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들이 우리를 지켜본 지 한참 된 것 같았다.그래서 아까 진정우와 내가 나눈 대화도 그들이 다 들었을 것이다.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아 보였다.이렇게 마주쳤으니 인사를 안 할 수도 없었다.진정우와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며 말했다.“아줌마, 삼촌, 진혁 오빠.”그러자 아줌마가 제일 먼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원아, 정우야, 너희 둘은 여기서 뭐 하고 있어?”나는 진정우를 힐끗 보며 대답했다.“친구를 보러 왔어요.”진소영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진정우가 진소영을 방해받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아줌마와 삼촌이 진소영이 병원에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병문안을 오려고 할지도 모르고 그럼 진소영이 나와 그들의 관계를 물을까 봐 설명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나는 말을 마치고 삼촌을 쳐다보았다. 삼촌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서 있었고 안색도 안 좋아 보였다. 분명 몸이 편찮으신 것 같았다.“삼촌, 괜찮으세요?”“그냥 혈압이 좀 올라서 그렇지 별일 아니야.”삼촌이 먼저 말을 꺼냈다.아줌마가 삼촌을 한 번 쳐다봤다. 삼촌이 거짓말을 하는 게 분명했다.삼촌도 뭔가를 숨기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나처럼 서로 숨기는 게 많아지면서 우리 관계도 점점 멀어져 가는 느낌이었다.예전에는 삼촌이 감기만 걸려도 나한테 먼저 약을 구해달라고 했었는데.“지원아, 너희 여기서 뭔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게 없어?”.“없어요.”나는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거절했다.대화는 자연스럽게 끊겼고 진정우가 분위기를 깨며 말했다.“삼촌, 저희랑 같이 가서 진찰받으시죠.”그 말은 정말 좋은 말이었다. 진정우는 항상 사람들에게 그를 고마워하게 만드는 법을 알고 있었다.“괜찮다니까. 너희는 너희 일 보러 가.”삼촌이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고 아줌마도 곧바로 말했다.“지원아, 나중에 시간 되면 삼촌 좀 보러 와.”“네. 그럼 저희 먼저 가볼게요.”나는 진정우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우리가 걸음을 떼자 아줌마의 한숨 소리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