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70 챕터

제11화 한꺼번에 처리할 거야

“흥!”BM 그룹 원로 이사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며 잊지 않고 경고를 날렸다.“오늘 일은 조만간 책임을 물을 겁니다!”그 말에 백성호는 낙담한 표정을 지었고 이철민과 내외 역시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이철민과 장선화는 자기 아들이 어떤 인간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심지어 방에 들어선 순간 우물쭈물하는 아들과 사나를 보고 상황을 대충 짐작했다.하지만 사나가 어떤 신분인가? 고작 백씨 가문 방계 가족 딸이라 채림의 발끝도 따라오지 못한다.때문에 이 순간 우선 채림을 다독이는 게 중요했다.원후는 부모의 눈빛을 받고 얼른 채림한테 달려와 설명했다.“채림아, 믿어 줘. 우리 어젯밤 아무 일도 없었어...”채림이 원후의 손을 뿌리치고는 울면서 떠나려 했다. 그러자 장선화가 얼른 채림을 붙잡았다.“아가야, 이따가 약혼식도 해야 하는데 네가 가면 어떡해?”“어머님, 원후가 저를 배신하고 제대로 된 설명도 하지 않았는데, 지금 저더러 약혼을 계속하라는 거예요?”흔들림 없는 채림의 눈동자를 보자 장선화도 더 이상 그녀를 말릴 면목이 없었는지 몸을 돌려 백성호한테 버럭 소리쳤다.“백사나 저 계집 때문에 이게 무슨 일이래요! 우리 이씨 가문에 시집오려고 머리를 굴린 것 같은데, 어림도 없어요!”“어디서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해요? 누가 머리를 굴렸다는 거예요? 말은 똑바로 해야죠!”진미애도 마음이 급해 제 딸을 감쌌다.“누구긴 누구예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말 몰라요?”두 집안이 서로 개처럼 물고 뜯고 하는 틈에 채림은 방을 빠져나왔다.방금 방에서 벌어진 모든 일은 지수가 미리 설치해둔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채림은 그 영상으로 원후와 사나를 제대로 처리할 생각이었다....오전 9시약혼식이 시작될쯤 하객들은 갑작스럽게 약혼식이 취소되었다는 통지를 받게 되었다.“이게 무슨 일이래? 어제까지 좋았잖아?”“소문에 이원후가 바람 피웠대...”하객들은 자리를 떠나면서 저마다 수군댔다. 사람들이 술렁이는 틈에 채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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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양심도 없네

이튿날은 마침 미스 글로벌 파티 오디션이 있는 날이다.다행히 어젯밤 잠을 푹 잔 덕에 채림의 피부 상태는 매우 좋았고 생기가 넘쳐흘렀다.화장을 마친 채림은 특별히 시간 내어 어머니와 아침 식사를 했다.“채림아, 엄마가 엄마 명의로 된 주식 절반을 네 명의로 돌려놨어. 이제부터 너도 BM 그룹 일원이야.”한창 얘기하던 민해란은 잠시 말을 끊더니 채림의 의견을 물었다.“그런데 회사에 들어오면 어떤 걸 책임지고 싶어?”“향수 연구를 책임지고 싶어요. BM 그룹이 가장 취약한 것부터 일으켜 세우려고요.”채림은 최근 구상하고 있는 계획안을 어머니한테 건넸다.“이건 제가 오랫동안 구상한 제품 계획안이에요. 이미 전문가한테 평가를 맡겼었는데, 엄마가 보기에 어때요?”계획안을 마지막까지 대개 훑어보던 민해란은 눈을 반짝였다.“엄마는 너 믿어. 네 실력과 재능이라면 향수 사업을 다시 살릴 수 있을 거야.”어머니의 인정을 받은 채림은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식사가 끝난 뒤 몸매가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고 파티 오디션을 보러 떠났다.이제 막 차에 올랐을 때, 채림의 핸드폰에 메시지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10분 전 지수가 뿌린 사나의 은밀한 밀회 사진은 이미 인터넷에서 퍼져 화젯거리가 되어 있었다.채림은 기사더러 MS 그룹에 가라고 하고는 핸드폰을 들고 차가운 눈으로 댓글 반응을 살폈다.[백사나 연애도 못 해봤다고 하지 않았나? 인터뷰에서 연애 경험이 없다고 했는데 이건 뭐지? 돈 벌려고 거짓말을 하다니!][이 남자는 누구지?][백사나 형부 되는 사람이라고 함. 회사 상사이기도 하고. 백사나 언니는 그 다리를 절던 매니저임. 진짜 양심도 없네!]댓글을 아직 채 살피지도 못했는데 원후의 전화가 걸려 왔다.[채림아.]“응.”[내 말 좀 들어 봐.]여전히 화가 가득한 채림의 목소리에 원후는 조급해 났다.[본 것 대로 믿으면 안 돼... 어젯밤 내가 술에 취한 건 맞지만 장담하건대 사나랑 아무 일도 없었어.]“어떻게 장담할 건데?”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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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오디션

