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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고준석은 그의 비서이다.

그래도 나는 침묵을 지켰다. 그는 시선을 떨구면서 말했다.

“지원아,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 솔직히 말해주면 안 돼?”

그의 말에는 무기력하고 어쩔 수 없는 퇴폐함까지 들어 있다.

정말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강유형, 우린 헤어졌으니 이렇게 난감할 필요가 없어. 네가 조나연을 어떻게 보살펴 주든지 나랑 상관이 없잖아.”

나는 속마음을 얘기했다.

그는 머리를 흔들면서 나에게 다가왔고 나를 세면대와 그의 가슴 사이로 가두었다.

“헤어질 생각은 하지 마. 내일 혼인 신고하러 가자.”

“강유형, 너 진심으로 나랑 결혼하고 싶어?”

내 귓가에 다시 그때 그와 신지태의 대화가 울렸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우린 너무 익숙해서 섹스하고 싶은 생각까지 없다며?”

“지원아, 그건 그냥 농담이라고 했잖아. 그날 밤에 너도 봤지? 난 너에 대해...”

“강유형.”

나는 그의 말을 끊었다. 그날 밤을 다시 떠올리기 싫었다.

“그날 밤은 내게 평생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야. 알겠어?”

그의 동공은 격렬히 수축하였고 쩔쩔매면서 나에게 물었다.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하면 날 용서해 줄 수 있어?”

내가 이미 말했는데 그는 계속 물었다. 그러나 난 다시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를 밀어냈다.

“비켜. 난 배고파서 뭐 좀 먹어야겠다.”

“좋아. 그럼 난 다시 조나연과 연락하지 않을게.”

그는 핸드폰을 꺼내면서 카톡과 연락처에서 조나연을 차단하였다.

“지금 됐지?”

그의 짜증 난 목소리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강유형, 내가 아줌마와 아저씨께 우리가 헤어졌다고 말씀드리면 욕먹을까 봐 그런 거지? 일단 아무 말도 안 할게.”

“지원아, 난 그런 뜻이 아니야. 난 정말 너와 결혼하고 싶어.”

강유형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우린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고 결혼식이 없고 심지어 그런 관계도 없었지만 난 예전부터 이미 널...부인으로 생각했어.”

‘부인’, 이 두 글자에 내 마음이 떨렸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아버지는 밖에서 종래로 어머니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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