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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기대할게요

작가: 명모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17 10:48:08
채림음 입술을 오므렸다.

‘내가 물론 결혼한 유부녀인 건 맞다만, 윤재 씨도 아직 귀국하지 않은 거 아닌가?’

채림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예의를 차려 대답했다.

“제가 요즘 바빠서 정말 못 들어가요. 그러니까 집에 편히 계세요.”

‘내 집인데 당연히 편이 있지. 그런데 이 여자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야?’

지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매일 이렇게 야근해요? 본인 건강은 생각도 안 해요?]

채림은 순간 흠칫했다. 보아하니 문씨 가문에서 저와 윤재의 결혼을 밀어붙이며 사전에 제 몸상태도 조사한 모양이었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8년 전 수술 받은 뒤로 줄곧 적극적으로 치료받은 덕에 지금은 건강해요.”

[큰 수술을 받았다는 걸 알면 더 조심해야죠. BM 그룹 직원이 얼마나 되는지 말해줘야 알아요? 백채림 씨는 그 사람들을 책임져야 해요.]

지후는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하지만 채림은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저는 제 아버지가 물려준 회사를 다시 일으켜세우고 싶어요. BM 그룹은 제 아버지의 또 다른 아이나 다름없어요.”

채림이 감성팔이를 하자 전화 건너편에서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한참이 지나서야 남자는 입을 열었다.

[부녀 사이가 좋았나 보네요?]

“당연하죠!”

채림은 고민도 없이 대답하더니 갑자기 호언장담했다.

“둘째 삼촌,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몸이 어떤지는 제가 잘 알아요.”

채림의 말이 끝나자 지후는 이내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 전에 마지막으로 차가운 말 한마디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알아서 몸 잘 돌봐요.”

뚜우뚜우, 들려오는 건너편 기계음에 채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지후가 변덕스럽게 구는 게 처음도 아닌지라 채림은 놀랍지도 않았다. 그저 장애인이라 매일 받는 스트레스도 많을 테니 마음도 다소 불안정할 수 있다며 이해했다.

...

다음 날, 채림은 아침 일찍 일어나 화장을 하며 연거푸 밤을 새워 생긴 다크서클을 가렸다. 이윽고 BM 그룹 향수 사업부 동료 두 명과 임승철을 데리고 업계 협회로 입찰하러 갔다.

