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28화

작가: 일설연우
봉구안은 직접 ‘거미줄’ 도면을 동방세에게 건네며 진위를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동방세는 도면을 꼼꼼히 살펴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이 도면은 십중팔구 진짜네!”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봉구안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며 물었다.

“소환, 만약 이게 진짜라면, 완전한 ‘거미줄’ 도면이네! 이 도면을 대체 어디서 구한 것이오?”

봉구안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담대 가문 사람이라 자칭한 이에게 받은 것이오.”

‘담대’라는 이름이 나오자 동방세의 표정이 굳어졌다.

방금 전의 미소는 사라지고 염려가 가득했다.

“담대 가문이라니? 그들이 정말 산에서 내려왔단 말이오?”

봉구안은 더 이상의 설명은 삼가며 말했다.

“이 도면은 자네에게 맡기겠소.”

동방세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이 도면만 있다면 연결점을 모두 찾아내 남제의 힘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이오.”

“더군다나 담대 가문이 만든 것이라면, 전쟁에 쓰이기 위해 설계된 것이 분명하니 남제에는 이로울 뿐이오. 다만…”

“다만 무엇이 걱정되는 것이오?”

봉구안이 신중하게 물었다.

동방세는 믿기 어렵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미줄’, 특히 완전한 형태의 ‘거미줄’은 지금껏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온 기계술이오. 만약 그것의 존재가 증명된다면, 온 세상을 뒤흔들 만한 일이 될 것이오. 솔직히 말하자면, 동방 가문의 후손으로서 이것이 세상에 드러나는 걸 바라는 마음은 없소.”

봉구안은 그의 마지막 말이 농담임을 알아차렸다.

“동방세, 그럼 부탁하겠소!”

그녀는 두 손을 모아 무림식 예를 표했다.

동방세는 웃음을 띠며 물었다.

“자네는 이 도면을 자세히 보았소?”

봉구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자세히 보지 않고 바로 자네에게 넘겼소.”

그녀의 말에 동방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이 도면은 대주국의 옛 지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소. 대주에서 지금의 남제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를 거쳤으니, 현 남제의 지도만으로는 도면을 해석하기 어렵소.”

“솔직히 말하겠소. 대주국의 옛 지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29화

    남강은 남제와 국경을 맞대고 있었으며, 늪으로 형성된 자연 방어선을 통해 남제 남부의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양나라 간의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시기에는 그 방어선이 남제의 안전을 보장해 주었다. 하지만 남강이 공격을 받게 된 상황에서 남제가 이를 방관할 수는 없었다. 봉구안은 침착하게 물었다. “언제부터 시작된 일입니까? 그리고 어느 나라가 저지른 짓입니까?” 소욱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며칠 전, 수화부가 여러 부족들을 규합해 전군을 동원하여 남강을 공격했다.” “전쟁은 시작된 지 닷새도 되지 않아 남강의 방어선이 전면적으로 무너졌다는구나.” “수화부 연합군이 치밀하게 준비한 뒤 공격한 게 분명하다.” …남강은 큰 나라는 아니었지만, 백 년 넘게 독립을 유지할 정도로 저력을 지닌 나라였다. 그런 남강이 갑작스러운 멸망 위기에 처하자 조정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처럼, 남강이 무너지면 남제의 남쪽 경계 또한 위태로워질 것이 분명했다. 이에 관료들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했다. “폐하, 북연이야말로 남제의 가장 큰 위협입니다. 북쪽 경계를 강화하고 병력을 증파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폐하, 남쪽 경계 또한 중요합니다. 남강에 먼저 원군을 보내야 합니다.” 또 다른 관료는 신중한 의견을 내놓았다. “폐하, 적군의 사기를 꺾고 전쟁 없이 승리를 얻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책입니다.” “남제 군사들은 오랜 전쟁을 감당하기 어려우니, 수화부를 설득해 남제와 동맹을 맺고 북연에 맞서는 것이 좋겠습니다.”궁 안의 논의는 점점 격해졌다. …궁 밖에서는 남강 출신의 완부옥이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제인 갈십칠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정말 남강이 멸망 위기에 처한 거야?” 갈십칠은 답답한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선배,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도 이 며칠간 남제에 있었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말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30화

