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의 모든 챕터: 챕터 21 - 챕터 30

307 챕터

제21화

나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서 입꼬리를 올리려고 노력했다.오늘은 웃어야 하고 기뻐야 하며 앞으로 매일 행복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내가 아래로 내려올 때 아줌마와 아저씨는 이미 아침 식사를 준비했고 집의 소파 커버와 식기는 모두 설날에만 사용하는 상스러운 양식으로 바꾸었다.“지원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하고 오면 우리 제대로 축하하고 결혼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자.”김희연은 나보다 더 들떠 있는 것 같았다.“좋아요!”나는 그러기로 했다.김희연은 나를 보면서 말했다.“오늘 정말 예쁘게 입었구나. 빨간색이라면 더 예쁠 텐데.”“빨간색은 너무 튀잖아요.”이에 나는 이렇게 해명했다.“쓸데없는 참견하지 마. 지금 우리 때와는 다르다고. 누가 빨간색이나 자주색 같은 거 입냐고. 지원아, 네가 입고 싶은 거 입어. 어머니의 말은 신경 쓰지 마.”강두식은 호칭을 ‘어머니’로 바꿔주었다.나는 웃었고 마음이 따뜻해졌다.김희연은 나를 밥상에 앉혔고 평소처럼 푸짐한 아침 식사 외에 계란 두 개와 소시지 한 개가 더 추가되었는데 낯이 뜨거운 모양으로 플레이팅 해놓았다.내가 묻기도 전에 김희연은 내 귓가에 대고 말했다.“이건 네 할머니때 전해 내려온 일찍 아들을 낳는 비법이야. 난 남아선호 사상은 없어. 그냥 너와 유형이가 일찍 애를 가졌으면 좋겠어. 손자이든 손녀이든 다 좋아.”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식탁 위에 놓인 계란과 소시지는 정말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랐다.“상징적으로 조금씩 먹으면 돼.”김희연은 내 옆에 앉아서 계란을 까고 나에게 주었다.나는 김희연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서 얼굴을 붉히면서 각각 한 입씩 깨물고 머리를 숙이고 죽을 먹었다.내가 다 먹을 때까지 강유형이 나타나지 않았다.“아줌마, 유형은요?”“아직 내려오지 않았어.”김희연의 말이 끝나기 전에 계단 입구에서 발소리가 들리면서 강유형이 내려왔다.착각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표정이 굳어진 것을 느꼈다.나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그가 다가오는 것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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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나연 씨가 왜 여, 여기에 있어요?”고준석도 나처럼 놀라서 조나연에게 물었다.조나연은 잠옷을 여미면서 말했다.“저 여기서 살아요.”그녀의 시선은 내가 들고 있는 열쇠를 향했다.“남의 집에 들어올 때 왜 노크를 안 하세요?”고준석은 한 걸음 나서서 말했다.“아닙니다...여기는 강 대표님이 지원 씨를 위해 마련한 집입니다.”고준석은 말하면서 허둥지둥 핸드폰을 꺼내서 강유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무나도 당황해서 실수로 스피커를 눌렀다.“대표님, 봉화타운하우스에 있는 집은...”고준석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강유형은 그의 말을 끊었다.“그 집은 나연이에게 주었어.”조나연의 입꼬리가 점점 올라갔다.“그럼 지원 씨는...”고준석이 다시 물으려고 했으나 강유형이 재차 그의 말을 끊었다.“지원이에게 다른 것을 줄 거야. 그리고 이 일은...지원이에게 비밀로 해.”고준석은 어쩔 수 없으면서도 난감하고 붉어진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에게 미안한 짓을 한 사람은 강유형이 아닌가?그는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이 일은 자기가 너무 경솔하게 처리한 탓이다.그는 사전에 강유형에게 물어보고 나서 나를 데리고 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엎질러진 물이라 돌이킬 수 없다.나는 그 자리에서 당장 폭로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고준석이 꼭 사퇴당하게 될 것이다.