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는 잠시 멍해졌다. 다른 남자와 키스할 일은 거의 없었다. 강유형을 좋아했을 때도 내가 먼저 입맞춤을 시도한 건, 그가 아프거나 술에 취해 잠들었을 때 얼굴이나 손등에 살짝 닿았던 게 전부였다.입술을 맞댄 건 거의 없었고 강유형도 나를 키스할 때는 가볍게 얼굴이나 이마에 하는 게 전부였다.어느 날 그는 이렇게 말했다.“지원아, 우리 너무 익숙해서 그런지 너한텐 쉽게 입 맞추기가 어려워.”결국 그건 사랑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누군가 말했듯, 남녀 간의 진짜 키스는 서로에게 끌려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거라고 했다. 충동을 참는 건, 결국 사랑이 아니라는 의미일지도 모른다.“전 ‘만약에’라는 접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진정우의 물음에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러자 그는 목울대를 잠깐 삼키는 듯했다. 그 눈빛은 단단하고 집요했다.“하지만 너무 궁금해서요.”그의 강렬한 눈빛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돌려보려 했다.“왜요? 혹시 여자한테 키스 당한 게 처음인가요?”“네.”그가 단호하게 대답하자 나도 모르게 말문이 막혔다. 몇 초 후, 나는 마치 나쁜 여자처럼 뻔뻔하게 말했다.“그럼 내가 보상해 줄까요?”“어떻게 보상할 건데요?”그의 대답에 순간 내가 주도권을 뺏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가 원하는 보상이 뭔지 알 수 있었다. 마음을 다잡고 결단을 내렸다. 그가 더 오해하지 않게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정우 씨, 우리 그저 연기하는 거였잖아요. 스킨십도 다 설정된 거였고요. 만약 이게 마음에 걸린다면 다른 사람을 찾을 수밖에 없겠네요.”“그럼 매일 다른 남자를 남자 친구로 바꿀 거예요?”그의 목소리는 싸늘하고 날카로웠다.나는 무덤덤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웃었다.“저도 이러고 싶진 않지만 정우 씨가 버티지 못하면 어쩔 수 없잖아요.”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온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우리 사이가 점점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정우 씨가 너무 순진한 거 알아요.
최신 업데이트 : 2024-11-2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