    담대연이 자신을 보길 원한다는 소식을 들은 봉구안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장군을 감옥으로 보내거라.” 만약 담대연이 정말로 남강과 남제를 돕고자 한다면, 그녀를 직접 만나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가 전하려는 대책은 누구에게나 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만추는 크게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황후가 남강 문제로 담대연을 직접 만나려 하지는 않을까 염려했지만, 황후가 자신보다도 더 신중함을 보이자 안심할 수 있었다. 봉구안과 같은 걱정을 한 사람은 소욱이었다. 그는 담대연이 봉구안을 보길 원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상소문을 내려놓고 급히 영화궁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해 봉구안이 내전에서 여전히 평온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본 소욱은 아주 미세하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갔다. 봉구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려는 순간, 소욱은 그녀를 단단히 감싸 안았다. 그의 품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걱정이 그녀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황후, 약속해라. 절대로 그 자와 단둘이 만나지 않겠다고.”“그자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자다. 혹시라도 무언가를 미끼로 너를 꾀어 또다시 해를 가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구나.”소욱은 담대연이 독에 중독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본능적으로 그를 신뢰할 수 없었다. 자신이라면 독에 걸렸다 해도 믿었던 사람에게 칼을 겨누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구안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거라. 그 자가 정말로 사과하고 싶었다면, 지난 세월 동안 너와 연락조차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겠느냐? 지금 이 시점에 나타난 것도 너무 우연의 일치가 아니냐. 괜히 헛된 정에 흔들리지 말거라.” 소욱의 말에는 단호함과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봉구안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폐하, 걱정하시는 마음 충분히 압니다. 하지만 저도 충분히 사리 분별을 할 줄 압니다.” 그러나 소욱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야.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31화

    밤이 되자 서왕부는 축하하러 온 손님들로 시끌벅적했다.신혼방.완부옥은 스스로 신부 면사포를 벗어던졌다.신방에 갓 들어선 서왕의 눈에 한쪽에서 식사 중인 완부옥이 들어왔다. 신부의 쑥스러움이나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그녀뿐이 아니라 그녀의 뱀, 전갈, 지네 등등도 같이 식사 중이었다.바닥에는 시녀 한명이 쓰러져 있었는데 아마 저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기절한 것 같았다.서왕은 이 방에 들어선 것을 잠깐 후회했다.그는 최대한 화를 억누르고 평온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완부옥, 내 너와 혼인한 것은 태중의 아이를 위함이다. 앞으로 다시 네 몸에 손대는 일은 없을 것이다.”“이 방은 너에게 줄 테니… 앞으로 여기서 생활하거라. 앞으로 우린 부부지만 서로의 일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을 내 방에 들이지 말거라!”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완부옥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그녀가 신경 쓰는 것은 오로지 남강뿐이었다.서왕비의 신분이 생겼기에 내일이면 입궁하여 황제와 황후께 감사인사와 문안을 올려야 했다.그때가 되면 그녀는 소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다음 날 아침.서왕은 신부와 함께 문안 인사를 올리러 입궁했다.소욱은 나랏일 처리하기 바빠서 그들을 만날 시간이 없었다.완부옥도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았기에 차라리 잘됐다며 곧장 황후를 뵈러 후궁으로 향했다.서왕은 그런 그녀에게 신신당부했다.“궁중 법도를 어기면 안 된다. 황후마마를 귀찮게 해드려서도 안 돼. 늦어서 이각 후에는 나오도록 하거라.”완부옥은 그의 잔소리가 귀찮기만 했다. 영화궁.완부옥이 올 것을 예상하고 있던 봉구안은 반갑게 그녀를 맞아주며 위로해 주었다.“남제는 필히 군사를 파견하여 남강을 지원할 것이다. 내 이미 사람을 보내 남강왕과 네 스승을 보호하라 명하였다.”“지금의 곤경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심려치 말고 태중의 아기에게 신경 쓰도록 하거라.”완부옥은 그 말을 듣자 드디어 근심을 내려놓을 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32화

    서재.이 노장군이 공손히 아뢰었다.“폐하, 소신은 유연의 말이 믿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말한대로 수화부와 방어가 비교적 약한 북부에서 역습을 진행한다면 남강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듯합니다. 현재로서는 이게 가장 이상적인 전략이네요.”남강에 위기가 닥친 지금, 대부분 영토는 수화부 연합군에 의해 침범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남제 대군이 남강을 지원하려면 남강에서 싸워야 하는데 문제는 수화부 군대가 남강의 크고 작은 길목을 강점하고 있어서 남제 대군은 진입이 쉽지 않았다.그리하여 만약 남강을 돌아 바로 수화부를 공략하는 것은 상책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소욱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괜찮은 방법이긴 하지만 그는 여전히 유연이 못미더웠다.“황후를 불러오너라.”그가 말했다.잠시 후, 봉구안이 서재에 도착했다.이 노장군의 설명을 들은 그녀의 눈빛이 숙연해졌다.“우회작전이라면 괜찮은 방법이긴 합니다.”소욱이 담담한 말투로 그녀에게 물었다.“유연의 말을 믿는다는 뜻이냐?”봉구안은 솔직히 말했다.“신첩도 사실 같은 생각이었으니까요.”마침 그녀가 생각한 전략이 유연과 같다는 얘기였다.다만 어떻게 수화부를 공략할지가 문제였는데 유연은 바로 수화부에서 가장 방어가 약한 곳을 꼬집었다.소욱은 유연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의 황후를 믿었다.봉구안이 이렇게까지 말을 하자 그는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그는 단호한 어조로 이 노장군에게 지시했다.“군사를 파견하여 수화부를 침공하거라.”“예, 폐하!”소욱은 싸늘한 눈빛을 하고 전방을 바라보았다.이 노장군이 떠난 후, 그는 봉구안의 팔목을 잡아당겨 무릎에 앉히고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았다.그리고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구안아, 짐은 이 일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은 것 같구나. 유연이라는 자, 비록 담대 가문의 후예가 맞다고 하더라도 남겨둬서는 안 될 인물이다.”봉구안이 말했다.“아직 모든 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 죽이면 안 됩니다.”“만약 그가 동산국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33화