“아! 저 여자가 백사나한테 약혼자를 뺏긴 백씨 가문의 아가씨, 백채림 아니야? 정말 바보인 건지, 아니면 바보인 척하는 건지. 아직도 백사나를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건가?”채림의 뒤에 있던 이름 모를 두 연예인이 먼저 나서서 분위기를 끌었다.“백씨 가문은 진작에 몰락했잖아. 이번에 원후 도련님한테 빌붙으려다가 실패해서 큰 충격을 받았을 텐데, 내가 보기엔 바보가 아니라 미친 것 같아.”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주위에서 빈정거리는 웃음소리가 퍼져 나왔다. 하지만 채림은 여전히 덤덤한 눈빛을 유지하며 입을 열려는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편을 들었다.“지금 말 다 했어요? 백채림은 내 언니예요! 언니를 말하는 건 나를 말하는 거랑 같아요”청순한 옷차림을 한 사나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나와 채림을 부축하며 속삭였다.“언니, 화 안 났지? 어젯밤 일은 정말 오해야. 나 형부랑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채림은 고개를 돌려 착한 척 연기하는 사나를 바라보더니 비아냥거리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그래?”사나는 그 순간 눈을 반짝였다.“당연하지, 여긴 사람이 많아서 나중에 내가 상세하게 설명할게. 그런데 역시 언니밖에 없어. 오늘 아침도 나를 위해 국제 브랜드 모델 계약을 따냈다며?”‘내가 요즘 너를 위해 따낸 계약이 그것 하나뿐인 줄 알아?’며칠 뒤 사나의 이미지가 완전히 추락하면 그 위약금을 무는 데만 전 재산을 갖다 바쳐야 할 거다. ‘내 약혼자를 돌봐 준 값은 제대로 치르게 할게.’아무것도 모르는 사나는 채림이 정말 바보라고 생각하며 계속 지껄였다.“오늘 오디션 나한테 엄청 중요하니까 대신 손 좀 써줘. 그러면 나도 안심할 거 아니야.”“누가 너 대신 손써주겠대?”채림은 사나의 손을 확 뿌리쳤다.사나는 너무 놀라 눈을 땡그랗게 뜨며 믿기지 않는 듯 채림을 바라봤다.‘내 뒤를 봐주려고 온 게 아니면 뭔데? 설마 본인이 참가하려고?’‘절름발이 주제에?’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천생 연예인의 분위기를 내뿜는 남자가 걸어 나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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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여우 누린내

