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사극 로맨스 / 폭군의 장군 황후 / Chapter 831 - Chapter 840

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831 - Chapter 840

851 Chapters

제831화

밤이 되자 서왕부는 축하하러 온 손님들로 시끌벅적했다.신혼방.완부옥은 스스로 신부 면사포를 벗어던졌다.신방에 갓 들어선 서왕의 눈에 한쪽에서 식사 중인 완부옥이 들어왔다. 신부의 쑥스러움이나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그녀뿐이 아니라 그녀의 뱀, 전갈, 지네 등등도 같이 식사 중이었다.바닥에는 시녀 한명이 쓰러져 있었는데 아마 저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기절한 것 같았다.서왕은 이 방에 들어선 것을 잠깐 후회했다.그는 최대한 화를 억누르고 평온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완부옥, 내 너와 혼인한 것은 태중의 아이를 위함이다. 앞으로 다시 네 몸에 손대는 일은 없을 것이다.”“이 방은 너에게 줄 테니… 앞으로 여기서 생활하거라. 앞으로 우린 부부지만 서로의 일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을 내 방에 들이지 말거라!”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완부옥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그녀가 신경 쓰는 것은 오로지 남강뿐이었다.서왕비의 신분이 생겼기에 내일이면 입궁하여 황제와 황후께 감사인사와 문안을 올려야 했다.그때가 되면 그녀는 소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다음 날 아침.서왕은 신부와 함께 문안 인사를 올리러 입궁했다.소욱은 나랏일 처리하기 바빠서 그들을 만날 시간이 없었다.완부옥도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았기에 차라리 잘됐다며 곧장 황후를 뵈러 후궁으로 향했다.서왕은 그런 그녀에게 신신당부했다.“궁중 법도를 어기면 안 된다. 황후마마를 귀찮게 해드려서도 안 돼. 늦어서 이각 후에는 나오도록 하거라.”완부옥은 그의 잔소리가 귀찮기만 했다. 영화궁.완부옥이 올 것을 예상하고 있던 봉구안은 반갑게 그녀를 맞아주며 위로해 주었다.“남제는 필히 군사를 파견하여 남강을 지원할 것이다. 내 이미 사람을 보내 남강왕과 네 스승을 보호하라 명하였다.”“지금의 곤경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심려치 말고 태중의 아기에게 신경 쓰도록 하거라.”완부옥은 그 말을 듣자 드디어 근심을 내려놓을 수
Read more

제832화

서재.이 노장군이 공손히 아뢰었다.“폐하, 소신은 유연의 말이 믿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말한대로 수화부와 방어가 비교적 약한 북부에서 역습을 진행한다면 남강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듯합니다. 현재로서는 이게 가장 이상적인 전략이네요.”남강에 위기가 닥친 지금, 대부분 영토는 수화부 연합군에 의해 침범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남제 대군이 남강을 지원하려면 남강에서 싸워야 하는데 문제는 수화부 군대가 남강의 크고 작은 길목을 강점하고 있어서 남제 대군은 진입이 쉽지 않았다.그리하여 만약 남강을 돌아 바로 수화부를 공략하는 것은 상책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소욱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괜찮은 방법이긴 하지만 그는 여전히 유연이 못미더웠다.“황후를 불러오너라.”그가 말했다.잠시 후, 봉구안이 서재에 도착했다.이 노장군의 설명을 들은 그녀의 눈빛이 숙연해졌다.“우회작전이라면 괜찮은 방법이긴 합니다.”소욱이 담담한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유연의 말을 믿는다는 뜻이냐?”봉구안은 솔직히 말했다.“신첩도 사실 같은 생각이었으니까요.”마침 그녀가 생각한 전략이 유연과 같다는 얘기였다.다만 어떻게 수화부를 공략할지가 문제였는데 유연은 바로 수화부에서 가장 방어가 약한 곳을 꼬집었다.소욱은 유연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의 황후를 믿었다.봉구안이 이렇게까지 말을 하자 그는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그는 단호한 어조로 이 노장군에게 지시했다.“군사를 파견하여 수화부를 침공하거라.”“예, 폐하!”소욱은 싸늘한 눈빛을 하고 전방을 바라보았다.이 노장군이 떠난 후, 그는 봉구안의 팔목을 잡아당겨 무릎에 앉히고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그리고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구안아, 짐은 이 일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은 것 같구나. 유연이라는 자, 비록 담대 가문의 후예가 맞다고 하더라도 남겨둬서는 안 될 인물이다.”봉구안이 말했다.“아직 모든 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 죽이면 안 됩니다.”“만약 그가 동산국에
Read more

