 서로 숨기는 게 많아지면서 우리 관계도 점점 멀어져 가는 느낌이었다.예전에는 삼촌이 감기만 걸려도 나한테 먼저 약을 구해달라고 했었는데.“지원아, 너희 여기서 뭔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게 없어?”.“없어요.”나는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거절했다.대화는 자연스럽게 끊겼고 진정우가 분위기를 깨며 말했다.“삼촌, 저희랑 같이 가서 진찰받으시죠.”그 말은 정말 좋은 말이었다. 진정우는 항상 사람들에게 그를 고마워하게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다.“괜찮다니까. 너희는 너희 일 보러 가.”삼촌이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고 아줌마도 곧바로 말했다.“지원아, 나중에 시간 되면 삼촌 좀 보러 와.”“네. 그럼 저희 먼저 가볼게요.”나는 진정우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우리가 걸음을 떼자 아줌마의 한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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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3화

그러자 내 표정이 잠시 굳었다. 진정우는 진소영의 이마를 두드리며 말했다.“지금 무슨 호적 조사라도 하냐?”진소영은 입을 삐죽이며 대답했다.“그냥 생각나서 물어본 거야.”나는 진정우를 보며 말했다.“검사는 다 끝났으니까 정우 씨가 소영이를 데리고 가서 뭐라도 먹어. 나는 가서 좀 볼 일이 있어.”“언니... 언니는 어디에 가는 건가요?”진소영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진정우는 내가 뭘 하러 가는지 이미 짐작한 듯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밀어내며 걸어가며 말했다.“너 원래 이렇게 말이 많았어? 여기 오더니 수다쟁이가 다 됐네.”“지금 안 하면 나중엔 말할 기회 없을 것 같아서요.”진소영의 말에 진정우의 걸음이 잠시 멈칫했다. 나 역시 그 말에 가슴이 아려왔다.진소영도 수술대에서 깨어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헛소리하지 마.”진정우는 그녀의 머리를 살짝 두드렸다.진소영은 그의 팔을 붙잡고 함께 걸어갔다. 둘이 멀어져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된 후에야 나는 발길을 돌려 강삼촌을 찾으러 갔다.“지원아, 어떻게 다시 왔어?”아줌마가 반가운 듯 물었다.“삼촌 상태가 걱정돼서요.”나는 솔직히 말했다.아까 진소영에게 그들이 내 양부모라고 말했던 것처럼 내 마음속에서 그들은 진짜 부모님 같은 존재였다.“괜찮다니까.”삼촌은 오늘따라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가 괜찮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삼촌, 저를 딸처럼 생각하신다면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도대체 무슨 일이세요?”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냥 혈압이 좀 높아서 가슴이 답답한 거야.”이번엔 강진혁이 대신 대답했고 아줌마도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맞아. 요 며칠 결혼식 두 번 다녀오면서 술 좀 훔쳐 마셨더니 이러는 거야.”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여전히 안심되지 않았다. 강진혁의 표정을 보니 뭔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엄마, 여기 계세요. 검사 끝날 때까지 밖에 나가서 전화 좀 하고 올게요.”강진혁은 핑계를 대며 자리를 떴다.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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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조태혁의 비명과 함께 나는 들고 있던 커피 한 잔을 그의 얼굴에 부어버렸다.조태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얼굴에 흘러내리는 커피를 닦으며 소리쳤다.“누나 미쳤어? 무슨 정신 나간 여자야?”나는 빈 커피잔을 들고 그를 가리키며 차갑게 말했다.“다음번에 또 날 건드리면 이 잔으로 네 머리를 깨버릴 거야. 그리고 경찰서로 데려가서 차 한 잔 마시게 할 테니까 알아둬.”오늘 조태혁은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커피 자국이 이미 티셔츠를 망쳐놨다. 머리카락도 젖어 커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정말 초라해 보였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여전히 건방졌다.“이렇게 하면 내가 겁먹을 것 같아? 난 하나도 안 무서워! 나...”그의 뒤로 이어지는 말은 듣지 않고 나는 바로 카페를 나와버렸다.그러자 강진혁이 뒤따라왔다.“저 자식은 누구야?”“조나연의 동생.”나는 가방에서 물티슈를 꺼내 손에 묻은 커피를 닦으며 말했다.“자주 저렇게 너를 괴롭히는 거야?”“몇 번 그랬어요.”나는 물티슈를 쓰고 쓰레기통에 버렸다.강진혁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나도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삼촌 이야기를 꺼냈다.“삼촌 병원에 입원하실 거죠?”“이미 입원했어. 병실은 812호야.”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나중에 병실로 가서 뵐게요.”“그래. 나는 좀 사러 갈 게 있어서 넌 먼저 할 일 봐.”강진혁은 나에게 먼저 가보라고 했다.