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사극 로맨스 / 폭군의 장군 황후 / Chapter 551 - Chapter 560

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551 - Chapter 560

746 Chapters

제551화

그날 저녁 소욱 일행은 객잔에 입주했다. 봉구안은 소군주의 방 지붕 위를 지켰다.밤바람이 차가워서 추위가 느껴지자 그녀는 허리춤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그녀가 보이지 않는 곳, 객잔에서 소욱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폐하, 서왕 전하의 밀서입니다.”진한길이 다가와서 아뢰었다.그는 황제와 지붕 위의 검은 인영을 보고 당황스러웠다.‘폐하께서 지나치게 소환을 신경 쓰는 것 같은데.’그는 소환이 사내를 좋아한다던 술 취한 동방세의 말이 떠올랐다.진한길은 신속히 고개를 저었다.소환이 그런 취향이 있다고 해도 황제는 아니었다.두 사람 사이에 뭔가 복잡한 감정이 싹틀 리 없었다.소욱은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진한길의 손에서 밀서를 받아들었다.서왕은 서신에서 천용회를 언급했다.감옥에서 천용회의 기호를 발견했다는 내용이었다.그렇다는 건 흑포가 감옥을 탈출할 수 있었던 건 천용회의 도움이 있었다는 얘기였다.소욱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식었다.“일정을 앞당겨야겠군. 속히 황성으로 복귀한다.”“예!”진한길은 공손히 답했다.진작에 이랬어야 할 일이었다.하지만 상황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는 않았다.소군주가 갑자기 앓기 시작한 것이다.그녀는 그날 밤부터 고열에 시달리며 의식을 잃었다.진한길은 현지 의원을 불러왔다.의원은 그녀의 맥박을 확인하고는 아연실색했다.“이건 극한의 병입니다!”밖에서 기다리던 소욱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소군주의 병증에 대해 그는 그리 놀랍지 않았다.사정을 아는 진한길은 의원을 보낸 후에 조심스레 말했다.“폐하, 군주의 병을 일반 의원은 치료가 힘든 것 같습니다.”소욱은 침상으로 다가가 파리하게 질린 소군주의 입술과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주먹을 쥐었다.“소환을 불러오거라!”“예!”잠시 후, 봉구안이 안으로 들어왔다.그녀는 어두운 곳에 숨어 있었기에 의원이 소군주의 방으로 들어오는 것은 보았지만 그냥 일반 병증이라고만 생각했다.하지만 소녀의 창백하게 질린 안색을 보자 그녀는 불길한 느낌이
Read more

제552화

봉구안은 결연한 표정을 하고 그들에게 말했다.“강호의 원칙대로 무고한 자들은 건들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자꾸나.”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날이 곧 밝을 무렵, 객잔과 십리 정도 떨어진 수림.봉구안은 한쪽 무릎을 꿇고 검 한자루에 몸을 지탱한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바람이 그녀의 머리띠를 흩날리고 있었다.그녀의 주변으로 죽은 시체들이 즐비했다.그들의 붉은 피가 수림을 물들였다.이제 남은 건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뿐.그도 중상을 입고 나무에 몸을 지탱한 채, 손으로 피가 철철 흐르는 상처를 부여잡고 있었다. 가면은 이미 부서져서 초췌한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소환은 괴물이 따로 없었다.절대 쓰러지지 않을 것 같은 괴물!봉구안은 검을 짚고 몸을 일으키고는 싸늘한 눈으로 상대를 응시했다.곧이어 그녀가 검을 휘둘렀다.챙그랑!사내가 곧 죽을 거라고 생각해서 눈을 감은 순간, 갑자기 날아온 화살이 봉구안을 향했다.그녀는 신속히 몸을 비틀어 화살을 피했다.고개를 돌려 보니 높은 지대에 흰 옷을 입은 사내가 서 있었다.가면 아래의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봉구안이 남부에 있을 때 흑포와 함께 등장했던 그 사내였다.한숨을 돌린 우두머리가 그 백의청년을 향해 달려갔다.하지만 곧이어 사내의 검이 우두머리를 향했다.슉!검은 순식간에 우두머리의 가슴을 뚫어버렸다.우두머리는 죽을 때까지 이해할 수 없었다.설마 조정에서 자신의 존재를 눈치챈 것일까?하지만 교주가 아직 출관도 하지 않았는데 대체 척살령은 누가 내렸단 말인가!천용회에 그를 죽일 자격을 가진 자는 몇 없었다.털썩!우두머리는 그렇게 눈도 감지 못하고 쓰러졌다.봉구안은 몸을 솟구쳐 백의 청년에게 손을 뻗었다.사내는 그녀를 향해 화살을 쏘았지만 그녀는 가볍게 몸을 날려 피했다.그녀의 검이 그에게 닿던 순간, 그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구안아, 내 사랑.”순간 봉구안의 눈빛이 거세게 흔들렸고 검은 방향을 틀었다.곧이어 사내의 장풍이
Read more

