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궁.서왕은 병풍을 사이에 두고 황후와 마주앉았다.“이렇게 되었습니다. 마마, 진왕이 계속 압박을 가하니 저도 어쩔 방법이 없었습니다.”“이번 식량 운송은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관건이니 인력은 필요한 만큼 말씀하세요.”“무슨 일이 있어도 식량이 안전하게 남부에 도착해야 합니다.”봉구안은 담담히 입을 열었다.“인원은 그리 많을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믿을만한 자들이어야 하고 지시에 잘 따라야 합니다.”서왕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마마의 무공 실력이 뛰어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요. 어쩌면 이번에 진왕이 나서서 식량 운반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뚜렷한 목적이 있으니 마마께서 무사히 남부에 도착할 때까지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인원을 많이 데려가는 편이 안전합니다.”봉구안은 자기만의 생각이 있었다.“진왕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조사를 해야 합니다. 식량 운반은 저에게 다 생각이 있습니다.”서왕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예, 마마.”다음 날, 뭇 비빈들이 영화궁에 모였다.“마마, 정말 식량을 운반하러 떠나시는 겁니까?”“마마, 이런 일을 왜 굳이 마마께서 나서야 하나요? 남제에 쓸만한 사내가 그리도 없단 말입니까!”“너무 위험합니다. 가지 마세요, 마마!”비빈들은 진심으로 황후를 걱정하고 있었다.“하지만 아무도 식량 운반대를 이끌려 하지 않는다면 폐하는 어떻게 되나요?”아주 미약한 소리가 질문을 던졌지만 곧 다른 비빈들의 목소리에 묻혀 버렸다.그렇게 비빈들을 돌려보내고 봉구안은 녕비를 따로 불렀다.녕비는 이에 대해 약간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봉구안이 정색해서 말했다.“내가 궁을 떠나 있는 동안 후궁 업무는 너와 현비가 맡아서 해야 할 것이다.”녕비는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신첩,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곧이어 봉구안이 말을 이었다.“현비는 원가 몸이 안 좋으니 네가 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러니 그 성격 좀 죽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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