제833화

소욱은 서재에서 변방 전보를 보고 있었다.유사양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아뢰었다.“폐하, 황후마마께서 알현을 청합니다.”싸늘하게 식었던 소욱의 눈동자에 온기가 돌아왔다.봉구안이 안으로 들어서자 유사양은 조용히 자리를 비켰다.“어쩐 일로 왔느냐? 점심은 먹었고?”최근 소욱은 나랏일로 바쁘다 보니 그녀와 함께 식사를 즐긴지가 꽤 오래되었다.봉구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에게 물었다.“폐하, 남부 쪽 상황은 어찌 돌아가고 있나요?”소욱은 손을 뻗어 그녀를 데리고 내실로 들어가며 말했다.“안 그래도 네가 이 일을 신경 쓸 거 같아서 말하려고 했다.”“남부군이 수화부로 향해 침공을 하고 있고 현재까지는 좋은 소식뿐이구나. 수화부의 후방은 불안정하다 보니 남강과의 전쟁이 점점 벅찰 테지.”“아마 곧 있으면 철퇴할 것으로 보인다. 남강의 위기는 쉽게 해결되었지만 짐이 가장 걱정하는 건 여전히 북연과 동산국이야.”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저도 폐하와 이 일을 의논하러 들렀습니다.”그녀는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지도를 꺼내 탁자에 펼쳤다.“저는 수화부 연합군이 침공하려는 국가가 남강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그 말을 들은 소욱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봉구안은 손가락으로 지도의 여러 곳을 가리키며 계속해서 말했다.“수화부 연합군이 남강 침공이 승리한다면 다음 목적지는 남제가 될 것입니다.”“저희가 혼인한 둘째날에 동부 장군에게서 동부에 이상한 움직임이 있다는 서신을 받았습니다.”“동부, 남부, 그리고 북부에 위치한 북연까지…”봉구안은 고개를 들고 심각한 표정으로 소욱에게 말했다.“폐하, 이는 협동 공격입니다.”협동 공격이란 모든 나라가 연합하여 한 나라를 침공한다는 것을 의미했다.이런 상황은 소욱이 황제에 즉위했을 초기에도 있었던 일이었다.그때 각 나라들은 남제의 정권이 불안정한 틈을 타서 남제를 먹으려 시도했었다.나중에 장공주가 대하에 화친을 가면서 비로소 남제가 숨을 돌리고 역습을 노릴 기회가 되었다.만약 봉구안의
Read more

제834화

봉구안은 서여국으로 떠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다.“폐하, 담대연의 말 중에 하나는 맞는 것 같습니다. 전에 제가 비밀통로를 조사하러 갔을 때 폭파약에 당할 뻔한 적이 있지요. 필히 제가 그곳에 갈 것을 아는 자가 있었을 겁니다.”“어둠 속에 숨은 자의 목적은 거미줄을 파괴하는 것인지 아니면 약인의 단서가 발견되는 게 싫은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단순히 제 목숨을 노리는 것인지 철저히 조사가 필요합니다.”소욱은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그리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비밀통로에 간다는 걸 아는 사람은 짐의 심복뿐이다. 그들은 엄격한 선발을 거쳐 선택된 자들이니 짐을 배신하진 않을 것이야. 하지만 절대적인 건 없고 네 안위에 직결된 일이니 내 그들을 엄하게 심문하겠다.”봉구안이 정색해서 말했다.“그들을 의심하는 것이 아닙니다. 심문하실 필요도 없어요. 그러다 호위들의 사기만 떨어집니다.”“제가 의심하는 건 누군가 몰래 저희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궁중에 매복해 있거나 궁 밖에 몸을 숨기고 근처에서 주시하고 있을 수도 있지요. 신변인들 조사는 필요하지만 일단 외부부터 조사해야 합니다. 일만 생기면 신변인을 의심한다면 폐하께 충성을 다할 신하가 적어질 겁니다.”“그리고 동방세에게 이 일을 얘기해 두었으니 그가 몰래 비밀통로의 단서를 쫓고 있을 겁니다. 그에게서 연락이 오면 바로 보고하겠습니다.”소욱은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다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잡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역시 내 황후는 세심하군. 너 같은 황후와 혼인을 하다니, 짐은 참 운도 좋아.”봉구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폐하, 어쩐지 본인 자랑 같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그의 품에 고개를 기댔다.“폐하, 제가 떠난 후로 너무 일에만 매진하지 마십시오. 남제는 곧 전례 없던 험난한 전장을 맞이하게 될 테니 체력을 비축해야 합니다.”소욱의 얼굴에 걱정이 스쳤다.그는 그녀를 꽉 안고 턱을 그녀의 정수리에 비비며
Read more

