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의 모든 챕터: 챕터 31 - 챕터 40

70 챕터

제31화 전 백채림이에요

다음 날 저녁, 사나는 짙은 화장으로 창백한 얼굴을 가리고 갖고 있는 옷 중에 가장 섹시한 치마를 골라 입고는 요트에 올라탔다.나영에게 부탁해 알아본 바로, 오경수가 H시에 도착하자마자 H시에서 내로라하는 사업가들이 그를 초대해, 특별히 바다 위에서 화려한 요트파티를 열었다고 한다.이번 기회를 사나는 절대 놓칠 수 없었다.사나는 파티에 참석한 아가씨처럼 치장하고 인파 속에 숨어들어 오경수를 찾았다.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어 오경수도 이제는 반쯤 취한 상태였다. 주위에 예쁜 아가씨들이 둘러싸고 있었지만 그는 이미 싫증 난 모습이었다.사나는 클레오파트라 가면으로 얼굴 반쪽을 가리고 흰색 지팡이를 든 채 노출이 심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게다가 일부러 보란 듯이 오경수 앞에서 어슬렁거렸다. 그 덕에 오경수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오경수는 옆에 있는 아가씨들을 밀치고 사나에게 걸어왔다. 하지만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려 할 때, 사나는 쏙 빠져나갔다. 그렇게 여러 번 반복하고 나니 오경수는 사나에게 완전히 홀려 버렸다.사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저 이제 가봐야 해요.”오경수는 욕망을 참지 못하고 사나를 뒤쫓았다.“이봐요, 아가씨. 원하는 게 있으면 다 줄 수 있어요. 나랑 함께 가요. 내가 로맨틱한 밤을 약속할게요.”“저는 인연을 따져요.”사나는 빨간 입술을 말아 올리며 싱긋 미소를 날렸다.“인연?”오경수는 약간 어리둥절했다.“만약 다음에 또 만나면 그때는 동의할게요.”사나는 간드러지게 돌아서며 한마디를 남겼다.“제 이름 기억해 줘요. 전 백채림이에요.”‘백채림?’요트의 고급 객실 안,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들린 이름에, 안에 있던 남자는 무의식적으로 밖을 내다보았다.밖에서 자신을 백채림이라고 소개하는 여자는 지팡이를 짚고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절대 백채림이 아니라는 걸 남자는 단번에 알아차렸다.휠체어 뒤에 서 있던 원강현은 자기 대표님의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대표님은 오늘 요트에서 사업 얘기를 나누려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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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생각보다 더 아름답네요

그날 저녁 출발 직전 채림은 의자 옆에 놓인 지팡이를 보며 약 2초간 망설였다. 그러다가 끝내 지팡이를 챙기지 않았다.이제 왼발에도 어느 정도 힘이 실린다. 물론 그동안 지팡이에 너무 의지해 지팡이 없이 걷는 게 익숙하지 않지만, 오늘은 BM 그룹을 대표해 파티에 참석하기에, 이제는 지팡이를 내려놓고 새 출발 할 때도 됐다.채림은 지수와 함께 파티에 참석했다.가는 길에 채림은 만능 소식통인 지수에게 물었다.“이원후가 백사나를 입원시켰어. 혹시 아이는 어떻게 됐어?”“살아 있을 리가 있나?”지수는 혀를 끌끌 차며 운전했다.“이원후가 때리지 않았어도 백사나는 아이를 낳지 않았을 거야.”고개를 돌린 지수는 채림의 청초한 얼굴을 흘긋 보더니 참지 못하고 물었다.“설마, 아니지? 너 지금 그 순진한 척하는 불여우 동정하는 거야? 내가 들은 바로는 백사나 그 계집애가 입원하는 동안에도 가만있지 않았대. 어제는 퇴원하자마자 요트파티에 참석했고.”채림은 고개를 저었다.“난 그저 아이가 불쌍한 것뿐이야. 부모 잘못 만나서.”...오경수가 이번 파티의 주인이었지만 파티가 시작되고 한동안은 그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심지어 채림이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을 때 파티 홀 분위기는 약간 어수선했다.그러다가 채림이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지수가 그녀를 잡았다.“채림아, 가지 마!”“왜?”“오경수가 술주정 하며 여기저기 너를 찾고 있대.”지수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채림은 그 말에 안을 흘긋거리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나를 찾는다고? 난 아직 오경수를 만난적도 없는데?”“응.”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정확히 말하면 백채림이 누구인지 계속 묻고 다녀. 왠지 수상해.”채림은 입을 오므리고 안쪽을 바라봤다. 비틀거리며 점점 가까이 걸어오던 오경수는 지나가는 여자마다 붙잡아 세우고 물어댔다.“네가 백채림이야? 어?”“나랑 좋은 밤 보내기로 했으면서.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난다고 했잖아.”“백채림! 당장 나와! 왜 숨는 건데?”채림은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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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스트립쇼