최근 경기가 침체되어 많은 회사에서 감원하고 있어서 급여와 대우가 좋은 직장을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게다가 고준석은 지난달에야 여자친구를 사귀었는데 지금 잘리면 연애도 실패하게 될 것이다.이런 상황에 고민하거나 미치지 않는 나에 대해 정말 탄복했다.고준석은 무안한 듯 전화를 끊고 미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지원 씨...”“준석 씨와 상관없는 일이에요.” 나는 잠시 멈추고 다시 말했다.“준석 씨는 옆에서 차나 마시면서 기다려주세요. 저는 나연 씨와 할 얘기가 있어요.”나는 고준석을 멀리 보내지 않았다. 조나연이 잠시 후에 또 기절하거나 배가 아픈 척하는 수작을 부리면 내가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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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나의 이 두 마디에 조나연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되었다.사실 그녀의 컨셉이 정말 엉망진창이다. 내연녀가 되려면 뻔뻔하게 되든지. 강유형이 나에게 줄 집도 그녀에게 줬으니 그녀는 한껏 당당해져도 될 것 같다.그러나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분명히 염치없는 일을 했는데도 순수한 척하려고 하였다.창녀이면서 열녀인 척하는 게 아닌가.“유형 씨는 지원 씨의 이런 모습을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조나연이 나에게 이런 얘기까지 하고 있다.나는 피식 웃었다. 내가 아직 강유형의 사랑을 바라고 있다면 머리가 정상이 아니지.“강유형이 나연 씨를 좋아하면 되니까요.”나는 다시 이렇게 쏘아붙였다.조나연은 괴롭힘을 당했듯이 순간 눈물이 글썽거렸다. 다행히 내가 고준석을 옆에 있게 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조나연이 대성통곡이라도 하면 난 입이 열개라도 변명할 수 없을 것이다.“지원 씨, 무슨 뜻이에요? 오늘 혼인 신고하러 가잖아요?”조나연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할 때 눈에는 묘한 빛이 번쩍이었다.정말 야심이 많은 여자이다.갑자기 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말하고 싶지 않았다.“네. 이따가 가서 신고할 거예요. 강유형이 스님을 찾아가서 물었는데 10시 58분에 혼인 신고하면 백년해로하고 자손이 번창할 수 있다고 했어요.”조나연 눈 밑에 드러난 희색은 내 말에 산산조각으로 되어버렸다.그녀의 기대가 무너지는 꼴을 보고 나는 재차 충격을 주었다.“혼인신고를 마치면 나연 씨도 와서 축하주 드세요. 축의금도 잊지 마시고요.”조나연은 몸이 비틀거리더니 넘어진 척하려고 할 때 그녀가 예전에 했던 짓이 생각났다.“강유형이 여기에 없어서 넘어져도 나연 씨를 안을 사람이 없어요.”나의 쏘아붙인 말에 조나연은 말문이 막혔다.오로지 입술만 꽉 깨물었다. 남자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아마 이렇게 강유형을 사로잡았는지도 몰라.어쨌든 이미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오늘부터 강유형은 내 인생에서 일반인으로 되었다.오늘 이런 일을 당했으나 이상하게도 난 그렇게 슬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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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내가 다시 강유형의 전화를 받았을 때, 법운사에서 경을 듣고 있었다.“지원아, 곧 11시인데 왜 아직 안 왔어?”강유형이 다급한 말투로 물었다.“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기다려.”나는 일부러 이런 것이다.강유형을 10년 동안 사랑하면서 그를 몇 번이나 기다렸는지 기억도 안 난다.오늘 강유형이 나를 한번 기다리게 하는 것도, 내 지난 10년의 청춘과 사랑을 위해 한 작은 복수이다.“그럼 빨리 와. 스님이 말씀하신 길시를 놓치지 마.”강유형은 거듭 재촉하였다.지금 내가 바로 수정 스님 앞에 앉아 있다. 이분은 내 결혼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으셨다. 