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Chapter 11 - Chapter 20

307 Chapters

제11화

고개를 돌리자 강유형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 놀란 기색이 어렸다가 이내 짜증 섞인 분노로 바뀌었다.“윤지원, 네 고집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지. 나연이는...”“난 네 약혼녀야.”내가 그의 말을 끊었다. 이 말을 하는 내 목소리가 너무나 초라하게 들렸다.예전에 TV에서 이런 장면을 볼 때면 여주인공이 한심하다고 생각했었다. 저런 남자를 위해 말할 가치도 없다고 여겼지. 하지만 지금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니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나연이가 임신했어.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떡해!”강유형이 말하며 뒷걸음질 쳤다. 몇 걸음 뒤로 물러난 그는 휙 돌아서더니 밖으로 달려 나갔다.결국 그는 나와 조나연 사이에서 그녀를 선택한 것이다.그 자리에 앉아 나는 그가 조나연을 쫓아가는 모습을 또렷이 볼 수 있었다. 그가 조나연과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조나연이 그의 옷자락을 붙잡고 그의 품에 안기는 모습까지...고개를 숙이자 더 이상 그 광경을 볼 수 없었다.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건 간에 오늘 그의 선택으로 갈피를 잡지 못하던 내 마음에 답이 생겼다.결국 이 식사에서 나는 한 입도 먹지 못한 채 50만 원의 식사값을 치렀다.나는 강씨 집안의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안리영의 집으로 향했다.“정말 헤어지기로 한 거야?”산부인과 의사인 안리영이 내 혈 자리를 눌러주며 물었다. 덕분에 생리통의 고통은 덜했지만 마음의 통증은 어쩔 수 없었다.“응.” 나는 그녀의 침대에 엎드린 채 대답했다. 그녀가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내 눈꼬리가 붉어져 있었다.“그렇게 쉽게 끊을 순 없을 거야.” 안리영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어갔다. “넌 아직 강유형의 비서잖아.”“사직할 거야!”이 문제는 오는 길에 이미 생각해 두었다.안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사직하고 강유형과 일하지 않는다 쳐. 하지만 강씨 집안은 어쩔 건데? 강씨 집안에서 널 이만큼 키워줬는데 강유형과 헤어진다고 강씨 집안과의 관계를 끊을 순 없잖아? 강씨 집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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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젯밤 그 상황에서는 나연이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그랬어. 너도 알다시피 석진이는 부모님의 외아들이었잖아. 지금 나연이 뱃속 아이는 임씨 집안의 유일한 희망이야. 만약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뒷말은 하지 않았지만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그러니까 앞으로 나연 씨랑 관련된 일이라면 무조건 그 여자를 우선시하겠다는 거야?” 내가 차갑게 묻자 강유형은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괜찮아질 거야.”나는 웃음을 지었다.고개를 돌리는 순간 막 떠오른 태양이 눈을 찔렀다.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강유형, 아이가 태어나도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거야. 아플 수도 있고 사고가 날 수도 있지. 네가 이 아이를 핑계 삼는 한, 넌 조나연 씨랑 영원히 얽히게 될 거고 난 항상 너한테 버려지는 사람이 될 뿐이야.”강유형은 내 말에 침묵했다.나는 내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유형, 만약 우리가 결혼한다면 난 내 남편이 사흘에 한 번씩 다른 여자를 돌보는 걸 원치 않아.”“지원아, 시간을 좀 줘. 잘 처리할게,” 강유형의 눈빛에 갈등이 스쳤다.“뭘 처리해? 조나연 씨는 다른 사람의 아내야. 돌봐야 한대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어갔다. “임석진한테는 너 말고도 다른 친구가 있잖아. 신지태랑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왜 하필 너만 그렇게 신경 쓰는 거야?”강유형의 표정이 크게 흔들렸다. “난 석진이가 사고 났을 때 유일하게 곁에 있었던 사람이야.”그의 목소리에 묻어나는 고통을 듣고 임석진의 죽음에 대한 그의 죄책감과 자책을 떠올리며 나는 물었다. “강유형, 혹시 임석진에게 미안한 일이라도 했어?”“윤지원.” 강유형이 차갑게 내 이름을 불렀다. “꼭 이 일을 꼬집어야겠어?”“어, 이미 나한테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강유형, 친구를 중요하게 여기는 건 괜찮은데 친구의 아내까지 돌보고 싶다면 우리 헤어지자. 