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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3화

Author: 일설연우
완부옥은 곧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혼인까지 이틀 남았으니 여러 가지 예법을 익혀야 했다.

하지만 몸은 역관에 머물러 있어도, 마음은 이미 먼 곳에 닿아 있었다.

밤이 되자, 한 남자가 얼굴을 가린 채 그녀를 찾아왔다.

그녀는 공격 자세를 취했지만, 남자가 얼굴을 드러내자 멈칫했다.

"사제?"

남자는 화난 얼굴로 말했다.

"선배, 스승님께서 선배가 남제로 갔다고 들으시곤 매우 화를 내셨어요. 그래서 절 보내셔서 데려오라 하셨습니다.”

"예전에야 선배가 소환을 따라다니는 걸 그냥 넘어갔다지만, 이제는 혼인까지 한다니요? 스승님이 알게 된다면…"

"그럼 안 들키면 되겠네."

완부옥은 그의 말을 끊으며 게으른 듯 침대에 기댔다.

"그럴 순 없죠! 저는 스승님께 선배와 관련된 모든 일을 낱낱이 보고하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말이 많군."

완부옥은 그를 차갑게 쳐다보며 비웃었다.

"역시나 쓸모없어서 보낸 거겠지. 네 독술은 워낙 형편없으니, 너 하나 빠져도 아무 문제없겠지."

그녀의 말에 사제의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선배, 너무하십니다! 저, 스승님께 다 일러바칠 겁니다! 선배가 저를 이렇게 놀렸다고요!"

완부옥은 팔짱을 낀 채 비웃으며 말했다.

"이런, 두 마디 했을 뿐인데 울려는 거니?"

"선배,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제가 왜 선배가 서왕에게 시집가려는지 모르겠습니까? 다 소환 때문이잖아요! 하지만 소환은 이제 남제 황후가 되었습니다! 평생 기다려도 그녀를 가질 순 없을 겁니다!"

완부옥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뭐라고? 이 개 자식! 다시 한 번 더 그 입을 함부로 놀린다면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제 성은 개가 아니라 갈입니다! 갈십칠이라고요!"

그는 급히 반박하며 소리쳤다.

남방 사투리에서는 '갈'과 '개'의 발음이 비슷했다.

완부옥은 그의 옷깃을 거칠게 잡아끌며 진지하게 말했다.

"네가 뭘 모르는 줄 알아? 스승님이 곧 죽을 날이 가까워서 날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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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24화

    한밤중, 동방세는 문을 두드리는 급한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옷을 걸쳐 입고 문을 열자, 봉구안과 눈이 마주쳤다."소환?"깊은 밤에 그녀가 여긴 왜 온 걸까?그의 시선이 봉구안 뒤로 향하자 황제인 소욱이 서 있었다.동방세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황제 부부가 이렇게 예상치 못한 시간에 찾아올 줄이야.…"내게 용모파기를 부탁한다고?"잠에서 막 깬 동방세는 졸린 눈을 비비며 물었다.봉구안은 그에게 정중히 손을 모아 예를 갖추었다.소욱은 진한길에게 미리 준비하라고 명한 금전을 전달하라 명했다.그러나 동방세는 돈에는 별로 관심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우리 사이에 용모파기 정도야 문제없지.""다만, 이 시간에 찾아오는 건 좀 아니지 않소.""한밤중에 사람의 단잠을 깨우다니, 정신을 집중하기가 힘들군.""잠시 기다리게. 머리를 좀 식히고 오겠소."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방세가 방을 나서는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그녀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대략 두 시진이 지나고, 동방세는 붓을 잡고 정신을 가다듬었다.봉구안의 묘사를 귀 기울여 들으며 정성스럽게 그림을 그렸다.약 한 시진이 지나고 용모파기가 완성되었다.동방세는 용모파기화를 봉구안에게 내밀었다."자네 말대로라면 이 사람이 맞을 걸세."용모파기화 속 남자는 20대 초반으로 보였고, 차갑고 준수한 외모를 가졌다.그의 눈은 깊고 냉랭하여 서릿발처럼 차가운 느낌을 주었다.봉구안은 어딘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누구인지 정확히 떠올릴 수 없었다. 머릿속을 수많은 얼굴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 누구와도 일치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익숙함은 그녀의 마음을 놓아주지 않았다.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 초상화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고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아침이 되자 교무당에 있는 학생들은 저마다 기숙사에서 하루를 시작했다.유연은 무과 시험 중 다친 뒤로 기숙사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25화