이로써 이분은 오늘 내가 강유형과 혼인 신고하는 일을 전혀 모르실 뿐만 아니라, 길시를 잡아 주신 적도 없는 것을 알 수 있다.나는 나지막한 소리로 응답하고 나서 전화를 끊고 전원마저 꺼버렸다. 그러고 나서 계속 수정 스님이 경전을 강의하시는 것을 들었다.강유형이 예불하는 것은 어렸을 때 한 번 크게 앓은 적이 있었는데 김희연이 산에서 사흘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빌어서 완쾌한 것이라고 한다.그 후부터 김희연은 불교를 믿기 시작했고 강유형이 불문의 속가제자로 되게 하였으며 수정 스님을 스승님으로 모시게 하였다.강유형의 껌딱지인 나는 자연스레 여러 번 사찰에 따라왔고 스님은 특별히 우리 둘을 위해 인연의 끈을 묶어주었다.아쉽지만 나와 강유형의 인연의 끈은 끊어졌다.나는 오후 3시에 법운사를 떠났다. 핸드폰의 전원을 켜지 않은 채 차를 몰고 구청으로 갔다.강유형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나는 하나도 놀라지 않았다. 그가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지만, 예전의 내가 그를 기다리는 것처럼 오래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나는 차를 세우고 핸드폰의 전원을 켰다. 수많은 메시지와 발신 정보가 폭탄처럼 터져 나왔다. 강유형이 가장 많이 보냈다.53통의 부재중 전화와 7개의 메시지가 있다.[지원아, 왔어? 핸드폰이 왜 꺼져 있어?][지원아, 시간이 다 되가. 늦으면 길시를 놓치겠어.][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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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나는 비아냥거리듯이 입을 삐죽거렸다. 안리영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지원아, 강유형과 그 과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서 너에게 들킨 거지?”역시 내 절친이다. 그녀는 나의 마지노선이 어디까지 있는지 알고 있다.“강유형은 조나연에게 집을 한 채 줬는데 원래 나에게 주려고 한 집이었어.”나는 가장 짧은 말로 그녀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안리영은 잠자코 있었다가 한참 후에 이를 갈면서 말했다.“너...”나는 그녀가 뒷말은 하지 않았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짐작할 수 있었다.“다시는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저 망할 놈. 네가 자꾸 용서하면 나중에 또 그런 짓을 할 거라고!”안리영의 애정관은 나와 같았다.“나도 알아.”“좋아. 그럼 앞으로의 계획은 천천히 생각하자. 먼저 그놈의 전화를 받아. 무슨 변명을 하는지 들어보자. 이따가 나한테 와.”안리영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어갔다.“다른 사람과 근무 교대를 해야겠다.”나는 괜찮다고 했지만, 그녀는 이미 영상통화를 끊었다.강유형의 전화는 끈질기게 울렸다. 나는 통화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윤지원, 너 뭐 하는 거야? 왜 그랬어?”강유형의 고함에 내 고막이 찢을 뻔했다.나는 핸드폰을 멀리 들고 그가 미친 듯이 소리 지르는 것을 들었다. 그의 목소리가 잦아질 때 핸드폰을 귓가에 댔다.“강유형, 어제 내가 아줌마와 아저씨 앞에서 너와 혼인 신고를 하겠다는 것은 너에게 준 마지막 기회였어.”“헛소리 집어치워! 지금 어디야? 오늘 왜 혼인 신고하러 안 갔어?”그는 화난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고준석과 조나연은 모두 오늘 내가 그 집에 갔던 일을 언급하지 않은 모양이다. 나도 그 얘기를 하지 않고 그의 질문에만 답했다.“나 법운사에 갔어. 수정 스님을 따라서 경전을 좀 읽었거든.”나의 말에 강유형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는 자신의 거짓말이 탄로된 것을 알아챘다.“지원아, 내 말 좀 들어봐...”“됐어. 넌 예전부터 변명을 너무 많이 해서 이제 듣기가 지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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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지원아, 엄마가 저녁에 특별히 성대한 축하연을 준비했고 친척과 친구들을 초대했어. 