제553화

관부에서는 수림에서 열 명이 넘는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밀보를 받았다.천용회는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려 했겠지만 이렇게 대놓고 암살을 시도한 걸 하필 황제에게 들켰다는 건 모르고 있었다.백포를 입은 자들이 누구인지, 천용회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소욱은 끝까지 조사하기로 했다.이틀 후, 소군주의 병세가 호전되자 일행은 다시 길을 나섰다.봉구안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행을 호위했다.일정은 순조로워 3일만에 그들은 황성에 도착했다.봉구안은 해야 할 일이 있었기에 성에 도착한 후로 그들과 작별인사를 했다.그녀는 자신이 직접 쓴 책자 하나를 소군주에게 선물로 주었다.“군주, 매일 권법을 연마하면 신체가 건강해질 겁니다.”소군주는 그녀와의 이별이 너무 아쉬운 모양이었다.“오라버니, 황성에 며칠 더 머물면 안 될까요? 황궁 알아요? 엄청 큰 곳이고 뭐나 다 있어요. 저와 황궁에 가시면 매일 기쁘게 해드릴게요. 황제 오라버니도…”소욱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소 부맹주, 나중에 또 보지.”그녀의 마음에는 단회욱뿐이라는 것을 그는 진작에 알고 있었다.그랬기에 더 붙잡을 이유가 없었다.그녀를 보내주는 것이 그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않는 방법이었다.그는 나중에 다시 보지 않기를 바랐다.앞으로 그는 황제의 삶을 살고 그녀는 원하는 대로 강호를 떠돌며 살게 될 것이다.하지만 겉으로는 그렇게 말해도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봉구안은 그제야 홀가분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나중에 봅시다.”말을 마친 그녀가 뒤돌아섰다.소군주가 울며 달려가서 그녀를 안았다.“오라버니, 가지 마세요! 저 오라버니가 좋아요. 오라버니랑 노는 게 재밌어요. 더 놀고 싶어요…”소욱은 등을 돌려 진한길을 호출했다.“군주를 모시고 오너라.”말을 마친 그는 홀로 황궁을 향해 걸어가며 절대 뒤돌아보지 말자고 속으로 되뇌었다.봉구안은 소군주의 손을 놓고 뒤돌아서 정중히 말했다.“군주께서 스무 살 생신 때 꼭 돌아와서 생신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맹세하죠.”그러니 잘 살아가라는
Read more

