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Chapter 41 - Chapter 50

70 Chapters

제41화 댄스 배틀

그때, 사회자가 갑자기 뭔가를 발견한 듯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어머, 윤재 도련님께서 도착하셨네요. 미스 글로벌 파티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파티장 입구로 향했다. 그곳에는 훤칠한 남자가 서 있었다. 쩍 벌어진 어깨와 좁은 골반, 멀리서도 느껴지는 강렬한 카리스마. 맞춤 제작한 고급 정장은 남자의 몸에 딱 맞아 완벽한 슈트 핏을 자랑했다.MS 그룹을 일궈 세운 문씨 가문은 국제적으로도 손꼽히는 재벌가다. 게다가 ‘대비마마’로 통하는 문씨 가문 어르신 강숙자는 더욱이 미스 글루벌 파티 주최자이자 정신적 지주다. 다만 문씨 가문은 지금껏 파티에 얼굴을 비춘 적이 없는데, 윤재가 직접 왔으니 뭇여성들에게는 서프라이즈나 다름없었다.파티에 참석한 여성들 사이에 작은 소란이 일었다. 심지어 이미 파트너를 선택한 여성들마저 제 파트너를 따돌리고 윤재에게 말을 걸었다.하지만 윤재는 자기에게 다가오는 여자들을 뒤로 하고 채림에게 걸어갔다. 이윽고 손을 내밀더니 매너 있게 허리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백채림 씨, 저와 춤 한 곡 추실래요?”“와!”현장에 함성이 터져 나왔다. 사람들은 적잖이 충격에 빠졌다. 윤재가 곤경에 처한 채림을 도와줄 줄은 아무도 몰랐다. 다만 MS 그룹은 H시에 세워져 점점 몸집을 키웠으니 어느 정도 이해는 됐다. 게다가 국제적으로 윌리엄 가문에 대적할 수 있는 가문은 문씨 가문밖에 없다.하지만 채림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면서도 망설였다.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은 허공에 멈춰 있는 윤재의 손을 바라봤다. 그들도 윤재와 함께 채림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사실 채림도 공공장소에서 윤재를 난처하게 하려는 건 아니었다. 그저 오늘의 윤재는 평소의 윤재 같지 않았다.물론 옷차림, 머리 스타일, 걸음걸이까지 모두 변함없었지만, 남자의 눈매나 눈빛, 그리고 표정까지 오히려 제 집에 들어와 살고 있는 윤재의 둘째 삼촌을 연상케 했다. 비록 문지후가 장애인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말이다.“응?”윤재는 고개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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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걱정돼서 긴장했나?

“스읍.”채림은 숨을 들이켜더니 신음했다. 이윽고 왼발에 힘이 빠진 것처럼 비틀거리더니 스텝이 꼬이면서 파트너 리듬을 따라가지도 못했다.채림은 계속 연기하면서 수상하던 두 웨이터를 몰래 눈여겨봤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두 사람의 얼굴에 희색이 번졌다. ‘역시 내 생각이 맞나 보네.’채림은 제 생각에 빠져 춤을 리드하던 남자의 미간이 깊이 파였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남자는 팔에 힘을 주며 채림을 지탱해줬지만 채림은 점점 왼발에서 힘을 뺐고, 히터를 크게 틀지도 않았는데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남자는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제 스텝을 따라오려고 애쓰는 여자를 보며 눈이 어두워졌다.아까까지만 해도 턴을 돌 때 속도를 높이려고 하던 남자는 애써 미소를 유지하는 여자를 빤히 바라봤다. 입꼬리를 말아 올린 채림은 절벽에서 피어난 한 떨기 아름다운 꽃 같아, 보는 사람의 심장도 따라서 떨렸다.또 한 번 음악에 맞춰 턴을 돈 남자는 목울대가 심하게 떨리더니 채림의 손을 놓고 그녀를 들어 안았다.“뭐 하는 거예요?”채림은 깜짝 놀랐다.‘이 사람이 미쳤나? 이렇게 많은 카메라가 찍고 있는데!’남자는 채림이 뭔 생각을 하는지 아는 듯 말했다.“매스컴의 주목을 받는 게 목적 아니었어요? 이제 걱정할 것도 없겠네요.”“...”채림은 속으로 아우성쳤다. 그녀가 메스컴의 주목을 받길 원하는 건 마지만 절대 이런 방식은 아니었다.하지만 이 상황에서 발버둥치면 오히려 관심만 더 쏠릴 걸 알았기에, 채림은 몸을 돌돌 만 채 남자의 품에 숨어 들었다.남자는 빠른 걸음으로 댄스 플로어를 나왔는데도 여전히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내 VIP 통로를 지나 대기실로 향했다.“나를 어디로 데려갈 생각이에요?”채림은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하지만 남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대기실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의료진이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는 채림을 의자에 내려놓은 뒤 명령했다.“상처부터 확인해요.”의료진은 얼른 채림의 하이힐을 벗겼다. 하지만 채림의 발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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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지목

