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의 모든 챕터: 챕터 51 - 챕터 60

70 챕터

제51화 실력

변형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눈빛을 흐렸다.채림은 변형빈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임승철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임승철은 얼른 BM 그룹 다른 직원을 안으로 데려왔다. 그 직원 손에는 쟁반 하나가 들려 있었는데, 위에는 다양한 색상의 유리병이 담겨 있었다.“심사위원 여러분, 제가 여기서 즉흥적인 기획안을 보여드리죠.”채림은 말하면서 익숙한 듯 유리병을 꺼내 들었다.“이건 제가 직접 희석한 향료입니다.”채림은 말하면서 유일한 여성 심사위원에게 다가가 말했다.“이 숙녀분이 쓰는 향수에 가장 많이 들어간 향료는 바질입니다. 바질은 열기를 좋아하고 연한 민트향이 나죠. 제가 볼 때 심사위원분은 열정적이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 같네요, 향수도 본인과 닮은 열정적인 향수를 좋아하고요. 라벤더, 오레가노, 레몬 버베나를 섞은 향수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이 향료들을 적절한 비례로 배합하면 상큼하고 은은한 향기가 나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주거든요.”채림은 방금 말한 향료를 담은 유리병을 하나씩 열더니 빨대로 적절히 섞어 여성 심사위원 손 옆에 가져갔다.여성 심사위원은 살짝 의심하면서 조심스럽게 유리병 뚜껑을 열었다. 그 순간 향긋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혀 그녀는 저도 모르게 연거푸 숨을 들이켰다. 곧이어 눈빛이 변하더니 채림을 향해 싱긋 웃었다.“고마워요.”채림은 이번에 다른 두 심사위원 곁으로 다가가 그들이 평소 쓰는 향수 성분을 분석하고 자기가 추천하는 향수를 배합해 건넸다.마지막으로 협회장 앞에 도착했을 때 채림은 약 몇 초간 동작을 멈췄다.협회장은 실제 행동으로 주변 심사위원을 설득한 채림을 진작 다시 봤다. 심지어 흥미가 동했는지 일부러 채림에게 곤란한 질문을 건넸다.“왜요? 저는 분석하지 않을 생각인가요?”협회장은 기대에 찬 얼굴을 한 채 안경알 뒤에 가려진 눈을 반짝였다. 채림은 그런 그를 향해 싱긋 미소 지었다.“협회장님을 맨 마지막에 분석한 건, 오늘 협회장님의 향기가 아주 옅기 때문입니다”협회장은 가타부타 말없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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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변형빈의 패배

심시위원들도 채림의 제의에 동의했다.동종 업계 브랜드를 맞추는 건 향수 사업부 담당자에게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더욱이 채림은 향수 성분까지 분석했으니, 변형빈이 아무리 후각이 뛰어나지 않다 하더라도 성분으로 브랜드를 추측할 수 있었다.하지만 변형빈은 망설였다. 그는 우물쭈물하며 제안을 거절했지만, 합당한 이유는 내놓지 못했다.그 순간 협회장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둘 다 향수 사업부 담당자인데, 한 명은 조향에 조예가 깊고, 한 명은 동종 업계 경쟁사 브랜드조차 알아맞히지 못하니, 누가 누구의 기획안을 표절했는지 답은 뻔했다.협회장은 심시위원들과 잠깐 토론하더니 입을 열었다.“오늘 피티는 여기까지 하죠.”심사위원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자 변형빈은 그들 뒤를 급히 쫓아가 변명하려 했다. 하지만 협회장은 그를 무시한 채 경고를 날렸다.“변 대표님, 이번 표절 사건에 관해서는 협회에서 H시에 전담팀을 파견하여 조사할 겁니다. 그때 적극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이윽고 협회장은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 예의 바르게 서 있는 채림을 향해 말했다.“백채림 씨, 오늘 향수 추천해줘서 고마워요. 저녁에 돌아가서 복수감을 따로 추가해 보고, 정말 효과가 좋으면 다시 감사 인사할게요.”“별말씀을요.”채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미소 지었다....협회장과 심사위원들이 떠나자 변형빈은 이를 갈며 채림 앞을 막아섰다.변형빈은 워낙 키가 작아 고개를 한껏 쳐들고 나서야 겨우 채림의 시선과 수평을 이루었다.“백채림, 아까 그 유치한 장난으로 사황을 역전시켰다고 생각하지 마. 누가 끝까지 웃는지는 두고 봐야 아니까!”채림은 침착한 얼굴로 입꼬리를 살짝 비틀었다.“뭘 한 게 있어야 두고 볼 거 아니에요. 오늘 비행기 시간을 맞춰야 해서 일부러 순서까지 바꾼 거 아니었어요? 나중에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는 거 저한테 들키지나 마세요. 적어도 공항에 가는 성의 정도는 보여줘 봐요.”채림의 빈정거리는 태도에 할 말을 잃은 변형빈은 결국 소매를 휙 털며 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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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백승호의 계략