“오늘 윤재 씨도 심사위원이에요?”채림의 질문에 윤재는 헤실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난 아니에요. 하지만 둘째 삼촌이 직접 왔어요. 우리 삼촌한테 패스를 받는 게 더 체면이 서지 않겠어요?”윤재의 가벼운 말투에 채림은 살짝 뒤로 물러섰다.그러자 윤재도 더 이상 채림을 잡아두지 않았다.“이만 가볼게요.”윤재는 MS 그룹 둘째 도련님이라 이번 오디션에서도 어느 정도 발언권이 있다. 그런데 채림이 대놓고 윤재와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자, 뒤에 있던 사람들은 질투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이에 윤재가 떠나자마자 사람들은 빈정거리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절름발이 주제에 미스 글로벌에 참석하려고? 약혼자한테 배신당하고 충격을 받아 머리가 어떻게 됐나 보네!”“백채림이 백사나를 유명하게 만들려고 여기저기 팔고 다녔다더니. 이번에는 자기를 위해 모든 걸 바친 모양이네. 누가 알아? 문윤재와 이미...”“에이, 설마. 문윤재가 뭐가 부족하다고 저런 여자를 마음에 들어 하겠어?”팍!듣다 못 한 채림은 뒤돌아 손에 있던 커피를 뿌렸다.“아!”“뭐 하는 거야? 이따가 이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라야 하는데!”상대가 반격하려 할 때 사나가 가식적으로 달려와 채림 앞에 막아섰다.“당신이 먼저 아무 말이나 입에 담았잖아요!”이윽고 사나는 뒤돌아 채림을 위로하는 척 말했다.“언니, 언니도 오디션에 참가하고 싶었으면 진작 말하지, 왜 숨겼어? 우리는 자매잖아, 언니가 좋아하는 걸 내가 어떻게 빼앗아? 내가 포기할게.”‘불여우라 그런지 여우 누린내가 진동을 하네...’그때 사나 뒤에 있던 매니저 영이가 눈치껏 끼어들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사나 언니, 언니가 왜 그래야 해요? 그럴 가치 없어요.”“우리 자매는 지금껏 늘 사이가 좋았어. 그런데 오디션 하나 때문에 감정 상할 일은 없잖아. 게다가 언니는 얼굴도 예쁘고 집에 돈도 많으니 나보다 더 적임자야.”사나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채림을 다시 한번 죽였다. 게다가 일부러 예쁘다는 단어와 돈 많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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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문 대표님이 직접 오시다니

채림은 여전히 영업용 미소를 유지한 채, 차가운 눈빛으로 심사위원들을 둘러보았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한준석 대표였다. 그는 지난번 처녀 파티에서 채림에게 뺨을 맞은 사나의 친구 한나영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딸의 복수를 위해 일부러 채림에게 무안을 주려는 의도가 뻔히 보였다.그러나 채림은 아무렇지 않은 듯 준비해 온 자료를 띄우며, 차분하게 발표를 이어갔다. “이것은 제 이력의 일부입니다. 이번 미스 글로벌과 관련된 내용들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슬라이드가 한 장씩 넘어갈 때마다, 채림은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저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 서예, 동양화와 음악을 배웠으며, 9살 때부터 무용을 시작했습니다. 그중 발레가 저의 특기입니다.”“이것은 제가 14살 때 획득한 RAD 국제발레시험 최고 등급 자격증입니다. 그리고 이 사진은 제가 유명 발레 공연에 출연했을 때의 스틸컷입니다...”채림은 우아하고 예의 바르게 설명을 이어갔지만, 심사위원 중 누구도 그녀의 설명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몇 마디 듣지도 않고 귀찮다는 듯 말을 끊어버리는 사람도 있었다.“그만해요.”“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채림은 말을 멈추고는 덤덤하게 기회를 얻었다.하지만 가장 발언권이 있는 한준석이 눈살을 찡그린 채 귀찮은 듯 손을 휘휘 저었다.“당장 내려가요! 정말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네요! 절름발이 주제에 여기가 어디라고 와요!”“한 대표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도대체 이런 사람을 예선에서 통과시킨 사람이 누구인지, 일을 너무 대충 하는 것 아닌가요?!”한준석의 양옆에 있는 심사위원들도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발은 치료하고 있습니다. 대회 전에 다 나을 수 있고요. 게다가 장애인은 꿈을 좇을 수 없나요? 장애인에 대한 격려의 의미가 담기면 H시 홍보에도 더 좋은 거 아닌가요?”“뭐 이런 억지가 다 있지?”한준석은 눈을 부릅뜨며 귀찮은 듯 말했다.“제발로 나갈 겁니까? 아니면 쫓겨날 겁니까?”점점 안 좋아지는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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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최종 합격자