저녁 6시 전에 꼭 돌아와야 해.”김희연의 말에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아직 나와 강유형이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을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어젯밤에 김희연과 강두식의 태도를 생각하면, 강유형은 혼날까 봐 말하지 않는 것 같았다.핸드폰 넘어 들려온 김희연의 기쁨과 기대가 넘치는 목소리를 듣고 나는 차마 말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와 강유형이 혼인 신고를 하지 않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잠깐 숨길 수 있어도 오랫동안 숨길 수 없다.더구나 지금은 잠깐이라도 숨길 수 없는 상황이다.김희연이 초대한 친척과 친구들이 모두 간다면 그녀의 체면이 더욱 망가질 것이다.“아줌마.” “얘도 참, 이제 어머니라고 불러야지. 내가 예물을 안 줘서 안 부르는 거야?”김희연의 농담에 원래 아무런 느낌이 없었던 마음이 갑자기 괴로웠다.“아줌마, 죄송해요. 저...저는 영원히 어머니라고 부를 자격이 없을 거예요.”사실 10년 동안 나는 많은 순간에 김희연을 어머니라고 부르고 싶었다.그러나 이 소원을 영원히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무, 무슨 소리야?”김희연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지원아, 날 어머니로 부르는 게 불편해? 그냥 아줌마라고 불러도 돼...”“저희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하지 않을 거예요.”나는 김희연의 말을 끊었다.“뭐?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지원아...”김희연은 화들짝 놀랐다.“아줌마, 저희 헤어졌어요.”이 말을 하자 나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처럼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김희연은 한참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실망해서 견딜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몇 년 동안 나를 친딸처럼 키웠다. 내가 진정한 가족이 되기를 얼마나 바라는지 나도 알고 있다. 오늘 아침에 떠날 때 그녀는 만면에 희색을 띠면서 집에 돌아오면 내가 어머니로 부르는 것을 기대한다고 하였다.나는 불안과 긴장을 삼키고 조심스레 불렀다.“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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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안리영은 내 생각을 눈치챘다.“어디 갈래? 내가 같이 있어 줄게. 아니면...”“내 집에 가서 같이 짐 정리하자.”나는 안리영의 말허리를 끊었다.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너...예전부터 준비했어?”“예전부터가 아니라 며칠 전이야.”나는 손가락으로 뒷좌석을 찔렀고 그 위에 내가 사 놓은 침구가 놓여있다.“어제 조나연과 같이 샀어.”안리영은 내 말을 듣자 놀라운 표정을 지었고 눈 밑에는 가십에 대한 흥미로 가득 찼다.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그녀에게 자초지종 털어놓았다. 그녀는 화가 나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혼인 신고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강유형은 정말 신시대 바람둥이 나쁜 남자이네.”“나쁜 남자는 시대와 상관없어.”나도 덩달아 농담을 던졌다.안리영은 나를 보면서 말했다.“지원아, 내 앞에서 억지로 웃을 필요가 없어.”“나 정말 별로 슬프지 않았어. 아마 나도 그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제 너무 익숙해서 그에 대한 감정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아.”나는 정말 이런 느낌이 들었다. 