“파티장에 영 수상한 웨이터들이 있어요. 몰래 그 사람들 좀 따라가줘요. 그러면 뜻밖의 수확이 있을 수도 있거든요.”“내가 왜 당신을 도와줘야죠?”윤재가 되물었다.살짝 치켜올린 눈썹과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을 보며 채림은 욕지거리를 내뱉을까 하다가 결국 참았다.“문씨 가문과 윌리엄 가문은 최근 몇 년 동안 동지이자 적으로 지내왔지만, 윤재 씨 둘째 삼촌은 두 가문의 협력을 원해요. 만약 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오늘 밤 문씨 가문은 윌리엄 가문과 척을 질 수 있어요. 나를 도와주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만회할 수도 있는데, 수지 맞는 거래 아닌가요?”지척에 있던 남자는 눈을 움츠리더니 홱 뒤돌아섰다. 그 순간 누군가 다가왔고, 남자는 채림의 말대로 상대에게 분부했다.채림은 만족스러운 듯 일어서더니 남자의 팔짱을 꼈다.“이제 돌아가서 계속하죠.”두 사람이 파티장에 돌아왔을 때, 연주는 이미 끝이 났다.그레이스는 우쭐거리는 얼굴로 제 파트너의 팔짱을 낀 채 사회자가 파티의 퀸을 공표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비틀거리며 비명을 지르더니 바닥에 넘어졌다.그레이스의 파트너는 깜짝 놀라 얼른 설명했다.“아니에요. 제가 아니에요. 전 건드리지도 않았어요. 그레이스 씨가 왜 갑자기 이러는지도 몰라요!”그때 레이먼이 재빨리 달려와 그레이스를 보호했다.그레이스는 눈물을 글썽이며 신발을 벗었고, 그제야 신발 바닥을 뚫고 나온 못에 발바닥이 찔렸다는 걸 알아챘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아가씨 신발에 왜 못이 있어요?”레이먼은 파티장 스태프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스태프는 잔뜩 긴장해서 얼른 대답했다.“혹시 그레이스 씨 드레스와 신발을 만졌던 사람이 있었나요? 잘 생각해 보세요.”“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이런 일도 제대로 못해? 우리 아빠가 절대 너희들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그레이스는 물어보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악을 쓰며 경고를 날렸다.그때 파티 주최측 책임자 카벨이 헐레벌떡 달려와 명령했다.“당장 CCTV 돌려 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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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나 찾았어요?