채림을 포함한 네 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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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분 뒤, DL 그룹 피티가 끝나자 담당자는 BM 그룹이 입장할 것을 통지했다.채림은 임승철과 두 팀장을 데리고 회의실로 들어가 미리 준비한 기획안을 프로젝터에 띄웠다. 이윽고 PPT 첫 페이지를 켜고 예의 바르게 인사한 뒤 설명을 시작했다.하지만 채림이 두 번째 페이지를 펼쳤을 때, 업계 협회장이 미간을 찌푸렸다.“죄송합니다만, 잠시 멈춰주세요. 혹시 기획안 마지막 페이지를 볼 수 있을까요?채림은 눈을 깜빡이며 대충 상황을 짐작했다. 그녀는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리모컨을 눌러 마지막 페이지를 펼쳤다. 그 순간, 심사위원들의 얼굴이 이내 굳어버렸다.몇 명이서 한바탕 귓속말을 주고받더니, 협회장이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정색한 목소리로 말했다.“백채림 씨, 이 기획안이 정말 본인 게 맞나요?”“네.”채림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하지만 방금 전, 변 대표님이 보여준 기획안이 이것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았습니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협회장은 부리부리한 눈으로 채림을 바라봤다.무대 아래에 있던 BM 그룹 팀장 두 명과 임승철은 모두 손에 땀을 쥐었다.“존경하는 심사위원 여러분,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건 제 기획안이 확실합니다. 저와 제 동료들이 2달이라는 시간 동안 수십 번도 넘게 수정하면서 최종으로 결정한 기획안이거든요.”심사위원들이 여전히 의심이 눈초리를 보내오자 채림은 말을 이었다.“만약 정말 표절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도, 앞순서인 사람이 피해자라고 단정 지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게다가 이번 입찰 피티 순서는 원래 BM 그룹이 DL 그룹 앞이었어요, 아닌가요?”협회장은 회색빛 눈썹을 찌푸리고 담당자에게 손짓해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이윽고 채림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다소 태도를 누그러뜨리며 말했다.“DL 그룹 변 대표님도 불러와서 함께 검증해보죠.”협회장이 명령했다.변형빈은 의기양양한 듯 회사 사람들을 데리고 들어오면서 채림을 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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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형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눈빛을 흐렸다.채림은 변형빈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리더니 임승철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임승철은 얼른 BM 그룹 다른 직원을 안으로 데려왔다. 그 직원 손에는 쟁반 하나가 들려 있었는데, 위에는 다양한 색상의 유리병이 담겨 있었다.“심사위원 여러분, 제가 여기서 즉흥적인 기획안을 보여드리죠.”채림은 말하면서 익숙한 듯 유리병을 꺼내 들었다.“이건 제가 직접 희석한 향료입니다.”채림은 말하면서 유일한 여성 심사위원에게 다가가 말했다.“이 숙녀분이 쓰는 향수에 가장 많이 들어간 향료는 바질입니다. 바질은 열기를 좋아하고 연한 민트향이 나죠. 제가 볼 때 심사위원분은 열정적이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 같네요, 향수도 본인과 닮은 열정적인 향수를 좋아하고요. 라벤더, 오레가노, 레몬 버베나를 섞은 향수를 추천드리고 싶어요. 이 향료들을 적절한 비례로 배합하면 상큼하고 은은한 향기가 나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주거든요.”채림은 방금 말한 향료를 담은 유리병을 하나씩 열더니 빨대로 적절히 섞어 여성 심사위원 손 옆에 가져갔다.여성 심사위원은 살짝 의심하면서 조심스럽게 유리병 뚜껑을 열었다. 그 순간 향긋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혀 그녀는 저도 모르게 연거푸 숨을 들이켰다. 곧이어 눈빛이 변하더니 채림을 향해 싱긋 웃었다.“고마워요.”채림은 이번에 다른 두 심사위원 곁으로 다가가 그들이 평소 쓰는 향수 성분을 분석하고 자기가 추천하는 향수를 배합해 건넸다.마지막으로 협회장 앞에 도착했을 때 채림은 약 몇 초간 동작을 멈췄다.협회장은 실제 행동으로 주변 심사위원을 설득한 채림을 진작 다시 봤다. 심지어 흥미가 동했는지 일부러 채림에게 곤란한 질문을 건넸다.“왜요? 저는 분석하지 않을 생각인가요?”협회장은 기대에 찬 얼굴을 한 채 안경알 뒤에 가려진 눈을 반짝였다. 채림은 그런 그를 향해 싱긋 미소 지었다.“협회장님을 맨 마지막에 분석한 건, 오늘 협회장님의 향기가 아주 옅기 때문입니다”협회장은 가타부타 말없이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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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룸 안에서 백성호는 DL 그룹 회장, 즉 변형빈의 아버지 변민석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BM 그룹과 DL 그룹은 다년간 경쟁사로 지내, 두 가문 사람들이 사적으로 만나는 상황은 극히 드물었다. 거의 기피하다시피 한다는 게 더 맞을지도. 채림은 눈을 깜빡이며 룸 안 상황에 주의를 기울였다.식사가 끝난 뒤, 채림은 회사로 돌아가 기획안 도난 사건의 조사 진행 상황을 물었지만 아직 쓸만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는 답변을 받았다.그런데 입찰 때 협회장이 분명 두 기획안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고 했다. 그렇다는 건 변형빈이 손에 넣은 기획안이 최종본이라는 뜻이다.최종 기획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방금 전 레스토랑 프라이빗 룸에서 본 상황을 떠올린 채림은 눈을 내리깔더니 날카로운 빛을 뿜었다.백성호는 현재 BM 그룹 내에서 거의 밀려나다시피 했고, 손에 들고 있는 BM 그룹 지분도 적어 거의 무시해도 될 정도다. 백성호 부부 성격상 이런 상황에서 분명 퇴로를 만들었을 거다.‘DL 그룹이 그 퇴로인가? DL 그룹이 지금껏 해온 짓을 보면 백성호와 죽이 잘 맞을 것 같네.’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채림은 기획안 도난 사건에 대한 단서에 대충 접근했다.복도를 지나 사무실에 도착한 채림은 임승철 사무실 불이 아직 켜져 있다는 걸 발견했다.채림은 얼른 그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다.“아저씨, 왜 아직도 집에 안 가세요?”“아가씨도 아직 안 가셨는데, 제가 어떻게 먼저 가겠습니까? 게다가 회사 기밀까지 누출 된 마당에...”임승철은 자책했다.“아저씨도 이제 나이 드셨는데, 저 같은 젊은이와 어떻게 비교해요?”채림은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농담조로 말했다. 그러다가 임승철 책상 위에 놓인 약재 구매 목록을 발견하고는 눈을 가늘게 접었다.“아저씨, 최근 우리가 사용하는 약품과 의료 장비 구매 루트가 모두 CS 바이오예요?”“네.”임승철은 문서를 건넸다.“회장님 지시대로 진행 중입니다. 