    유연의 본 모습은 동방세가 그린 용모파기와 거의 똑같았다.맑고 단정한 얼굴에, 기품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정체가 드러났음에도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그저 묵묵히 봉구안을 바라보며, 눈빛 속에 담긴 것은 후회뿐이었다.봉구안은 냉랭한 표정으로 탁자 위에 놓인 용모파기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이건 내 기억을 바탕으로 그리게 한 용모파기다. 유연, 이쯤에서 내게 설명할 것이 있느냐?"둘 사이에 있었던 일은 그들만이 알고 있었다.유연은 바닥에 떨어진 용모파기를 잠시 내려다보더니, 눈빛이 어두워졌다.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결국 절 알아보셨군요."봉구안의 손이 주먹을 꽉 쥐었다.역시 그였다.이토록 철저히 숨어 다니더니, 이제는 그녀 앞에 나타났다.과거 그는 '주염'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그녀의 가장 소중한 친구였다.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그녀를 구해줬고, 함께 외적을 막으며 북대영에서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었던 동료였다.북대영의 성장은 그의 공이 지대했다.사람들은 그를 적국의 첩자라고 했지만, 그녀는 결코 그렇게 믿지 않았다.그는 병사들의 군자금을 마련하려 매일 조정에 상소를 올렸고, 중상을 입은 병사를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업어 오기도 했다.그는 병법을 전심으로 가르치며 그녀를 도왔던 사람이었다.그러나, 그런 사람이 배신했다는 사실은 그녀를 더더욱 혼란스럽게 했다.전장에서 그가 그녀를 배신하고 칼을 겨눈 그날 이후, 그녀는 단 한순간도 그를 잊지 못했다.그리고 지금, 드디어 그를 마주한 것이다.봉구안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억눌린 분노를 담아 물었다."넌 대체 어느 나라의 첩자인가? 남제에 와서 무슨 일을 꾸미는 것이냐?"유연은 담담히 그녀를 바라보았다.눈빛은 여전히 진지했지만, 그녀는 이제 그를 믿을 수 없었다."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으실 거란 걸 알고 있습니다."봉구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나는 한때 널 믿었다."북대영에서 그녀가 가장 신뢰했던 사람은 스승과 그였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26화

    유연은 길게 내려앉은 속눈썹 아래로 가느다란 그림자를 드리운 채 조용히 말했다.“그날 제가 마마께 칼을 겨눈 것은 이성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독에 중독되어 약쟁이가 될 뻔했지요.”약쟁이라는 단어에 봉구안의 표정이 잠시 굳어졌다.유연은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약쟁이는 독에 감염되면 발작할 때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극도로 난폭해지고 통증을 느끼지 못한 채, 마주치는 사람마다 공격하게 됩니다.”그의 말은 봉구안이 알고 있던 약쟁이의 특성과 일치했다.과거 도관 아래에서 만났던 약쟁이들이나, 이후 천룡회에서 사용했던 약쟁이들은 모두 매우 난폭한 특성을 갖고 있었다.하지만 그날 유연이 그녀를 찌를 때 보였던 반응은 이제 기억이 나지 않았다.봉구안은 단호히 물었다.“우리 둘은 항상 함께 있었는데, 대체 어떻게 약쟁이의 독에 감염됐다는 것이냐?”유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제가 어떻게 그런 위험에 빠졌는지는 말할 수 없습니다.”“누군가와 약속한 이상, 마마를 이 일에 끌어들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누군지 솔직하게 말하거라.”봉구안이 목소리를 높이며 되물었다.유연은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맹 장군입니다.”그 말을 듣고 봉구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스승님을 말하는 것인가?유연은 말을 이어갔다.“그 사건 이후, 북대영에서 저는 신뢰를 잃었고, 약쟁이의 배후 세력 또한 저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남제를 떠나 약쟁이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이 동산국과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후로 줄곧 동산국에 숨어 조사해왔습니다.”“또한 암암리에 약쟁이의 근원을 찾았습니다.”그의 말은 봉구안이 알아낸 상로와 맞아떨어졌다.그녀 역시 약쟁이 사건에 동산국이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었다.다만 동산국 사람들이 구매자였는지 판매자였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유연을 쉽게 믿지 않았다.“네가 떳떳했다면, 왜 두 번씩이나 변장하며 나를 속였지?”봉구안이 단도직입적으로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27화

    ”폐하…” 봉구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히 인사했다. 소욱은 그녀 앞으로 성큼 다가가 손을 내밀어 그녀를 일으켰다. 그리고 곧바로 돌아서서, 담대연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정청 안의 긴장감은 한층 더 고조되었다. 담대연은 위축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제가 요녀로 하여금 북연의 첩자라고 일부러 흘린 것은, 동산국 왕이 제 주변에 심어놓은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서였습니다.”“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이 북연을 조사하도록 유도했고, 결국 동산국까지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 생각했습니다.” 봉구안은 그의 말을 들으며 마음 한구석에서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그녀는 다시 물었다. “적염련도 네가 보낸 것이냐?” 담대연은 그녀를 바라보며 부정하지 않았다. 이내 그의 시선은 소욱에게로 향했다. “폐하, 제가 생각하기에 천하의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이는 폐하와 남제뿐입니다.”“이미 북연과 남제 간의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이번 기회에 북연을 치시고, 나아가 동산국까지 무너뜨린다면, 천하는 다시 하나로 통일될 것입니다.” 소욱은 그를 더는 바라보지 않고 봉구안에게 물었다. “이 자를 믿느냐?” 봉구안은 그의 말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았다. 그 전에 스승이 약쟁이 사건을 정말로 담대연에게 알려준 적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그가 정말 담대 가문의 사람인지도 확실히 해야 했다. 봉구안은 담대연의 과거를 아는 자로서 단호히 말했다. “폐하, 일단 이 자를 가두고 이 자의 신분이 밝혀진 뒤에 처분을 내려주시옵소서.” 그때, 담대연은 갑자기 어디선가 단검을 꺼냈다. 소욱은 본능적으로 봉구안을 보호하려 했고, 봉구안 또한 그를 지키려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담대연은 자신에게 그 단검을 겨누고, 그대로 가슴에 찔렀다. 즉시 피가 흘러내렸다. 봉구안은 깜짝 놀라 눈동자가 커졌다. 담대연은 고통을 억누르며 서서 그녀를 향해 말했다. “그때의 칼을, 이제 돌려드립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28화

