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둘째 삼촌.”채림은 어색하게 부르고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가운을 여몄다. 외간 남자 앞에서 노출이라도 하면 안 되니까.지후는 손에 든 태블릿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채림을 바라봤다.‘날 둘째 삼촌이라고 부르는 걸 되게 좋아하네? 그래, 마음대로 하라지...’지후와 몇 발자국 떨어진 거리에 있는 여자는 머리가 아직 젖어 있었고, 얼굴은 민낯이었다. 검은 머리칼과 흰 다리가 유난히 눈을 끌었는데, 낮에 화장을 했던 모습보다 훨씬 더 예뻤다. 비록 저를 도둑놈 보듯 경계하고 있었지만...지후는 목울대를 움직더니 결국 얇은 입술을 꾹 다문 채 휠체어를 돌렸다. 그리고 손으로 뭘 했는지 등 뒤에서 휙, 하는 소리가 들렸다.깜짝 놀란 채림이 고래를 돌려 봤더니, 등 뒤에 있던 벽이 문처럼 활짝 열렸다.“이건...”채림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하지만 지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휠체어를 조종하며 문 뒤로 사라졌다. 곧이어 문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다시 사라졌다.채림은 순간 당황한 듯 입을 반쯤 벌린 채 얼어붙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서둘러 침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옆방을 확인한 뒤, 마침 지나가던 김선주를 붙잡고 물었다.“여기는 뭐 하는 곳이에요?”“사모님, 여긴 서재입니다.”긴선주는 예를 갖춰 대답했다.채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썹을 치켜세웠다. ‘뭐야? 윤재 씨 서재로 갈 거면 서재 정문으로 들어갈 것이지.’침실로 들어가 제 침대에 누운 채림은 이따금씩 아까 그 비밀문이 있던 벽을 바라보며 착잡한 마음으로 고민했다.‘만약 한밤중에 문지후가 저 문을 넘어 나한테 무슨 짓이라도 저지르면 어떡하지?’잠시 망설이던 채림은 끝내 몸을 일으며 무거운 의자 하나를 잡아 끌었다. 그것으로 문이라도 막아 둘 생각이었다.‘그런데 하반신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조심할 필요 있나?’채림은 결국 다시 의자를 원래 자리로 옮기고 침실 문을 걸어 잠갔다. 그때, 지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채림아, 집에는 안전하게 도착했
최신 업데이트 : 2024-12-17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