룸 안에서 백성호는 DL 그룹 회장, 즉 변형빈의 아버지 변민석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BM 그룹과 DL 그룹은 다년간 경쟁사로 지내, 두 가문 사람들이 사적으로 만나는 상황은 극히 드물었다. 거의 기피하다시피 한다는 게 더 맞을지도. 채림은 눈을 깜빡이며 룸 안 상황에 주의를 기울였다.식사가 끝난 뒤, 채림은 회사로 돌아가 기획안 도난 사건의 조사 진행 상황을 물었지만 아직 쓸만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는 답변을 받았다.그런데 입찰 때 협회장이 분명 두 기획안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고 했다. 그렇다는 건 변형빈이 손에 넣은 기획안이 최종본이라는 뜻이다.최종 기획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방금 전 레스토랑 프라이빗 룸에서 본 상황을 떠올린 채림은 눈을 내리깔더니 날카로운 빛을 뿜었다.백성호는 현재 BM 그룹 내에서 거의 밀려나다시피 했고, 손에 들고 있는 BM 그룹 지분도 적어 거의 무시해도 될 정도다. 백성호 부부 성격상 이런 상황에서 분명 퇴로를 만들었을 거다.‘DL 그룹이 그 퇴로인가? DL 그룹이 지금껏 해온 짓을 보면 백성호와 죽이 잘 맞을 것 같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채림은 기획안 도난 사건에 대한 단서에 대충 접근했다.복도를 지나 사무실에 도착한 채림은 임승철 사무실 불이 아직 켜져 있다는 걸 발견했다.채림은 얼른 그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아저씨, 왜 아직도 집에 안 가세요?”“아가씨도 아직 안 가셨는데, 제가 어떻게 먼저 가겠습니까? 게다가 회사 기밀까지 누출 된 마당에...”임승철은 자책했다.“아저씨도 이제 나이 드셨는데, 저 같은 젊은이와 어떻게 비교해요?”채림은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농담조로 말했다. 그러다가 임승철 책상 위에 놓인 약재 구매 목록을 발견하고는 눈을 가늘게 접었다.“아저씨, 최근 우리가 사용하는 약품과 의료 장비 구매 루트가 모두 CS 바이오예요?”“네.”임승철은 문서를 건넸다.“회장님 지시대로 진행 중입니다. 아직 적당한 제약 공장을 찾지 못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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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현장 지원