    소욱은 서재에서 변방 전보를 보고 있었다.유사양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아뢰었다.“폐하, 황후마마께서 알현을 청합니다.”싸늘하게 식었던 소욱의 눈동자에 온기가 돌아왔다.봉구안이 안으로 들어서자 유사양은 조용히 자리를 비켰다.“어쩐 일로 왔느냐? 점심은 먹었고?”최근 소욱은 나랏일로 바쁘다 보니 그녀와 함께 식사를 즐긴지가 꽤 오래되었다.봉구안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에게 물었다.“폐하, 남부 쪽 상황은 어찌 돌아가고 있나요?”소욱은 손을 뻗어 그녀를 데리고 내실로 들어가며 말했다.“안 그래도 네가 이 일을 신경 쓸 거 같아서 말하려고 했다.”“남부군이 수화부로 향해 침공을 하고 있고 현재까지는 좋은 소식뿐이구나. 수화부의 후방은 불안정하다 보니 남강과의 전쟁이 점점 벅찰 테지.”“아마 곧 있으면 철퇴할 것으로 보인다. 남강의 위기는 쉽게 해결되었지만 짐이 가장 걱정하는 건 여전히 북연과 동산국이야.”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저도 폐하와 이 일을 의논하러 들렀습니다.”그녀는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지도를 꺼내 탁자에 펼쳤다.“저는 수화부 연합군이 침공하려는 국가가 남강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그 말을 들은 소욱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봉구안은 손가락으로 지도의 여러 곳을 가리키며 계속해서 말했다.“수화부 연합군이 남강 침공이 승리한다면 다음 목적지는 남제가 될 것입니다.”“저희가 혼인한 둘째날에 동부 장군에게서 동부에 이상한 움직임이 있다는 서신을 받았습니다.”“동부, 남부, 그리고 북부에 위치한 북연까지…”봉구안은 고개를 들고 심각한 표정으로 소욱에게 말했다.“폐하, 이는 협동 공격입니다.”협동 공격이란 모든 나라가 연합하여 한 나라를 침공한다는 것을 의미했다.이런 상황은 소욱이 황제에 즉위했을 초기에도 있었던 일이었다.그때 각 나라들은 남제의 정권이 불안정한 틈을 타서 남제를 먹으려 시도했었다.나중에 장공주가 대하에 화친을 가면서 비로소 남제가 숨을 돌리고 역습을 노릴 기회가 되었다.만약 봉구안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34화

    봉구안은 서여국으로 떠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었다.“폐하, 담대연의 말 중에 하나는 맞는 것 같습니다. 전에 제가 비밀통로를 조사하러 갔을 때 폭파약에 당할 뻔한 적이 있지요. 필히 제가 그곳에 갈 것을 아는 자가 있었을 겁니다.”“어둠 속에 숨은 자의 목적은 거미줄을 파괴하는 것인지 아니면 약인의 단서가 발견되는 게 싫은 것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단순히 제 목숨을 노리는 것인지 철저히 조사가 필요합니다.”소욱은 진지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그리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비밀통로에 간다는 걸 아는 사람은 짐의 심복뿐이다. 그들은 엄격한 선발을 거쳐 선택된 자들이니 짐을 배신하진 않을 것이야. 하지만 절대적인 건 없고 네 안위에 직결된 일이니 내 그들을 엄하게 심문하겠다.”봉구안이 정색해서 말했다.“그들을 의심하는 것이 아닙니다. 심문하실 필요도 없어요. 그러다 호위들의 사기만 떨어집니다.”“제가 의심하는 건 누군가 몰래 저희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궁중에 매복해 있거나 궁 밖에 몸을 숨기고 근처에서 주시하고 있을 수도 있지요. 신변인들 조사는 필요하지만 일단 외부부터 조사해야 합니다. 일만 생기면 신변인을 의심한다면 폐하께 충성을 다할 신하가 적어질 겁니다.”“그리고 동방세에게 이 일을 얘기해 두었으니 그가 몰래 비밀통로의 단서를 쫓고 있을 겁니다. 그에게서 연락이 오면 바로 보고하겠습니다.”소욱은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다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잡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역시 내 황후는 세심하군. 너 같은 황후와 혼인을 하다니, 짐은 참 운도 좋아.”봉구안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폐하, 어쩐지 본인 자랑 같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그의 품에 고개를 기댔다.“폐하, 제가 떠난 후로 너무 일에만 매진하지 마십시오. 남제는 곧 전례 없던 험난한 전장을 맞이하게 될 테니 체력을 비축해야 합니다.”소욱의 얼굴에 걱정이 스쳤다.그는 그녀를 꽉 안고 턱을 그녀의 정수리에 비비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35화