    봉구안은 직접 ‘거미줄’ 도면을 동방세에게 건네며 진위를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동방세는 도면을 꼼꼼히 살펴보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이 도면은 십중팔구 진짜네!”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봉구안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며 물었다.“소환, 만약 이게 진짜라면, 완전한 ‘거미줄’ 도면이네! 이 도면을 대체 어디서 구한 것이오?”봉구안은 침착하게 대답했다.“담대 가문 사람이라 자칭한 이에게 받은 것이오.”‘담대’라는 이름이 나오자 동방세의 표정이 굳어졌다.방금 전의 미소는 사라지고 염려가 가득했다.“담대 가문이라니? 그들이 정말 산에서 내려왔단 말이오?”봉구안은 더 이상의 설명은 삼가며 말했다.“이 도면은 자네에게 맡기겠소.”동방세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이 도면만 있다면 연결점을 모두 찾아내 남제의 힘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이오.”“더군다나 담대 가문이 만든 것이라면, 전쟁에 쓰이기 위해 설계된 것이 분명하니 남제에는 이로울 뿐이오. 다만…”“다만 무엇이 걱정되는 것이오?”봉구안이 신중하게 물었다.동방세는 믿기 어렵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거미줄’, 특히 완전한 형태의 ‘거미줄’은 지금껏 불가능하다고 여겨져 온 기계술이오. 만약 그것의 존재가 증명된다면, 온 세상을 뒤흔들 만한 일이 될 것이오. 솔직히 말하자면, 동방 가문의 후손으로서 이것이 세상에 드러나는 걸 바라는 마음은 없소.”봉구안은 그의 마지막 말이 농담임을 알아차렸다.“동방세, 그럼 부탁하겠소!” 그녀는 두 손을 모아 무림식 예를 표했다.동방세는 웃음을 띠며 물었다.“자네는 이 도면을 자세히 보았소?”봉구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자세히 보지 않고 바로 자네에게 넘겼소.”그녀의 말에 동방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이 도면은 대주국의 옛 지도를 기반으로 하고 있소. 대주에서 지금의 남제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를 거쳤으니, 현 남제의 지도만으로는 도면을 해석하기 어렵소.”“솔직히 말하겠소. 대주국의 옛 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29화

    남강은 남제와 국경을 맞대고 있었으며, 늪으로 형성된 자연 방어선을 통해 남제 남부의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하고 있었다. 양나라 간의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시기에는 그 방어선이 남제의 안전을 보장해 주었다. 하지만 남강이 공격을 받게 된 상황에서 남제가 이를 방관할 수는 없었다. 봉구안은 침착하게 물었다. “언제부터 시작된 일입니까? 그리고 어느 나라가 저지른 짓입니까?” 소욱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며칠 전, 수화부가 여러 부족들을 규합해 전군을 동원하여 남강을 공격했다.” “전쟁은 시작된 지 닷새도 되지 않아 남강의 방어선이 전면적으로 무너졌다는구나.” “수화부 연합군이 치밀하게 준비한 뒤 공격한 게 분명하다.” …남강은 큰 나라는 아니었지만, 백 년 넘게 독립을 유지할 정도로 저력을 지닌 나라였다. 그런 남강이 갑작스러운 멸망 위기에 처하자 조정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처럼, 남강이 무너지면 남제의 남쪽 경계 또한 위태로워질 것이 분명했다. 이에 관료들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했다. “폐하, 북연이야말로 남제의 가장 큰 위협입니다. 북쪽 경계를 강화하고 병력을 증파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폐하, 남쪽 경계 또한 중요합니다. 남강에 먼저 원군을 보내야 합니다.” 또 다른 관료는 신중한 의견을 내놓았다. “폐하, 적군의 사기를 꺾고 전쟁 없이 승리를 얻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책입니다.” “남제 군사들은 오랜 전쟁을 감당하기 어려우니, 수화부를 설득해 남제와 동맹을 맺고 북연에 맞서는 것이 좋겠습니다.”궁 안의 논의는 점점 격해졌다. …궁 밖에서는 남강 출신의 완부옥이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제인 갈십칠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정말 남강이 멸망 위기에 처한 거야?” 갈십칠은 답답한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선배,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도 이 며칠간 남제에 있었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다들 그렇게 말하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30화

