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또 한 번의 거절: Bab 871 - Bab 880

908 Bab

제871화

“빨리 도망가요!”고민성이 큰 소리로 외치자 도아린은 뒤돌아서서 하얀 카옌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갑자기 차 문에 검은색 코트가 끼어 있는 게 눈에 들어오자 도아린은 멈칫했다.“건후 씨!”도아린은 급히 뛰어 돌아가 차 문을 힘껏 당겼다. 그러나 차 문은 이미 충격에 의해 휘어져 있었고, 밴에서 새어 나오는 검은 연기가 차 안을 가득 채워 내부 상황을 알 수 없었다.펑!차창이 다시 폭발하며 유리가 공중으로 튕겨 나갔고 불길은 삽시간에 마치 차를 삼키려는 듯 거세졌다. 도아린은 본능적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쪼그려 앉았다. 유리 조각이 튀었지만 다행히 상처는 입지 않았다.그녀가 다시 일어나 차 문을 잡으려 할 때,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뛰어!”도아린은 상대방의 손에 이끌려 몇 미터를 달리다가, 뒤에서 또 한 번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뜨거운 열기에 두 사람은 뒤로 튕겨 나갔다.도아린은 본능적으로 두 눈을 꼭 감았다. 그러나 예상한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다. 누군가가 도아린을 꼭 껴안으며 그녀를 모든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있었다. 폭발음과 함께 귀에서는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남자의 손이 그녀의 짧은 머리를 쓸어 넘기며 손끝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도아린은 고개를 돌려 배건후의 얼굴을 보았다. 그가 무엇인가 말하고 있었지만 도아린은 그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뭐라고요?”도아린이 크게 외쳤다.배건후도 마치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도아린을 안전한 곳으로 끌고 간 뒤, 그녀의 팔과 다리를 움켜잡았다. 도아린은 그가 방금 자신이 다쳤는지 물어본 것임을 깨달았다.“난 괜찮아요!”도아린이 입을 크게 벌려 대답하며 배건후를 가리켰다.“당신은 괜찮아요?”배건후의 까만 눈동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먼 곳에서 비친 불꽃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상처가 없었지만 연한 색의 터틀넥 스웨터에는 약간의 피가 묻어 있었다. 그 피는 심장 근처에 있었다.도아린이 놀라 급히 그의 가슴을 만지며 갈비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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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강재민이 어느새 다가와 말을 걸었다.그는 배건후의 경계 어린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도아린의 옆으로 다가갔다.“마침 근처에 있다가 폭발 소리를 듣고 열혈 시민으로서 의무를 다할 생각에 달려왔는데 아린 씨가 여기 있는 줄은 몰랐네요. 우리 참 인연이 깊은 거 아니에요?”도아린은 그를 흘깃 쳐다봤다. 그 말을 믿겠냐는 눈치였다.강재민은 개의치 않게 웃으며 도아린의 어깨를 감싸안았다.“형사님, 이제 제 여자 친구 데려가도 되죠?”“...”고민성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배건후를 향했다.‘제발 시끄럽게 주먹질하고 그러지 마.’그는 자신의 경찰서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걸 원치 않았다.특히 경찰서 앞에서 일어난 폭발 사건만으로도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충분했다.“물론이죠!”고민성이 정중하게 말했다.“도아린 씨, 나중에 차량 구매 영수증만 경찰서로 보내주세요.”도아린은 사실 남궁유민의 상황이 궁금했지만 지금은 적절한 시점이 아니었다.“알겠어요.”도아린은 배건후의 간절한 눈빛을 무시하고 여유롭게 강재민의 차에 올라탔다.강재민은 창문을 내리고 도발적인 휘파람을 불며 차를 몰고 떠났다.고민성이 배건후의 옆으로 다가가며 혀를 차며 말했다.“아린 씨가 너를 그렇게 걱정하는 걸 보고 난 또 네가 기회가 있을 줄 알았지. 지금 보니... 에잇!”“차 보상은 경찰서에서 직접 책임져.”배건후가 고민성을 지나쳐 구치소로 걸어갔다.“야, 아까랑 말이 다르잖아!”고민성이 서둘러 그를 따라가며 불평을 늘어놓았다.“우리 경찰서 예산 알잖아! 이 사건도 네가 지원해 줬으니 해결할 수 있었던 거 알면서! 경찰서에 너를 위해 현수막도 걸겠다고 약속했어!”배건후가 걸음을 멈추었다.“그런 건 당연히 나라에서 보상해야 하는 거 아니야?”그는 무표정하게 고민성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리고 난 당신들 계획에 참여하느라 내 아내까지 잃었어. 그것도 보상해 줘야 해.”고민성이 단칼에 거절하려다 그가 경비를 다시 거둬들일까 두려워 결국 대답을 피했다.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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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앞에 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뀌자 강재민은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차를 멈췄다.