“만약 백승호가 DL 그룹과 손을 잡고 BM 그룹을 무너뜨리려고 했다면, 분명 후속 계획이 남아 있을 거예요. 문제 있는 약품이 그쪽에 도착하면 그쪽에서도 아마 다음 계획을 진행할 거예요.”사건의 전말을 일일이 짚어보던 채림은 점점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제가 당장 권경민 씨한테 전화해서 도착하자마자 약품부터 확인하라고 할게요. 만약 모든 게 사실이라면, 문제 있는 약품을 보내달라고 하고요.”임승철이 말했다.채림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의료팀 버스가 빨리 도착하지는 못할 거예요. 우리를 모함하려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기회를 줄지 모르겠네요. 아저씨, 얼른 캡토프릴과 니페디핀을 챙겨요. 제가 직접 가져갈 거예요.”임승철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유능한 직원 몇 명 추릴 테니 함께 가세요.”“네.”임승철이 이 업계에서 반평생을 일하면서 사귄 인맥은 결단코 적지 않다. 물론 단기간에 두 가지 약품을 모으는 게 어렵긴 했지만, 그는 빠른 시간 내에 사로운 루트를 찾았다.채림은 집에 돌아가지 않고 곧장 회사에 돌아가 준비를 마치고는 이내 서북 산지 마을로 출발했다.임승철은 채림을 떠나보내면서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신신당부했다.“아가씨, DL 그룹 쪽에서 미리 계획했을지도 모르고, 간다고 해도 소용없을 수도 있고 또 위험할 수도 있는데...”“걱정 마세요.”채림은 재빨리 가방을 메고 말했다.“저한테 다 방법이 있어요. 아버지가 예전에 마침 그 옆 마을 사람들을 도와줬었거든요. 그 마을 이장님이 저를 알고 있으니 가는 길에 도움을 청하려고요.”“그것 참 잘됐네요.”임승철은 채림의 차를 끝까지 배웅했다. 자신만만한 채림의 모습에 그는 감개무량하여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동안 어려운 일을 겪더니 더 성숙해진 것 같네. 강단 있고 비상한 모습에서 백 회장님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차는 시내를 벗어나 어느새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그날 밤 채림은 몇 번이나 졸다가 잠에서 깨느라 백안에 넣어두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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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어떻게 휠체어를 안 타고 있지?

차가 마을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왔다.그 소란은 기쁨이 아닌 분노였다.“BM 그룹은 사기꾼이에요!”“저 사람들이 우리한테 처방한 약은 가짜약이에요! 의료진이 갖고 온 것도 모두 유통기한이 지난 약이고요. 제가 다 들었어요!”몇몇 사람들은 고함 지르며 사람들을 선동했고, 맨 처음 줄 서서 치료를 받은 뒤 뒤에 앉아 수다를 떨던 현지 주민이 잔뜩 화가 난 듯 소리쳤다.“철수야, 그게 정말이야?”누군가 묻자 분란을 조성하던 젊은 남자가 확신에 찬 듯 말했다.“내가 왜 거짓말하겠어요? 나도 팔이 안으로 굽는 사람이에요. 저 사람들이 가져온 약은 유통기한이 지난 거라, 사용하면 사람이 죽어요!”현장은 순식간에 소란이 일었다.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남녀노소가 모두 참지 못하고 일어섰다.“돈 많다고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을 속이러 왔나 보네!”“도시에서 대기업 운영하는 양반들이 무슨 일로 자선한답시고 여기까지 왔나 했더니, 사진 몇 장 찍으려는 속셈이었군. 우리는 그저 이 작자들에게 이용당하는 장식품일 뿐이고!”“이게 어디 장식품으로 끝날 일이에요? 속이 시커메서 사람 죽이려고 드는데! 당장 이 의료팀부터 다 때려 부수고 들어가서 정말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을 가져왔는지 한번 봅시다!”“맞아. 만약 정말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이면 한 놈도 여기서 빠져나갈 생각하지 마! 내 당장 경찰에 신고해서 네놈들 콩밥 먹일 테니까!”현지 주민들은 나무 탁자와 의자를 마구 휘두르며 의료진이 설치한 텐트와 기계를 모두 박살 냈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권경민과 송현호, 그리고 그들과 함께 온 다른 의사와 간호사들은 도저히 당해낼 수 없어, 결국 창고로 돌진하는 사람들의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채림은 끼익,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차를 세우고는 재빨리 박으로 뛰쳐나갔다. 이윽고 경민 곁에 다가가 그들과 함께 소리치며 주민들을 설득했다.“여러분, 우선 진정하세요. 아무리 창고로 들어가 약품을 확인하고 싶다 해도 질서정연하게 움직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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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질투