오경수는 채림 옆에 찰싹 붙어 굶주린 늙은 여우처럼 그녀의 몸을 위아래로 훑었다. 물론 채림의 오만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빼어난 미모를 보니 이 자리에서 당장 그녀를 안고 싶었다.“오 대표님, 오늘 향수 개발 협업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BM 그룹 기획안은 확인해 보셨나요?”채림은 저한테로 뻗어오는 피둥피둥한 손을 가볍게 피하며 물었다.“어?”오경수는 큰 손을 채림 앞에 대고 휘휘 저었다.“분위기 깨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다시 만난 것도 인연인데 약속이나 지켜요. 자, 나랑 같이 올라갑시다.”“오 대표님, 초대장에 분명 협업 건으로 만나자고 적었던데요.”채림은 다시 강조했다.오경수는 마음에 들지 않는지 눈살을 찌푸렸다.“협업은 무슨! 내가 다 조사해봤다고. 백씨 가문도 이제는 딸 팔아 권력자에게 빌붙고 있던데. 오늘저녁 나를 만족하게 하면, 약속했던 것보다 더 많은 걸 주지!”“하.”채림은 냉소를 흘렸다. ‘협업을 하자고 했더니 잠자리를 가지자고?’“뜻이 다르다면 더 얘기할 것도 없겠네요.”채림은 말을 마치고 돌아섰다.사람들 앞에서 체면을 구긴 오경수는 불만스러운 듯 미간을 확 구겼다.“협업? 좋아. 그러면 저 무대에 올라가 스트립쇼를 하던가! 어릴 때 발레를 배웠다고 들었는데, 그럼 스트립쇼는 껌이겠지?”주위에서 갑자기 경멸 섞인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해 봐요!”“스트립쇼가 뭐 어때서? 그게 어렵나? 나 기분 좋게 하면 협업은 물론이고 BM 그룹 향수 사업에 투자도 해주지!”오경수는 사람들의 호응에 더 신이 나서 막 나갔다.채림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오 대표님, 지금 찾으시는 사람이 백채림이 확실해요?”오경수가 살짝 의아해하자 채림은 말을 이었다.“그럼 백채림이 절름발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텐데요? 지팡이를 짚고 있는.”오경수가 찬성하는 듯하자 채림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백 안에 손을 넣고 도망칠 준비를 했다. 이윽고 갑자기 오른발을 들어 오경수를 퍽 걷어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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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신비주의자