    내실에 다른 사람이 없었기에 봉구안도 스스럼없이 소욱의 복부를 매만졌다.소욱은 숨을 꾹 참고 근육이 긴장된 상태를 유지했다.잠시 후, 봉구안은 좋아하는 장난감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눈썹을 치켜올리며 소욱을 바라봤다.“그렇게 바쁘신 와중에 언제 수련까지 하셨습니까?”소욱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입을 맞추며 말했다.“하루의 시작은 아침에 있지. 외적이 호시탐탐 내 나라를 노리는데 짐도 건강한 몸상태를 유지해야 군사를 이끌고 싸우지 않겠느냐. 그래서 요즘 수련을 좀 했다. 어떠냐? 황후는 만족하느냐?”그는 그녀의 대답을 무척 기대하고 있었다.봉구안은 그의 귓가로 다가가서 얕은 숨결을 토해냈다. 평온했던 그의 호흡이 다시 가빠지기 시작했다.그녀가 귓가에 대고 말했다.“오늘 밤, 부군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소욱은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그녀를 품고 싶었다.그는 큰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받치고 힘껏 그녀를 잡아당겨 입을 맞추었다.봉구안은 가볍게 그를 밀치고는 그의 건장한 어깨에 손을 얹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두 사람은 술에 취한 것처럼 눈빛이 몽롱해졌다.소욱의 얼굴이 다시 다가왔을 때, 봉구안은 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막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안 됩니다.”그 말에 소욱은 잘 훈련된 신병처럼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먼저 돌아가서 짐을 기다리고 있거라. 저녁에 영화궁으로 가겠다.”그는 태의의 권고도 잊지 않고 휴식에 주의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다.그날 오후, 봉구안은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에 남자 복장으로 위장하고 궁을 나섰다.그림자 호위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녀를 지키고 있었고 무예를 잘하는 만추도 동행했다.황후와의 첫 외출이라 만추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마차 안, 봉구안은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다가 눈을 뜨자마자 바짝 긴장한 만추를 보고 말했다.“긴장 좀 풀거라.”“예!”하지만 만추는 진짜로 긴장을 풀 수 없었다.황후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는 없었다.하물며 맹 소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36화

    봉구안은 짐짓 안타까운 척 말했다.“자네한테 불공평한 일인 건 알아. 만약 원하지 않는다면…”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담대연은 약을 삼켜버렸다.순간 봉구안의 눈빛이 흔들렸다.남제를 멸망시키기 위해 이 정도까지 희생한단 말인가.식사가 끝난 후 두 사람은 작별을 고했다.봉구안이 말했다.“폐하께서는 태중의 아이한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하여 나에게 푹 쉬면서 태교에만 집중하라고 하였다. 그러니 교무당도 가지 않을 것이다. 다른 볼일이 있다면 바로 폐하께 아뢰면 된다.”담대연이 말했다.“남제에는 유능한 인재와 장수가 많습니다. 저는 남제 백성도 아니니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도 폐하께서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제가 남제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완전한 거미줄 통로를 찾고 전쟁시기에 도움이 되는 것뿐이겠지요.”봉구안도 그 말에 동의했다.“자네가 거미줄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폐하를 설득하겠다.”그 후 담대연은 황후의 마차를 배웅했다.객잔으로 돌아가자 그의 부하가 조심스레 물었다.“공자, 저들이 곤란하게 하진 않았나요?”자리에 앉은 담대연은 가슴 부상을 만지며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황후가 정말 회임이라도 했단 말인가.’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남제 협공의 준비단계는 이미 마무리되어가는 단계였다.저들이 눈치채고 대비책을 세우려 할 때는 이미 늦었을 것이다.황궁.일찍이 정무를 끝낸 소욱은 영화궁으로 걸음했지만 어두컴컴한 궁전만 그를 반기고 있었다.내전으로 들어간 그는 궁인에게 한소리 하려고 했다.바깥 복도에 선 유사양은 저도 모르게 흠칫 어깨를 떨었다.왜 불을 밝히지 않은 것일까?갑자기 내전에서 황제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유사양은 곧장 내전으로 달려갔지만 갑자기 나타난 만추가 그의 앞을 막았다.“유 태감, 폐하와 마마의 좋은 시간을 방해하시려는 겁니까?”유사양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불도 안 밝히고 무슨 좋은 시간을 보낸단 말인가.내전.소욱은 봉구안에게 밀쳐져 침상에 쓰러졌다. 그의 양손은 침