아직 적당한 제약 공장을 찾지 못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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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백승호가 DL 그룹과 손을 잡고 BM 그룹을 무너뜨리려고 했다면, 분명 후속 계획이 남아 있을 거예요. 문제 있는 약품이 그쪽에 도착하면 그쪽에서도 아마 다음 계획을 진행할 거예요.”사건의 전말을 일일이 짚어보던 채림은 점점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제가 당장 권경민 씨한테 전화해서 도착하자마자 약품부터 확인하라고 할게요. 만약 모든 게 사실이라면, 문제 있는 약품을 보내달라고 하고요.”임승철이 말했다.채림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의료팀 버스가 빨리 도착하지는 못할 거예요. 우리를 모함하려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기회를 줄지 모르겠네요. 아저씨, 얼른 캡토프릴과 니페디핀을 챙겨요. 제가 직접 가져갈 거예요.”임승철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유능한 직원 몇 명 추릴 테니 함께 가세요.”“네.”임승철이 이 업계에서 반평생을 일하면서 사귄 인맥은 결단코 적지 않다. 물론 단기간에 두 가지 약품을 모으는 게 어렵긴 했지만, 그는 빠른 시간 내에 사로운 루트를 찾았다.채림은 집에 돌아가지 않고 곧장 회사에 돌아가 준비를 마치고는 이내 서북 산지 마을로 출발했다.임승철은 채림을 떠나보내면서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신신당부했다.“아가씨, DL 그룹 쪽에서 미리 계획했을지도 모르고, 간다고 해도 소용없을 수도 있고 또 위험할 수도 있는데...”“걱정 마세요.”채림은 재빨리 가방을 메고 말했다.“저한테 다 방법이 있어요. 아버지가 예전에 마침 그 옆 마을 사람들을 도와줬었거든요. 그 마을 이장님이 저를 알고 있으니 가는 길에 도움을 청하려고요.”“그것 참 잘됐네요.”임승철은 채림의 차를 끝까지 배웅했다. 자신만만한 채림의 모습에 그는 감개무량하여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동안 어려운 일을 겪더니 더 성숙해진 것 같네. 강단 있고 비상한 모습에서 백 회장님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차는 시내를 벗어나 어느새 고속도로에 들어섰다. 그날 밤 채림은 몇 번이나 졸다가 잠에서 깨느라 백안에 넣어두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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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 마을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웅성거리는 소리가 멀리서부터 들려왔다.그 소란은 기쁨이 아닌 분노였다.“BM 그룹은 사기꾼이에요!”“저 사람들이 우리한테 처방한 약은 가짜약이에요! 의료진이 갖고 온 것도 모두 유통기한이 지난 약이고요. 제가 다 들었어요!”몇몇 사람들은 고함 지르며 사람들을 선동했고, 맨 처음 줄 서서 치료를 받은 뒤 뒤에 앉아 수다를 떨던 현지 주민이 잔뜩 화가 난 듯 소리쳤다.“철수야, 그게 정말이야?”누군가 묻자 분란을 조성하던 젊은 남자가 확신에 찬 듯 말했다.“내가 왜 거짓말하겠어요? 나도 팔이 안으로 굽는 사람이에요. 저 사람들이 가져온 약은 유통기한이 지난 거라, 사용하면 사람이 죽어요!”현장은 순식간에 소란이 일었다.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남녀노소가 모두 참지 못하고 일어섰다.“돈 많다고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을 속이러 왔나 보네!”“도시에서 대기업 운영하는 양반들이 무슨 일로 자선한답시고 여기까지 왔나 했더니, 사진 몇 장 찍으려는 속셈이었군. 우리는 그저 이 작자들에게 이용당하는 장식품일 뿐이고!”“이게 어디 장식품으로 끝날 일이에요? 속이 시커메서 사람 죽이려고 드는데! 당장 이 의료팀부터 다 때려 부수고 들어가서 정말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을 가져왔는지 한번 봅시다!”“맞아. 만약 정말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이면 한 놈도 여기서 빠져나갈 생각하지 마! 내 당장 경찰에 신고해서 네놈들 콩밥 먹일 테니까!”현지 주민들은 나무 탁자와 의자를 마구 휘두르며 의료진이 설치한 텐트와 기계를 모두 박살 냈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권경민과 송현호, 그리고 그들과 함께 온 다른 의사와 간호사들은 도저히 당해낼 수 없어, 결국 창고로 돌진하는 사람들의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채림은 끼익,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차를 세우고는 재빨리 박으로 뛰쳐나갔다. 이윽고 경민 곁에 다가가 그들과 함께 소리치며 주민들을 설득했다.“여러분, 우선 진정하세요. 아무리 창고로 들어가 약품을 확인하고 싶다 해도 질서정연하게 움직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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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양아치들입니다.”사립탐정은 간단하게 요약했다.“하지만 백채림 씨 외모나 재산을 보고 노리는 건 아닌 듯합니다. 경매장에서 손쓰는 게 좋은 선택도 아니고요.”“그건 나도 같은 생각이에요.”채림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저 사람들의 배후가 누군지 아직 모르니, 당분간은 경솔하게 행동하지 마요. 상대가 오히려 경계할 지도 모르니까요. 몰래 저 둘을 감시하면 돼요.”“그런데 저놈들 위치가 하필 백채림 씨와 인접해 있어, 만일의 경우는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사립탐정은 조심스럽게 말했다.“안 그럴 거예요.”채림은 확신했다.“저들을 지시한 사람은 내가 망신당하기를 원하니, 경매장에서 악랄한 수법은 쓰지 않을 거예요. 우리 암호부터 정해요. 이따 내가 모자를 벗으면 그때 기회를 봐서 움직여요.”“네.”사립탐정은 짤막하게 답하고 뒤돌아서더니 자리에 들어서는 사람들 속에 재빨리 숨었다.채림도 얼른 자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얼마 뒤, 두 남자도 잇따라 그녀 곁에 앉았다.경매가 시작되자마자 공개된 처음 몇 경매품을 채림은 그냥 지나쳤다. 경매에 참여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수중에 있는 가이드북만 살폈다. 그때, 경매사가 무대에 올라 말했다.“다음 경매품입니다.”불빛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대형 스크린에 아름다운 디자인의 왕관이 펼쳐졌다.이윽고 현장 스태프가 경매품을 무대 위로 가져왔다. 오래된 왕관에는 크기가 제각각인 유백색 진주들이 박혀 있어, 독특하면서도 우아한 아름다움을 뽐냈다.“여러분이 기대하셨던 왕관입니다. 왕자와 왕비의 50년 넘는 사랑을 증명한 물건이죠. 게스트분들 모두 이 왕관에 대해 관심을 가졌을 거라는 걸 잘 압니다. 그러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열정적으로 경매에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지금으로부터 진주 왕관의 경매를 시작하겠습니다.”경매사가 무대 위에서 나무망치를 두드렸다.“경매가 4억부터 호가 시작하겠습니다. 번호판을 들 때마다 2,000만 원씩 올라갑니다.”경매사의 목소리는