“맞아요.”최종 결과를 알리는 듯한 지후의 소리가 두 사람의 대화를 끊었다.그 목소리에 지후 앞에서 자기를 알리기에 급급했던 한준석은 안도하며 양복을 정리했다. ‘보아하니 다음 분기에 MS 그룹 투자를 받을 수 있겠어.’“백채림 씨.”그때 지후가 다시 입을 열었다.“다음 달 MS 그룹과 함께 미스 글로벌 파티에 참석할 수 있도록 준비해요.”‘뭐?’지후의 의견에 백번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한준석은 표정이 굳더니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지후를 바라봤다.“문... 문 대표님, 지금 최종 결정을 내리신 건가요?”“왜요? 내 눈이 삐었다고 생각하나요?”“제가 어찌 감히...”한준석은 겁에 질려 몸을 떨었다. 회사 앞날이고 뭐고 자기 목숨을 부지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그때 다른 심사위원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방금 전 한준석처럼 자기 의견을 피력하지 못한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이번 오디션을 위해 예선만 3개월을 치렀는데, 결국 한 명만 심사하고 바로 결정을 내리다니. 그것도 절름발이를. 역시 문 대표님 속내는 알지 못하겠다니까...’채림은 지후 외에 가장 침착한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 게, 오디션에 참석하기 전에 이미 MS 그룹의 최종 패스권을 받았으니까.치마를 정리한 채림은 지팡이를 짚으며 침착하게 무대를 내려가면서 잊지 않고 한마디 했다.“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 없는 걸 보면 한 대표님은 비즈니스 기회도 그닥 잘 엿보지 못할 것 같네요. 한 대표님이 MS 그룹의 투자를 쟁취하려고 애쓰고 있다던데, 문 대표님도 잘 고려하세요.”할 말을 마친 채림은 긴 머리를 휘날리며 문을 나섰다. 방문을 나가기 직전, 채림의 눈에는 지후의 뒤꽁무니를 쫓으며 상황 수습하려고 진땀을 흘리는 한준석이 모습이 들어왔다...채림이 밖에 나왔을 때, 사나는 여전히 뭇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사나 언니, 오늘 아침 인터넷에 뜬 기사 때문에 악플에 시달렸겠는데, 영향 받은 건 아니죠?”“다들 이 바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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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임신이라니

사나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사람들은 그제야 상황의 진상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책임자에게 화를 낼 수도 없고, 이제 막 합격한 채림에게 화풀이를 할 수도 없으니, 결국 사람들의 분노의 화살은 사나에게로 향했다.심지어 눈치 빠른 몇몇 유명하지 않은 연예인들은 채림에게 다가가 아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기회주의자들을 상대하기 싫었던 채림은 지팡이를 짚으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복도 끝에 도착하자마자, 누군가가 뒤에서 쫓아오며 말을 걸었다.“백채림 씨, 미스 글로벌 파티의 초대장은 저희가 최대한 빨리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 외에 건강 검진 보고서가 필요한데...”MS 그룹 직원은 강조했다.“알다시피 저희도 채림 씨가 건강하기를 바라니 지정된 항목에 따라 검진받으세요.”채림은 직원의 손에서 검진 항목 리스트를 받아 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사실 MS 그룹이 이렇게 나서는 이유는 채림의 건강 상태를 걱정하는 것도 있지만, 혹시 모를 안 좋은 생활 습관을 미리 확인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채림이 이번에 H시를 대표해 파티에 참석하는 만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MS 그룹 건물을 나선 채림은 택시를 잡아탄 후, 지후에게서 받은 명함을 꺼내 들었다. 의사 이름도 없이 단지 한의원 주소만 적혀 있는 명함을 보자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기사에게 목적지를 말했다....한의원은 유명 개인 병원 안에 위치해 있었으며, 병원 건물을 통과하면 바로 도착할 수 있었다. 이름을 말하고 한참 기다리니, 개량 한복을 입은 노인이 나와 채림의 상처를 살펴보더니 침을 놓기 시작했다.약 30분 후, 채림이 다시 일어섰을 때, 2년 동안 힘을 쓰지 못했던 발에 힘이 실리며 걸을 수 있었다.“요즘 재활치료를 받고 있을 텐데, 내가 고약을 따로 처방할 테니 매일 저녁 잠자기 전 붙이세요. 그러면 사흘 지났을 때 자유롭게 걸을 수 있을 거예요.”한의사의 당부에 채림은 애초의 의심을 던져버리고 진심 어린 감사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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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거래