최신 챕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51화

    서여국 황제는 평온한 얼굴로 봉구안을 바라보며 말했다."잠시 후 궁으로 돌아가거라. 어의에게 너의 상태를 잘 살피게 하겠다."봉구안은 서여국으로 비밀 사절로 파견된 상태였고, 황제와 그녀의 심복 모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녀의 신분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황제의 호위병으로 알고 있을 뿐이었다.황제의 배려에 봉구안은 사양하려 했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 전에 모신이 먼저 물었다."폐하, 저 관료들은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황제는 조여란이 화살로 모두를 살해하려 했던 순간, 관료들 중 일부가 외쳤던 말을 떠올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조여란의 동조자는 모두 체포하고, 나머지는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라.""예, 폐하!"그 순간, 반역죄가 자신들에게 닥쳤음을 깨달은 관료들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폐하, 살려주십시오!""폐하! 순간의 실수였습니다!""폐하, 조여란의 강요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반란을 일으킬 마음은 없었습니다!""폐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그러나 서여국 황제는 이들의 간청을 전혀 듣지 않고 단호하게 명령했다."끌고 가거라!"그렇게 조여란의 동조자들은 모두 체포되었다."아아…" 숙연은 조여란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며 점점 불안에 휩싸였다. 그녀는 급히 몸을 떨며 말했다."저는 조여란과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그저 억울하게 끌려온 것뿐입니다."서여국 황제는 차갑고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억울하다고? 내가 본 건 너와 조여란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서여국 황제는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숙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머리를 저었다."아닙니다! 언니,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처음에는 조여란이 반역자인 줄도 몰랐습니다…"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여국 황제는 검을 뽑아 숙연의 목에 겨누며 비웃듯 말했다."아직도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구나?"숙연의 동공이 흔들리며 그녀는 급히 외쳤다."언니, 저… 저는 언니의 친동생입니다…!"그 순간, 황제는 매섭게 칼로 그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50화

    봉구안은 허공으로 치솟으며 다리로 신속하게 상대를 공격했다.경공을 잘하는 그녀였기에 발차기 실력도 남달랐다.조여란은 그녀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그 과정에 발길질에 맞은 그녀의 얼굴은 퉁퉁 부어올랐다.착지한 봉구안은 한손을 등 뒤에 감추고 한손을 뻗으며 조여란을 도발했다.조여란의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그녀는 옷섶으로 흐르는 피를 닦고는 음침한 눈으로 봉구안을 노려보았다.“너 대체 정체가 뭐냐!”황제 신변의 호위가 이 정도로 강했던가?봉구안은 대답 대신, 이차 공격을 시전했다.철갑옷 같은 기공을 상대하려면 기교가 중요했다.그녀는 주먹을 쥔 손에 힘을 응집했다.그리고 손바닥을 아래로 둔 채로 신속히 전방을 향해 찌르기를 시전했다.그녀의 손이 조여란의 가슴에 닿았다.평범한 주먹질처럼 보여도 뾰족하게 튀어나온 중지에 모든 힘이 실렸다.봉구안은 내력을 집중하여 중지에 실었기에 그 위력은 상당했다.“푸흡!”조여란의 등이 굽어지더니 입으로 피가 섞인 열물을 토해냈다.그녀는 뒤로 엉거주춤 물러나 가까스로 다시 중심을 잡았다.“철갑옷!”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봉구안의 주먹이 그녀의 늑골을 향해 날아왔다.뼈를 관통할 것 같은 위력이 담긴 일격에 조여란은 신음을 내뱉으며 악에 받쳐 소리쳤다.“네 이년! 숙천설이 대체 너한테 뭘 약속했길래… 악!”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주먹이 눈을 향해 날아왔다.조여란은 눈을 붙잡고 다시 뒤로 물러났다.“숙천설! 자신 있으면 나랑 붙어! 남의 등 뒤에 숨어 있는 게 무슨 황제야! 나와! 숙천설!”서여국 황제가 싸늘한 표정으로 말헀다.“조여란, 네 철갑옷이 천하무적은 아니었군.”조여란은 이를 갈았다.“그럴 리 없어!”봉구안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헀다.“철갑옷은 날카로운 검이 아니면 상처를 낼 수 없지. 섭정왕,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네가 이긴다면 길을 비키도록 하지.”말을 마친 그녀는 손을 뻗었다.“검을 가져오너라!”잽싸게 모습을 드러낸 은육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49화