그는 옆에 앉은 도아린을 곁눈질로 바라보았고 그의 눈빛에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서려 있었다.도아린은 그 시선이 느껴졌지만 고개를 들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재민 씨에게 라윤주의 자리를 차지하라고 한 건 육청아 본인의 계획을 위해서였겠죠. 재민 씨가 보스가 되면 그 여자는 재민 씨 다음으로 권력이 있는 사람이니까, 조직을 육하경에게 넘겨줄 수 있고, 문제가 생기면 재민 씨를 희생양으로 쓸 수도 있을 테니까요.”강재민은 잠시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육청아의 속셈은 그렇게 잘 꿰뚫어 봤으면서 내 마음은 못 읽어요?”도아린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마주쳤다.그 순간,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었고 강재민은 시선을 돌려 다시 차를 운전했다.도아린은 미처 그의 눈동자에 스친 쓸쓸함을 보지 못했다.집에 도착한 도아린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아래층으로 향했다.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게임을 하고 있던 강재민은 그녀의 발소리가 들리자 고개도 돌리지 않고 휴대폰에 대고 말했다.“그만할게, 여자 친구랑 나가야 돼.”“젠장! 팀 킬하고 도망가냐...”상대가 욕을 다 끝내기도 전에, 그는 게임을 끄고 웃으며 일어났다.“가요!”“어디를요?”“밥 먹으러.”그는 옷걸이에 걸려 있던 외투를 도아린에게 건네고 다정하게 그녀의 옷깃을 정리해 주었다. 그 손길은 평소와 다르게 어딘가 진중했다.그들이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일북이 돌아왔다.그는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강재민을 바라봤고 강재민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차 키를 그에게 던졌다.도아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일북은 그제야 차로 향했다.강재민의 안내로 도착한 곳은 도심의 고급 호텔이었다.그는 미리 예약한 창가의 테이블에 다가가 신사적으로 도아린의 의자를 빼주고, 일북을 돌아보았다.“먹고 싶은 걸 골라요. 계산은 내가 할게요.”일북이는 바로 뒤쪽 테이블에 앉은 채 두 사람한테서 시선을 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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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도아린은 급히 시선을 돌린 채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도망치고 싶었다.‘만약 재민 씨가 정말로 청혼을 하는 거라면 어떻게 거절해야 할까?’‘결혼에 대한 희망을 잃었어요. 당분간은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아시다시피 재민 씨 가족과는 어색해 앞으로도 계속 갈등이 생길 것 같아요.’‘어떤 게 좋을까?’“저것 봐봐!”레스토랑에 들어온 한 커플이 공중의 드론을 보고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여자는 흥분해서 남자 친구의 소매를 당기며 말했다.“너무 예쁘다! 자기도 나한테 청혼할 때 이렇게 해주면 안 돼?”“나한테 시집오기만 하면 내가 하늘의 별이라도 따올 수 있어!”“그럼 가서 별이라도 따와!”두 사람은 웃으며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강재민이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하고 싶은 말 없어요?”도아린은 음료컵을 꽉 쥔 채 입을 열었다.“재민 씨. 우리는 아무래도...”그녀는 강재민과 진지하게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두 사람에게 일어난 일들은 그들이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게 해주었다.강재민이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유리처럼 맑은 눈동자가 불빛에 비쳐 반짝였지만 얼굴에는 알 수 없는 쓸쓸함이 스쳤다.“더 이상 안 보면 끝날 텐데요.”“...”“도저히 볼 자신이 없어요?”도아린은 다시 음료를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거절을 하더라도 강재민이 준비한 이벤트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공중에 떠 있는 글자를 보고 눈물이 스쳤다.‘행복해야 해.’도아린은 코가 찡해져 눈을 크게 뜬 채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애썼다.드론들이 밤하늘에서 귀여운 파란색 애벌레 모양을 만들더니 천천히 나비로 변하며 쇼는 막을 내렸다.강재민이 도아린에게 와인잔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애벌레에서 이제는 멋진 나비로 변한 걸 축하해요.”도아린은 또다시 심장이 두근거렸다. 강재민이 자신에게 청혼하려는 줄 알았는데 결국 그것은 단지 축복이었다.그 축복은 그녀를 묘하게 울컥하게 했다.