‘그렇게 붙어먹더니, 결국 일 냈네.’‘유명 연예인이 형부를 꼬셔 혼전임신을 했다는 타이틀로 기사가 나면 파장이 어마어마하겠지?’간호사실을 나온 채림은 핸드폰을 꺼내자마자 지수한테서 온 문자를 확인했다.[이원후 쪽에서 너희 약혼식에 작은 상황이 벌어져 일주일 내로 다시 치를 거라고 얘기하고 다니던데, 어떻게 생각해?][걱정하지 마.]채림은 빠른 속도로 문자를 작성했다.[내일이 지나서도 내가 이원후와 결혼하면 세상 사람들이 나를 바보라고 생각하게끔 할 거니까.][그 말은 설마 내일 재밌는 구경거리가 있을 거라는 뜻이야?]지수의 기대에 찬 문자에 채림은 덤덤하게 답변을 보냈다.[응, 하지만 네 협조가 필요해.][너 어디 있어? 우리 만나서 얘기하자.]두 사람은 중간 위치에 있는 커피숍에서 만나 30분 동안 계획을 세웠다.그러고 나서 채림은 예전에 원후한테서 받았던 사무실 키를 지수한테 넘겼다.키를 손에 넣은 지수는 기대에 찬 듯 말했다.“내일 점심쯤이면 이원후와 백사나가 H시 최대의 웃음거리가 되어 있을 거야.”...지수를 보내자마자 채림은 민해란의 비서 임승철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아가씨, 사모님께서 오늘 아가씨가 구상한 제품 계획서를 이사진한테 보여줬는데, 엄청 큰 반발이 일어났어요. 혹시 오늘 직접 회사에 오실 수 있나요?]“알았어요, 바로 갈게요.” 임승철은 생전 백건호가 가장 신뢰하던 비서였다. 백건호가 세상을 떠난 후, 그는 민해란을 도와 회사 일을 처리해 왔다. 그만큼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었기에, 상황이 심각하지 않으면 절대로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었다.채림은 조급한 마음에 서둘러 택시를 잡으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벤 한 대가 채림 옆에 멈춰 섰다. 곧이어 창문이 내려지며, 모자를 깊이 눌러쓴 윤재의 얼굴이 드러났다.사흘 뒤 발이 완치되면 윤재와 조용히 결혼식을 올리라는 지후의 말이 떠오르자, 채림은 어두운 표정으로 차에 올랐다.“무슨 일로 찾아왔어요?”“일 없으면 찾아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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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회장 재선

