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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안리영은 내 생각을 눈치챘다.

“어디 갈래? 내가 같이 있어 줄게. 아니면...”

“내 집에 가서 같이 짐 정리하자.”

나는 안리영의 말허리를 끊었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예전부터 준비했어?”

“예전부터가 아니라 며칠 전이야.”

나는 손가락으로 뒷좌석을 찔렀고 그 위에 내가 사 놓은 침구가 놓여있다.

“어제 조나연과 같이 샀어.”

안리영은 내 말을 듣자 놀라운 표정을 지었고 눈 밑에는 가십에 대한 흥미로 가득 찼다.

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그녀에게 자초지종 털어놓았다. 그녀는 화가 나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강유형은 정말 신시대 바람둥이 나쁜 남자이네.”

“나쁜 남자는 시대와 상관없어.”

나도 덩달아 농담을 던졌다.

안리영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지원아, 내 앞에서 억지로 웃을 필요가 없어.”

“나 정말 별로 슬프지 않았어. 아마 나도 그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제 너무 익숙해서 그에 대한 감정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아.”

나는 정말 이런 느낌이 들었다. 훗날에 나는 이런 너무 익숙해서 평범해진 감정은 동굴에 오래 보관된 술처럼 뒤늦게 취기가 많이 올라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도 그렇고 강유형은 더욱 그랬다.

안리영은 내 친부모님의 집에 대해 몰랐다. 내가 강씨 집안에 들어가서 학교에 다닐 때 그녀를 알게 된 것이다.

“이 집은 좀 멀고 낡았지만 괜찮네.”

안리영와 나는 말을 빙빙 돌아가면서 하지 성격이 아니고 항상 솔직하게 말했다.

“응. 부모님과 내가 함께 살았던 곳이라 파괴하고 싶지 않아.”

나는 침구를 소파 위에 올려놓고 새로 산 주전자를 씻고 물을 끓였다.

안리영은 혼자 구경하고 나서 마지막에 주방의 문에 기대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 낡았지만 아주 따뜻한 느낌이 들어. 넌 예전에 정말 행복하게 살았던 것 같아.”

그래. 그 교통사고가 없었더라면.

지금까지도 나는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부모님은 아침에 날 학교에 데려다주시면서 오늘 계약이 성사하면 놀이공원을 만들어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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