“재민 씨,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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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도아린이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린 채 작은 상자 안을 내려다보았다.벨벳 상자 안에는 결혼반지가 아닌 다이아몬드 커프스단추가 들어 있었다. 그것은 현무의 신분을 나타내는 상징이었다.‘현무의 직위를 포기하고 라윤주 자리에 대한 경쟁도 그만두겠다는 건가?’서빙 직원이 음식을 가져오자 강재민은 도아린이 좋아하는 음식을 그녀 앞에 놓았다.권력을 내려놓은 남자는 조금도 아쉬움이 없었고 오히려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식사가 끝나자 강재민은 시계를 한 번 확인한 뒤, 미안한 듯 말했다.“이따 데려다 줄 수 없을 것 같아요. 바로 공항으로 가야 되거든요.”그는 일어나며 손을 내밀었다.“인연이 닿으면 그때 다시 만나요.”도아린이 일어나서 그의 손을 잡았다.“강재민 씨도 잘 지내요.”강재민은 손을 꽉 쥔 뒤 미소를 지으며 손을 뗐다.도아린을 따라나서던 일북은 한 번 뒤를 돌아봤다. 강재민은 와인잔을 한 모금에 비우고 창밖을 보며 도아린에게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았다.차로 돌아오자 일북이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아가씨. 배 위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헤어지자고 하는 그런 사람을 위해 슬퍼할 필요 없어요. 어떻게 아가씨를 믿지 않을 수 있죠?”도아린이 고개를 숙인 채, 그 다이아몬드 단추를 바라보았다.그 위로 눈물이 떨어지며 다이아몬드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빛났다.“재민 씨는 나를 믿지 않았던 게 아니야.”“그렇다면 왜... 결국 이별을 말한 건 그 일 때문 아닌가요?”일북은 두 사람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었다.강재민은 도아린과 육하경이 몇 날 며칠 같이 배에 있으면서 그들 사이에 무언가가 있었다는 걸 확신했다.일북의 눈에 강재민은 도아린이 어쩔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한 거라는 걸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결국은 받아들이지 못해 헤어지는 사람으로 비치고 있었다.도아린이 눈물을 닦으며 단추를 가방에 넣었다.“만약 재민 씨가 정말 그런 걸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내가 건후 씨와 결혼한 뒤에도 건후 씨한테 시비를 걸지 않았을 거야. 그리고 우리가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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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강재민은 굳어진 채 손에 든 와인잔을 응시했다. 와인에 갈색 눈동자가 비춰 일렁이었다.“오늘 구치소에 아린 씨를 데리러 갔다가 두 사람을 봤거든?”강재민이 도착했을 때 주변은 엄격히 통제되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배건후와 고성민이 범인을 잡는 과정을 목격했고도아린이 소화기를 들고 사람을 구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배건후가 목숨을 잃을 뻔한 위험을 무릅쓰고 도아린을 위해 달려가는 장면도 목격했다.강재민은 순간 자신에게 더 이상 기회가 없음을 알아챘다.도아린의 마음속에 배건후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그래. 건후를 깊이 사랑한 게 아니라면 그 3년 동안 그렇게 참고 견디지 않았겠지.’배건후는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을 그의 희생과 ‘죽음’으로 도아린에게 사죄한 셈이었다.도아린이 당장에는 그를 받아들일 수 없었겠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다른 남자가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게다가 강재민은 배건후의 가정을 망친 장본인이였고 도아린이 배건후를 용서하는 그날, 바로 그와 도아린은 적이 될 게 뻔했다.그는 도아린이 이별을 고할까 봐 두려웠다. 그렇게 되면 그는 완전한 실패자가 될 테니까.그래서 그는 도아린의 잘못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를 들어 결말이 없는 연애를 끝내며 남아 있는 자존심이라도 지키려 했다.처음으로 좌절하는 동생의 모습을 마주하고 강재희는 몇 마디 잔소리를 덧붙인 후, 동생과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세 병의 와인이 다 비워지자 강재민은 술에 취해 테이블에 엎드려 혼자 중얼거리기 시작했고 강재희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알 수 없어 동행한 경호원을 불러 그를 부축해 차에 태웠다.일주일 후, LY 고위 회의에서 라윤주 자리를 놓고 논의가 시작됐다.서대은은 여전히 여성 복장을 한 채 현재의 라윤주를 지지한다고 밝혔고 청룡도 마찬가지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백호는 다시 한번 경쟁을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현무는 자리에 없었기에 혼자 고립된 느낌이었다.