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문 밖은 수많은 백성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대체 무슨 일인가?”“모르겠네, 나도 막 와 보았네.”“들어 보니 황후께서 이혼을 청하셨다던데…”“뭐라고?! 이혼? 황후께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평범한 여인이라도 이혼을 청하려면 시댁의 온갖 압박을 견뎌야 하는데, 문벌 높은 집안에서는 ‘여인이 이혼할 수 없고, 단지 버림받을 뿐’이라 하지 않았던가.하물며 황후가 이혼을 청하다니!사람들은 입을 모아 중얼거렸다.“황후마마께서 미치신 게 분명해…”등문고 아래.봉구안은 단단한 눈빛으로 백성들 앞에 섰다.목소리는 우렁찼으며, 한 마디 한 마디가 울림이 있었다.“창천이시여!”“첫째로 고하옵나니, 혼인을 했으나 받들지 않으셨습니다.”“제후의 대례를 올리셨으나, 폐하께서는 신 대신 다른 이를 보내 혼례를 행하게 하셨사옵니다.”“둘째로 고하옵나니, 혼인을 하셨으나 믿지 않으셨습니다.”“초야에 들어가자마자, 폐하께서는 제 정결을 의심하시어, 봉가의 명예를 짓밟으셨사옵니다.”“셋째로 고하옵나니, 첩을 사랑하시고 아내를 멸시하셨습니다.”“혼인한 밤, 정실을 내버려 두고 비빈과 함께 밤을 보내셨으며, 황후의 인장은 비빈에게 맡기셨사옵니다.”“넷째로 고하옵나니, 아내를 방치하고 돌보지 않으셨습니다.”“폐하께서는 연이어 궁중에서 제 몫을 삭감하셨고, 그로 인해 저는 지참금까지 모두 소진하게 되었사옵니다.”“다섯째로 고하옵나니,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셨습니다.”“궁에 들어온 지 1년이 넘었으나, 수시로 궁규를 필사하게 명하시고, 팔이 부러지게 하시고, 은침으로 몸을 찌르셨사옵니다.”“마지막으로 고하옵나니, 호랑이를 길러 화를 부르셨습니다.”“폐하의 방임이 후궁 황귀비를 제멋대로 굴게 하여, 그녀는 혼례 전 저를 납치하고 명예를 훼손하며 헛소문을 퍼뜨렸사옵니다…”“그만! 그만두거라!!”봉구안의 부친 봉 대인은 군중을 뚫고 앞으로 나왔다.관모는 삐뚤어져 있었으나 바로잡을 겨를조차 없었다.그는 막아서는 시위들을 향해 고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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