훗날에 나는 이런 너무 익숙해서 평범해진 감정은 동굴에 오래 보관된 술처럼 뒤늦게 취기가 많이 올라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나도 그렇고 강유형은 더욱 그랬다.안리영은 내 친부모님의 집에 대해 몰랐다. 내가 강씨 집안에 들어가서 학교에 다닐 때 그녀를 알게 된 것이다.“이 집은 좀 멀고 낡았지만 괜찮네.”안리영와 나는 말을 빙빙 돌아가면서 하지 성격이 아니고 항상 솔직하게 말했다.“응. 부모님과 내가 함께 살았던 곳이라 파괴하고 싶지 않아.”나는 침구를 소파 위에 올려놓고 새로 산 주전자를 씻고 물을 끓였다.안리영은 혼자 구경하고 나서 마지막에 주방의 문에 기대면서 나를 바라보았다.“조금 낡았지만 아주 따뜻한 느낌이 들어. 넌 예전에 정말 행복하게 살았던 것 같아.”그래. 그 교통사고가 없었더라면.지금까지도 나는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부모님은 아침에 날 학교에 데려다주시면서 오늘 계약이 성사하면 놀이공원을 만들어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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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청평군.나는 고속철도를 4시간 타고 이곳에 도착했다.마침 등불이 갓 밝혀질 초저녁이었다.해동만큼 번화롭지는 않으나 불빛이 화려하고 소도시의 낭만적인 면이 있다.안리영은 시간에 맞춰서 전화하였다.“도착했어? 숙소는 구했고?”그녀는 내가 이렇게 급하게 떠날 줄은 몰랐다. 내가 어디로 갈 것인가고 물었을 때 나는 그녀에게 주소와 차표 시간까지 알려주었다.그녀는 강유형이 찾아와서 매달릴까 봐 두려워서 이렇게 급하게 떠나는 것이냐고 물었다.나는 강유형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하였다.지금의 그는 나한테 바람맞아서 엄청나게 화나고 있을 것이다.내 생각이 맞았다. 그가 왜 혼인 신고를 하러 가지 않느냐고 따진 후로 메시지나 전화가 한 통도 없었다.내가 이렇게 급히 온 이유는 예전부터 오고 싶었고 또한 나는 강유형의 부모님이 계속 연락할까 봐 두려웠다.그들은 꼭 나를 찾아와서 설득할 것이다.그러나 나는 이미 마음을 먹었기에 그들이 계속 찾아와도 그들은 정력만 낭비하게 되고 나는 대응하기에 지치게 된다.그렇다면 내가 차라리 일찍 떠나서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낫다.심지어 나는 자주 사용했던 핸드폰 번호도 비행모드로 설정하였다. 지금 안리영은 강유형도 모르는 나의 다른 번호로 전화를 한 것이다.이 번호는 아버지의 것이고 줄곧 핸드폰의 다른 유심카드 트레이에 꽂혀 있었다. 10년 동안 한 번도 울리지 않았고 지금 처음으로 사용했다.“아직 찾지 않았어. 급하지 않아.”나는 이 낯선 도시를 둘러보면서 갑자기 느긋한 느낌이 들었다.“뭐가 안 급해? 지금 벌써 몇 시야?! 어서 찾아야지. 안전하고 좋은 호텔을 찾아. 자기 전에 옷장과 침대 밑을 검사하고 창문도 닫고 문을 안에서 잠가야 해...”안리영은 주절주절 신신당부하였다.나는 웃으면서 마음이 울컥했다. 그래도 그녀의 관심이 있어서 다행이야.“그래. 알았어. 그렇게 할게.”“밥 꼭 먹어야 한다. 그곳은 배달 앱이 있겠지?”안리영이 이 말을 할 때 마침 배달원이 지나갔다.“내가 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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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이 사람은 전체적으로 거칠고 딱딱하며 조금 무서운 인상을 주었다.몇 년 동안 내가 만났던 남자들은 모두 피부가 하얗고 잘 다듬었으며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양복과 코트를 입는 그런 부류였다.눈앞의 남자가 나에게 준 첫인상은 방금 그런 곳에서 풀려난 사람 같았다.나는 무의식적으로 가방을 꽉 쥐었다. 떠나기 전에 안리영이 내 가방에 넣어준 호신용 스프레이와 호신용 칼이 생각났다.하지만 내가 이것들을 만지기도 전에 남자는 아무 말 없이 택시의 시동을 걸고 떠났다.방금 왜 날 쳐다본 거지?나는 그 영문을 몰랐지만 방금 이 도시에 와서 치유된 마음이 다시 불규칙적으로 뛰기 시작했다.경계심 때문에 나는 도시의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지도 못했다. 택시가 목적지에 이르자 나는 계산하고 차에서 내렸다. 