이번에 윌리엄 공작의 투자를 받아내려고 카벨은 온갖 아양을 떨며 윌리엄에게 부탁했다. 그러던 끝에 윌리엄 공작은 겨우 투자를 해주겠다고 수락했다. 그러면서 내 건 조건은 바로 자기 딸을 잘 부탁한다는 거였다.까다롭기로 유명한 그레이스 비위를 맞추려고 카벨은 그레이스의 드레스에 얼마나 많은 돈과 신경을 퍼부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결국 질투심 넘치는 여자 때문에 모든 게 물거품이 되게 생겼다.“잘 들어요. 만약 그레이스 씨의 용서를 받지 못하면 우리는 당신을 경찰에 신고할 뿐만 아니라, H시에 이 사실을 통보해 당신과 당신 가족이 더 이상 H시에 발붙이고 살지 못하게 할 거예요!”카벨은 큰 소리로 위협했다.“백채림 씨, 지금 당장 그레이스 아가씨께 사과하세요.”“다 혼냈어요?”채림은 처음부터 끝까지 격식에 맞게 행동하다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맞아요. 그레이스 씨가 입은 드레스는 제 거고, 신발도 제 거예요. 하지만 그건 그레이스 씨가 스태프를 협박해 제 옷을 벗기게 하고 빼앗아 간 거지, 제가 계획하고 바꿔치기한 게 아니에요. 증거로 쓸만한 CCTV 자료도 있으니, 원한다면 보여드리죠.”그레이스는 그 말에 바로 반격하려 했다. 하지만 라이먼이 그녀의 귀에 대고 절대 대중들 앞에서 사나운 모습을 보여 여론을 안 좋은 쪽으로 끌고 가면 안 된다고 했다.결국 그레이스는 화를 삼키며 말투를 누그러뜨렸다.“그래. 내가 당신 드레스와 바꿔입었어. 그런데 못이 당신 신발에 있던 건 맞잖아.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그레이스 씨의 대기실 CCTV는 이미 확인했으니, 제 대기실 CCTV도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채림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 말을 듣는 순간, 군중 속에 숨어 있던 나영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사실 그녀는 백채림의 신분이면 아무리 발이 찔려도 주최측에서 절대 CCTV를 확인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그런데, 발이 찔린 사람이 그레이스가 되면서 모든 일이 틀어졌다.캐벨은 업무 능률은 매우 뛰어났다. 그는 신속하게 부하직원에게 영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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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개표

모든 게스트가 파티홀에서 댄스 배틀을 즐기고 있을 때, 옷을 빼앗긴 윤재는 홀로 대기실에 앉아 초라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강현이 겨우 옷을 들고 나타났고, 채림이 내렸던 임무를 윤재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대표님께서 절대 방금 전 일 얘기하지 말라고 하십니다.”둘째 삼촌이 자기 와이프랑 춤 추고 싶어도 사람들 앞에서 장애인인 척 연기해야 하기에, 윤재는 절대 방금 전 일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연미복으로 갈아입은 윤재는 나비 넥타이를 정리하고는 채림 곁으로 달려가 그녀를 도왔다.“원하는 사람은 내가 이미 통제하고 있어요.”채림은 싱긋 웃으며 사람들 쪽으로 몸을 돌렸다.“증거가 없다고 누가 그래?”윤재가 손짓하자 누군가 남자 종업원을 데리고 들어왔다. 그 남자를 본 순간 나영의 얼굴은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때 윤재의 부하가 사람들에게 말했다.“저희가 이 사람을 잡을 때, 이 사람은 CCTV 영상을 삭제하려고 했습니다.”말을 마친 남자는 뒤돌아 물었다.“왜 영상을 지으려고 했지? 누가 지시했어?”남자 종업원은 주눅이 든 채 목을 한껏 움츠리고 몸부림 치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땀범벅이 된 나영을 바라봤다.채림은 그 기회를 틈 타 얼른 물었다.“한나영이 시킨 거예요?”“백채림, 사람한테 누명 씌우고 싶어 미쳤구나?”나영은 마음이 급해 끝까지 잡아뗐다.남자 종업원은 이를 악문 채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영은 더 인정할 수 없었다. 채림은 돌아가는 상황을 살피더니 눈을 가늘게 접고는 남자 종업원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뭔가를 속삭였다.그러자 그 남자는 곧바로 고개를 들고 채림을 바라봤다. 채림은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침착하게 말했다.“난 그쪽한테 그런 일을 시킨 사람의 이름이 알고 싶어요.”“한나영이에요! 한나영이 시켰어요!”남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손을 들어 나영을 가리켰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나영은 너무 당황해 언성을 높였다.“백채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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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글로벌 퀸