    담대연이 자신을 보길 원한다는 소식을 들은 봉구안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장군을 감옥으로 보내거라.” 만약 담대연이 정말로 남강과 남제를 돕고자 한다면, 그녀를 직접 만나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가 전하려는 대책은 누구에게나 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만추는 크게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황후가 남강 문제로 담대연을 직접 만나려 하지는 않을까 염려했지만, 황후가 자신보다도 더 신중함을 보이자 안심할 수 있었다. 봉구안과 같은 걱정을 한 사람은 소욱이었다. 그는 담대연이 봉구안을 보길 원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상소문을 내려놓고 급히 영화궁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해 봉구안이 내전에서 여전히 평온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본 소욱은 아주 미세하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갔다. 봉구안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려는 순간, 소욱은 그녀를 단단히 감싸 안았다. 그의 품에서 느껴지는 긴장감과 걱정이 그녀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황후, 약속해라. 절대로 그 자와 단둘이 만나지 않겠다고.”“그자는 속내를 알 수 없는 자다. 혹시라도 무언가를 미끼로 너를 꾀어 또다시 해를 가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구나.”소욱은 담대연이 독에 중독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본능적으로 그를 신뢰할 수 없었다. 자신이라면 독에 걸렸다 해도 믿었던 사람에게 칼을 겨누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구안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거라. 그 자가 정말로 사과하고 싶었다면, 지난 세월 동안 너와 연락조차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이겠느냐? 지금 이 시점에 나타난 것도 너무 우연의 일치가 아니냐. 괜히 헛된 정에 흔들리지 말거라.” 소욱의 말에는 단호함과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봉구안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폐하, 걱정하시는 마음 충분히 압니다. 하지만 저도 충분히 사리 분별을 할 줄 압니다.” 그러나 소욱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야.

  • 폭군의 장군 황후   제831화

    밤이 되자 서왕부는 축하하러 온 손님들로 시끌벅적했다.신혼방.완부옥은 스스로 신부 면사포를 벗어던졌다.신방에 갓 들어선 서왕의 눈에 한쪽에서 식사 중인 완부옥이 들어왔다. 신부의 쑥스러움이나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그녀뿐이 아니라 그녀의 뱀, 전갈, 지네 등등도 같이 식사 중이었다.바닥에는 시녀 한명이 쓰러져 있었는데 아마 저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기절한 것 같았다.서왕은 이 방에 들어선 것을 잠깐 후회했다.그는 최대한 화를 억누르고 평온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완부옥, 내 너와 혼인한 것은 태중의 아이를 위함이다. 앞으로 다시 네 몸에 손대는 일은 없을 것이다.”“이 방은 너에게 줄 테니… 앞으로 여기서 생활하거라. 앞으로 우린 부부지만 서로의 일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을 내 방에 들이지 말거라!”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완부옥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그녀가 신경 쓰는 것은 오로지 남강뿐이었다.서왕비의 신분이 생겼기에 내일이면 입궁하여 황제와 황후께 감사인사와 문안을 올려야 했다.그때가 되면 그녀는 소환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다음 날 아침.서왕은 신부와 함께 문안 인사를 올리러 입궁했다.소욱은 나랏일 처리하기 바빠서 그들을 만날 시간이 없었다.완부옥도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았기에 차라리 잘됐다며 곧장 황후를 뵈러 후궁으로 향했다.서왕은 그런 그녀에게 신신당부했다.“궁중 법도를 어기면 안 된다. 황후마마를 귀찮게 해드려서도 안 돼. 늦어서 이각 후에는 나오도록 하거라.”완부옥은 그의 잔소리가 귀찮기만 했다. 영화궁.완부옥이 올 것을 예상하고 있던 봉구안은 반갑게 그녀를 맞아주며 위로해 주었다.“남제는 필히 군사를 파견하여 남강을 지원할 것이다. 내 이미 사람을 보내 남강왕과 네 스승을 보호하라 명하였다.”“지금의 곤경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무 심려치 말고 태중의 아기에게 신경 쓰도록 하거라.”완부옥은 그 말을 듣자 드디어 근심을 내려놓을 수

