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린 초등학교의 수금 영수증은 이틀 동안 도아린의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문서를 하나 검토할 때마다 한동안 그것을 바라보곤 했다.‘만약 그때 배 위에서 좀 더 강압적으로 나섰다면, 하경 씨한테 물이라도 뿌렸더라면 하경 씨가 정신을 차렸을까?’그녀는 육하경이 한 짓은 이해할 수 없었다.‘잔혹한 장기 밀매를 저지르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 돈을 아린 초등학교에 기부했다니...’예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 일로 인해 확인해 보니 전국에는 총 7개의 ‘아린 초등학교’가 존재했다. 모두 외진 빈곤 지역에 자리 잡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그 기부금은 육하경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였다. 만약 구현성이 그녀에게 영수증을 주지 않았더라면, 도아린이 육하경의 등에 새겨진 ‘아린’이라는 두 글자를 본 적 없었더라면 그가 기부한 돈이라는 걸 확인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도 대표님.”윤가인이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도아린은 영수증을 서랍에 넣으며 말했다.“들어오세요.”윤가인은 책상 앞까지 와서 보고했다.“육씨 가문이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조사 결과 육하경 씨는 세인트존스 호텔 사무실 서랍의 이중 바닥에 육씨 가문의 불법 운영, 탈세, 부정 경쟁의 증거를 숨겨두고 있었다고 하네요.”“이번 기회로 강 대표님은 최저가로 세인트존스 호텔을 인수하게 되었습니다. 육씨 가문의 다른 사업들도 주가가 3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는 중입니다.”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던 도아린은 생각에 잠겼다.육하경은 본인이 망한다고 하더라도 육씨 가문과 함께 무너지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동안 육씨 가문은 여러 차례 부정적인 뉴스에 휘말렸지만 증거가 없었기에 매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파장이 너무 컸기에 육씨 가문은 집중적으로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할머니 화 많이 나셨겠네...’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나영옥의 전화가 걸려 왔다.“아린아, 민재와의 인연을 생각해서라도 좀 도와주면 안 되겠니? 이번 위기를 넘길 수만 있다면 내가 나서서 너랑 민재의 결혼을 성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