제835화

내실에 다른 사람이 없었기에 봉구안도 스스럼없이 소욱의 복부를 매만졌다.소욱은 숨을 꾹 참고 근육이 긴장된 상태를 유지했다.잠시 후, 봉구안은 좋아하는 장난감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눈썹을 치켜올리며 소욱을 바라봤다.“그렇게 바쁘신 와중에 언제 수련까지 하셨습니까?”소욱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입을 맞추며 말했다.“하루의 시작은 아침에 있지. 외적이 호시탐탐 내 나라를 노리는데 짐도 건강한 몸상태를 유지해야 군사를 이끌고 싸우지 않겠느냐. 그래서 요즘 수련을 좀 했다. 어떠냐? 황후는 만족하느냐?”그는 그녀의 대답을 무척 기대하고 있었다.봉구안은 그의 귓가로 다가가서 얕은 숨결을 토해냈다. 평온했던 그의 호흡이 다시 가빠지기 시작했다.그녀가 귓가에 대고 말했다.“오늘 밤, 부군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소욱은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그녀를 품고 싶었다.그는 큰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받치고 힘껏 그녀를 잡아당겨 입을 맞추었다.봉구안은 가볍게 그를 밀치고는 그의 건장한 어깨에 손을 얹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두 사람은 술에 취한 것처럼 눈빛이 몽롱해졌다.소욱의 얼굴이 다시 다가왔을 때, 봉구안은 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막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안 됩니다.”그 말에 소욱은 잘 훈련된 신병처럼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먼저 돌아가서 짐을 기다리고 있거라. 저녁에 영화궁으로 가겠다.”그는 태의의 권고도 잊지 않고 휴식에 주의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그날 오후, 봉구안은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에 남자 복장으로 위장하고 궁을 나섰다.그림자 호위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녀를 지키고 있었고 무예를 잘하는 만추도 동행했다.황후와의 첫 외출이라 만추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마차 안, 봉구안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다가 눈을 뜨자마자 바짝 긴장한 만추를 보고 말했다.“긴장 좀 풀거라.”“예!”하지만 만추는 진짜로 긴장을 풀 수 없었다.황후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하물며 맹 소
Read more

제836화

봉구안은 짐짓 안타까운 척 말했다.“자네한테 불공평한 일인 건 알아. 만약 원하지 않는다면…”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담대연은 약을 삼켜버렸다.순간 봉구안의 눈빛이 흔들렸다.남제를 멸망시키기 위해 이 정도까지 희생한단 말인가.식사가 끝난 후 두 사람은 작별을 고했다.봉구안이 말했다.“폐하께서는 태중의 아이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하여 나에게 푹 쉬면서 태교에만 집중하라고 하였다. 그러니 교무당도 가지 않을 것이다. 다른 볼일이 있다면 바로 폐하께 아뢰면 된다.”담대연이 말했다.“남제에는 유능한 인재와 장수가 많습니다. 저는 남제 백성도 아니니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도 폐하께서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제가 남제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완전한 거미줄 통로를 찾고 전쟁시기에 도움이 되는 것뿐이겠지요.”봉구안도 그 말에 동의했다.“자네가 거미줄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폐하를 설득하겠다.”그 후 담대연은 황후의 마차를 배웅했다.객잔으로 돌아가자 그의 부하가 조심스레 물었다.“공자, 저들이 곤란하게 하진 않았나요?”자리에 앉은 담대연은 가슴 부상을 만지며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황후가 정말 회임이라도 했단 말인가.’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남제 협공의 준비단계는 이미 마무리되어가는 단계였다.저들이 눈치채고 대비책을 세우려 할 때는 이미 늦었을 것이다.황궁.일찍이 정무를 끝낸 소욱은 영화궁으로 걸음했지만 어두컴컴한 궁전만 그를 반기고 있었다.내전으로 들어간 그는 궁인에게 한소리 하려고 했다.바깥 복도에 선 유사양은 저도 모르게 흠칫 어깨를 떨었다.왜 불을 밝히지 않은 것일까?갑자기 내전에서 황제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유사양은 곧장 내전으로 달려갔지만 갑자기 나타난 만추가 그의 앞을 막았다.“유 태감, 폐하와 마마의 좋은 시간을 방해하시려는 겁니까?”유사양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불도 안 밝히고 무슨 좋은 시간을 보낸단 말인가.내전.소욱은 봉구안에게 밀쳐져 침상에 쓰러졌다. 그의 양손은 침
Read more