그러면 너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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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다만 놀이공원이 거의 완공 단계에 있었기에 난 이 시점에 떠나고 싶지 않았다.점심 무렵, 내가 업무를 정리하고 있을 때 이소희가 신비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지원 님, 어젯밤에 생리 시작했어요?”나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물어요?”“별거 아니에요.” 이소희가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강 대표님이 오늘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으신지 알겠어요. 욕구불만이었나 봐요.”잠시 멍했다가 그녀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은 나는 펜으로 그녀의 머리를 톡 쳤다. “근무 시간에 일에 집중해야죠.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요.”이소희는 킥킥 웃으며 어제 우리가 함께 본 현장 보고서를 건넸다. “제가 멋대로 상상한 게 아니에요. 정말로 다들 강 대표님한테 혼나서 무서워하고 있어요. 오늘 대표님 사무실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 중에 웃으면서 나온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내 눈앞에 오늘 아침 강유형이 화가 나서 장미꽃을 버리는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오늘 기분이 안 좋은 이유가 내가 평소처럼 쉽게 달래지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내가 헤어지자고 한 것 때문인지 궁금했다.“지원 님, 혹시 대표님이랑 싸웠어요?”이소희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나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일이나 열심히 해요. 안 그러면 다음에 울 사람은 소희 씨일 지도 몰라요.”이소희를 보내고 나서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내 일을 정리하고 이소희의 보고서를 검토해 수정한 뒤 강유형에게 보냈다.그는 답장이 없었고 나도 묻지 않았다.오후 3시, 나는 휴게실에 물을 받으러 갔다가 강유형과 마주쳤다.이소희의 말대로 그의 얼굴은 먹구름이 잔뜩 낀 것 같았고 나를 보자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그래도 나는 인사를 건넸다. “대표님, 제가 보낸 보고서 확인해 주세요. 문제없으시면 협력 업체에 답변을 드려야 해서요.”하지만 그는 나를 무시한 채 그냥 지나쳐 갔다.나도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는데 낯선 번호였다. “여보세요?”“지원 씨, 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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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조나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았고 그 가련한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유형 씨, 결국 내가 귀찮아진 거지?” 조나연의 말과 함께 눈물이 뚝 떨어졌다.강유형은 말없이 서 있었고 주변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하지만 석진 씨한테 아무 일도 없었다면 나도 유형 씨를 귀찮게 하지 않았을 거야...” 조나연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 말에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네가 나를 귀찮게 하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지원이를 귀찮게 하지 마.” 두 사람이 싸우려는 모습을 보고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할지, 아니면 떠나야 할지 망설였다.“알겠어. 앞으로 유형 씨를 귀찮게 하지 않을게. 두 사람을 방해하지도 않을 거야.”조나연이 이렇게 말하며 몸을 돌려 큰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이번에는 강유형이 쫓아가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밖으로 걸어 나갔다.강유형이 바로 뒤따라왔다. 우리가 카페를 나서자마자 끼익하는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나와 강유형이 동시에 고개를 들어보니 조나연이 주차장에서 나오던 차에 치여 넘어진 모습이 보였다.“조나연!” 강유형이 낮게 외치며 달려갔다.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곧바로 따라갔다.“유형 씨, 아이가...” 조나연은 창백한 얼굴로 한 손으로는 배를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강유형의 팔을 꽉 잡았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를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는 그를 보자마자 구원의 손길이라도 잡은 듯한 모습이었다.