    봉구안은 싸늘한 눈으로 조여란을 바라보며 전의를 불태웠다.그 유명한 철갑옷 공법을 한번 눈앞에서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순식간에 봉구안은 발로 땅을 구르며 앞을 향해 튕겨나갔다.조여란은 그 자리에서 자세를 취하고 기를 운용하여 공법을 시전했다. 온몸의 근육이 단단하게 굳기 시작하더니 마치 단단한 방패를 연상케 했다.봉구안은 상대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지만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창을 받아라!”그녀가 창술에 능하다는 것을 아는 서여국 황제가 그녀를 향해 무기를 던졌다.봉구안은 창을 받고는 고개도 안 돌리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조여란은 음침한 얼굴로 다시 공법을 시전했다.장창이 그녀의 어깨를 찔렀지만 생채기 하나 남기지 못했다.봉구안은 다시 정신을 다잡고 상대의 가슴을 향해 창을 찔렀다.하지만 극한으로 끌어올린 조여란의 철갑옷 공법 때문에 창끝은 그녀의 옷을 찢고도 가슴에 상처 하나 남기지 못했다.봉구안의 모든 초식은 상대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장창이 부러질 때까지 찔렀는데도 조여란은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진기를 응집한 조여란은 산발이 된 머리를 휘날리며 음산한 눈빛으로 소리쳤다.“숙천설,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그녀는 봉구안을 밀치고 서여국 황제에게 달려들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황제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봉구안은 다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분노한 조여란이 호통쳤다.“주제도 모르는 것, 감히 내 앞을 가로막다니! 그래! 네년부터 죽여주마!”곧이어 조여란의 공세가 이어졌다.두 사람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육안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숨어서 지켜보고 있던 그림자 호위 은삼이 은이에게 말했다.“형님, 도와드려야 하지 않을까요?”은이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마마께선 지시를 받고 움직이라 했다.”은삼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조여란 저 여자 꽤 하는데요? 마마께서 다칠까 걱정돼요.”은칠이 종이에 무언가를 적었다.[마마와 조여란이 결전을 벌이는데 은삼이 재수없는 말만 하며 마마를 저주했습니다.]탁!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48화

    조여란 신변의 병사들이 활시위를 잡았다.이때 누군가가 외쳤다.“당장 그만둬!”조여란은 의아한 얼굴로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수많은 사람들이 광화사 대문을 열고 반란군의 앞으로 다가갔다.서여국의 관원들이었다.문무백관이 거의 다 이곳에 잡혀왔다.황제가 한 짓일 것이다.조여란이 차갑게 말했다.“저들을 인질로 나를 협박하려고? 난 누구든 죽일 수 있어!”대신들은 미친 사람처럼 발악하는 조여란의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섭정왕! 자네가 이런 사람이었을 줄이야!”“조여란, 감히 반역을 꾀하다니!”“우릴 다 죽이면 천하 백성들에게는 뭐라고 설명하려고? 조정에 관원이 한 명도 없으면 넌 황제가 되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조여란은 이미 이성을 상실했다.“멍청한 것들은 버려도 좋아!”갑자기 검은 인영이 공중에서 나타났다. 그는 조여란도 익숙한 인물, 숙연을 데리고 있었다.“이 여자도 내칠 것이냐?”봉구안은 숙연을 앞으로 밀치며 싸늘하게 물었다.고공 비행에 숙연은 이미 겁에 질려 얼굴이 파리하게 질린 상태였다.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조여란을 향해 소리쳤다.“왕야, 나 좀 구해줘!”봉구안은 뒤에서 그녀의 턱을 잡고 비아냥거렸다.“숙연 대인, 이럴 때는 폐하께 살려달라 애원해야 하는 거 아닌가?”조여란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사실 그녀 역시 숙연에게 정이 있었다. 어쨌거나 그녀가 심혈을 기울여 키운 장기말이었다.하지만 그것보다는 대의가 더 중요했다.“활시위를 당겨라!”곧 화살이 자신을 향해 날아올 것을 감지한 뭇 대신들이 소리를 질렀다.“조여란, 미쳤어? 우리 같은 편이잖아!”“황시위를 당기라니까!”조여란은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숙연은 믿을 수 없다는 눈을 하고 조여란을 바라보고 있었다.심지어 조여란이 데려온 병사들마저 모두 죽이라는 말에 동요하고 있었다.황제를 살해하는 것은 황위를 빼앗기 위함이지만 관원들을 죽이면 어떻게 될까?그들은 무고한 사람들이었다.병사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얼굴을 가린 그림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47화

    광화사.조여란의 대군과 호원아의 대군이 대치 중에 있었다.“호원아, 넌 무단으로 직무지를 떠나 폐하를 해하려고 하였다. 내가 섭정대권으로 너를 처단할 것이다!”호원아는 화가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난 폐하의 명을 받들어 광화사를 지키고 있는데 무슨 죄가 있단 말이냐! 조여란, 반역은 네가 했지! 그리고 너희들, 감히 조여란과 결탁하더니! 폐하께 미안하지도 않느냐!”조여란의 옆에 선 한 장군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방구 뀐 놈이 성낸다고! 호원아, 당장 비켜! 우린 폐하가 무사한지 확인해야겠다!”친히 광화사 대문을 지키고 선 호원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를 들여보내? 꿈 깨!”조여란은 차갑게 식은 눈동자로 전방을 노려보며 손짓했다.“활시위를 당겨라!”그녀가 데려온 대군은 호원아가 이끄는 부대보다 인원수가 훨씬 많았다.아무리 호원아라도 쪽수 앞에서는 별 수가 없을 것이다.갑옷을 입은 호원아가 근엄한 목소리로 명령했다.“포진하고 화살을 방어해라!”뭇 병사들이 방패를 들고 광화사 안쪽까지 후퇴했다.화살비가 한바탕 쏟아진 후, 조여란은 마치 충신처럼 안쪽을 향해 외쳤다.“폐하, 소신이 너무 늦게 와서 송구합니다!”쾅!이때 대문이 열렸다.고개를 든 조여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용포를 입고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황제였다.“섭정왕, 늦었군.”서여국 황제의 신변에는 수십 명의 고수가 지키고 있었다.조여란은 싸늘한 눈빛으로 황제를 가리키며 말했다.“넌 폐하가 아니야!”모신 상궁이 분노한 말투로 반문했다.“섭정왕, 미친 것이냐! 폐하께서 여기 계신데 감히 손가락질을 해?”조여란은 등 뒤에 서 있는 뭇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최근 폐하와 똑같이 생긴 여인이 광화사에 진입하였다는 보고가 있었다. 폐하를 사칭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호원아 너의 간계였구나.”“호원아, 네가 가짜 황제를 내세우고 진짜 폐하를 해한 게 틀림없어!”호원하가 분통해서 말했다.“조여란, 함부로 사람 모함하지 말거라!”서여국 황제는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46화

