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의 본 모습은 동방세가 그린 용모파기와 거의 똑같았다.맑고 단정한 얼굴에, 기품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정체가 드러났음에도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그저 묵묵히 봉구안을 바라보며, 눈빛 속에 담긴 것은 후회뿐이었다.봉구안은 냉랭한 표정으로 탁자 위에 놓인 용모파기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이건 내 기억을 바탕으로 그리게 한 용모파기다. 유연, 이쯤에서 내게 설명할 것이 있느냐?"둘 사이에 있었던 일은 그들만이 알고 있었다.유연은 바닥에 떨어진 용모파기를 잠시 내려다보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결국 절 알아보셨군요."봉구안의 손이 주먹을 꽉 쥐었다.역시 그였다.이토록 철저히 숨어 다니더니, 이제는 그녀 앞에 나타났다.과거 그는 '주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그녀의 가장 소중한 친구였다.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그녀를 구해줬고, 함께 외적을 막으며 북대영에서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던 동료였다.북대영의 성장은 그의 공이 지대했다.사람들은 그를 적국의 첩자라고 했지만, 그녀는 결코 그렇게 믿지 않았다.그는 병사들의 군자금을 마련하려 매일 조정에 상소를 올렸고, 중상을 입은 병사를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업어 오기도 했다.그는 병법을 전심으로 가르치며 그녀를 도왔던 사람이었다.그러나, 그런 사람이 배신했다는 사실은 그녀를 더더욱 혼란스럽게 했다.전장에서 그가 그녀를 배신하고 칼을 겨눈 그날 이후, 그녀는 단 한순간도 그를 잊지 못했다.그리고 지금, 드디어 그를 마주한 것이다.봉구안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억눌린 분노를 담아 물었다."넌 대체 어느 나라의 첩자인가? 남제에 와서 무슨 일을 꾸미는 것이냐?"유연은 담담히 그녀를 바라보았다.눈빛은 여전히 진지했지만, 그녀는 이제 그를 믿을 수 없었다."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으실 거란 걸 알고 있습니다."봉구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나는 한때 널 믿었다."북대영에서 그녀가 가장 신뢰했던 사람은 스승과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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