지후는 휠체어에 앉아 있었고, 채림은 그의 허벅지 사이에 엎드려 있었다. 부딪히는 충격으로 휠체어는 뒤로 기울어졌고, 두 사람의 무게는 뒤에서 휠체어를 밀고 있던 강현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강현은 감히 눈 뜨고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지후와 채원이 아주 이상야릇한 자세로 있었으니까. 이걸 더 봤다가 목숨이 남아나지 않을까 봐 무서웠다.채림은 자기가 부딪힌 사람이 지후라는 걸 깨닫고 그의 다리를 짚으며 휠체어에서 일어나려 했다. 그때 뒤에서 오경수 경호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거기 서!”“어딜 도망가!”때마침 지후의 경호원 신우현이 앞에 막아섰다.“뒤에 문 대표님이 계신데, 감히 어딜 넘어오려고!”경호원들은 고개를 기웃거리며 신우현 뒤쪽을 살폈다. 그랬더니 지후가 외투를 벗어 자기 다리 사이에 엎드려 있는 여자의 얼굴을 가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자세를 본 경호원들은 단번에 상황을 이해했다.역시 문 대표님은 달라도 뭐가 다르다니까. 흥미가 동하면 어디서든 상관하지 않는다니. 경호원들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동시에 이해했다. 문지후는 이런 짓을 해도 다른 사람이 방해하지 않을 걸 아니까.그때 오경수도 가까스로 부축을 받으며 걸어왔다. 부하직원이 얼른 상황을 설명하자 이글이글 불타고 있던 오경수의 눈은 살짝 사그라들었다. 그러다가 문지후와 웬 여자의 옆모습을 보더니 이내 태도가 돌변했다.“문 대표님 바쁘신 거 안 보여? 당장 물러나! 문 대표님 흥 깨지 말고!”말을 마친 오경수는 경호원의 부축을 받으며 또 절뚝절뚝 돌아갔다.그제야 채림은 얼굴이 홍당무가 된 채 지후의 다리 사이에서 일어섰다.강현은 휠체어를 밀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채임도 얼른 그 뒤를 따랐다. 지금 여기서 무사히 나가려면 지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걸 채림도 알고 있었다.어색한 분위기가 한참 이어지더니 엘리베이터가 겨우 도착했다.지후는 엘리베이터에 올라서 물었다.“결혼신고서를 받았습니까?”“네.”“문제 있던가요?”지후는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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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강자의 연합

“말해요.”지후의 말투에 약간 짜증이 섞여 있었다.“파티가 끝나기 전에 누군가 오경수 회사를 인수했대요. 기존 직원은 그대로 두고 오경수만 쫓아냈다던데, 문 대표님은 혹시 알고 계셨어요?”채림은 넌지시 물으며 지후의 표정을 살폈다.다만 지후의 눈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문 대표님도 아시잖아요. BM 그룹이 지금 향수 사업을 시작하면서 생산 라인 파트너를 찾고 있거든요. 그래서 누가 몰래 오경수 공장을 인수했는지 알고 싶어요.”채림은 다시 지후를 떠봤다.지후는 그제야 눈꺼풀을 들어 올리더니 날카로운 눈으로 채림을 바라봤다.“BM 그룹은 이런 것도 직접 조사하지 못하나 봐요? 난 도와주고 싶어도 그럴만한 힘이 없어요.”“...”채림은 입을 오므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뒤, 다른 주제를 꺼냈다.“문 대표님은 혹시 향수 어떤 브랜드 사용하세요?”지후는 채림을 빤히 바라봤다. 그의 눈에 드리운 짜증은 아까보다 더 심해졌다.하지만 채림은 지후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말했다.“대표님 몸에서 용연향, 복수감 그리고 설송 냄새가 나는데, 향수는 비싸다고 다 좋은 게 아니거든요. 본인한테 어울리는 게 중요해요.”채림의 정확한 분석에 지후는 마침내 흥미가 동했다.“지금 이 향수가 나한테 안 어울린다는 말인가요?”채림은 가타부타 말없이 설명을 이어갔다.“용연향은 고급스럽고 유명해서 가격도 거의 금값에 맞먹어요. 복수감과 함께 사용하면 남자의 정력 향상을 도와주기도 하고요. 그래서 대표님께는 어울리지 않아요.”‘내가 성욕이 넘쳐난다는 건가?’“대표님은 몸이 이러니 정신 안정에 좋고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향이 어울려요. 검은색 바질, 제라늄을 주요 향료로 사용한 향수는 비교적 따뜻한 느낌을 주거든요. 특히 상처 입은 몸과 마음에 효과가 뛰어나요.”채림은 지식을 보급했다.채림이 향을 맡는데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걸 지후는 알고 있다. 지난번 솔로 파티에서 이미 체험했으니까.다만...지후는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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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백사나의 컴백

