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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내가 다시 강유형의 전화를 받았을 때, 법운사에서 경을 듣고 있었다.

“지원아, 곧 11시인데 왜 아직 안 왔어?”

강유형이 다급한 말투로 물었다.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기다려.”

나는 일부러 이런 것이다.

강유형을 10년 동안 사랑하면서 그를 몇 번이나 기다렸는지 기억도 안 난다.

오늘 강유형이 나를 한번 기다리게 하는 것도, 내 지난 10년의 청춘과 사랑을 위해 한 작은 복수이다.

“그럼 빨리 와. 스님이 말씀하신 길시를 놓치지 마.”

강유형은 거듭 재촉하였다.

지금 내가 바로 수정 스님 앞에 앉아 있다. 이분은 내 결혼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으셨다. 이로써 이분은 오늘 내가 강유형과 혼인 신고하는 일을 전혀 모르실 뿐만 아니라, 길시를 잡아 주신 적도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는 나지막한 소리로 응답하고 나서 전화를 끊고 전원마저 꺼버렸다. 그러고 나서 계속 수정 스님이 경전을 강의하시는 것을 들었다.

강유형이 예불하는 것은 어렸을 때 한 번 크게 앓은 적이 있었는데 김희연이 산에서 사흘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빌어서 완쾌한 것이라고 한다.

그 후부터 김희연은 불교를 믿기 시작했고 강유형이 불문의 속가제자로 되게 하였으며 수정 스님을 스승님으로 모시게 하였다.

강유형의 껌딱지인 나는 자연스레 여러 번 사찰에 따라왔고 스님은 특별히 우리 둘을 위해 인연의 끈을 묶어주었다.

아쉽지만 나와 강유형의 인연의 끈은 끊어졌다.

나는 오후 3시에 법운사를 떠났다. 핸드폰의 전원을 켜지 않은 채 차를 몰고 구청으로 갔다.

강유형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나는 하나도 놀라지 않았다. 그가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지만, 예전의 내가 그를 기다리는 것처럼 오래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차를 세우고 핸드폰의 전원을 켰다. 수많은 메시지와 발신 정보가 폭탄처럼 터져 나왔다. 강유형이 가장 많이 보냈다.

53통의 부재중 전화와 7개의 메시지가 있다.

[지원아, 왔어? 핸드폰이 왜 꺼져 있어?]

[지원아, 시간이 다 되가. 늦으면 길시를 놓치겠어.]

[윤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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