  •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제69화 누군가 나를 노려

    “사나야, 그동안은 아무 생각 하지 말고 편히 몸조리해. 오경수의 화가 가라앉으면 이 일도 지나갈 거야.”진옥경도 딸을 위로했다.“우선 마음을 가라앉혀. 너도 다시 백씨 가문 아가씨 신분을 되찾아야지. 나와 네 아버지도 퇴로를 찾고, 새로운 백을 찾으면, 더 이상 백채림 모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어!”“정말이에요?”그 말을 들은 사나의 눈은 다시 생기가 돌았다.“당연하지, 엄마 아빠가 나서는데, 뭔들 못 하겠어?”진옥경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한가족은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그때, 병실 티비에서 갑자기 BM 그룹 의료팀에 관한 뉴스를 보도했다.그런데 맨 처음에 BM 그룹을 손가락질해대던 국면은 채림이 나타난 뒤 180도로 뒤바뀌었다. 백승호 부부는 서로 시선을 교환하더니 서둘러 밖으로 나와 대책을 논의했다.두 사람은 이제 더 이상 BM 그룹에 발붙일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이 DL 그룹에 아부하려고 생각했던 계략도 채림한테 완전히 간파 당할 줄은 몰랐다. 물론 CS 바이오 일은 아직 진옥경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DL 그룹과 계속 손을 잡는 건 이미 물 건너 갔다. 때문에 백승호는 DL 그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새로운 계략을 생각해야 했다.병상에 누워 있던 사나는 뉴스를 보면서 리모컨을 들고 있던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채림이 대중 앞에서 우쭐대는 꼴을 눈으로 직접 보니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더욱이 인터넷에는 백채림과 BM 그룹 칭찬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대중들은 백채림이 BM 그룹의 후계자라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게다가 얼굴마저 예쁜 데다 마음씨까지 착하고, 지혜롭기까지 하다며, H시가 이런 훌륭한 여성 후계자를 배출했다는 사실에 모두가 입을 모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사나는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어 얼른 채널을 돌렸다. 그러다 마침 지금 방송되고 있는 현지 뉴스를 보게 되었다. 오늘 H시 전시회장에서 마침 그 진주 왕관을 경매품으로 내놓았다.채림이 그 왕관에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알고 있던 사나는 머리를 굴