나는 걸어 나가다가 문득 진소영이 지난번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녀는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된 커피나 밀크티를 마셔본 적이 없다고 했었다. 그래서 발길을 돌려 다시 카페로 들어갔다.그런데 마침 조태혁이 강진혁을 따라다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그 광경에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강진혁이 나보고 먼저 가라고 했던 이유가 조태혁을 손봐주려는 것이었구나?’나는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고 그들이 멀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밀크티와 커피를 샀다.병실에 들어가 보니 진소영은 혼자 침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아까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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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화

“언니, 그렇게 오빠랑 함께 있고 싶어요?”진소영이 웃으며 말했다. 순간 약간 민망했지만 이어서 나는 장난스럽게 덧붙였다.“그래. 네 오빠가 참 좋아!”“이 고약한 꼬맹이야.”나는 일부러 그녀를 째려봤고 그러자 진소영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병실을 나와 복도를 둘러봤지만 진정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진소영 말대로라면 아마 조용한 곳에서 전화를 받고 있을 것이다. 잠깐 고민하다가 비상계단 쪽으로 향했다.계단에 가까워지자 진정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때의 정비소는 없어졌지만 정비사들은 아직 있을 거야. 방법을 찾아봐야 해... 물론 필요하지. 지원이한테 정확히 말해야 하고 아버지의 결백도 증명해야 해.”그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며칠 동안 사고 당시 브레이크 문제를 다시 조사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진정우가 이미 알아보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가 전화를 끊자마자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또 다른 전화가 울렸다. 나는 다시 멈춰 섰다.문틈으로 보니 진정우가 담배 한 개비를 손에 든 채 전화를 받고 있었다.“돌아왔어... 응. 같이 왔어... 나랑 지원이 없으면 안 되는 거야?... 알았어. 올 필요 없어. 들키면 안 되니까... 문제없어. 코드 계속 쓰고 있어.”그의 대화는 회사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통화 상대는 아마 허진호일 것이다.그런데 진정우의 말투는 마치 허진호가 부하처럼 느껴졌다.‘진정우... 혹시...’갑자기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듯했다.‘나... 또 속은 건가?’하지만 그는 거짓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혹시 무슨 이유가 있는 걸까?’그가 전화를 끊고 복도로 나왔을 때 우리는 마주쳤다.“여기서 뭐 해?”그가 내 옆에 서서 물었다.“널 찾았는데 못 찾았어.”나는 거짓말했다.“전화 받고 있었어.”진정우가 내 얼굴을 살피며 말했다.“삼촌 쪽은 어떠셔?”“폐암이래.”나는 무겁게 대답했다.폐암이란 병이 가진 의미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현실이었다.예전에 같이 일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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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6화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오늘 진소영이 받은 검사들을 떠올리며 물었다.“검사 결과가 안 좋았어?”안리영은 하얀 가운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아니야. 검사 결과는 괜찮아. 문제는 기증자 쪽에서 생겼어.”“응?”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기증자는 뇌사 상태의 환자였어. 가족들이 기증을 동의했는데 갑자기 마음을 바꿨대.” 안리영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이 기증자가 진소영과 이식 조건이 완벽히 맞았던 사람인데 기증을 포기했다면 진소영은 다시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었다.“왜 기증을 포기했는지는 알아?”안리영은 입술을 삐죽이며 대답했다.“몰라. 단지 기증자 정보는 기밀이잖아. 나도 그저 통보만 받았어.”진소영이 새 삶에 대한 기대를 품고 있는 걸 알기에 그녀가 이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실망할지 상상이 됐다. 그리고 아까 진정우를 부르러 갔던 이유를 떠올리며 물었다. “그럼 진정우를 찾은 이유도 이 문제 때문이었어?”“아마도 그럴 거야.”안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걱정하지 마. 선배가 분명히 다른 방법을 찾을 거야. 다만 수술 일정이 조금 늦어질 뿐이야.”“그렇다면 병원에 계속 있지 말고 퇴원해서 여행이라도 시켜주는 게 좋겠어.”나는 진소영을 위해서 생각을 털어놨다.“네 시누이는 네가 알아서 해야지.”안리영이 내 말에 장난스럽게 대꾸했다.나는 그녀의 어깨를 살짝 밀며 미소를 지었다.“근데 너랑 구 교수님은 어떻게 연애 중이야? 어느 정도까지 나갔어?”“나가기는 무슨. 나 야근하고 선배는 또 초과근무 중이라 제대로 볼 시간도 없어.”그녀는 장난스럽게 한숨을 쉬었다.“이러다 연애는커녕 지구가 멸망해야 겨우 데이트라도 할 수 있겠네.”나는 그녀를 놀렸다.“그게 뭐든 할 거야. 지금은 좀 어렵더라도 해결해야지.”그녀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래서 네 계획이 뭔데? 설마 의사 그만두고 주부 9단이 되는 건 아니지?”내가 짓궂게 물었다.“말도 안 돼.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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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화