Pinakabagong kabanata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15화

    현비의 눈엔 짙은 허망함이 어려 있었다."폐하, 폐하께서 단 한 번이라도 신첩을 이해하려 하셨더라면 아셨을 겁니다. 신첩은 본래 약리학에 정통했습니다.”“영비마마께 쓴 독은 신첩이 직접 조제한 것입니다. 하지만 의원이 제 몸을 고치지 못하듯, 신첩 또한 제 독을 온전히 해독하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몸속의 독성을 억누를 수 있을 뿐,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했습니다."더 할 말은 없다는 듯, 현비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소욱은 손짓으로 진한길에게 몸을 제압한 손을 풀라고 지시했다.양팔이 풀리자, 현비는 앞으로 푹 고꾸라지듯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박았다. 그녀는 머리를 조아리며 간청했다."폐하, 제발 제 가족만은… 용서해주시옵소서."곁에서 지켜보던 진한길은 표정 없이 서 있었지만 마음 한켠에 얕은 동정이 스쳤다. 현비에게 분명 죄는 있었지만, 모든 시작은 모용란의 악행이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소욱의 시선은 여전히 냉담했고, 목소리는 단호했다."현비는 황제인 나를 속이고 궁중의 법도를 어겼다. 천형에 가두고 추후 처분을 기다리게 하라."현비는 이 결과를 받아들였다. 오히려 마음 한켠으론 안도했다. 그 죗값이 가족에게 미치지 않았으니 말이다.궁에서 끌려나가는 길에 현비는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하늘이… 이렇게 넓었구나."수년간 좁디좁은 궁궐 안에 갇혀 살며 늘 발밑만 바라봤던 그녀. 하늘을 올려다보는 법도, 마음을 여는 법도 잊은 채 살아왔었다.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를 가두었고, 걸을수록 길은 좁아졌다.……현비가 다시 천형에 갇혔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궁 안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았지만, 정작 무슨 죄로 잡혀간 건지는 알지 못하였다.현비의 궁녀인 동하는 자녕궁 앞에 무릎을 꿇고 울며 태후께 간청했다.태후는 전각 안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었다.곁에서 시중들던 계 상궁은 태후가 독경을 마친 뒤 몸을 굽혀 조심스럽게 말했다."태후 마마, 동하 저 아이가 벌써 두 시진째 무릎 꿇고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14화

    현비는 텅 빈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영비마마와 폐하께서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사이였지요. 그 시절, 마마는 후궁 중에서도 가장 총애를 받았습니다. 제 아버지는 제가 영비와 닮았다는 이유로 서둘러 저를 궁에 들여보내셨죠.”“궁의 모든 이들은 영비마마가 온화하고 현명하다고 칭송했었습니다. 저 역시 처음 입궁했을 땐 그렇게 믿었고요. 하지만 곧 마마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습니다.”“겉으로는 자매처럼 지내며 장신구도 건네주고, 심지어 폐하를 뵐 때도 저를 데리고 가셨었죠."소욱은 그런 기억이 없었다. 그가 모용란을 후궁으로 맞이한 것도 정이 아닌 우정 때문이었다. 즉위 초창기 정사에 바빠 후궁을 찾을 여유도 없었다. 모용란이 어전 출입이 잦았던 것은 기억했지만, 그 자리에 현비가 있었다는 기억은 없었다.현비는 그의 표정을 보고, 그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걸 알아챘다."폐하께서는 단 한 번도 저를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으셨습니다. 하지만 영비마마는 다르셨죠. 간택 당시 폐하께서 제 시를 칭찬하신 그 한마디가 마마에게는 큰 상처였습니다.”“폐하께는 그저 흘려 넘긴 말이었겠지만 저에겐 큰 기쁨이었고, 영비마마에겐 시기와 질투의 씨앗이 되었습니다."소욱은 더는 후궁들 사이의 질투와 다툼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런 다툼을 혐오했지만, 그것을 바꿀 힘은 없었다."모용란이 어떻게 너에게 독을 먹였느냐. 왜 그때 나에게 말하지 않았느냐."현비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마치 허탈한 이야기를 들은 듯 눈에 물기가 어렸다."그때 제가 폐하께 말씀드렸다면 과연 믿어주셨을까요? 폐하께서 영비마마를 벌하셨을까요?"소욱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가 먼저 단언하듯 말했다."아니요. 폐하께서는 안 그러셨을 겁니다."그 말은 속삭임이 아니라, 분노 어린 한숨에 가까웠다. 그녀의 시선엔 실망과 원망이 가득했다."폐하, 저는 한 번도 폐하께서 현명한 군주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황후 마마께서 나타난 후에야 폐하께서는 조금씩 달라지셨습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13화