  •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제68화 경매

    추종현은 격분한 듯 말하고는 뒤돌아 민해란에게 말했다.“민 회장님, 가시죠.”“교수님, 먼저 가시면 제가 뒤따르겠습니다.”민해란은 경호원들에게 눈치를 주어 추종현을 모셔가게 하고는 대뜸 돌아서서 채림에게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한다던 건 또 뭔 소리고? 너 어디 다쳤어? 또 엄마한테 뭐 속이는 거 없어?”“엄마.”채림은 을른 웃으며 어머니를 달랬다.“봐요, 이렇게 멀쩡하잖아요. 저 정말 아무 일도 없어요.”“확실히 말해.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 하지 말고.”민해란은 채림을 차에 태웠다. 차가 출발한 뒤 채림은 의료팀이 산지에서 겪었던 일을 대충 말해주었다.물론 산사태가 벌어진 상황을 조금 약화시켰지만, 민해란은 여전히 걱정되어 몇 번이고 캐묻고 나서야 긴장을 조금 늦추었다.“임 실장 얘기를 들어보니 네가 직접 산지에 약을 날랐다던데. 산길이 위험한 줄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위험할 줄은...”민해란은 한숨을 푹 쉬었다.“네가 총명했으니 망정이지. 안 그러면 오늘 추 교수님을 그냥 빼앗겼을 거야. 우리 채림이 많이 컸네.”채림은 활짝 웃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그러니까 엄마를 도와 부담을 덜어주는 건 당연하잖아요.”“이미 충분해.”민해란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네가 미스 글로벌 파티에서 우승을 따낸 뒤로, BM 그룹이 해외에서 얼마나 유명해졌는지 몰라. 최근에 엄마가 사업을 두 건 추진했는데, 상대가 글쎄 네 덕분에 BM 그룹을 알았대.”“그래요?”채림은 눈웃음을 쳤다.“그런데 명성이 높을수록 시기와 공격을 받을 거야.”민해란은 소중한 듯 제 딸의 손을 꼭 잡았다.“네가 BM 그룹에 가져다주는 이익이 많을수록 질투하는 사람도 많아질 테니까 조심해.”“걱정하지 마요. 엄마 딸 총명해요.”채림은 턱을 살짝 쳐들며 자신만만하게 웃었다.약혼식에서 그런 해프닝이 벌어지고 난 뒤, 채림은 이원후를 떠나고 백사나의 얼굴을 진짜 얼굴을 알아봤으며 다친 발도 고쳤다. 그것도 모자라 혼자서 향수