제837화

8월 중순이 되자 태양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봉구안 일행은 순조롭게 서여국에 도착했다.여자가 대권을 잡은 서여국이었기에 거리를 활보하는 여인들이 꽤 많았다.순찰을 도는 수비군마저도 전부 여인이었다.예전의 서여국도 남자가 대권을 잡은 시기가 있었다.하지만 한차례 나라가 뒤집힐 정도의 전쟁이 있은 후 사내들은 모두 전장에서 죽고 여인들은 어쩔 수 없이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되었다.나중에 사내들이 천천히 많아지긴 했지만 권력의 맛을 본 여인들은 잡고 놓으려 하지 않았다.황실은 여인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여인에게만 황위를 넘겨주었다.간택된 관료들도 대부분이 여인이었다.사내도 관료가 될 수는 있었지만 극히 적었고 실권을 잡을 수도 없었다.서여국의 여인들은 상위자가 여인이어야만이 이 대권을 영원히 이어갈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만약 사내가 대권을 잡는다면 판도가 완전히 바뀔 것이다.그래서 서여국 황제는 아들이 있지만 황위는 공주에게만 물려주기로 되어 있었다.봉구안은 몰래 온 사절이기에 대놓고 알현을 청할 수 없었다.그녀는 사람을 보내 서여국 내정을 자세히 알아본 후에 움직이기로 했다.조사를 나갔던 비응군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공자, 서여국 법도는 참으로 이상합니다. 현임 황제는 40세인데 슬하에 아들딸이 없어요. 법도대로면 방계 친척에게 황위를 물려줘야 하거나 적합한 후보가 없으면 능력이 있는 자에게 물려준다고 합니다.”황실의 성이 바뀌는 건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이건 모두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함이고 백성들에게 황위를 외족 여인에게 물려주더라도 절대 사내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황실의 의지이기도 했다.다른 비응군이 계속해서 아뢰었다.“공자, 제가 알아본 바로 서여국 황제에게는 잃어버린 쌍둥이 여동생이 있는데 몇 달 전에 드디어 찾았다고 합니다. 현재 황제는 중병을 앓고 있고 아마 그 여동생이 유력 후보인 것 같습니다.”“성 안에 도처에 의원을 찾는다는 공시가 붙었습니다. 서여국 황제의 병세가 그
Read more

제838화

봉구안은 멈칫하며 고개를 숙였으나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고개를 다시 들자 황색 침복을 입은 서여국 황제가 머리를 풀어헤친 채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대략 사십 세 정도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에는 약한 주름이 져 있었지만 몸에서 풍기는 날카로운 기운은 여전했다.이런 황제가 나라를 지키고 있으니 서여국이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것 같았다.서여국 황제는 싸늘한 눈으로 봉구안을 노려보며 말했다.“자신의 황후를 서여국에 보내다니. 남제 황제는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군. 짐이 널 죽일까 두렵지도 않은 모양이지?”더 이상 연기할 필요가 없었기에 봉구안은 대범하게 인정했다.“서여국 폐하를 뵙습니다. 이번에 귀국에 오게 된 건 남제의 황후가 아닌 사절의 신분으로 온 것입니다. 맹 소장군은 더더욱 아니지요.”“위장을 하고 뵙게 된 것은 국세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니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하지만 저나 남제는 폐하께 무례를 범할 뜻은 없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서여국 황제는 여전히 검을 겨눈 채로 비아냥거렸다.“이미 무례를 저질러 놓고 양해를 바란다? 맹 소장군의 용맹함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남제 황제가 널 사절로 보냈는데 짐이 어떻게 안심할 수 있지?”봉구안은 날카로운 검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여제를 향해 예를 취했다.“소신은 저희 폐하의 명을 받고 서여국 사절이라는 중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곳은 서여국 영토이니 폐하께 사신으로서의 예를 취하겠습니다.”“혹여 폐하께선 남제와 동맹을 맺을 생각은 있으신지요?”서여국 황제의 눈빛이 근엄해졌다.그녀는 검을 내리고 외투를 걸친 뒤에 긴 머리를 위로 올려서 묶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는 힘없는 황제에서 여제로서의 위엄을 되찾았다.곧이어 상석에 앉은 그녀는 봉구안에게 자리를 권했다.“서 있지 말고 앉아서 얘기하거라.”봉구안은 가져온 국서를 서여국 황제에게 내밀었다.“남제가 원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전쟁이 터지면 서여국 병사는 남제를 침범하지 않겠다는 약조만
Read more

