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시위원들도 채림의 제의에 동의했다.동종 업계 브랜드를 맞추는 건 향수 사업부 담당자에게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더욱이 채림은 향수 성분까지 분석했으니, 변형빈이 아무리 후각이 뛰어나지 않다 하더라도 성분으로 브랜드를 추측할 수 있었다.하지만 변형빈은 망설였다. 그는 우물쭈물하며 제안을 거절했지만, 합당한 이유는 내놓지 못했다.그 순간 협회장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둘 다 향수 사업부 담당자인데, 한 명은 조향에 조예가 깊고, 한 명은 동종 업계 경쟁사 브랜드조차 알아맞히지 못하니, 누가 누구의 기획안을 표절했는지 답은 뻔했다.협회장은 심시위원들과 잠깐 토론하더니 입을 열었다.“오늘 피티는 여기까지 하죠.”심사위원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자 변형빈은 그들 뒤를 급히 쫓아가 변명하려 했다. 하지만 협회장은 그를 무시한 채 경고를 날렸다.“변 대표님, 이번 표절 사건에 관해서는 협회에서 H시에 전담팀을 파견하여 조사할 겁니다. 그때 적극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이윽고 협회장은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 예의 바르게 서 있는 채림을 향해 말했다.“백채림 씨, 오늘 향수 추천해줘서 고마워요. 저녁에 돌아가서 복수감을 따로 추가해 보고, 정말 효과가 좋으면 다시 감사 인사할게요.”“별말씀을요.”채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미소 지었다....협회장과 심사위원들이 떠나자 변형빈은 이를 갈며 채림 앞을 막아섰다.변형빈은 워낙 키가 작아 고개를 한껏 쳐들고 나서야 겨우 채림의 시선과 수평을 이루었다.“백채림, 아까 그 유치한 장난으로 사황을 역전시켰다고 생각하지 마. 누가 끝까지 웃는지는 두고 봐야 아니까!”채림은 침착한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비틀었다.“뭘 한 게 있어야 두고 볼 거 아니에요. 오늘 비행기 시간을 맞춰야 해서 일부러 순서까지 바꾼 거 아니었어요? 나중에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는 거 저한테 들키지나 마세요. 적어도 공항에 가는 성의 정도는 보여줘 봐요.”채림의 빈정거리는 태도에 할 말을 잃은 변형빈은 결국 소매를 휙 털며 떠나
최신 업데이트 : 2024-12-17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