  •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제67화 반전

    한편, 스크린 속.기자는 유통기한이 지난 약을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으면, 주민들이 폭동을 일으켜 인터뷰에 열기를 더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민은 오히려 놀라우리만치 냉정했고, 심지어 뜬금없이 피식 웃었다.결국 기자는 마지 못해 산지 주민이 손에 든 약을 카메라에 담았다.약병이 점점 확대되자 티비와 컴퓨터 앞에서 생방송을 보던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하지만...약병에 적힌 생산 날짜와 마감 날짜는 아무 문제 없었다.공상에서 민해란과 추종현을 둘러싼 기자들은 본인이 잘못 봤을까 봐 안경을 밀어 올리는가 하면, 눈을 비비댔다.현장에서 취재하던 기자도 당황한 듯 물었다.“어르신, 이 약이 혹시 BM 그룹 의료팀이 나눠준 건가요?”어르신들은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였다.“아니면 우리가 어디서 이런 약을 얻겠어요?”“여기에 외부인이 전혀 없는데, 누가 우리를 위해 병을 고쳐주겠어요?”기자는 살짝 당황했다. 사실 그들은 DL 그룹 제보를 받고 BM 그룹이 유통 기한이 지난 약물을 사용한다는 소식을 취재하러 나왔다. 그런데 취재 도중 이런 반전이 숨어 있어 어떻게 상황을 마무리해야 할지 막막했다.그때, 다른 매체 기자가 나서서 말했다.“저희 측에서 방금 현지에 남아 있는 BM 그룹 의료팀 담당자와 연락이 닿아 그동안 의료팀이 현지 주민을 위해 진찰하고 처방한 영상과 사진을 입수했습니다. 저와 동료들이 비교해본 결과, BM 그룹이 이번에 주민들에게 나눠준 약품은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더욱이 유통기한 마감일은 2년 뒤였습니다.”“권 박사님, 한마디만 해주시겠습니까?”기자는 마이크를 권경민에게 건넸다.그러자 경민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산지 주민들이 방금 두 가지 고혈압약을 드시고 기침을 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하셨는데, 이건 정상 반응입니다. 캡토프릴을 복용 시 나타나는 부작용이거든요. 현재 의학적으로 이런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가끔 하는 기침은 인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제66화 악덕 상인

    H시 국제공항.민해란이 추종현을 모시고 공항을 나올 때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지 모를 기자들이 갑자기 몰려와 그들을 겹겹이 에워쌌다.“추 교수님, 4년 만에 귀국하시는데 BM 그룹 회장님과 함께 귀국하신 건, 앞으로 BM 그룹을 위해 일한다는 뜻입니까?”“네.”민해란이 추종현 대신 대답했다.“추 교수님은 BM 그룹 약물 연구팀 고문을 맡아 BM 그룹의 발전을 도울 겁니다.”“일전에 DL 그룹도 교수님께 도움을 청했다고 들었는데, 왜 결국 BM 그룹을 선택했나요?”기자의 끈질긴 질문에 추종현은 안경을 밀어 올리며 말했다.“BM 그룹의 발전 계획에 마음이 동했습니다. 저와 BM 그룹의 이념 역시 일치하고요.”“혹시 DL 그룹과는 이념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기자들은 말끝마다 곤란한 질문을 던졌다.이에 민해란이 나서서 추종현을 도왔다.“죄송하지만, 추 교수님은 말주변이 뛰어나지 않습니다.”경호원더러 길을 트라는 눈짓을 보낸 민해란은 추종현을 데리고 떠나려 했지만, 그때 변형빈이 사람들을 데리고 그들 앞에 막아섰다. 이윽고 그는 추종현의 옆에 다가가 말했다.“추 교수님, BM 그룹의 위선적인 모습에 속으면 안 됩니다. 저희 DL 그룹은 비록 노이즈 마케팅에 능하지 않지만 절대 양심을 저버리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변 대표, 그게 무슨 말이죠?”민해란은 불쾌한 듯 따져 물었다.“BM 그룹 의료팀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설마 몰라서 그래요? 언제까지 속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변형빈은 자신만만한 듯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그때 기자가 갑자기 떠들썩해졌다.핸드폰으로 기사를 확인한 기자들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민해란을 바라보더니 결국 추종현에게 따져 물었다.“추 교수님, BM 그룹 의료팀이 가난한 산지 주민들에게 유효기간이 지난 약품을 사용한 소식이 터졌습니다. 본인 이익을 위해 남의 목숨을 마음대로 짓밟은 BM 그룹이 추구하는 이념이 정녕 추 교수님 이념과 일치한가요?”“뭐요?”추종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제65화 나한테 다 방법이 있어요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채림은 희고도 깨끗한 병실에 누워 있었다. 그제야 채림은 제가 죽지 않았다는 걸 알아챘다. 하지만 이곳 의료 시설은 그 시골 마을 조건으로 갖출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살짝 움직여보니 사지가 쑤시고 머리가 어지러웠다.옆 병실에 앉아 있던 경민은 그 인기척을 듣고 달려오더니 놀란 기색으로 물었다.“이제 정신이 들어요? 어때요? 몸은 좀 괜찮아요?”채림은 제 느낌을 대충 말했다. 그러자 경민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럼 문제없네요. 머리가 어지러운 건 너무 오래 자고 오래 굶어서 그런 거예요.”“우리 안 죽었어요?”채림이 다급히 물었다.“당연하죠. 설마 지금 우리가 천당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경민은 농담조로 말하며 피식 웃었다.“여기 천당이 아니라 병원이에요.”“그럼 문... 제 둘째 삼촌은요?”채림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섞였다.“그분은 어제 가셨어요.”“안 다쳤어요?”“채림 씨와 비슷하게 가벼운 부상이에요. 그분은 더 빨리 회복했어요.”경민이 말했다.채림은 그제야 한시름 놓더니 한참 생각고는 다시 물었다.“그때 도대체 어떤 상황이었어요? 기억아 하나도 없어서 이미 죽은 줄 알았어요.”“말하자면 참 운이 따라줬어요.”경민은 감개했다.“사실 저도 정확히는 잘 모르지만, 우리를 구해준 마을 주민이 말해줬어요. 저희가 도망칠 때 마침 큰 구덩이를 지났었잖아요, 먼저 굴러 떨어진 바위가 그 구덩이에 들어가면서 나중에 멈춰서 뒤에서 굴러 내린 돌멩이를 막아줬대요. 만약 그런 우연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마 바위에 깔려 죽었을 거예요.”“그럼 다친 사람이 있다는 말이에요?”걱정 섞인 채림의 물음에 경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채림 씨 둘째 삼촌의 부하 두 명이 좀 심하게 다쳤어요. 다리가 골절됐거든요. 그것도 그나마 다행이에요. 채림 씨 둘째 삼촌이 이미 그 두 분을 큰 병원으로 옮겼어요.”“아.”채림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 시름이 놓이지 않아 물었다.“우리가 입원해 있으면 의료팀은 일을 어떻게 해요?”