“어, 둘째 삼촌.”채림은 어색하게 부르고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가운을 여몄다. 외간 남자 앞에서 노출이라도 하면 안 되니까.지후는 손에 든 태블릿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채림을 바라봤다.‘날 둘째 삼촌이라고 부르는 걸 되게 좋아하네? 그래, 마음대로 하라지...’지후와 몇 발자국 떨어진 거리에 있는 여자는 머리가 아직 젖어 있었고, 얼굴은 민낯이었다. 검은 머리칼과 흰 다리가 유난히 눈을 끌었는데, 낮에 화장을 했던 모습보다 훨씬 더 예뻤다. 비록 저를 도둑놈 보듯 경계하고 있었지만...지후는 목울대를 움직더니 결국 얇은 입술을 꾹 다문 채 휠체어를 돌렸다. 그리고 손으로 뭘 했는지 등 뒤에서 휙, 하는 소리가 들렸다.깜짝 놀란 채림이 고래를 돌려 봤더니, 등 뒤에 있던 벽이 문처럼 활짝 열렸다.“이건...”채림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하지만 지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휠체어를 조종하며 문 뒤로 사라졌다. 곧이어 문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다시 사라졌다.채림은 순간 당황한 듯 입을 반쯤 벌린 채 얼어붙었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서둘러 침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옆방을 확인한 뒤, 마침 지나가던 김선주를 붙잡고 물었다.“여기는 뭐 하는 곳이에요?”“사모님, 여긴 서재입니다.”긴선주는 예를 갖춰 대답했다.채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썹을 치켜세웠다. ‘뭐야? 윤재 씨 서재로 갈 거면 서재 정문으로 들어갈 것이지.’침실로 들어가 제 침대에 누운 채림은 이따금씩 아까 그 비밀문이 있던 벽을 바라보며 착잡한 마음으로 고민했다.‘만약 한밤중에 문지후가 저 문을 넘어 나한테 무슨 짓이라도 저지르면 어떡하지?’잠시 망설이던 채림은 끝내 몸을 일으며 무거운 의자 하나를 잡아 끌었다. 그것으로 문이라도 막아 둘 생각이었다.‘그런데 하반신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조심할 필요 있나?’채림은 결국 다시 의자를 원래 자리로 옮기고 침실 문을 걸어 잠갔다. 그때, 지수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채림아, 집에는 안전하게 도착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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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백사나의 계략

채림은 컴퓨터를 켜고 향수 연구개발 기획안을 수정했다. 그러다 얼마나 지났을까? 너무 피곤해 소파에 엎드려 그대로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채림이 깨어나자 김선주가 와서 문 대표님은 아침을 한 뒤 출근하셨다고 보고했다.얼른 세수를 하고 주식시장을 확인한 채림은 새파랗게 변한 드림캐슬 주식 상황을 보더니 만족스럽게 컴퓨터를 닫았다.채림은 이미 이원후와 결혼하지 않을 거라는 소문을 퍼뜨렸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원후는 그걸 상관할 겨를도 없이 능청맞게 달려들어 채림을 어르고 달랬다. 전전긍긍하는 원후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채림은 여유롭게 향수 연구에 몰두했다.BM 그룹에 출근한 채림은 임승철더러 임원 회의를 소집하게 했고, 어젯밤 수정한 기획안에 대해 상의했다.하지만 회의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백성호가 사나와 함께 나타났다.불쌍해 보이려고 일부러 투명 메이크업을 하고 온 사나는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허리 숙여 사과하며 흐느껴 울었다.“오늘 여러분께 사과드리러 왔어요. 제 사생활 때문에 회사에 안 좋은 영향을 끼쳐 정말 죄송합니다.”“본인이 뭐라도 된 줄 아나 보네.”채림의 냉정한 목소리가 사나의 말을 끊었다.“넌 BM 그룹과 아무런 상관도 없어. 그리고, 정말 BM 그룹에 폐 끼치지 않으려면 오늘 같은 자리에 나오면 안 되지.”말을 마친 채림은 지수에게 문자를 보냈다.[소문 퍼뜨려. 백사나가 지금 BM 그룹에 있어.][오케이!]지수는 바로 답장했다.“언니...”한편, 사나는 눈물을 뚝뚝 떨구며 불쌍한 표정으로 채림을 바라봤다.“잘못했어. 내가 정말 미안해. 나를 욕해도 되고 때려도 돼. 난 이미 내가 저지른 짓에 대가를 지불했어. 그러니까 내가 과오를 뉘우치고 새사람이 될 수 있게 기회를 줘. 이러지 마, 응?”“네 말 대로라면 사람을 죽이고 묘지 앞에 가서 사과하면 돼?”채림은 끝까지 사나를 몰아세웠다.그때 백성호가 눈치를 주자 누군가 벌떡 일어나 말했다.“대표님, 사나는 우리가 어릴 때부터 봐온 애라서 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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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모함