배우를 하지 않은 게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때 차를 몬 사람도 놀라서 연신 설명했다. “대표님, 저 여자가 갑자기 뛰어들었어요.”우연히도 운전한 사람은 우리 회사 직원이었다.“꺼져!” 강유형이 화를 내며 조나연을 안아 들고 자신의 차로 달려갔다.마침 퇴근 시간이라 직원들이 오가고 있었고 모두가 이 장면을 목격했다. 이미 몇몇은 소곤거리기 시작했다.“대표님이 저 여자를 무척 걱정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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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안리영은 내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는 걸 눈치챘지만 더 묻지 않고 말했다. “알았어. 소식을 들으면 알려줄게. 그나저나 오늘 어디 갈 거야? 강씨 집안에 돌아가기 싫으면 우리 집에 와.”오늘 안리영은 야간 근무였기에 그녀의 집에 가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았다.나는 정말 강씨 집안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특히 지금은 강유형과 한방에서 자고 있어서 더욱 그랬다.하지만 계속 안리영의 집에 머무는 것도 적절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없다고 해도 누구나 자신의 사생활 공간을 침해받고 싶어 하지 않을 테니까.“그래.”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살 곳을 찾을 때까지는 호텔보다 그녀의 집이 나을 것 같았다.밤에 잘 곳은 정해졌지만 나는 바로 그곳으로 가지 않고 차를 몰아 도시 외곽으로 향했다.이곳은 이미 구도심이 되었지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 임차인들이었는데 임대료가 싸기 때문이었다.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이곳이 내 집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우리 가족 셋은 모두 이곳에서 살았다. 당시에는 이곳이 구도심이 아니었고 경제와 교통이 매우 편리하고 번영했었다.하지만 10년의 세월이 지나 이곳은 더 이상 예전의 번화함을 간직하지 못하고 있었다.우리 가족이 살던 아파트 단지의 대부분의 집들도 임대로 나갔지만 우리 집만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심지어 부모님의 옷과 신발도 그대로 원래 자리에 놓여 있었다.부모님이 그리울 때마다 나는 이곳에 와서 볼 수 있었다. 다만 최근 몇 년간은 자주 오지 못했다.결국 그들은 내 기억과 삶 속에서 서서히 퇴장하고 있었다.30분 정도 운전해서 도착한 나는 차 안의 수납함에서 열쇠를 꺼내 집으로 올라갔다.문을 열자마자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생긴 먼지 냄새가 났고 가구들도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전기도 끊겨 있었다.다행히 전기요금 번호가 있어서 바로 요금을 충전했고 곧 전기가 들어왔다.불을 켜고 나는 각 방을 돌아다녔다. 마지막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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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지원 씨, 오해하지 마세요.”조나연의 말에 나는 웃고 싶었다.방금 그녀가 침구를 고를 때 한 말을 생각하니, 그녀가 묵인한 남자친구가 강유형이었다.“강유형에게 사주시는 거예요?”그녀가 선택한 침구는 블루 그레이 색으로 확실히 강유형이 좋아할 만한 색상이었다.그러나 그건 예전의 일이었다. 지금은 나에게 동화되어 그가 좋아하는 색이 많이 밝아졌다.조나연은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몇 초를 망설이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제 남동생에게 사주는 거예요.”나는 이런 수작을 한 그녀와 실랑이하기 귀찮아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강유형은 나연 씨와 같이 살겠대요?” 조나연의 아이가 사고가 나면 안 된다고 했으니 24시간 지키는 것이 가장 적합하겠지.“지원 씨,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세요?”조나연은 감정이 격해졌다.“강유형에게 침구까지 샀는데, 왜 그런 말을 못 하죠?”나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반문하였다.“지원 씨는 너무 질투심이 많네요. 유형 씨가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조나연의 말에 나는 웃었다.“왜 웃어요?그녀는 억울하면서도 경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나는 얼굴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기면서 말했다.“강유형은 아무리 저를 좋아한다고 해도 남의 유혹에 잘 넘어가더라고요.”“지원 씨의 말이 듣기가 거북하네요.”조아연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어졌다.“제 말이 틀렸어요? 나연 씨는 어제 저에게 해명한다고 회사에 찾아왔지만, 사실은 강유형을 만나고 싶은 거죠?”어젯밤에 나는 꿀잠을 잤지만 아침에 일어난 후 문득 깨달았다.