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에서 깬 소욱은 더 이상 잠들고 싶은 욕구가 사라졌다.침상을 내린 그는 옷을 걸치고 곧장 영화궁으로 향했다.영화궁에 도착한 소욱은 바로 침전으로 들어가는 대신, 멍하니 밖에서 방 문을 바라보았다.이 시간이면 황후는 잠들어 있을 것이다.그가 들어가야 할지 주저하던 사이에 최 상궁이 다가왔다.최 상궁은 황후화 황제가 화해했으면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폐하, 황후께서 말은 그렇게 하셔도 사실은 그냥 폐하께 서운한 일이 있어서예요. 소인이 괜한 소리를 하는 건 아니고, 황후께서는 자존심이 강하신 분이라 폐하와 영비마마께서…”소욱은 이상을 찌푸리며 최 상궁에게 물었다.“황후가 영비 때문에 화가 났단 말이냐?”최 상궁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황후께서 평소에 폐하를 얼마나 생각하시는데요. 그게 아니라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물자를 변방까지 운송했겠어요? 폐하께서 출정을 떠나신 동안, 마마께서는 폐하를 그리워하셨습니다. 하지만 영비마마가 돌아오시고 황후마마는 갑자기 돌변하셨죠. 이혼을 제기한 것도 그 시점이고요.”“만약 폐하께서 정말 과거의 일을 신경 쓰신다면 지금까지 기다렸다가 얘기를 꺼냈을 리가 없지요. 폐하, 소인의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폐하께서 영비마마의 침전으로 가신 그날 밤, 황후마마도 그곳에 가셨습니다. 돌아오신 후, 표정이 안 좋으셨지요.”소욱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그가 장락궁에 머문 그날 밤이라면 흑포가 탈옥한 날이었다.아마 흑포 때문에 그를 찾아갔을 것이다.하지만 최 상궁의 말도 일리가 있었기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궁으로 돌아오기 전, 남부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황후는 멀쩡했다.그녀가 돌변한 건 궁으로 돌아온 후, 영비가 한때 회임했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였다.그날 서재에서 그는 영비를 시켜 자신과 영비가 합방한 적 없다는 사실을 해명하게 했다.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조촐한 설명이 아닐 수 없었다.어쩌면 황후는 어릴 때부터 그와 함께 자란 영비가 그와 짜고 자신을 속이는 거라고 오해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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