제554화

그녀의 눈빛은 부드러웠지만 광기와 집착이 숨겨져 있었다.영화궁.궁인들은 기쁨에 겨워 환호했다.“폐하께서 돌아오시자마자 흔빈마마 처소로 걸음하신대요!”그 시각, 내전.연상은 황제를 마주하는 것이 여전히 두려웠다.그녀는 봉구안이 입던 옷과 썼던 장신구들을 상자에 넣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벌벌 떨고 있었다.그리움을 달랠 모든 것들을 없애버리려는 걸까?하지만 그건 결국 자신을 속이는 경우가 되지 않는가?그가 해야 할 것은 흔빈이라는 칭호를 폐하고 영원히 영화궁에 걸음하지 않는 일이었다.사람을 연모하는 것이 극에 달하면 떼어내기 힘들다고 하는데 소욱은 그것을 강제로 떼어내려 하고 있었다.그렇게 얼마쯤 지났을까, 그는 갑자기 서랍에서 책자 하나와 옆에 놓여진 봉황 비녀 하나를 발견했다. 그가 선물한 비녀였다.책자를 펼친 그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안에는 봉구안이 쓴 그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그는 한때 그녀에게 매일 어서방으로 그녀를 불러 한 시진을 자리를 지키게 한 적이 있었다.그는 그때도 그녀가 억지로 그곳에 가서 시간만 때운다고 생각했었다.[제왕은 폭력적이지 않고 벌하는 자들은 다 이유가 있다.][제왕은 착한 심성을 가졌지만 해당집은 어울리지 않는다.][몸이 거부하지 않는 자에게 마음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입밖으로 낼 수 없고 확실치도 않으며 해야 할 일들이 많으니 일찌감치 끊어내는 게 맞다.]소욱은 마음이 착잡해졌다.그는 그녀의 마음에 자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연상은 황제가 든 것을 보고 순간 당황했다.서랍 안의 물건들은 봉구안이 떠날 때 처리하라고 지시했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냥 처리하긴 아쉬워서 몰래 감춰둔 것인데 황제가 그걸 찾아낸 것이다.그녀가 불안에 떨 때, 갑자기 고개를 든 황제가 핏발이 선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짐이 너에게 입맞춤을 하고 강제로 너를 취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겁에 질린 연상은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비녀로 목을 겨누었다.“폐하, 소인을 놓아주십시오
Read more

제555화

봉구안은 살짝 놀란 눈으로 눈앞의 소욱을 바라보았다.또 무슨 일이지?그가 얼마나 굳센 의지로 따라오고 싶은 충동을 눌렀는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그는 그녀의 마음에 자신만 품기를 바라지 않았다.그냥 자리 하나만 내어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했다.그녀가 마음의 창을 조금이라도 열어준다면 그것을 찢어서라도 비집고 들어갈 것이다.그는 진작에 그 책자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가 되었다.하지만 오늘 발견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그녀가 멀리 떠나지 않은 시점이라서.봉구안은 담담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폐하…”소욱이 갑자기 말했다.“누군가 짐을 죽이려 하고 있다.”봉구안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워낙 무예가 뛰어난 소욱이고 신변에 호위무사들도 있는데 자객이 나타나더라도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소욱이 말을 덧붙였다.“강호 인사였어. 천용회와 유관하단 것만 알고 있고 다른 단서는 없어. 그래서 짐은… 소 부맹주가 짐을 도와 그자들을 찾아주었으면 한다.”봉구안이 주저하며 말했다.“폐하, 소인은 할 일이 있습니다.”천용회의 일은 줄곧 추적하고 있었다.소욱이 말했다.“알고 있다. 짐은 단지 이 일을 자네가 마음에 두었으면 해서…”그는 자신의 안위를 두고 그녀의 관심을 바라고 있었다.지금 보니 효과는 미미했다.그녀가 마음에 그를 품었다고 해도 그를 위해 남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소욱은 자신이 아는 사실을 그녀에게 전하고 싶었다.“감옥에 천용회의 기호가 있었다. 그러니 흑포는 아마 천용회 사람일 것이다.”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예를 행하고 작별인사를 했다.그녀가 그렇게 무심하게 소욱의 옆을 지나치려는데 사내가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그리고 축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황궁에 천용회 사람이 있다. 숨어 있는 자를 대비하긴 어려운 법이지.”“만약에… 짐이 목숨을 잃는다면 남제에는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짐에게는 자식이 없으니 각 지방의 왕들이 황위를 두고 싸우겠지.”“
Read more