조나연이 어제 회사에 나타나서 일부러 남의 차에 치여 넘어진 것이다. 이로써 강유형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녀를 걱정하게 하고 끌어안게 한 것이다.조나연은 일부러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고개를 저었다.“어떻게 저를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세요?”이에 나는 반문을 하였다.“그럼 강유형이 어제 왜 커피숍에 나타났는지 변명해 보세요.”조나연은 순간 입을 다물고 눈에는 나에게 들킨 난감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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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물건 사러 갔다가 조나연 같은 여자 때문에 기분이 잡쳤지만 내가 밥 먹는 데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나는 곱창국수 한 그릇을 먹은 후, 회사에 갔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강우형의 어머니인 김희연의 전화를 받았다.내가 이틀 동안 집에 돌아가지 않아서 전화하는 것은 정상이었다.“아줌마.”“지원아, 네 친구 집에만 있지 말고 오늘 집에 들어와. 아줌마가 김치만두를 만들었어.” 김희연의 말에 나는 웃고 싶었다. 강유형은 내가 집에 들어가지 않는 핑계를 대신 찾아준 듯하다.나는 이미 부모님의 집으로 들어가서 살기로 결정했기에 강씨 저택에 가서 짐도 정리해야 했다. “아줌마, 오늘 저녁에 돌아갈게요.”곧 퇴근할 때 이소희가 다가왔다.“지원 님, 괜찮으세요?”“왜요?”나는 어리둥절했다.“회사에서 늘 가십거리나 헛소문이 많잖아요. 그런 거 듣지 마세요. 강 대표님이 지원 씨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제 눈을 봤잖아요.”이소희의 말을 듣고 나는 손을 내밀었다.무슨 의미인지 안 그녀는 핸드폰을 뒤로 숨겼다. 나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리 줘요.”나의 압박하에 이소희는 핸드폰을 주면서 그녀들의 비밀 채팅방을 오픈했다. 내용은 어제 직원들이 논의한 것과 비슷했으나 조나연과 강유형의 과거 정보까지 캐냈다.강유형, 조나연, 그리고 조나연의 돌아가신 남편 임석진은 대학 동창일 뿐만 아니라 학창 시절에 삼각관계라고 하였다.내가 처음 들은 정보였다. 가십거리이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핸드폰을 이소희에게 돌려주고 나는 운전해서 떠났지만 강씨 저택에 돌아가지 않고 신지태를 찾아갔다.그는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내가 도착할 때 그는 마침 당구를 치고 있어서 나를 보자 같이 치자고 하였다.“두 판 할래?”예전에 강유형과 온 적이 있었는데 당구도 강유형이 가르쳐준 것이다.나는 겉옷을 벗고 큐대를 잡고 신지태와 같이 당구를 쳤다.“잘하네. 역시 훌륭한 스승 밑에서 잘 배웠어.”그는 강유형을 칭찬한 것이다.“지태야, 대학교 때 강유형과 같이 다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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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나는 감동을 받았다.나는 이 집에서 얹혀서 자랐지만, 강유형의 부모님은 친부모님처럼 나를 관심해 주고 사랑해 주었다.그들은 완전히 나를 친딸처럼 대했다. 강유형의 형인 강진혁이 내가 이 집에 온 이후로 그들 형제는 눈 밖에 난 자식으로 되었다는 농담을 한 것이 생각났다.안리영의 말이 맞았다. 내가 강유형과 쉽게 헤어질 수 있으나 강씨 일가와는 쉽게 헤어질 수 없다.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문을 밀고 들어가자, 모든 사람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김희연은 바로 일어서서 다가왔다.“지원아, 왔어? 이제 식사하려고 하는데 네가 오기만을 기다렸어!”“아줌마, 아저씨, 안녕하세요!”내가 인사를 드리자 강유형도 강두식의 발길질에 일어섰다.그는 내 가방을 받고 말했다.“왜 이렇게 늦었어?”“당구 좀 치고 왔어.”신지태는 꼭 나와 만난 일을 그에게 말할 것을 알기에 숨김없이 알려주었다.강유형은 눈썹을 찌푸렸다.“다음에 갈 때 나도 불러.”그는 내가 이런 것들을 노는 것을 꺼렸다. 특히 그가 같이 없을 때 싫어했고 물론 내가 사적으로 그의 친구들과 접촉하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았다.그러나 그는 죽은 친구의 아내와 붙어 다녔고 심지어 나에게 주지 않았던 서브 카드도 조나연에게 주었다.나는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화장실로 갔다. 강유형은 따라오면서 물었다.“너 왜 이래?”“아무것도 아니야. 괜찮아.”나는 손을 씻으면서 거울 속의 그를 향해 웃었다.“지원아, 난 이미 얘기했잖아. 이제 성질 좀 그만 부려.”강유형의 말에 나는 눈을 내리깔았다.손가락을 씻다가 왼손 중지에 움푹 들어간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4년 전에 강유형이 술을 많이 마셔서 사람들과 싸우다가 내가 말릴 때 생긴 상처였다.당시 살점이 떨어졌는데 상처는 나았으나 그 부분이 움푹 들어갔다.강유형은 가장 큰 다이아몬드로 그 부분을 채워준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의 다이아몬드를 받지 못했다.“나 오늘 나연 씨를 만났어. 