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뒤, DL 그룹 피티가 끝나자 담당자는 BM 그룹이 입장할 것을 통지했다.채림은 임승철과 두 팀장을 데리고 회의실로 들어가 미리 준비한 기획안을 프로젝터에 띄웠다. 이윽고 PPT 첫 페이지를 켜고 예의 바르게 인사한 뒤 설명을 시작했다.하지만 채림이 두 번째 페이지를 펼쳤을 때, 업계 협회장이 미간을 찌푸렸다.“죄송합니다만, 잠시 멈춰주세요. 혹시 기획안 마지막 페이지를 볼 수 있을까요?채림은 눈을 깜빡이며 대충 상황을 짐작했다. 그녀는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리모컨을 눌러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그 순간, 심사위원들의 얼굴이 이내 굳어버렸다.몇 명이서 한바탕 귓속말을 주고받더니, 협회장이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정색한 목소리로 말했다.“백채림 씨, 이 기획안이 정말 본인 게 맞나요?”“네.”채림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하지만 방금 전, 변 대표님이 보여준 기획안이 이것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았습니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협회장은 부리부리한 눈으로 채림을 바라봤다.무대 아래에 있던 BM 그룹 팀장 두 명과 임승철은 모두 손에 땀을 쥐었다.“존경하는 심사위원 여러분,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건 제 기획안이 확실합니다. 저와 제 동료들이 2달이라는 시간 동안 수십 번도 넘게 수정하면서 최종으로 결정한 기획안이거든요.”심사위원들이 여전히 의심이 눈초리를 보내오자 채림은 말을 이었다.“만약 정말 표절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도, 앞순서인 사람이 피해자라고 단정 지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게다가 이번 입찰 피티 순서는 원래 BM 그룹이 DL 그룹 앞이었어요, 아닌가요?”협회장은 회색빛 눈썹을 찌푸리고 담당자에게 손짓해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이윽고 채림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다소 태도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DL 그룹 변 대표님도 불러와서 함께 검증해보죠.”협회장이 명령했다.변형빈은 의기양양한 듯 회사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오면서 채림을 날카
Last Updated : 2024-12-1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