경민은 채림을 따라 창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때 창고 앞에 서 있던 주민이 고개를 숙이며 사람들에게 말했다.“아니요. 모두 자세히 확인했는데,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은 없었어요.”“없었다고? 하나도?”“네, 하나도.”창고에서 나온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여전히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창고로 뛰어들어가 확인했다. 물론 현지 주민들 중 문화 수준이 높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지만, 유통기한을 확인하는 건 그들에게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이 약품들은 모두 최근에 생산된 거라 유통기한이 지나려면 아직 멀었다.“이제 다들 안심하셨죠?”채림과 경민은 사람들을 지나 커다란 바위 위에 우뚝 섰다.“제가 약속드리죠. BM 그룹 의료팀은 설립 초기부터 어질고 착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치료하고 살리자는 취지를 고수해 왔습니다. BM 그룹은 영원히 이 취지를 어기지 않을 겁니다.”채림의 또랑또랑한 목소리에 소란스러움은 점차 가라앉았다.“다들 진정하고 생각해 보세요. 만약 여러분 말씀대로 BM 그룹이 정말 자선쇼를 벌이려던 거라면 결과를 누구보다 중요시하지 않았을까요? 의료사고가 나면 공들여 준비한 자선쇼를 망치는 건데, 그건 쇼를 하는 의도를 망치는 행위 아닌가요?”채림의 말에 사람들은 점차 진정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확실이 맞는 말이었다.“다들 제 말 들어보세요.”그때, 맨 뒤편에 서 있던 주민들은 명망 있는 옆 마을 이장도 이곳에 와있다는 걸 발견했다.이춘덕은 채림의 옆에 서서 소개했다.“이분이 백 회장님 따님이세요. 우리 마을이 이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게 모두 백 회장님이 후원해준 덕분이라는 건, 다들 아시죠?”“백 회장님이 어떤 분이셨는지는 제가 잘 압니다. 그분은 임종 직전까지 부하직원들에게 우리 마을데 대한 후원을 끊으면 안 된다고 당부하셨습니다. 심지어는 BM 그룹이 망하는 한이 있어도 후원은 아끼지 말라고 하셨습니다.”“그런 분이 일궈 세운 기업이 어떻게 양심도 없이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을 사용하겠습니까? 모두 오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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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어떻게 자지?

채림이 차에 올라타는 동시에 강현은 차에서 내렸다. 결국 차에는 채림과 강현만 남겨 되었다.“문 대표님...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채림은 이토록 황량하고 외진 산지에서 지후를 만난 게 너무 이상했다.채림이 약간 멍해 있을 때 지후가 입을 열었다.“집에 온다더니 왜 안 왔어요?”“네?”채림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것 때문에 왔다고? 고작 그런 이유로?’“저는 무슨 일로 찾으셨어요?”채림은 잠시 고민하다가 물었다.“특별한 일은 없고요, 마침 후원하던 지역에 시찰을 나왔다가 채림 씨도 여기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들렀어요.”지후는 눈을 내리깔며 채림의 눈을 피했다.“아.”채림은 나른하게 겹쳐진 지후의 두 다리를 멍하니 보더니 입을 오므리고 한참을 망설였다.“할 말 있으면 해요.”지후가 귀찮은 듯 말을 툭 내뱉었다.“다리가...”“가문에 유필규 선생 같은 명의가 있는데, 내 다리 하나 못 고쳤을까 봐요?”지후는 차갑게 되물었다.“그리고 다 알면서 뭘 물어요?”‘알면서 묻는다고? 뭔 말이지?’하지만 유필규 선생님의 의술이 뛰어나다는 건 백 번 동의했다.“그럼 전에는 왜 계속 휠체어에 앉아 다녔어요?”채림이 다시 물었다.“전에 확실히 다쳤었는데 나중에 완치되었요. 최근 몇 년 동안 외부에 비밀로 한 건, MS 그룹의 전략이었고요.”지후는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그의 말투는 매우 진지했다.채림은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MS 그룹이 세계로 몸집이 뻗으면서 적수도 점차 많아졌을 거다. 그런데 만약 지후가 장애인이라면 약한 척하면서 다른 세력을 잡아먹기 쉬워진다. 이 도리는 채림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는 왜 숨기지 않으세요?”채림은 여전히 궁금했다.지후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깊은 눈동자로 채림을 바라봤다.채림은 왠지 모르게 그 눈빛을 피하고 싶었다. 그도 그럴 게, 지후의 눈을 보고 있으면 뭐라도 잘못한 것처럼 가슴이 쿡쿡 찔렸으니까.‘아까 그 눈빛은 뭐지? 설마... 나 때문이라는 건가?’채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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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상처