제556화

소욱은 바로 봉구안을 궁으로 부르지는 않았다.그녀는 현재 강호 인사이고 궁을 출입하는 것이 불편했다.그리고 그녀와 궁에서 천용회를 조사하다가 거짓말이 들통날 것도 걱정이 됐다.그래서 그는 친히 여기까지 걸음할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이 만나자마자 봉구안은 일 얘기부터 꺼냈다.“그리하여 흑포와 그 흰옷을 입은 자들 모두 천용회 사람이었습니다. 무림맹을 적대하는 건 강호를 통일하기 위함이지요. 폐하를 암살하려는 것은 손길을 조정까지 뻗치려는 의도일 수 있습니다.”“폐하, 저는 폐하께서 각 지방으로 추방한 왕야들을 조사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들 중에 천용회와 왕래가 있는 자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소욱은 달싹이는 그녀의 입술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몰론 그녀가 한 말을 그냥 지나치지는 않았다.“짐의 형제들이 불경한 마음을 품고 천용회와 결탁하여 짐을 제거하려 한다는 말이냐?”그러고 보면 일리가 있었다.궁 안에 천용회 암살자가 나타난 일은 그의 거짓말이지만 과거 천용회 흑포의 매복과 그에게 천수독을 쓴 것을 생각하면 분명 왕래가 있을 것이다.소욱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과거 무림맹은 천용회를 소탕하였고 교주와 그의 심복들은 각지로 도망쳤죠. 그 동안 그들은 줄곧 재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폐하께서 먼 지방으로 추방한 왕야들 중에 누군가는 천용회와 왕래를 했을 것입니다.”“천용회가 그를 도와 폐하의 목숨을 취하면 그는 관부의 힘을 이용해 천용회의 천하통일을 도와준다고 했겠지요.”“선성의 반란 중에 왕수인은 그들의 꼭두각시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폐하를 선성으로 불러 담판을 요청한 것도 폐하의 목숨을 노린 수작이 분명해요.”소욱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그러면서도 그의 눈빛은 그녀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곧이어 그는 화제를 돌렸다.“다시 계획을 세워야겠군. 조정과 무림맹은 연합하여 천용회를 완전히 뿌리뽑아야 한다. 소 부맹주, 저녁은 먹었느냐?”봉구안은 일 얘기만 나오면 시간이
Read more

제557화

봉구안은 술을 입에 대면 실수할까 봐 술이 달갑지 않았다.하지만 한잔 한잔 비우는 소욱을 보며 어쩔 수 없이 옆에서 거들 수밖에 없었다.“짐은 소싯적 검을 들고 천하를 누비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어마마마께서 돌아가신 후 선황께선 짐을 궁 밖으로 보내 무예를 수련하게 했지.”“황궁을 나간 후에야 천하가 이리도 큰 줄을 알았다. 황궁에서 귀한 신분을 갖고 살아가지만 사실 상 우물 안 개구리와 다름이 없었지.”“소환 네가 어릴 때부터 강호를 누비고 다닌 것을 알고 있다. 분명 너는 짐과 넌 다른 부류라 생각할 테지.”“짐의 신분 때문에 속에도 없는 말을…”봉구안이 담담히 말했다.“폐하, 취하셨습니다.”“짐은 멀쩡해.”소욱은 그녀를 집요하게 응시했다.“짐은 이 황위에 오른 후로 친우가 없었다. 소환 네가 첫사람이야.”“선성의 난에서 난 너의 뛰어난 능력이 마음에 들었다. 강호에 너와 같이 정의로운 자가 없어서는 안 되지.”“이 술은 짐이 너를 위해 들지.”그 시각, 만수궁.태황태후는 한숨만 쉬고 있었다.“폐하께서 궁으로 돌아오신 후에 영화궁에 한번 걸음하시고는 다른 비빈들의 처소에는 들르지도 않고 계시니…”“영비, 폐하께서 나랏일에만 몰두하시니 네가 주동적으로 나설 때야. 폐하께서 널 잊게 하면 안 된다.”영비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할마마마, 신첩은 폐하께서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이 뜻대로 되신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폐하께서 흔빈을 마음에 품으신 건 그 아이의 능력이지요.”“신첩은 그 아이가 하루라도 빨리 폐하를 위해 황자를 잉태하였으면 합니다.”태황태후는 그런 그녀를 보고 나무라듯 말했다.“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황궁의 여인들은 자식을 등에 업고서 강해지는 것이다.”“지금은 다들 사이가 좋아 보이지만 나중은 어떨까?”“멀리 볼 것도 없이 태후만 봐도 알지 않느냐. 태후 역시 과거엔 총애도 못 받는 비빈이었다. 그런데 운이 좋아 지금의 위치까지 오르게 되었지.”“선황후를 보거라. 일국의 황후
Read more