“라윤주를 다시 뽑을 생각이 없다면 각자 왕이 되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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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네!”도아린의 시선이 청룡에게로 향하자 청룡은 저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다.그는 자신에게도 명령 내릴 줄 알았지만 도아린은 그저 그를 한 번 쳐다본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윤주가 돌아왔다는 소식은 조직 내에서 급속히 퍼졌고 주작의 조사 작업도 예상보다 훨씬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과거에는 상황 탓에 입을 열지 못했던 이들이 이제는 많은 증거를 가지고 신고를 해왔고, 그 덕분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며 불법을 저지른 이들은 모두 정리되었다.조직의 인원은 절반 이상이 줄어들었지만 도아린은 더 이상 인원을 영입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이 조직이 서서히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지기를 바랐다.도아린이 연성에 돌아온 건 일주일 후였다.강재민은 연성의 프로젝트를 자발적으로 포기했고 배건후는 그 이유를 빠르게 찾아냈다.그녀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그는 바로 기획서를 들고 찾아왔다.“기획서는 옆의 비서팀에 먼저 전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도아린이 코트를 벗으며 옷걸이를 꺼내자 배건후는 그녀의 옷을 받아 정리하여 걸어주었다.“당신과 할 얘기도 있어서.”도아린은 책상 뒤로 가 앉은 뒤, 그의 기획서를 펼쳐 꼼꼼히 살펴보았다.“이 프로젝트에서 그만 손을 떼세요.”“왜?”도아린은 기획서를 내려놓고 내선 전화를 들었다.“윤 비서. 잠깐 와봐요.”방에 들어온 윤가인은 배건후를 보고 잠시 놀랐지만 그래도 책상 앞에 갔다.“대표님, 부르셨나요?”도아린이 문서를 건네며 말했다.“이 프로젝트는 고유리 씨에게 넘겨요.”“고유리 씨는 신 대표의 비서야!”배건후의 말에 도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이 프로젝트는 원래 신 대표 거였고 이제 주인을 찾아가야죠. 배건후 씨는 그냥 기획에 참여한 것뿐이에요. 정말 배건후 씨 본인이 이 프로젝트 담당자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배건후가 눈살을 찌푸린 채 그녀를 쳐다보았다.남궁유민을 잡던 날, 그는 도아린이 아직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그는 도아린이 자신을 바로 용서할 거라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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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신지훈이 잠시 멈칫하다 한숨을 내쉬곤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자신의 사무실에 돌아와서 그는 소파에 앉아 있는 배건후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손짓을 한 뒤, 탁자 위에 식어버린 커피를 단번에 들이켰다.“내가 예전에 청룡 계정을 너한테 줬잖아. 도 대표가 그걸 알았어.”신지훈은 내선 전화를 눌러 한유미에게 중요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한 뒤 소파에 앉았다.“강재민은 라윤주에게 자신의 권한을 넘겼고 나도 아마 정보 유출로 직위가 정지될 거야. 지금은 조직 내에서 라윤주가 완전히 독주하고 있으니까 LY에서 그녀의 자리는 건들지 않을 거고.”한유미가 문을 두드린 후 들어와서 서류를 건넸다. 신지훈은 서류를 받고 한유미를 내보낸 후 다시 말을 이어갔다.“보니까 도 대표가 너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너도 갈 길이 멀 거야.”그는 서류를 배건후에게 건넸다.“이건 내가 최근 조사한 내용이야. 회사에서 문제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 다 여기에 있어. 이번 달 말에 내가 퇴사할 거니까 어떻게 처리할지는 네가 알아서 해.”배건후는 서류를 몇 장 훑어봤다. 몇몇은 그가 예상했던 대로였다.“고마워.”“고마워할 건 없어.”신지훈이 손을 내저으며 비웃었다.“도 대표는 더 이상 네가 맘대로 다룰 수 있는 토끼가 아니야. 아마 예전에 온순했던 건 너에게만 해당한 거였나 봐. 다만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더 이상 너에게도 예전의 특혜는 없을 거야.”배건후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은 이제 도아린에게 더 이상 특별한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그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고유리 그 비서, 어떻게 생각해?”“능력은 괜찮고 술도 잘 마셔. 만약 남자였다면 충분히 큰 인물이 됐을 거야!”갑자기 한유미가 문을 두드렸다.“신 대표님. 고 비서님이 기획안에 관해 논의하고 싶다고 해요.”신지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배건후는 눈치껏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향했고 그러다 들어오는 고유리와 마주쳤다.