    광화사 밖은 황제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많은 병력이 배치되어 있었다.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는 그림자 호위가 봉구안을 지키려 대기하고 있었다.그림자 호위들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광화사만 주목하고 있었고 은칠만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황후께서 변장을 하시고 서여국 폐하와 야밤에 은밀한 밀회...”그가 쓴 내용을 본 은삼이 주먹을 그의 머리에 꽂았다.“밀회는 무슨 밀회야!”순식간에 은칠의 정수리가 볼록하게 부어올랐다.“왜 셋째 형님도 저한테 그러십니까?”은삼은 또 한번 주먹을 휘두르고는 소리를 죽여 말했다.“둘째 형님이 왜 널 잘 지켜보라고 했는지 알겠어! 은칠, 전에는 몰랐는데 너 소설 쓰는 재주가 있다? 너 마마께서 곤란해 지라고 일부러 그러는 거지? 폐하와 마마 사이를 이간질하려고!”은칠이 울먹이며 말했다.“다들 저만 괴롭혀요! 폐하께 고발할 거예요!”그는 눈물을 머금고 한마디 덧붙였다.[은삼이 보고서를 쓰는 것을 방해하며 사실을 쓰지 말라고 합니다.]은삼은 뒷골이 땡기는 기분이었다.“쉿! 누가 오고 있어!”은사가 낮게 말했다.시위대가 야간 교대를 하고 또 하루가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 한 시위가 황제가 있는 절당으로 아침을 가지고 갔다.모신 상궁이 밖으로 나오자 시위가 조심스레 물었다.“모 상궁님, 폐하께서는 밤새 잘 주무셨나요?”모신이 싸늘한 얼굴로 답했다.“그래.”시위가 또 물었다.“그럼 어제 밤에 방문하신 귀빈은…”그는 안을 들여다보려고 고개를 기웃거렸고 모신은 쾅 하고 문을 닫아버렸다.절당 안.모신은 아침을 식탁에 차리고 은침으로 독을 검사했다.반찬에 독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그녀는 황제에게 식사하라 전했다.식탁에 마주앉은 황제가 물었다.“그자는 무사히 나갔고?”모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예, 어젯밤 소인이 광화사 밖까지 바래다드렸습니다.”황제는 죽 한숟가락 떠서 입가로 가져갔다.이틀 전, 봉구안을 다시 만났을 때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저는 숙연 대인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45화