제558화

번진의 부상은 매우 심각했다.진한길은 바로 의원을 불렀다.그의 상태를 살핀 의원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외상은 치명적이지 않은데…”“그런데 뭡니까?”봉구안이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확실하진 않지만 오독산 같습니다.”소욱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북역에서 금지된 약물 아니냐.”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예, 그렇지요. 오독산에 당한 자는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수도 있고 쾌락에 취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북역에서 한때 유행했지만 그게 북역이 망하는 계기가 되고 금지된 약물에 이름을 올렸지요. 오독산에 한번 당하면 평생 이걸 끊을 수 없습니다. 독약은 아니지만 독약보다 더 지독한 것이지요.”봉구안은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그녀도 오독산에 대해 들어본 바가 있었다.독이 발작할 때면 죽음보다 못한 고통이 따르며 이성을 잃고 사람이 미치게 된다고 한다.그리고 해독약이 없어서 계속 흡입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대체 누가 번진에게 이런 약을 먹인 것일까?의원이 외상을 처리하고 돌아가자 얼마 안 지나서 번진이 정신을 차렸다.아직은 오독산에 이성을 잃은 상태가 아니었다.그는 봉구안을 보자마자 몸을 일으키고 다급히 말했다.“부맹주께서 떠나신 후로 각 문파들이 심가오에 찾아왔습니다. 어디서 들었는지 무림맹이 조정과 결탁하려 한다면서 맹주님을 압박하였습니다.”봉구안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아무 근거도 없는 말을 어찌 그리 쉽게 믿었단 말이냐?”번진이 이를 갈며 말했다.“선성 대란 때 부맹주와 맹주께서 나선 걸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에 남제와 양나라의 전쟁에서도 무림맹은 북상하여 도움을 주었지요. 그것이 그들이 맹주님을 공격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청우방 방주도 시해를 당했지요. 아시잖습니까? 청우방은 무림 중에 가장 조정을 고깝게 생각하는 문파입니다.”“그들은 청우방 방주의 죽음에 맹주님이 관련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소욱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강호는 크게 두 개 부류로 나뉜다. 조정에 우호적인
Read more