고유리는 배건후에게 예의 바르면서도 거리를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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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주문하신 생강차 도착했습니다. 회사 정문으로는 들어갈 수 없는데 직접 내려서 받으실 건가요? 아니면 제가 경비실에 두고 갈까요?”“생강차요? 주문한 적이 없는데요. 전화 잘못 주신 것 같아요.”도아린이 전화를 받으며 어리둥절했다.“도 사장님 맞으세요?”“...네.”“그럼 맞아요. 혹시 남자 친구분이 주문한 게 아닐까요?”도아린이 손으로 이마를 문지르자 윤가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럼 경비실에 맡겨주세요. 제가 사람 보내서 가져가게 할게요.”전화를 끊고 도아린은 계속해서 비서들과 함께 배건후의 기획안을 어떻게 실행할지 논의했다.윤가인이 보온 가방을 들고 올라왔을 때, 배건후의 메시지도 도착했다.[곧 생리 기간이잖아. 날씨도 추워지고 해서 따뜻한 걸 시켰어.]도아린이 다이어리를 확인하니 정말로 생리 날짜가 이틀 남았다.결혼 3년 동안 배건후는 한 번도 이런 걸 신경 쓴 적이 없었다.‘남자란... 결국 놓치고 나서야 그리워지는 법이구나.’“좀 뜨거워요.”윤가인이 생강차를 건네며 주의했다.도아린은 대충 메시지를 보내고 다시 회의를 이어갔다.메시지를 받은 배건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한참을 논의한 끝에 고유리는 내일 바로 프로젝트 책임자와 만나기로 했다.강재민의 프로젝트를 포기하면서 입찰은 다시 시작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젝트를 노리고 있지만 그걸 독차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한경 그룹만이 현재 가장 입찰 가능성이 있는 회사였다.“모두 수고하셨습니다.”도아린은 어두워진 하늘을 보았다.“날씨가 안 좋으니 모두 조심해서 돌아가세요.”비서팀의 직원들과 세 명의 부사장은 같은 호텔에 머물고 있었고 전용 운전기사들이 이동을 돕고 있었다.도아린은 컴퓨터를 끄고 가방을 들며 외투를 챙겼다. 그리고 빠트린 물건이 없는지 확인한 후 불을 끄고 문을 잠갔다.엘리베이터에 타고 가는 순간, 도아린은 갑자기 몸에 이상한 열기를 느꼈다.“으악!”그녀는 급히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옷을 가장 가까운 자리 위에 던져놓고 공용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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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도아린을 찾아다니던 일북도 어느새 화장실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한 손은 남자의 허리에 한 손은 남자의 얼굴을 받치고 있는 도아린을 발견했다.배건후는 마치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 듯, 차가운 벽에 기대어 그저 도아린을 바라볼 뿐이었다.일북은 순간 멈칫한 채 두 사람을 방해하는 건 아닌지 선뜻 들어가지 못했다.그때 밖에서 신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찾았어요?”도아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급히 일어섰다. 그러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다시 배건후의 품으로 넘어졌다.“눈치 좀 챙겨요.”신지훈이 일북을 끌어내며 떠나기 전에 배건후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배건후는 도아린의 허리를 붙잡고 그녀의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괜찮아? 다친 곳은 없어?”그녀의 허리는 매우 가늘어서 그의 한 손으로도 절반 이상을 감쌀 수 있었고 배에는 근육까지 있어 매우 단단했다.‘그래서 아까 그렇게 쉽게 문을 넘어온 거네.’“괜찮아요.”도아린이 급히 배건후의 손을 밀어내며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배건후는 천천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요즘 운동해?”“시간 나면 조금씩 해요.”도아린이 대답하며 소매를 정리했다.“그 큰 사고로 살아남았으니까 이제는 몸을 더 아껴야죠.”“그건 그래.”배건후가 고개를 끄덕였다.“게다가 회사 대표까지 됐는데 즐기지도 못하고 죽으면 너무 억울하잖아요.”그 말을 끝내자 그녀는 배건후의 반응을 살폈다.모건 그룹은 이미 한경 그룹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배씨 가문에서 두 세대가 쌓아온 부와 명성이 이제 완전히 배씨 가문과는 상관없어졌다.‘건후 씨가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하지만 배건후는 마치 자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듯 차분했다.두 사람은 사무실 로비에 도착했고 배건후는 먼저 외투를 집어 들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건네려는 것이 아니라 옷을 펼쳐서 도아린이 입도록 하였다.도아린은 거절하지 않은 채 손을 내밀어 옷을 입었다.소매를 입고 나서 배건후가 그녀의 앞에 서서 옷깃을 정리해 주었다.“밖이 추워. 찬바람 맞으면 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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