그 택시가 떠나는 것을 보자, 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저녁 10시가 되었다. 이 시간에 여기에 온 것은 확실히 적절하지 않았다.예전에 부모님이 살던 곳을 찾고 싶다면 사실 대낮에 찾아와도 되었다. 어쨌든 지금은 이미 왔으니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다.지금 있는 이곳은 매우 허름해 보였다. 벽은 너덜너덜해졌고 바닥도 망가져서 울퉁불퉁하였으며 길에는 물이 고여 있다.나는 이런 길에서 캐리어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없어서 힘겹게 손으로 들고 갈 수밖에 없었다.아버지가 남겨 주신 주소는 옛골목 42호였다. 옛 거리의 집 건물 입구에 붙어 있는 문패를 보고 찾으니 정말 찾아냈다. 입구에 ‘임대’라는 글자가 씌어 있다.이런 집을 임대할 수 있다고? 바보가 아닌 이상 이런 곳에 와서 집을 구한 사람이 있겠어?나는 속으로 투덜대면서 들어갔다. 이곳은 작은 마당이 있고 사면은 모두 방이 있으며 마당 중간에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어두워서 무슨 나무인지 알아볼 수가 없다.아버지는 이 나무가 은행나무이고 자라나는 것을 지켜봤다고 알려준 적이 있었다.“사람을 찾으러 왔어? 아니면 숙박하러 왔어?”어떤 노인의 목소리가 전해왔다.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였다.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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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꼬맹이.”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매우 매력적이고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내 눈앞에 익숙한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진혁 오빠.”원래 핸드폰 번호를 바꾸면 강씨 집안의 사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강유형의 형인 강진혁이 이 번호를 알고 연락까지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내 번호를 저장해서 날 잊지 않았나 봐.”강진혁은 조롱 섞인 말투로 말하였다.그는 강유형보다 두 살 위였고 출국하지 않을 때는 나를 많이 챙겨주었으며 늘 ‘꼬맹이’라고 불렀다.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말투에 불만이 들어 있다.그가 방금 떠난 2년 동안에 나는 가끔 그와 연락하면서 그쪽에서 잘 지냈는지 물어보곤 했는데 나중에는 점점 연락하지 않게 되었다.강진혁은 원래 소극적인 성격이라 가족들과의 연락도 적었고 나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지금 갑자기 이런 전화를 하는 것은 아마 나와 강유형의 결혼이 무산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강진혁은 가족과 연락이 뜸하지만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서로 정보를 주고받았다.“진혁 오빠는 이 번호를 어떻게 알았어요?”나는 직설적인 사람이라 궁금한 점이 있으면 추측하기 싫어하고 바로 묻는다.“예전에 통화요금을 내겠다고 나한테서 돈을 빌려 간 적이 있었잖아.”강진혁의 말을 듣고 나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역시 공부의 신이야. 통화요금을 한번 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전화번호를 기억했고 그것도 10년 동안 기억했다니!당시 부모님이 사고가 난 후 아버지의 핸드폰은 나에게 남긴 유품으로 되었다. 갑자기 어느 날에 핸드폰이 정지된 것을 발견했다. 통화요금을 내고 싶었지만 당시 돈이 없었다. 김희연과 강두식에게 말하기가 어려워서 나는 강진혁을 찾아갔다.그는 내가 돈을 가지고 다른 용도로 쓸까 봐 어디에 쓸 것이냐고 물었다. 내가 통화요금을 낸다고 하자 그는 믿지 않고 나를 따라갔다.마지막에 그는 통화요금을 지불했고 이 번호까지 기억한 것이다.당시 그가 낸 통화요금은 내가 갚는 것을 까먹었다. 그래서 그의 전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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