“피곤하면 먼저 자요.”지후는 채림의 눈빛을 읽은 듯 모처럼 스윗하게 배려했다.“산지라 저녁에 위험할 거예요. 저기 저 경호원들이 둘둘씩 교대하며 지킬 거예요.”그 말인 즉, 사나와 지후가 각각 텐트 하나씩 차지하고 나머지 넷은 둘둘씩 번갈아 가며 휴식할 거란 말이었다.지후의 말을 이해한 채림은 그제야 바짝 긴장했던 정신을 살짝 풀었다.“전 아직 피곤하지 않아요. 우선 모닥불 좀 쬘게요.”모닥불은 활활 타올랐다. MS 그룹 경호원은 역시 괜히 뽑힌 게 아니었다. 그 짧은 사이에 어디서 이렇게 불이 잘 붙는 재료를 찾았는지. 산에 올라오기 전부터 미리 준비했을지도 몰랐다.지후는 모닥불 옆에 앉아 있었다. 채림은 원래 그의 맞은편에 앉으려고 했으나 바람 방향 때문에 아예 앉아 있을 수 없어, 마지 못해 지후의 옆에 있는 돌멩이 위에 앉았다.“씁.”다리를 구부리고 앉던 채림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지후는 곁눈질로 채림의 다리를 보더니 덤덤하게 물었다.“아까 다친 거예요?”“괜찮은 것 같아요.”채림이 대답했다.지후는 입을 오므리더니 귀찮은 듯 채림에게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 채림의 바지를 걷어 올렸더니 흰 종아리는 이미 빨간 피로 물들어 있었다.지후의 손은 미세하게 떨렸고, 어두운 눈에는 안쓰러움이 잠깐 머물렀다 이내 스쳐지나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평소의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왔다.“바보예요? 문제 해결한답시고 바로 앞뒤 가리지 않고 마구 뛰어들어요? 그러다 무슨 일이라도 나서 돌아가지 못하면 어쩌려고요?”“...”채림이 대답하기도 전에 지후는 경호원더러 의료 상자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이윽고 그 안에서 요오드와 면봉을 꺼내 채림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순간 분위가는 약간 어색해졌다.그렇게 훤칠하던 남자가 평소의 위엄과 카리스마를 내려 놓은 채 제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갑작스러운 다정함에 채림은 서둘러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고 애를 썼다.“별거 아니에요.”그러다가 방금 전 저를 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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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안전감