  •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제64화 내 뒤에 꼭 붙어 있어요

    날이 어슴푸레 밝아올 무렵, 채림은 천천히 잠에서 깨어났다. 이미 지후와 강현은 먼저 깨어나 채림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채림은 그들을 보자마자 서둘러 짐을 챙기고 다시 길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얼마 걷지 않았을 때, 맞은편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맨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은 다름 아닌 권경민이었고, 그의 뒤에는 몇 명의 젊은이들이 따라오고 있었다.“백 대표님!”“여긴 어떻게 왔어요?”채림은 사람들과 가까워진 뒤 물었다.“이틀 동안 돌아오지 않아 현지 주민들이 찾아왔었어요. 하루 전에 폭우가 쏟아졌는데 이 일대는 산사태가 쉽게 일어나는 곳이라 지난 2년간 수차례 사고가 났다고 하면서요. 그 말에 다들 걱정돼서 찾아온 거예요.”경민의 설명에 채림은 싱긋 웃으며 그와 그 뒤에 있는 마을 주민들을 향해 말했다.“고마워요.”“이분은 누구세요?”경민은 채림 옆에 서 있는 지후를 보며 물었다. 그저께 소동이 일어났을 때에도 이 카리스마 있는 남자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미처 누구인지 물어볼 겨를이 없었다.“이 분은...”채림은 고개를 들어 지후를 바라봤다. 지후 역시 고개를 숙인 채 채림의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다.경민은 아무래도 연예인 덕질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성격이니, 당연히 윤재에 대해 알 리가 없었다. 게다가 채림 역시 지후의 신분을 밝히고 싶지 않아 한참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제 둘째 삼촌이에요.”“아, 둘째 삼촌. 안녕하세요.”지후는 얇은 입술을 오므리고 팔로 허리를 짚은 채 한참 동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등 뒤에 서 있던 강현과 경호원들은 실수로 웃음소리가 새어 나와 연말 보너스라도 깎일까 봐 참느라 애를 먹었다.“우선 나가서 얘기해요.”채림은 어색한 분위기를 먼저 깼다.경민도 뒤에 있던 현지 주민들에게 말했다.“그럼 저희를 데리고 여기서 나가주세요. 부탁 좀 드릴게요.”그들은 현지 주민들을 따라 푹 꺼진 땅과 흔들리지는 출렁다리를 지나 옆 마을로 향했다.하지만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때,