    이튿날 이른 아침, 소욱은 황궁으로 복귀했다.아침 조회 자리에서 신료들이 약쟁이 사건을 거론했다.“폐하, 각지에서 과도한 억제 조치가 이어지고 있사온데 약쟁이들이 그 틈을 타 소란을 일으켜 억울한 판결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무고한 지방 관원들이 연루되어 피해를 입고 있으니 부디 폐하께서 신중히 살펴주시옵소서.”소욱도 그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약쟁이들이 의도적으로 관료들의 집에 숨어들어 수사 대상이 되도록 만들고 사건을 키워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자신들은 혼란 속에 숨어 빠져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와 얽힌 관료들이 모두 무죄라고는 단정할 수 없었다. 결국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신들을 파견해 진상을 직접 조사하는 것이었다.조회가 끝난 후 소욱은 곧장 현흥궁으로 향했다.그가 입은 용포는 황제의 위엄을 더욱 드러냈고 냉랭한 분위기는 더욱 그를 권위 있게 만들었다.오랜만에 성상의 얼굴을 뵙는 궁인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외쳤다.“황제 폐하를 뵙습니다!”궁 안.궁녀 동하가 다급히 안으로 뛰어들었다.“마마! 마마! 폐하께서 오셨습니다!”현비는 탕약을 마시고 있던 중이었다. 얼굴은 병색이 완연했고 평소의 생기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뜻밖의 방문에 놀란 그녀는 눈빛에 당혹을 숨기지 못했다.폐하께서 왜 이곳에...그녀는 급히 약그릇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를 맞을 준비를 했다.소욱의 등장과 함께 전각 안이 시끄러워졌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위엄 넘치는 황제가 천천히 전각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녀는 가볍게 입술을 다문 채 예를 올렸다.“신첩,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소욱은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잘생긴 얼굴 위엔 차가운 무표정이 드리워 있었다.그는 손짓 한 번으로 전각 안의 궁녀들을 물리고 현비만 남겨두었다.현비는 당황한 얼굴로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폐하…”“내가 묻는 말엔 진실만을 말해야할 것이다.”소욱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얼굴엔 엄중함이 어렸다.현비는 속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12화

    황궁.현흥궁.현비는 병이 도지자 오래 지나지 않아 정신을 잃었다.그녀는 시녀 동하가 태후를 찾아가 홍련초를 구하려 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마마...”찰싹!갑작스레 손이 날아와, 동하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당황한 동하는 그 자리에 굳어섰다.무엇이 잘못된 건지, 어째서 현비가 이토록 격앙된 건지 알 수 없었다.현비는 힘겹게 가슴을 짚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나가.”동하는 현비의 기분이 몹시 나쁜가 보다 여기고 조용히 물러나려던 찰나, 누군가 궁 안으로 들어섰다.“황제 폐하의 명이다. 염 신의를 모셔와 현비마마의 병을 진찰하게 하라!”그 순간 현비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겉으로는 태연한 듯했지만, 장막 너머의 목소리에 단호하게 응했다.“폐를 끼쳐 송구하네. 폐하께는 괜찮아졌다 전해주게.”그러나 염 신의는 말을 자르며 곧장 앞으로 나섰다.“마마, 폐하께서 직접 전하셨습니다. 반드시 병을 완쾌하라 하셨습니다.”그는 허락도 받지 않은 채 장막 앞으로 다가가 진맥을 청했다.“손을 내어주시옵소서. 진맥을 해야 합니다.”한동안 장막 안은 고요했다.잠시 후, 하얀 손 하나가 조심스레 틈 사이로 뻗어 나왔다.동하는 재빨리 비단 손수건을 꺼내 손목 위에 덮었다.여인의 살이 남성에게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궁녀들은 눈치도 없이 염 신의에게 의자 하나 내주지 않았다.그는 묵묵히 허리를 굽혀 그대로 맥을 짚었다.현비는 말없이 입술을 꼭 다물고 있었다.잠시 후 염 신의는 맥에서 손을 거두며 말했다.“마마, 피 한 방울이 필요합니다.”그는 말하면서 옆에 있던 동하에게 바늘과 작은 사기그릇을 건넸다.동하는 조심스레 다가가 속삭였다.“마마, 소녀가 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현비는 익숙한 듯 손을 내밀며 다정히 말했다.“괜찮아. 어서 하렴.”동하는 피를 모아 염신의에게 전해주었다.염 신의는 약상자를 열어 조그만 병 하나를 꺼냈다.그 안의 약가루를 그릇 위에 조심스레 부었다.그의 손길은 침착했고 집중력 넘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11화

    모용가에 대한 조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소욱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모용가를 은밀히 조사하라고 했을 때,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들었느냐.”“갑자기 왜 그 얘길 꺼낸 것이냐? 혹시…”그는 말을 끝맺지 않았지만, 봉구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그녀는 모용가가 약쟁이 사건과 얽혀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었다.봉구안은 단정한 목소리로 답했다.“사형이 약쟁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 시점은 폐하께서 즉위하신 이후입니다.”“그 말은 곧 선황제께서 돌아가시기 전부터 이미 약쟁이들이 활동하고 있었다는 뜻이지요.”“그 시점을 고려하면, 선황제께서 무언가 눈치채셨을 가능성도 있습니다.”“소첩은 그래서 모용가가 이 사건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다만 어디까지나 제 추측일 뿐, 아직 뚜렷한 증거는 없습니다.”그녀의 말에 담긴 확신은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소욱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지금 네 말은… 모용가를 억지로 몰아세우겠다는 것이냐.”농담조였지만, 소욱 역시 마음속으로 봉구안의 의심을 부정하지 못하고 있었다.선황제의 유언은 분명 모용가를 경계하고 있었다.하지만 지금껏 감찰을 맡은 자들이 어떤 흔적도 찾지 못했다는 건, 그들이 그만큼 은밀하게 움직였다는 뜻이었다.그런 점에서 모용가의 행적은 약쟁이들의 수법과 닮아 있었다.그 생각에 이르자 소욱의 눈빛에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사람을 더 붙이도록 하마. 이번엔 제대로 조사하게 하자.”그날 밤 소욱은 평소처럼 자유각에 머물렀다.궁 안의 일은 이미 손을 놓아도 될 만큼 정돈되어 있었고, 후궁의 일은 태후가 맡아 관리하고 있었다.빈들 또한 조용한 편이었으나, 단 하나. 약쟁이 사건만큼은 태후의 골칫거리였다.태후는 후궁들에게 자중할 것을 명하며, 그 본보기로 현비를 들었다.그날 밤 현비의 시녀 동하가 태후를 찾아와 다급히 울부짖었다.“태후마마, 제발 저희 마마를 살려주십시오!”이미 잠자리에 들었던 태후는 몸을 일으키며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10화