무심코 두 손으로 제 가슴을 감싼 채림은 놀란 눈으로 텐트 안으로 들어오는 지후를 바라봤다.“얼른 나와요. 근처 산지가 불안정해서 위험해요.”지후의 말에 채림은 잠시 숨을 돌렸다. 그러고 나서 황급히 지후를 따라 텐트 밖으로 나왔다. 알고 보니 방금 전 산이 흔들린 건 산사태의 징조였다.“대표님, 길이 막혀 여전히 차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걸어가야 합니다.”강현이 다급히 달려와 난처한 표정으로 보고를 올렸다. 그러면서도 틈틈이 채림의 안색을 살폈다. 지후 역시 아무 말 없이 채림을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었다.“상처는 괜찮아요?”“네.”채림은 단호하게 대답했다.강현은 약간 망설이는 지후를 흘긋거리더니 앞으로 나섰다.“사모님, 저희가 사모님을 들고 갈게요.”채림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절대 그렇게 약한 사람이 아니다.“어제 상처 치료 안 했을 때도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소독하고 붕대를 감은 상태예요.”채림은 말하면서 재빨리 제 가방을 정리했다.“뭘 꾸물거려요? 얼른 가요”말을 마친 채림은 백팩을 등에 멨다. 하지만 몇 걸음이나 걸었을까? 갑자기 등이 가벼워져서 확인했더니 커다란 손 하나가 가방을 빼앗어 들었다.“이리 줘요.”지후는 채림의 가방을 제 등에 메고 빠른 걸음으로 앞장섰다. 그 순간 채림의 마음에 일순 따뜻한 물결이 일렁였다.지후가 서 있는 걸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렇게 보니, 지후의 몸매는 윤재 못지 않았다. 윤재는 인기 남자 연예인들 중에서도 몸매가 가장 뛰어난 축에 속하는데, 지후의 몸매는 오히려 그보다도 더 매력 있었다.“내가 밟았던 곳을 밟아요.”앞에서 걷던 지후는 고개를 살짝 돌리며 당부했다.“똑바로 밟아요.”“어... 네.”채림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지후의 뒤를 바싹 따라 가다 보니 처음으로 그에게서 침착함과 성숙함이 느껴졌다. 어떤 일에 직면하든 여유롭게 대처하는 모습은 그녀가 느꼈던 것처럼 MS 그룹 수많은 직원들에게도 안전감을 가져다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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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납치

남자들은 매우 평범하고 소박하며 사람냄새가 났다. 그 때문에 나른하게 누워 있는 여자와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채림은 속으로 상대의 신분을 짐작하더니 아무 내색도 없이 넌지시 물었다.“혹시 산계 마을 주민이세요?”남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는 댁들은 누구죠?”채림은 저와 일행의 신분을 대충 얘기하고, 자기 아버지가 산계 마을을 후원해 주던 백 회장이라고 덧붙였다.그제야 남자들은 채림에 대한 경계를 풀었고 말투도 누그러들었다.“은인의 따님이셨군요. 어쩐지 친절하시다 했네요. 저희는 도시에 일 보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폭우를 만나고 차 바퀴도 터져 하루를 꼬박 걸어왔어요. 먹지도 마시지도 못해 힘들던 찰나에 마침 여러분을 만난 거예요. 안 그랬으면 집에 도착할 때까지 버티지 못했을 거예요.”채림은 맞장구쳤다.“저희도 어젯밤 폭우 때문에 산에 갇혔어요. 옆마을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길도 막히고 걷기도 힘들어 저희도 고민중이었어요.”“아니면 먼저 우리 마을에 가는 건 어때요? 며칠 지나면 날도 개일 거고 길도 뚫릴 거예요. 그때 가도 늦지 않을 거예요.”세 남자가 열정적으로 초대했다.채림은 잠깐 고민하다가 뒤돌아 지후를 찾았다.“둘째 삼촌, 저분들 말도 일리가 있다고 봐요. 여기 산계 마을과 더 가꾸우니 우선 거기서 지내다가 날이 개이면 다시 출발하는 게 어때요?”지후는 차라운 눈빛을 보냈다.“또 영웅놀이 할 생각이에요? 여긴 H시가 아니에요.”채림은 지후의 숨은 뜻을 알아챘다. 이 낯선 곳에서 아무 준비도 없이 마음만 앞세워 행동하면 안 된다.“걱정하지 마세요. 저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에요.”채림은 지후를 향해 눈을 깜빡였다.“둘째 삼촌도 있는데, 두려울 거 뭐 있어요?”“...”지후는 입안에서 할 말이 맴돌았지만, 채림이 눈을 깜빡이는 모습을 본 순간 다시 목구멍으로 내려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채림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더니 뒤돌아 세 남자에게 말했다.“그러면 길 안내 부탁드릴게요.”세 남자는 채림을 거의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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