생리가 시작된 것 같았다.“잠깐만!”나는 안리영을 불러 세웠다.“네가 자꾸 얘기하더니 진짜 왔어. 너희 휴게실에 생리대 있지? 좀 쓸게.”안리영은 주머니에서 휴게실 열쇠를 꺼내 내밀며 말했다.“알아서 쓰고 와.”엘리베이터를 타고 그녀의 과로 올라가는데 복도에서 거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이 뻔뻔한 여자야! 우리 아들이랑 결혼했으면서 다른 남자를 꼬셔서 우리 아들을 죽게 만들다니!”“네가 지금 배에 든 게 우리 아들의 아이라고? 누굴 속이려는 거야?”“우리 아들 보상금 노리는 거 누가 모를 줄 알아?”...안리영은 상황을 파악하려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고 나는 순간 멈춰 섰다. 이 익숙한 소리 어디서 들었는지 금세 기억났다.비록 지금 당장 생리대가 급하지만 이 상황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나는 소란이 난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이 아이가 당신들 손자라고요! 아이 태어나면 유전자 검사하면 될 거 아니에요!”익숙한 목소리는 조나연이었다.‘그래서 이 장면이 낯설지 않았던 거구나.’“검사한다고 우리가 믿을 줄 알아? 네가 요즘 얼마나 돈 있는 남자들에게 들러붙는지 다 알아. 그따위 검사 결과를 우리가 믿을 것 같아?”“이 여자가 얼마나 뻔뻔한지 여기 있는 모두가 알아야 해요! 남편을 사고로 몰아넣고, 이제는 우리 아들한테 들러붙어 보상금까지 노리다니!”“하늘이시여! 이 여자를 벌하시고 우리 아들의 원한을 풀어주세요...”아줌마의 울부짖음에 병동이 떠나갈 듯했다. 그때 안리영이 차분히 나섰다.“아줌마, 여긴 병원이에요. 이렇게 소리 지르시면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가 됩니다. 다른 데로 가세요."‘여기서 울고 소리치지 말라니, 그럼 다른 곳에서는 괜찮다는 건가?’그런 생각을 하니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안리영은 조나연을 알아보고 일부러 이런 식으로 말한 게 분명했다.“의사 선생님, 제가 왜 이러겠어요? 이 여자가 우리 아들과 우리 집안을 망가뜨렸어요. 우리 부부에게는 아들 하나뿐이었다고요!”아주머니의 말은 듣는 이의 마음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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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8화

만약 아줌마가 정말로 들이쳤다면 조나연의 아이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비록 아줌마는 아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강유형은 이 아이가 자신과는 관련이 없으며 임석진의 아이라고 분명히 말했었다. 만약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임씨 가문은 정말로 대가 끊기게 될 상황이었다.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본능적으로 달려갔다. 가까운 곳에 있던 안리영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빠르게 아줌마의 팔을 붙잡았다.“아줌마, 이러시면 안 됩니다!”조나연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이 아이는 아줌마의 친손자예요! 만약 아줌마가 이 아이를 다치게 하면 임씨 가문은 끝나는 겁니다!”“네 뱃속의 아이가 우리 집 손자라고? 웃기지 마! 내가 오늘 당장 이 아이를 없애서 누구 아이인지 확인할 거야!”아줌마는 미친 듯 외쳤다.“좋아요, 아주머니가 직접 확인해 보세요! 이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조나연도 울분에 차서 맞받아쳤다.이 상황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았지만 아이는 소중한 생명이었다. 특히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 남긴 유일한 혈육이라면 더욱 그랬다.나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조나연을 붙잡았다.“정말로 이 아이를 포기할 생각이세요?”조나연이 나를 보고 잠시 멈칫했지만 곧 얼굴이 붉어졌다.“저랑 가시죠.”나는 그녀를 강하게 끌었다.“누구세요? 이 년을 데려가지 마세요! 오늘 이 여자를 죽여서 내 아들의 복수를 할 겁니다!”아줌마는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나는 안리영에게 눈짓했다. 그녀는 여전히 아주머니의 팔을 붙잡고 차분히 말했다. “아줌마, 정말 억울하시다면 법적으로 해결하세요. 이렇게 해서는 복수도 못 하고 아줌마만 더 위험해져요.”하지만 안리영의 설득은 오히려 불을 더 지핀 것처럼 보였다. 아줌마는 울부짖으며 말했다.“내 하나뿐인 아들이 죽었는데... 나도 살 이유가 없어요!”그녀의 말은 모든 것을 함께 끝내겠다는 선언처럼 들렸다.“빨리 가요.”나는 조나연에게 단호히 말했다.그제야 그녀는 내 뒤를 따라왔고 아주머니는 여전히 우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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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9화