    봉구안은 자신이 직접 그려둔 지도를 꺼내어 소욱에게 펼쳐 보였다.“황성을 총타로 삼아 사방에 명령을 내리는 것. 이것이 바로 그들의 지령 경로입니다.”“그들의 평소 수법을 보면, 지금처럼 조정과 무림이 손잡고 그들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모든 연락선을 끊고 총타부터 지키는 것이겠지요.”“그러기 위해서는 내부 인물들을 정리하는 게 먼저입니다.”소욱이 그녀의 말을 받아 이었다.“그렇다면 우리가 그 틈을 노려 분타부터 하나씩 무너뜨릴 수 있다는 뜻이로군.”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그녀는 지도 위 몇 군데를 손가락으로 짚었다.“여기 표시된 곳들이 현재 저희가 확인한 그들의 은신처입니다.”“대부분 외진 산골이나 황량한 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요. 죽산진 근처 산속 동굴처럼 말이지요.”“폐하께서도 기억하시겠지요. 예전에 황성 도관 아래에서 많은 약쟁이들을 발견했을 때를요.”소욱은 그 일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다.그때 봉구안은 약쟁이에게 상처를 입었고, 그가 그녀를 등에 업고 간신히 빠져나왔었다.봉구안의 눈빛이 차갑게 식어갔다.“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도관 자체가 약쟁이의 은신처였을지도 몰라요.”“그리고 기억하시겠지요. 천룡회가 황성을 공격했을 때 약쟁이 대군을 풀었는데, 그 시각이 바로 늦은 밤이었어요.”소욱은 그녀가 전하려는 의미를 곧장 알아차렸다.그는 지도 위에 찍힌 지점들을 살펴보았다.“은신처의 위치와 약쟁이들의 활동 시각을 보면, 그 자들은 어둠 속 환경에 익숙한 존재들이겠구나.”봉구안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어둡고 외진 곳이야말로 약쟁이들의 은신처로는 가장 알맞은 곳일 거예요.”“저희가 죽산진에서 약쟁이 소굴을 조사했을 때도, 산속 동굴 안은 손을 뻗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깜깜했지요.”“강주에서 발견한 은신처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너무 겹치는 것들이 많아요.”소욱은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그렇다면… 이 사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겠느냐?”봉구안은 냉정한 눈빛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09화

    봉구안은 놀란 듯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황성에도 홍련초가 자란다고요?"소욱은 곧바로 진지하게 대답했다."누가 심었는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모른다. 서쪽 교외에 사람을 보냈으니 곧 소식이 올 거야."봉구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소욱은 그녀의 그릇에 반찬을 더 담으며 말했다."일단 밥부터 먹으렴. 요즘 부쩍 더욱 말라 보이는구나. 아이를 품은 몸이라면 더 잘 챙겨야 하지."하지만 봉구안의 눈빛은 여전히 다른 데 머물러 있었다."혹시… 열무신의 소식은 아직도 없는거죠?"소욱은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서둘러 그녀가 더 걱정하지 않도록 화제를 돌렸다.소탁을 황성으로 데려온 뒤 그는 곧장 태의원을 불러 진찰을 받게 했다. 하지만 상처가 눈에 있는 탓에 회복이 쉽지 않았고 지금은 사실상 눈이 먼 사람처럼 지내고 있었다. 혼자 사는 데 어려움이 컸지만, 하녀를 붙여 주겠다는 제안도 번번이 거절했다.봉구안은 차분하게 물었다."폐태자께서는 지금 어디에 머물고 있나요?""마땅한 집을 하나 찾아 그곳에 머물게 하였다. 혹시나 있을 위험을 대비해 그림자 호위도 붙여 두었다."그가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단순한 걱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소욱이 다시 입을 열었다."예전에 널 시중들던 연상을 혹시 기억하느냐?"봉구안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되물었다."연상… 기억하죠.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여쭤 보시는 거죠?"소욱은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요 며칠 사이 그 아이가 소탁을 여러 번 찾아갔다는구나. 꽤 신경을 쓰는 듯했다."봉구안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그게 그렇게 문제될 일인가요?""그 아이는 아직 시집을 안 가지 않았느냐."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봉구안은 곧장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제가 알기론 연상은 궁을 떠난 뒤 곧장 진가 저택으로 돌아갔습니다. 혼자서 글씨와 그림으로 생계를 꾸려 왔고요. 살림은 넉넉지 않지만 나름대로 삶의 방향은 확실합니다. 진가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뜻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08화