‘마침 잘 왔네. 이따가 찾아갈 수고도 덜어주고.’인파를 지나칠 때 채림의 귓가에 기자들의 질문이 들려왔다.“사나 씨, 백채림 씨는 사나 씨 매니저이자 언니 아니었나요? 그런데 왜 갑자기 사나 씨와 미스 글로벌 파티 참석 자격을 두고 경쟁을 벌인 건가요? 두 사람 사이가 안 좋은가요?”“백채림 씨는 어떻게 이번 오디션에 합격한 거죠? 혹시 내막이 있는 건가요?”기자들의 질문을 조용히 듣고 있던 사나는 착한 척하며 사람들을 일부러 유도했다.“그럴 리가요. 뭔가 오해가 있을 거예요. 언니는 그런 사람 아니에요... 언니는 아이디어도 많고 실력도 뛰어난 사람이에요. 지난 2년 동안 제가 했던 모든 계약도 언니가 추진했던 거예요. 그것도 모자라 BM 그룹 업무까지 신경 쓰는 대단한 사람이에요...”“그 말은 백채림 씨 뒤에 BM 그룹이 있다는 말인가요? 이번 오디션에서도 BM 그룹의 백을 빌렸나요?”기자들은 사나의 암시를 완벽하게 읽어냈다.그러자 사나는 실수했다는 듯 손으로 입을 가리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그때 영이가 눈치를 보다가 때마침 끼어들어 사나를 감쌌다.“우리 사나는 단순해서 사업에 관한 걸 몰라요. 그러니 더 이상 물어보지 마세요.”인파 밖으로 지나치던 채림은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낮게 중얼거렸다.‘순진한 척하기는.’‘아직은 너를 신경 쓸 겨를이 없으니 계속 날뛰어 봐. 네가 한 더러운 짓거리가 폭로되면 더 이상 착한 척 연기해도 안 먹힐 거니까.’채림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최상층 회의실로 향했다.하지만 이제 박 모퉁이를 돌았을 때, 멀리서부터 백성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성 향수도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면서 남성 향수라니! 이건 너무 터무니없는 얘기입니다! 이딴 것도 계획안이라고 제안한 겁니까? 대체 얼마나 세상 물정 모르면 이런 걸 생각해 냈답니까?”“그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바로 저예요.”채림이 문을 활짝 열더니 지팡이로 맑은 소리를 내며 회의실로 들어왔다.그러자 임승철이 얼른 다가가 채림을 반기면서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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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톱스타의 모델료

“확실히 과반수에 못 미칩니다.”주동훈의 침착한 목소리는 단번에 떠들썩하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회장님께서 본인 명의로 된 지분 절반을 채림 씨한테 넘겨 어제부터 효력이 발생했습니다. 때문에 이번 표결은 과반수에 못 미칩니다.”“말도 안 돼!”백성호는 화가 치밀어 이미지를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형님이 채림을 회사에 들이지 말라고, 사업에 손대지 못하게 하라고 분명 말했다고! BM 그룹은 백씨 가문에 속하는 건데, 무슨 자격으로 당신들 모녀가 독차지해?”“BM 그룹은 제 아버지가 자수성가하여 설립한 회사예요. 삼촌을 회사에 들인 건 순전히 형제의 정을 봐서고요. 아버지가 세상을 뜬 순간부터 상속법에 의하면 회사는 저와 제 어머니가 물려받는 게 맞아요. 백씨 가문 사람이라고 어디든 다 끼어들 수 있는 건 아니니 자중하세요!”채림은 허리를 곧게 세우고 반격하고는 몸을 돌려 임원진한테 말했다.“여러분, 오늘 회의는 향수 사업으로 생겼던 적자를 어떻게 흑자로 돌릴 것인가 하는 주제로 진행되는 것이니, 다들 주제에서 벗어나지 마세요.”민해란을 지지하는 세력도 기회다 싶어 맞장구치며 얼른 화제를 돌렸다.주변 사람들한테서 채림이 확실히 이사회에 들어왔다는 걸 확인한 백성호는 그제야 넥타이를 풀며 자리에 앉았다.“이 계획안은 제가 오랫동안 준비한 거예요. 프로젝트를 밀고 나가도 될지 전문가들한테 확인도 마쳤고요. 여성 향수 시장에 포화가 왔기에 더더욱 방향을 바꾸어 남성 향수를 밀고 나가야 한다고 봐요. 이번에 출시할 남성 향수는 BM 그룹 향수 산업에 새로운 출로를 마련할 거라고 자신하고요.”채림의 침착한 설명이 끝나기 바쁘게 백성호의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뒤따랐다.“출로가 뭔지 알기나 해? 막다른 길이면 어떡하려고? 다른 걸 다 제쳐 두고 홍보모델만 봐도 문제야. 여성 향수를 개발한다면 그나마 사나를 홍보 모델로 내세울 수 있지만, 남성 향수 모델은 누구한테 맡길 건데?”“어우, 사나가 할 필요 없어요.”채림은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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