물건 살 때 네 서브 카드를 사용하더라.”줄줄 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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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고준석은 그의 비서이다.그래도 나는 침묵을 지켰다. 그는 시선을 떨구면서 말했다.“지원아,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 솔직히 말해주면 안 돼?”그의 말에는 무기력하고 어쩔 수 없는 퇴폐함까지 들어 있다.정말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강유형, 우린 헤어졌으니 이렇게 난감할 필요가 없어. 네가 조나연을 어떻게 보살펴 주든지 나랑 상관이 없잖아.”나는 속마음을 얘기했다. 그는 머리를 흔들면서 나에게 다가왔고 나를 세면대와 그의 가슴 사이로 가두었다.“헤어질 생각은 하지 마. 내일 혼인 신고하러 가자.”“강유형, 너 진심으로 나랑 결혼하고 싶어?”내 귓가에 다시 그때 그와 신지태의 대화가 울렸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우린 너무 익숙해서 섹스하고 싶은 생각까지 없다며?”“지원아, 그건 그냥 농담이라고 했잖아. 그날 밤에 너도 봤지? 난 너에 대해...”“강유형.”나는 그의 말을 끊었다. 그날 밤을 다시 떠올리기 싫었다.“그날 밤은 내게 평생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야. 알겠어?”그의 동공은 격렬히 수축하였고 쩔쩔매면서 나에게 물었다.“내가 도대체 어떻게 하면 날 용서해 줄 수 있어?”내가 이미 말했는데 그는 계속 물었다. 그러나 난 다시 말하고 싶지 않았다.나는 그를 밀어냈다.“비켜. 난 배고파서 뭐 좀 먹어야겠다.”“좋아. 그럼 난 다시 조나연과 연락하지 않을게.”그는 핸드폰을 꺼내면서 카톡과 연락처에서 조나연을 차단하였다.“지금 됐지?”그의 짜증 난 목소리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강유형, 내가 아줌마와 아저씨께 우리가 헤어졌다고 말씀드리면 욕먹을까 봐 그런 거지? 일단 아무 말도 안 할게.”“지원아, 난 그런 뜻이 아니야. 난 정말 너와 결혼하고 싶어.”강유형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우린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고 결혼식이 없고 심지어 그런 관계도 없었지만 난 예전부터 이미 널...부인으로 생각했어.”‘부인’, 이 두 글자에 내 마음이 떨렸다.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아버지는 밖에서 종래로 어머니를 ‘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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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강두식과 김희연의 기대에 찬 눈빛에 나는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강유형이 다시 조나연과 조금이라도 엮이면 혼인 신고를 했더라도 그를 떠날 것이라고 다짐했다.내가 동의하자 밥상에 있는 모든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분위기도 가볍고 따뜻해졌다.식사를 마친 후 나는 당연히 떠나지 못했다.침실에 돌아온 나와 강유형은 지난번보다 더 어색했다.“먼저 씻어.”강유형이 먼저 입을 열었다.마침 나의 핸드폰이 울렸다. 안리영이 걸어온 전화였다.“너 먼저 씻어. 나 전화 받을게.”강유형이 욕실에 들어간 다음에 나는 전화를 받았다. 안리영이 질문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원아, 너 어젯밤에도 안 왔고 오늘도 안 왔네. 설마 다시 강씨 집안으로 돌아간 거야?”“응.”침실 가운데 있는 큰 침대를 보면서 나는 낮은 소리로 대답하였다.이에 안리영은 의아해했다.“강유형과 또 화해한 거야?”나는 입술을 깨물었다.“내일 혼인 신고할 거야.”안리영은 한참을 잠자코 있다가 마지막으로 물었다.“잘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지??”나는 창가에 와서 하늘에 있는 반원 모양의 달을 보면서 말했다.“달도 흐리고 맑음, 차고 이지러질 때가 있으니 인간도 그런 거야. 강유형은 조나연의 연락처를 차단했고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서 기회를 다시 한번 주려고.”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마지막으로.”안리영은 내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이미 결정을 내렸으니 더 이상 말 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였다.“지원아, 넌 안전과 행복을 위해 남자를 찾는 것만 기억해.”“알았어.”전화를 끊은 후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사색에 잠겼다. 하지만 아무 생각도 없었고 마음도 슬프거나 기쁘지 않았다.문득 등이 차가운 느낌이 들었다. 강유형은 뒤에서 나를 껴안았다. 그는 상의를 입지 않았고 밑에는 잠옷 바지만 입었다. 나를 껴안은 그의 팔에는 아직 닦아내지 않는 물방울이 걸려 있다.야성적이고 섹시해 보였다.그의 입술이 내 목덜미에 대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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