제839화

봉구안은 힘겨운 표정으로 답했다.“나리, 소인의 의술이 부족하여 방도가 없습니다.”그 말을 들은 숙연은 눈물을 흘렸다.“자네도 방법이 없단 말인가…”봉구안은 굳은 표정으로 예를 행했다.“소인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숙연도 만났으니 더 이상 귀찮은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황궁 입구에 도착하자 관복을 입은 여인 한명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궁인이 말했다.“이분은 승상 나리입니다. 예를 행하셔야 합니다.”승상 조여란은 걸음을 멈추고 봉구안을 빤히 바라보았다.“네가 공시를 뗀 의원이야?”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예.”조여란은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치켜올렸다.서여국에서 여인이 사내에게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은 무례에 속하지 않았다.조여란은 황제보다 조금 나이도 어리고 더 말라 보였다.승상의 자리까지 올라간 여인이라서 그런지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았다.그녀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왜 이렇게 빨리 나온 거지?”봉구안은 침착하게 답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하여 폐하의 병을 고쳐드릴 수 없어서입니다.”조여란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부족한 의술로 공시를 뗐단 말이냐? 어디서 사기나 치던 놈이 궁에 뭐 도둑질할 게 없나 하고 들어온 건 아니고?”다른 사람이었으면 그 말을 듣고 크게 당황했겠지만 봉구안의 마음은 평온했다. 그녀는 땀을 닦는 척 이마를 훔치며 짐짓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폐하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기를 내본 것입니다. 다만…”조여란은 그녀를 홱 밀치고는 짜증스럽게 말했다.“궤변은 듣고 싶지 않다. 여봐라! 이 돌팔이를 끌고 가서 몸을 수색하라! 궁중의 물건을 도둑질한 게 없나 잘 확인하고 곤장 스무 대를 쳐라!”봉구안은 곤장은 두렵지 않았지만 몸을 수색한다면 여인의 신분이 드러나서 심문을 받게 될 것이다.시위가 다가오자 봉구안은 언성을 높여 물었다.“승상 나리의 말씀대로라면 제가 도둑질한 게 없어도 곤장을 피할 수 없다는 말입니까?”조여란은 거만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답했다.“물론이지! 의술도 변
Read more

제840화

서여국 황궁을 떠난 후, 봉구안은 바로 객잔으로 돌아가지 않았다.서여국 승상은 비겁한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 자이기에 더욱 조심해야 했다.그리하여 그녀는 기루에서 남풍관, 그리고 다시 기루에 들렀다. 기회를 엿봐서 의용술로 모습을 바꾼 뒤에 떠나기 위함이고 여기서 뭔가 알아낼 수도 있었다.이런 유흥업소는 정보가 가장 빠른 곳이기도 했다.기루.봉구안은 기생을 한 명 불렀다. 기생이 손님을 받는 것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을 알기에 봉구안은 보름 간 그녀를 독점하기로 하고 돈을 지불한 후에 방에서 가야금만 연주하라고 했다.이러면 그녀의 행적을 감추는데 유리할 것이다.단지 돈이 많이 들어간 것이 조금 씁쓸했다.이 기생의 일당은 은화 3냥이었는데 그녀가 묵는 객잔보다 더 비쌌다.다행히 기생이 말을 잘 듣고 아는 게 좀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공자, 그건 모르시나 봐요. 저희의 폐하께선 젊으셨을 때 중상을 입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에요. 폐하께는 쌍둥이 여동생뿐이니 아마 황위는 숙연 대인에게 물려주실 것 같아요.”봉구안은 생각에 잠겼다.“폐하의 병이 심각하냐?”“예. 이미 조회에 안 나오신지 좀 되었다고 해요. 승상께서 국무를 처리하고 계시죠.”봉구안은 술잔을 입가로 가져가며 무심한듯 말했다.“승상께서 권력을 독점하신다? 그럼 그 숙연 대인은 그걸 눈 뜨고 보고만 있었단 말이냐?”기생은 아무런 의심 없이 말했다.“소인이 여기 간판 언니에게서 들은 바로는 숙연 대인이 승상을 추천한 거랍니다. 자신은 한마음 한뜻으로 폐하를 보살피고 잠시 나랏일은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면서요.”봉구안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불필요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녀는 더 이상 질문을 이어가지 않았다.“술이 괜찮네. 한 단지 더 내오거라.”“공자께서 마음에 드신다니 제가 같이 한잔 마셔드리겠습니다.”봉구안은 생각에 잠겼다.한쪽은 막강한 권력을 잡은 승상, 한쪽은 미래의 황제가 될 유력후보. 원래라면 서로 경쟁 관계이고 사이가 안 좋아야 마땅하지만 이
Read more
PREV
1
...
818283848586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