“당신들 누구야?”백성호는 사나 앞에 막아서며 딸을 보호하려 했지만, 경호원들에게 팔이 꺾여 꽥꽥 소리 질렀다.“우리는 오 대표님 사람들이야. 당신 딸도 알걸.”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이 험악하게 말했다.“오경수?”백성호와 현장에 있던 BM 그룹 이사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오경수는 최근 BM 그룹 직원들 사이에서 자주 거론되는 화제의 인물이다. 전에 사나가 오경수와 안다는 말은 들은 적 없었는데. 만약 서로 알고 있었다면 그동안 파티 초대장을 얻으려고 그렇게 진땀 뺄 필요도 없었을 거다.다만 상황을 아는 사나만 잔뜩 겁을 먹은 채 백성호 뒤에 숨어들었다.한 경호원이 백성호를 제압하자 뒤에 있던 경호원이 나서서 사나를 문쪽으로 끌고 갔다. 그러더니 회의실 안 이사진들과 회의실 밖에서 구경하는 BM 그룹 직원들을 향해 소리쳤다.“백사나, 이 계집애가 클럽 아가씨인 척 파티장에 숨어들어 오 대표님을 꼬셨어. 나중에는 오 대표님을 공격까지 하고. 아주 천하고 악독한 계집애야. 오 대표님이 이 계집애를 꼭 잡아오라고 했으니,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데려가야겠어!”말을 마친 경호원은 사나를 밖으로 끌고 갔다. 뒤에 있던 누군가가 나서서 막으려 했지만 오경수가 고용한 경호원들은 하나같이 멀대 같고 건장해 좀처럼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백성호가 그들을 뒤쫓아가며 소리쳤다.“당신들 사나한테 무슨 짓 하려고 그래?”“오 대표님이 이 여자더러 10배로 갚으라고 했거든.”백성호는 경호원들에게 막혀 앞으로 가지 못하다가 끝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는 사나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끌려 갔다가 아래층 차 안에 던져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누가 가서 사나 좀 구해주게. 오경수가 어떤 사람인데, 사나가 끌려가면 어떤 꼴을 당할 줄 알고?”백성호는 당황한 나머지 다시 회의실로 돌아가 BM 그룹 임원과 주주들에게 부탁했다.그때 채림이 나서서 느긋하게 설득했다.“셋째 삼촌,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사나가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증거를 잡아야 우리도 가서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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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옷 벗어