여태껏 그레이스는 늘 재벌가 자녀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우세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200명의 남성이 두 라운드의 투표를 한 끝에 그레이스는 고작 39표만 차지했다. 나머지 여성은 대부분 한 표도 얻지 못하거나 한 자릿수를 넘기지 못했다.그리고 채림은 61표라는 압도적인 표수로 우승을 따냈다.“저 백채림이라는 여자가 참 대단하네요! 미스 글로벌 파티에서 그레이스 아가씨를 꺾은 사람은 백채림이 처음이네요.”“그런데 아까 춘 춤은 정말 예쁘지 않았어요? 내가 물론 전공자는 아니지만, 보는 내내 눈과 마음이 즐거웠어요.”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자 그레이스는 화가 나서 손을 뿌리치고 나가버리려 했지만, 레이먼이 이내 그를 달랬다.“아가씨, 아직 떠나시긴 일러요. 저에게 상황을 역전시킬 방법이 있어요.”“결과가 나온 마당에 어떻게 역전시켜?”그레이스는 눈을 부라렸다.“아가씨, 우선 침착하세요.”레이먼은 음흉한 미소를 짓더니 사회자와 귓속말을 했다. 그러자 사회자는 얼른 그의 뜻을 알아채고 다시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현장에 계신 남성분들 외에, 파티 주최측에도 한 사람당 10표씩 투표권이 주어지니 응원하는 레이디께 투표해주세요. 주최측 표도 최종 결과에 반영됩니다.”“뭐?”주위에서 갑자기 소란이 일었다.이게 대체 뭐란 말인가?하지만 모든 룰은 주최측에서 결정하는 거라 이런 암묵적인 룰 변경에 그 누구도 뭐라 하지 못했다.오늘 파티에 참석한 주최측 인원은 도합 3명이었는데, 카벨의 선동 하에 30표 모두 그레이스에게 몰렸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역시나 대비마마가 물러나고 카벨이 파티를 주최하기 시작해서부터 미스 글로벌 파티는 윌리엄 가문의 환심을 사기 위한 수단이 되었다.다른 가문 자녀들은 그저 들러리에 불과했고, 모든 영광과 이익은 결국 윌리엄 가문이 독차지했으니 말이다.모두 속으로 이 부당함을 비방했지만 감히 나서서 윌리엄 가문의 미움을 살 사람은 없었기에 다들 위선적인 박수갈채를 보냈다. 띄엄띄엄 들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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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남편을 이렇게 보고 싶어할까?

강숙자는 부끄러워하는 채림을 보며 속으로 웃었다. ‘역시 신혼부부라 그런지 헤어진 지 얼마 안 돼서 또 보고 싶나 보네. 사이가 참 좋네.’“점심때 왔다 갔지.”강숙자는 얼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러자 채림은 기대에 찬 얼굴로 다음 문장을 기대했다.“그런데 너무 바빠서 점심에 나한테 인사만 잠깐 하고 D국으로 넘어가서 파티에는 참석하지 못했어.”“그래요?”채림은 살짝 처진 목소리로 대답했다.‘내가 너무 예민했나 보네.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안고 가 치료하던 사람이 문지후 씨일 리가 없잖아.’그때 강숙자가 참지 못하고 채림의 손을 맞잡았다.“네가 귀국하면 지후도 아마 귀국했을 거야. 그때면 다시 만날 수 있어.”“아...”채림은 머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왜 그래, 아가야?”강숙자는 걱정스레 물었다.“아니에요...”채림은 가볍게 대답했다.“그냥 윤재 씨와 둘째 삼촌이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하하하.”‘우리 손주며느리가 윤재를 보니 지후가 더 보고 싶나 보네.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남편을 이렇게 보고 싶어할까? 정말 귀엽다니까.’한편, 그레이스는 절뚝거리며 무대에서 내려오더니 불만 가득한 얼굴로 중얼거렸다.“문씨 어르신과 문윤재가 어쩜 다 백채림을 도와주는 거지? 분명 일부러 나를 적대시하고 우리 가문을 적대시하는 게 틀림없어!”“아가씨...”라이먼은 서둘러 그레이스를 제지했다.물론 윌리엄 가문과 문씨 가문이 경쟁 관계이긴 하나, 겉보기에는 항상 서로 예를 갖추며 공개적으로 사이가 틀어진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그때 강숙자가 시선을 건네 오자 그레이스와 라이먼은 얼른 강숙자의 체면을 살려주었다.“윤재 도련님과 백채림 씨한테 정말 감사드립니다. 두 분이 악한 사람을 통제해준 덕에 우리 아가씨가 억울하게 다치는 일은 면했습니다.”카벨 역시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백채림 씨, 그레이스 씨, 정말 죄송합니다. 오늘 일을 꼭 교훈 삼겠습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은 모두 처벌했으니 앞으로 다시는 이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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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유부녀