제559화

소욱은 차갑게 지시를 내렸다.“속히 심가오로 가서 몰래 그자들이 조정을 반대하는 세력이 아닌지 조사하거라.”“명을 받들겠습니다.”그 시각, 심가오.각 문파의 제자들이 이곳을 물 샐 틈도 없이 에워싸고 있었다.높은 곳에 선 자가 큰소리로 외쳤다.“여러분, 이번에 우린 힘을 모아야 하오! 맹주께서 합리한 답을 내놓기 전까진 물러서지 않겠소!”“무림의 많은 동맹들은 조정의 핍박을 받으며 살았소. 무림맹을 창설한 건 그런 조정의 불합리함에 대항하기 위함이오. 강호는 우리의 낙원이고 어지럽혀져서는 안 되오!”“우리의 제자들은 부자를 약탈하여 가난한 자를 도우며 정의를 행하기 위해 살지 조정의 개가 될 수는 없소!”사람들은 환호성으로 호응했다.“맞습니다! 조정의 개가 될 수는 없습니다!”“장문들이 맹주와 협상하러 가셨네. 이는 무림맹의 마지막 기회요. 만약 저들이 여전히 관직을 꿈꾼다면 무림맹은 버려져도 할 말이 없소!”“맞습니다! 버려져도 할 말이 없습니다!”한편, 심가오 내부.각 문파의 장문들이 동방세를 에워싸고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동방세, 무림맹은 강호의 동맹을 보호하는 존재이지 자네 혼자의 소유가 아니야! 선성의 내란에 참여하면서 우리의 의견을 물은 적 있는가?”“조정과 강호는 물불과도 같은 존재야. 자네는 그들을 도왔지만 그들이 우릴 도운 적이 있는가?”“맞아! 잊었어? 과거 각 문파는 마교의 이간질에 당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는지! 조정은 강 건너 불구경만 했지. 개들끼리 서로 싸우라고 하면서 말이야. 그런 조정을 우리가 왜 도와야 해!”감정이 치닫자 개방 장로가 가슴을 치며 말했다.“맹주! 어리석은 선택이오! 조정은 우리에게 살 길을 주지 않았소. 그들은 신뢰할 가치가 있는 존재가 아니란 말이오!”“조정이 쓸모가 있었다면 남제에 이렇게 많은 거지들이 생겨났겠소?”“맹주, 이 아이를 보시오!”말을 마친 그는 바짝 야위고 팔 한쪽이 없는 아이를 동방세의 앞으로 내밀었다.“이 아이를 좀 보시오. 거리에서 밥을
Read more

제560화

봉구안은 얼마전까지도 생기가 넘치던 심가오가 쑥대밭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작물들도 다 뿌리뽑혀서 바닥을 뒹굴고 있고 집은 불타서 골조만 남았다.봉구안은 촌민 한 명을 잡고 사정을 물었다.촌민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늦게 오셔서 모르시나 보네요. 청우방 제자들이 와서 맹주께서 청우방 방주를 죽였다고 지목했습니다.”“그리고 다른 문파의 사람들도 와서 천용회는 맹주의 모함에 당했다는 증거도 내놓더군요.”“맹주께선 모든 제자들을 모아 놓고 투표로 퇴위를 의논하고 계십니다. 심가오의 하늘이 바뀔지도 모르겠네요.”그 말을 들은 봉구안은 곧장 의사당으로 달려갔다.역시나 사람들이 다 거기 모여 있었다.강호의 모든 문파들이 집결하여 의사당 안팎을 겹겹이 포위했다.봉구안든 그들의 외침을 들었다.“퇴위하라!”“퇴위하라!”내다보니 대부분 모든 사람이 손을 들고 있었다.옆사람은 그녀의 얼굴도 보지 않고 그녀의 손을 번쩍 치켜들며 말했다.“동방세의 퇴위에 투표합세. 자네도 어서 손들어! 이제 아무도 저 인간의 말을 안 믿어!”봉구안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동방세의 세상은 이제 끝이야.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더니 우리가 저 온화한 얼굴에 속았어!”“동방세는 어떤 해명도 내놓지 못했어. 그래서 우리 모두가 그의 거취를 두고 퇴위 투표를 진행하게 되었지! 대세는 이미 지나갔어!”봉구안은 그 말을 들으며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그 시각 동방세는 자신의 퇴위를 외치는 사람들을 보며 실망을 금치 못했다.모두가 자신을 안 믿어준단 말인가.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맹주 영패를 꺼냈다.“오늘부터 나 동방세는 무림맹의 맹주가 아니다.”“맹주님, 다시 고민해 보십시오!”무림맹의 사람들은 눈시울을 붉혔다.동방세는 그들을 향해 해탈한 미소를 지었다.“이렇게 하자꾸나. 심가오 주민들도 이래야 좀 조용해지겠지.”하지만 그가 퇴위를 선포했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불만을 토했다.청용방의 제자들이 분노한 목소리로 외쳤다.“사람을 죽였으면 목
Read more
PREV
1
...
5455565758
...
75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