    녕비는 자기가 무슨 심각한 말을 했는지도 모른 채 해맑게 웃으며 현비를 바라보았다.“언니, 우리 자매처럼 지냈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남한테 덜미 잡히기 전에 차라리 폐하께 먼저 말씀드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어차피 결백한 사람은 당당해도 되는 법이지 않겠어요?”“홍련초는 그 자체로는 죄가 없는 약초예요. 죄가 있는 건 그걸로 독을 만든 자들이죠.”“언니처럼 착한 분이 약쟁이랑 엮일 리가 없잖아요, 그쵸?”그녀의 웃음은 현비의 눈에 유난히 싸늘하고 따갑게 느껴졌다.현비는 얼굴이 희미하게 질려가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녕비, 네가 의심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맹세컨대 내가 마시는 약은 약쟁이 사건과는 정말 아무 관련도 없어.”녕비는 굳이 대꾸하지 않은 채 조용히 말을 이었다.“제가 언니를 믿느냐 마느냐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폐하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느냐죠.”현비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깊은 숨을 고르고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이야.”“자, 할 말은 다 했으니까 전 이만 자녕궁으로 가볼게요. 태후마마께 기도드릴 시간이네요. 굳이 배웅하지 않으셔도 돼요.”녕비가 자리를 뜬 뒤, 곁에 있던 시녀 동하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마마, 녕비 마마 말씀이 틀린 것도 아니에요. 폐하께서 약쟁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계시다 하니, 홍련초가 얽히는 일은 아무래도 너무 커요.”현비의 눈빛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그녀는 그저 이 궁 안에서 살아남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녀는 그 어떤 죄도 짓지 않았다. 정말로 아무 잘못도 없었다.“…종이랑 붓을 준비하거라. 폐하를 뵙기 전에 아버지께 먼저 편지를 써야겠다.”“예, 마마.”……그날 밤.자유각.소욱은 이날 밤도 자유각에 머물며 봉구안과 시간을 보내려 했다.그러나 대부분의 시간은 상소문을 검토하는 데 쓰였고 그녀 곁에 있어도 여유를 누릴 틈은 많지 않았다.그는 문서를 펼쳐든 채 농담처럼 말했다.“황제가 된 건, 아마 전생의 업보였던 모양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07화

    그해 봉구안은 스스로 천지설산에 올라 자욱화를 채취하려다 목숨을 잃을 뻔하였다. 그때 그녀를 구해준 이가 바로 염 신의였다.그 후 인연이 닿아 둘은 다시 만나게 되었고, 그 무렵 염 신의는 약쟁이 독의 해독제를 연구하고 있었다.이에 봉구안은 그를 황성으로 데려왔다.그는 예전에도 한 차례 해독제를 만들어낸 바 있었으나, 중독자들에게 써보았을 때 뚜렷한 효과는 없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진정한 해독제가 완성된 것이다.분명 기쁜 소식이었다.“염 신의 말로는, 홍련초 덕분에 그동안 풀지 못했던 원리를 비로소 깨달았다고 합니다.”“이미 중독자들에게 해독제를 복용시켰고 모두 회복되었습니다. 장순의 어머니까지도요.”장순은 아직 어린 유생이었으나, 과거 제후국들이 남제를 포위했을 당시 봉구안이 특별히 데려갔던 소년이었다.그는 적국을 향한 설전에서 통쾌한 활약을 펼친 바 있었다.그의 어머니는 오래전 약쟁이 독에 중독되어, 살아 있으되 정신이 나간 채 살아온 사람이었다.해독제가 생겼다는 건 의심할 여지 없이 경사였다.허나 좋은 일과 화는 언제나 함께 오는 법. 봉구안이 눈짓 하나만 보내도 소욱은 그녀의 속마음을 단박에 알아차렸다.그녀가 입을 떼기도 전, 소욱은 그녀의 팔을 가볍게 두드리며 오백에게 명을 내렸다.“사람을 붙여 염 신의를 철저히 보호하라. 해독제 이야기는 절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하라.”오백은 곧장 명을 따랐다.밖에서 듣고 있던 진한길은 내심 고개를 갸웃거렸다.‘폐하께서는 왜 이렇게 오백을 쓰시는 걸까?’오백이 물러난 뒤, 소욱은 봉구안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해독제가 완성되었으니 약쟁이 독이 아무리 퍼져도 더는 위협이 되지 못할 것이다.”봉구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해독제는 결정적인 열쇠예요. 폐하, 문득 떠올랐는데… 담대연도 약쟁이 독에 중독된 사람이었죠?”소욱은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그 자에게도 해독제를 줄 것이다. 이제는 마음 놓고 쉴 수 있겠지?”“네.”봉구안도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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