“채림아, 나 용서해주면 안 돼? 내가 잘못했어.”원후는 바닥에 무릎 꿇은 채 눈물을 흘렸다. 그는 채림의 치맛자락을 잡으려 했지만 채림은 역겨운 듯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원후는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채림아, 너 설마 내가 무서워?”“뭐라고?”채림은 냉소를 짓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버러지 같은 놈이 무서울 거 뭐가 있어? 더럽다면 모를까. 난 그저 더러운 게 몸에 닿는 게 싫을 뿐이야.”원후는 분노를 참으며 채림의 다리를 바라봤다.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그는 채림의 다리가 나았다는 걸 믿지 못했을 거다. 활짝 핀 얼굴로 제 앞에 서 있는 채림의 모습은 너무나도 고귀하고 아름다웠다. 그런데, 예전에는 왜 그걸 몰랐을까?“채림아, 너 다리 다 나았네? 내가 다 기쁘다.”원후는 마치 화난 듯 성을 냈다.“백사나 그 악독한 여자만 아니었다면, 네 다리가 그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그 말은 내 다리를 그렇게 만든 게 백사나 혼자만의 계획이었다는 거야? 넌 몰랐어?”채림의 말투는 경멸이 가득했다.“그럼 백사나와 붙어먹었으면서 상대가 임신한 줄도 몰랐어?”“그건...”원후의 눈에 핏발이 가득했다. 그는 눈앞의 백채림이 변한 것 같았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너를 떠난 뒤로 나 매일 밥도 안 넘어가고 잠도 제대로 못 자. 나 정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밥도 안 넘어가고 잠도 못 잔다고? 그건 드림캐슬 이사회가 너를 받아주지 않아서 그런 거 아니야? 네 이미지가 나락 가서 보는 사람마다 손가락질해대서 아니야?”채림은 모든 걸 꿰뚫어보고 반박했다.무릎 꿇고 있던 이원후는 고개를 들어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채림이 먼저 손을 들며 제지했다.“꺼져. 옷이 아깝다.”말을 마친 채림은 뒤에 있던 경비원을 불렀다.“끌어내요.”원후는 얼른 일어나 채림을 뒤쫓아 가더니 그의 손을 낚아챘다. 그 순간 채림은 구역질이 나 있는 힘껏 발버둥쳤다. 두 사람이 한창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뒤에서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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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기대할게요