  •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제63화 볼 것도 없으면서

    마침 도착한 이춘덕은 명훈네 집 마당에 들어와 소리쳤다.“이게 다 뭐 하는 겁니까? 백채림 씨는 우리 마을 은인의 따님입니다. 자선 활동하러 이곳에 온 분한테 무슨 무례입니까!”“그런데 저 여자가 명훈의 새색시를 풀어줬어요.”성훈은 여전히 달갑지 않았다.“백 대표님이 없었더라면 새색시를 살 돈이나 있었겠어요?”이춘덕의 말은 힘이 있었다.현장 사람들은 모두 냉정을 되찾았다. 생각해보니 이장의 말이 맞았다. 결국 낫과 호미를 들고 달려들던 사람들은 손에 든 도구를 모두 내려놨다.“사람이 도망쳤으면 쫓아가서 찾아와야지, 여기서 왜 시간만 낭비하고 있어요? 가만히 손 놓고 있다고 사람이 돌아오겠어요?”이춘덕이 말했다.“이장님 말이 맞아요.”성훈도 어느새 진정했는지 얼른 이웃을 불러 손전등을 들고 길을 나섰다.“이장님, 고마워요.”채림은 앞으로 다가가 진심이 담긴 인사를 건넸다.“나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다들 좋은 일 하는 건데요.”이춘덕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얼른 가요. 저 사람들이 이따가 사람을 찾지 못하고 돌아오면 또 시비를 걸 거예요.”채림은 연신 감사 인사를 하고 지후와 함께 집을 나섰다. 밖에 있던 강현과 경호원들은 얼른 두 사람을 엄호하며 산계 마을을 떠났다.이제 막 마을을 빠져나왔을 때, 채림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지후에게 말했다.“둘째 삼촌, 한 가지 일이 떠올랐는데, 혹시 삼촌 부하더러 사람을 끝까지 도와주라고 할 수 있어요?”“또 뭘 하려는 겁니까?”지후는 미간을 찌푸렸다.채림은 얼른 애교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새색시를 다시 찾아오는 건 불가능할 거고, 그 집안 사람들도 우리를 찾지 못하면 결국 또 인신매매를 할 거예요. 이런 악랄한 집단은 뿌리 채 뽑아서 감옥에 처넣어야 해요.”“우리 문씨 가문에서 아주 부처님을 들였군요.”지후는 불호령을 내리더니 손을 저으며 이 일을 강현에게 맡겼다.강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받들었다. 이어서 그 명령을 다른 경호원들에게 전달한 뒤, 조용히 채림

  • 운명처럼 다가온 그 남자   제62화 어디서 감히

    “음, 힘이 없다면 내가 도와주지.”부인은 인내심 있게 말하면서 채림이 입고 있던 옷을 하나둘 벗기기 시작했다. 채림은 순간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도망치는 사람들을 위해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했기에 상대가 저를 마음대로 다루도록 가만히 있었다.지금은 그저 옷장 안에 있는 사람의 인성을 믿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 알아서 눈을 감았으리라고...옷을 갈아입은 채림은, 화장을 하지 않았는데도 얼굴이 이미 발그르슴해졌다.부인은 채림을 거울 앞에 앉히더니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예쁜 아가씨는 또 처음 보네. 명훈이 물론 바보라지만, 바보에게도 복은 있나 보네!”여자는 혼자 구시렁거리며 낡은 싸구려 화장품을 채림의 얼굴에 펴 발랐다. 파우더를 바른 뒤 블러셔를 바르고, 풀어진 채림의 머리를 얹더니 싸구려 스프레이를 잔뜩 뿌려 모양을 고정했다. 결국 부인의 손길을 거친 채림은 빛 바랜 벽화 속 도자기 인형처럼 변했다.약 30분 뒤, 부인은 만족스러운 듯 화장품 상자를 닫더니 문 쪽으로 걸어가 밖에 대고 소리쳤다.“신부 준비 끝났어. 명훈아, 첫날밤 보내야지.”바깥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는, 헤실헤실 웃고 있던 명훈을 끌고 와 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이 열리는 순간, 바보 같은 웃음을 짓던 명훈의 눈이 크게 휘둥그레졌다.“저 여자가 네 새색시야. 얼른 봐. 예쁘지?”부인이 조롱하듯 물었다.“예뻐요! 예뻐요!”명훈은 침을 꼴깍 삼키더니 채림을 덮쳤다.“어머머, 우리는 이만 가자고.”부인은 주위 구경꾼들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그 순간, 명훈은 방 안에 있던 남자의 발에 걷어차여 멀리 내동댕이쳐졌다.“내 색시! 새색시!”명훈은 끊임없이 반복하며 채림을 덮치려고 했다.지후는 명훈을 또다시 발로 찼다. 명훈은 지후의 상대가 아니었다. 지후는 얼른 채림을 제 뒤에 보호했다.그때 문밖에 있던 사람들이 인기척을 듣고 다시 방으로 달려 들어왔다.“역시 얌전하게 있지 않을 줄 알았어! 약 더 먹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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