    광화사.마차에서 내린 서여국 황제는 주지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갔다.문득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따라온 호위들 중에 몇몇 안 보던 얼굴이 있었다.아마 조여란이 보낸 자들일 것이다.서여국 황제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하고 앞으로 걸었다. 황금색 용포가 햇살을 받으며 밝게 빛나고 있었다.방에 도착하자 문을 잠근 상궁 모신이 조심스레 말했다.“폐하, 광화사가 좀 이상합니다.”불상 앞에 마주선 서여국 황제가 싸늘한 눈빛을 하고 말했다.“이곳은 짐을 위해 만들어진 감옥이다.”승려는 진작에 바뀌었을 것이다.승상의 영향력은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그녀는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그날 밤, 황궁 서재.숙연은 상소문을 읽고 있는 조여란에게로 다가가 직접 포도를 입에 넣어주었다.조여란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이런 거 하지 마.”이제 나이도 있는데 지금도 소녀처럼 구는 숙연이 못마땅했다.숙연은 허리를 숙이고 조여란의 목을 끌어안고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뭘 겁내. 어차피 이 황궁과 서여국 전체가 우리의 것이 되었는데.”조여란은 굳은 표정으로 상소문에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아직 부족해. 그 여인이 살아 있는 한, 황제는 여전히 그 여인이야.”“만약 너에게 황위를 물려줄 생각이었다면 국정 감사만 맡기지 않았겠지.”“내가 보기에…”“뭐 의심 가는 거라도 있어?”숙연은 예쁘장한 얼굴로 인상을 쓰며 되물었다.조여란은 그녀의 턱을 잡고 차갑게 말했다.“폐하의 몸 상태가 이 지경인데 아직도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야.”“어쩌면 몰래 신의를 찾아서 아무도 모르게 치료를 받으려는 것일 수도 있어.”숙연이 미간을 확 찌푸렸다.“그렇다는 건 우릴 의심한다는 소리 아니야?”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몰래 병치료를 하려 했을 리 없었다.조여란이 차디찬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지. 하지만 눈치챘다고 해도 이제 와서 할 수 있는 건 없어.”“광화사 안팎에 모두 내 사람들이거든. 숙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44화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태상황이 분노한 고함을 질렀다.“미친 놈! 무슨 짓을 하려는 게냐! 짐은 네 아비이자 북연의 황제란 말이다!”하지만 그의 아들이자 현임 황제는 병부에 눈이 멀어 그의 말은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았다.태상황이 강력한 무공을 갖고 있는 것을 걱정해서 사내들은 그에게 근력을 무력화시키는 약을 먹였다.나이가 든 태상황은 결국 숫자에 밀려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었다.그는 곧 떠나려는 신임 황제를 보고 곧 있으면 이 사내들에게 유린당할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니 처음으로 당황했다.“아니… 아니 된다!”신임 황제는 매정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병부, 내놓으실 거지요?”분노한 태상황이 포효했다.“하늘이 북연을 멸하려는 게구나!”신임 황제가 음침한 눈을 하고 말했다.“아바마마,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병부, 내놓으실 거죠?”태상황의 몸은 완전히 무력화된 상태였다.병부를 내놓지 않는다면 오늘 밤 무슨 일을 당할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이런 치욕을 감당할 수 있는 사내는 없었다.하물며 그는 북연의 황제였다.태상황은 굴욕의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그래, 알았다!”일각이 지난 후.신임 황제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병부를 들고 동화대를 떠났다.마차에 오른 그는 동화대 정문을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짐의 아바마마도 역시 정상인이었군.”동화대.태상황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바닥에 깔린 비빈들의 시체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떨구었다.불과 몇 달 사이에 그는 열 살은 더 늙은 것 같았다.그는 후회막심하여 검을 들고 자결을 택하려 했다.병부를 내놓으면 북연이 어떤 결말을 초래할지 뻔히 알면서 자신의 결백을 위해 결국 내놓고 말았으니 나라에 큰 죄를 지은 거나 다름없었다.챙그랑!검이 바닥에 떨어졌다.결국 그는 죽을 용기조차 없었다.그는 요행을 바라고 있었다. 어쩌면 하늘과 조상님들이 보우하여 협공 작전이 성공할 수도 있지 않은가?태상황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창밖의 달을 멍하니 바라보았다.한편, 서여국.봉구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43화

    북연.궁밖의 동화대는 황가에서 건설한 작은 행궁이었다. 압박에 의해 퇴위한 태상황이 이곳에 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이곳에서 편히 쉬고 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상 구금이나 다름없었고 안팎에 군대가 지키고 있었다.내실, 태상황은 근엄한 자세로 상석에 앉아 있고 그의 앞에는 불효자식인 신임 황제가 있었다.황제는 강압적인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고 태상황도 화가 난 상태였다.“남제를 협공한다고? 네가 북연을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구나!”태상황은 과거에 마음이 약해져서 이 불효자식을 제거하지 않은 것이 못내 후회가 되었다.신임 황제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병부때문이었다.그의 눈에는 광기가 가득 서려 있었다. 마치 이 문제만 해결하면 천하가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올 것 같은 착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아바마마, 곧 거사가 성사됩니다. 아바마마께서는 온 천하가 북연에 귀속되는 광경을 보게 되실 겁니다. 북연이 천하통일을 이뤄내지 못하더라도 남제는 멸망하게 되겠지요! 그러니, 병부를 내어주시지요!”태상황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아들을 꾸짖었다.“어리석은 놈! 넌 미친 게 틀림없어!”“남제는 하루아침에 멸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짐은 이 일에 동의할 수 없다!”인내심이 바닥난 신임 황제는 태상황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고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울부짖었다.“아바마마, 왜 아들을 이리도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짐도 대국을 위해서란 말입니다! 아바마마께선 나이가 드셨고 북연은 더 이상 아바마마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전장에 패배한 기록이 없던 북연이 아바마마의 손에서 연속 남제에 패했습니다.”패배한 전장을 언급하자 태상황은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그는 손을 뻗어 아들의 뒤통수를 갈기며 호통쳤다.“그걸 말이라고! 이 후레자식이! 네가 아니었으면 북연은 삼십만 대군을 잃지 않았어! 네가 아니었으면 남제가 화룡을 접촉할 일도 없고 화룡을 제작해낼 일도 없었어!”“북연의 지금 상황은 다 네가 초래한 거야!”뒤통수를 맞은 신임 황제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