채림음 입술을 오므렸다. ‘내가 물론 결혼한 유부녀인 건 맞다만, 윤재 씨도 아직 귀국하지 않은 거 아닌가?’채림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예의를 차려 대답했다.“제가 요즘 바빠서 정말 못 들어가요. 그러니까 집에 편히 계세요.”‘내 집인데 당연히 편이 있지. 그런데 이 여자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지후는 미간을 찌푸렸다.[매일 이렇게 야근해요? 본인 건강은 생각도 안 해요?]채림은 순간 흠칫했다. 보아하니 문씨 가문에서 저와 윤재의 결혼을 밀어붙이며 사전에 제 몸상태도 조사한 모양이었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8년 전 수술 받은 뒤로 줄곧 적극적으로 치료받은 덕에 지금은 건강해요.”[큰 수술을 받았다는 걸 알면 더 조심해야죠. BM 그룹 직원이 얼마나 되는지 말해줘야 알아요? 백채림 씨는 그 사람들을 책임져야 해요.]지후는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하지만 채림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저는 제 아버지가 물려준 회사를 다시 일으켜세우고 싶어요. BM 그룹은 제 아버지의 또 다른 아이나 다름없어요.”채림이 감성팔이를 하자 전화 건너편에서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한참이 지나서야 남자는 입을 열었다.[부녀 사이가 좋았나 보네요?]“당연하죠!”채림은 고민도 없이 대답하더니 갑자기 호언장담했다.“둘째 삼촌,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몸이 어떤지는 제가 잘 알아요.”채림의 말이 끝나자 지후는 이내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전에 마지막으로 차가운 말 한마디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알아서 몸 잘 돌봐요.”뚜우뚜우, 들려오는 건너편 기계음에 채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후가 변덕스럽게 구는 게 처음도 아닌지라 채림은 놀랍지도 않았다. 그저 장애인이라 매일 받는 스트레스도 많을 테니 마음도 다소 불안정할 수 있다며 이해했다....다음 날, 채림은 아침 일찍 일어나 화장을 하며 연거푸 밤을 새워 생긴 다크서클을 가렸다. 이윽고 BM 그룹 향수 사업부 동료 두 명과 임승철을 데리고 업계 협회로 입찰하러 갔다.채림을 포함한 네 명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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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플랜 B

30분 뒤, DL 그룹 피티가 끝나자 담당자는 BM 그룹이 입장할 것을 통지했다.채림은 임승철과 두 팀장을 데리고 회의실로 들어가 미리 준비한 기획안을 프로젝터에 띄웠다. 이윽고 PPT 첫 페이지를 켜고 예의 바르게 인사한 뒤 설명을 시작했다.하지만 채림이 두 번째 페이지를 펼쳤을 때, 업계 협회장이 미간을 찌푸렸다.“죄송합니다만, 잠시 멈춰주세요. 혹시 기획안 마지막 페이지를 볼 수 있을까요?채림은 눈을 깜빡이며 대충 상황을 짐작했다. 그녀는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리모컨을 눌러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그 순간, 심사위원들의 얼굴이 이내 굳어버렸다.몇 명이서 한바탕 귓속말을 주고받더니, 협회장이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정색한 목소리로 말했다.“백채림 씨, 이 기획안이 정말 본인 게 맞나요?”“네.”채림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하지만 방금 전, 변 대표님이 보여준 기획안이 이것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았습니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협회장은 부리부리한 눈으로 채림을 바라봤다.무대 아래에 있던 BM 그룹 팀장 두 명과 임승철은 모두 손에 땀을 쥐었다.“존경하는 심사위원 여러분,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건 제 기획안이 확실합니다. 저와 제 동료들이 2달이라는 시간 동안 수십 번도 넘게 수정하면서 최종으로 결정한 기획안이거든요.”심사위원들이 여전히 의심이 눈초리를 보내오자 채림은 말을 이었다.“만약 정말 표절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도, 앞순서인 사람이 피해자라고 단정 지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게다가 이번 입찰 피티 순서는 원래 BM 그룹이 DL 그룹 앞이었어요, 아닌가요?”협회장은 회색빛 눈썹을 찌푸리고 담당자에게 손짓해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이윽고 채림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다소 태도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DL 그룹 변 대표님도 불러와서 함께 검증해보죠.”협회장이 명령했다.변형빈은 의기양양한 듯 회사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오면서 채림을 날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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