채림은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기실에 도착하자마자 자기 피팅룸에 들어갔다. 그녀는 이름이 적힌 드레스와 신발을 들고 안팎을 샅샅이 확인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게다가 옷을 입었는데도 이상한 점은 느껴지지 않아 채림은 결국 드레스를 입은 채로 문을 나섰다.채림이 드레스를 착용한 모습을 직접 확인한 뒤에야, 구석에 있던 두 여자는 비로소 안심한 듯 귓속말을 해댔다.“드레스에 손을 댔다는 거, 설마 그저 어깨끈만 느슨하게 해둔 건 아니지?”“내가 그렇게 저급한 실수를 저지르겠어?”다른 한 여자가 우쭐대며 피식 웃었다.“신발 밑창에 못을 박아뒀어.”“못? 그러면 금방 알아차리지 않을까? 파티장에 도착하기 전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해?”“당연히 단단하게 박아뒀지. 내가 보증하는데 분명 서서히 고통이 느껴질 거야. 춤 출 때쯤이면 못이 밑창을 뚫고 올라올 거고... 백채림이 그때 가서도 저렇게 우쭐댈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여자는 일이 뜻대로 됐다고 좋아했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두 여자의 음흉한 계략을 들은 지후는 눈을 가늘게 접었다. 방금 전 위층에서 보았던 가냘픈 여자의 뒷모습이 떠오르자, 지후의 눈은 어둡게 가라앉았다.“윤재는 도착했어?”지후가 물었다.윤재는 지금까지 MS 그룹을 대표해 파티에 참석하는 것을 늘 꺼려왔다. 그러나 올해는 지후가 특별히 부탁하며 시간을 내어 반드시 참석하라고 당부했다.등 뒤에 있던 강현이 다급히 대답했다.“윤재 도련님은 이미 도착해서 피팅룸에 계십니다.”“가 보지.”“대표님, 국제 금융 협력을 추진하러 가려면, 지금 공항에 가도 시간이 빠듯하지 않을까요?”강현은 의아한 듯 물었다. 대표님이 방금 어르신을 뵙고 오는 바람에 시간이 빠듯해 바로 차를 대기시키라고 했으면서... 왜 또 윤재 도련님까지 만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다시 한번 말할까?”콧소리가 섞인 지후의 목소리는 불쾌함이 역력했다.겁먹은 강현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이윽고 지후를 데리고 윤재를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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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파트너

“그레이스 씨, 백채림 씨는 초대를 받고 온 레이디입니다. 함부로...”스태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식은땀만 흘렸다.“왜? 안돼? 이 여자가 누군데? 전에 본 적도 없는데, 이런 여자 하나 해결 못 해? 해결하지 않으면 난 이대로 돌아갈 거야. 그러면 이번 미스 글로벌 파티도 영혼을 잃는다는 거 알지?”그레이스는 발끈해서 소리쳤다.“...”이제 곧 있으면 파티가 시작할 텐데, 결국 다른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자 스태프들은 채림에게 부탁했다.“백채림 씨, 정말 죄송하지만... 드레스를 바꿔 입어 주시면 안 될까요?”대기실에 걸려 있는 그레이스의 값비싼 베이지색 드레스를 본 채림은 곤란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다 한참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더니 끝내 입을 열었다.“당신들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니까 동의하는 거예요. 안 그러면 절대 이런 요구를 수락하지 않았을 거예요.”“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나 그 옷 꼭 가져야겠으니까 당장 벗어!”그레이스는 또다시 닦달했다. 그때 그녀 옆에 서 있던 집사 레이먼이 슬그머니 그레이스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아가씨, 좀 적게 말하세요. 지금은 저 여자 드레스를 손에 넣는 게 중요하잖아요.”그레이스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듯했으나 레이먼의 말에 마지못해 입을 다물었다.채림과 그레이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난 사실을 스태프들은 몰래 핸드폰에 기록했다. 그러면서 다들 은연중에 눈빛을 교환했다. 모두 초대를 받고 파티에 참석한 분들이지만, 그레이스는 고귀한 출신에 비해 너무 교양 없었다. 고귀한 혈통이라는 게 전혀 믿기지 않을 만큼.오히려 H시를 대표해 파티에 참석한 백채림이 아량이 넓고 이해심이 많았다.채림은 더 이상 논쟁하지 않고 그레이스의 피팅룸에 들어가 문을 쾅 닫아버렸다. 이윽고 입고 있던 드레스와 신발을 벗고 그레이를 위해 준비한 드레스를 입었다. 잠시 뒤, 옷을 갈아입고 나온 채림의 얼굴은 단번에 확 살아났다.주최측이 그레이스를 위해 디자인한 드레스는 화려하고 고급스러웠다. 다만 그레이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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