조나연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에 나는 비웃듯 미소를 지었다.“내가 뭘 근거로 말하냐고요? 난 강유형이랑 열 살 때부터 한솥밥 먹던 사이예요. 하루에 몇 번 화장실 가는지도 다 알았던 사이였다고요.”나는 과거에 누군가 우리를 두고 농담 삼아 했던 말을 그대로 빌렸다.조나연은 순간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섰고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처럼 말했다.“그럴 리가 없어. 아니야. 아니라고...”“믿기 싫으면 스스로 확인해 보세요.”나는 차갑게 내뱉었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잠시 후 그녀는 비틀거리며 자리를 떠났다.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잠시 고민한 뒤 강유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즘 연락을 끊고 다닌다는 건 알았지만 오늘 일은 꼭 전해야 했다.“지원아.”그의 낮고 담담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그가 내 전화를 받자 나는 걱정으로 가득 찬 모든 말을 쏟아냈다.“지금 어디야? 나이가 몇인데 이렇게 연락도 끊고 잠수를 타?”나는 그에게 화를 내 본 적이 없었다. 그의 실종이 내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도 아니었지만 그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내 말투에 드러나고 있었다.그러자 강유형은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이 내 분노를 더 자극했다.“강유형!”나는 그의 이름을 외쳤다.그는 한숨을 쉬며 낮게 물었다.“화내려고 전화한 거야?”그 말에 나는 차갑게 웃었다.“그럴 시간 없거든.”그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그래. 이제 난 네 욕을 먹을 자격도 없나 보네.”그의 무기력한 말투에 나는 한숨이 나왔다.“뭐라고? 갑자기 사라지더니 이게 네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야?”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나도 사람이야. 가끔은 지치고 쉬고 싶을 때도 있다고.”더는 그의 변명에 시간을 쓰고 싶지 않았다. 나는 직설적으로 말했다.“네가 지치든 말든 상관없어. 넌 여자 문제부터 좀 해결해.”그는 잠시 말이 없더니 물었다.“조나연? 또 무슨 문제야?”그가 바로 조나연을 떠올렸다는 사실에 나는 왠지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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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0화

“내가 코피를 다 흘리다니... 참 별꼴이네.”TV에서나 보던 장면이 실제로 나에게 벌어지다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지원아, 너 코피 나!”진정우가 놀라며 손을 뻗어 닦아주려 했다.나는 그보다 빨리 반응해 코를 잡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아니야. 그냥 몸에 열이 좀 올랐어.”“물을 덜 마셔서 그런 거 아니야?”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응. 그런가 봐...”나는 어쩔 수 없이 물을 적게 마신 탓으로 돌렸다.진정우는 티슈를 꺼내 건네며 자책했다.“요즘 계속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네가 물도 못 챙겨 마신 것 같아. 내 잘못이야.”그의 다정한 태도에 순간 미안해졌다. 사실 코피는 그와의 순간 때문이었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다.다행히 코피는 금방 멈췄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나를 번쩍 안아 들었다.병원 복도를 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그의 품에 안긴 모습은 단연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뭐 하는 거야! 나 혼자 걸을 수 있어. 빨리 내려놔!”나는 그의 팔을 두드리며 외쳤다.하지만 그는 대답도 없이 걸음을 옮겼고 결국 나는 얼굴을 그의 가슴에 묻고 고개를 들지 못했다.결국 나는 안리영의 휴게실로 가지 않고 진소영의 병실로 향했다.다행히 진소영은 평소에 필요한 생리대를 챙겨 두었고 진정우는 심지어 속바지까지 사 와서 내게 건넸다.다른 여자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런 부탁을 남자 친구에게 하는 건 여전히 민망했다.진소영은 피곤했던지 깊이 잠들어 있었다. 나와 진정우는 그녀를 깨우지 않으려 조심했다.“배는 안 아파?”그는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아니. 하나도 안 아파.” 나는 고개를 저었다.이상하게도 이번 생리는 평소보다 이틀 빨리 시작된 데다 통증도 전혀 없었다.“정우 씨, 오늘 내가 괜히 끼어든 것 같아.”나는 그가 건네준 따뜻한 물을 들고 조나연 이야기를 꺼냈다.“그게 왜 괜히 끼어든 거야?”그는 내 말을 부정하며 단호히 말했다.“넌 너무 내 편 들어주는 것 같아. 틀렸을 땐 틀렸다고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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