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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또 한 번의 거절: Chapter 851 - Chapter 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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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1화

“네. 알겠습니다!”세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창태훈과 유한수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말이 우리를 도와주는 거지, 이건 우리 자리를 대신하겠다는 거잖아! 도아린 이 여자가 감히 어떻게 이런 짓을...’두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지훈을 바라봤다. 배건후가 깨어난 후에도 신지훈은 여전히 가깝게 지냈기 때문에 그가 도아린이 이렇게 떠드는 걸 그냥 두고 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전 다른 의견 없습니다.”두 사람의 예상을 깨고 신지훈이 손을 들어 말했다.“고유리 씨로 할게요.”고유리는 도아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큰 걸음으로 신지훈에게 다가갔다.“고유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신지훈입니다. 잘 부탁합니다.”신지훈이 고유리의 손을 맞잡았다. 창태훈과 유한수는 마음속으로 불만이 있었지만 신지훈이 앞장서니 쉽게 딴소리하지 못했다.“저도 의견 없어요.”창태훈이 아무 사람 하나 고른 뒤 말했다.안소연과 가도윤은 각자 다가가 자기소개를 했다.창태훈이 테이블 아래에서 옆 사람의 다리를 살짝 차자 그 사람은 바로 손을 들고 일어섰다.“도 대표님! 아마 아직 모르실 텐데, 배 대표님께서 이미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서 현재는 집에서 요양 중입니다.”도아린의 시선이 그 사람에게 향했다. 바로 자신이 예상한 대로 가장 먼저 반기를 들 인물, 운영부의 부장 손영민이었다.“그래서요?”도아린이 반문했다.운영부 부장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모건 그룹은 누가 뭐래도 배씨 가문의 회사입니다. 배 대표님도 거의 완쾌되었고, 최대한 빨리 그룹을 다시 관리하실 수 있을 겁니다. 경영권이 누구한테 가야 회사에 가장 좋은 일인지 여기 앉아계신 모든 사람들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도아린이 잠시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그래서 이제 모건 그룹의 이름을 바꾸려고 합니다.”그녀의 한마디에 회의장은 삽시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도 대표 미친 거 아니야?’‘회사 이름을 변경하겠다고?’‘무슨 배짱으로 저런 어처구니없는 말을...’도아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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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2화

“창 이사와 유 이사가 제 의견을 당신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나 봐요? 모건 그룹의 대표는 이제 도아린 씨입니다. 그러니 회사 이름을 바꾸든, 직원을 해고하든 모두 도 대표의 권리입니다.”“도 대표가 뭘 하든 그건 그분의 자유이며 나는 이미 모건 그룹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한번만 더 내 이름을 팔아 도 대표의 일을 방해하면 변호사와 얘기할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전화가 끊기자 손영민은 얼굴이 창백해져 유한수를 바라보았다. 유한수는 분을 참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쥔 채 책상을 내려쳤다.‘배건후가 우리를 이렇게 불구덩이에 밀어 넣을 줄이야!’“배 대표님의 의견이 그러시다면...”유한수가 억지로 웃으며 일어서자 도아린이 그에게 다시 앉으라고 손짓했다.“배 대표가 말씀한 것처럼 저에게는 임원을 고용하고 해고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분은...”도아린이 그의 책상 위에 놓인 명패를 바라보았다.“손영민 부장, 인사부로 가서 퇴직 절차 밟으세요.”“유 이사님. 뭐라고 말 좀 해보세요!”손영민은 당황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가 유한수와 창태훈 두 사람을 위해 나섰던 것은 도아린의 권위를 약화시키기 위한 것이었지, 자신이 해고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모건 그룹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 그가 운영부 부장으로 있을 수 있었던 건 전에 배건후의 라인에 섰기 때문이었고 배석준의 눈에 별로였던 프로젝트를 그가 성공시켰기에 특별히 승진이 가능했던 일이었다.이제 모건 그룹을 떠난다면 이런 좋은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유한수와 창태훈 두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아린은 오늘 단단히 칼을 갈고 나온 듯했다. 그녀는 회사에 복귀하자마자 바로 회의를 열어, 세 개의 중요한 직책에 자신의 비서를 배치했고 이를 통해 관리층을 대대적으로 정리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손영민은 마침 재수 없게 그녀의 눈에 띄었고 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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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3화

기존 비서 사무실 문을 활짝 열어둔 채 인사팀 사람들은 책상과 의자를 옮기며 분주히 움직였다.직원들은 안절부절못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우리도 쫓겨나는 건가?’“여러분에게 3개월의 평가 기간을 줄 거예요. 평가에서 합격한 사람은 남고 나머지는 다른 부서로 옮길 겁니다. 만약 다른 부서로 이동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둬도 됩니다.”도아린이 한마디 남기고는 엘리베이터로 향했다.새 비서팀의 윤가인이 급히 따라나섰다.“대표님.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일북이만 있으면 돼요.”도아린이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그리고 운영부 부장 자리에 대해 채용 공고를 내도록 하세요.”윤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대표님.”일북은 지하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도아린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그녀에게 다가갔다.“아가씨, 죄송합니다! 대표님을 혼자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너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그때 상황에서 나는 갈 수밖에 없었어.”도아린이 차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일남을 발견했다.그는 햇볕에 검게 그을려 있었고 하얀 이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도아린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놀렸다.“둘째 오빠가 아프리카로 유배 보냈나 보네.”일남이 어색하게 목뒤를 긁으며 빠르게 일북을 힐끗 쳐다봤다.“차에 타. 너희 둘이 내 옆에 있으니 더욱 든든하네.”도아린이 뒷자리에 앉고 일남이 운전하려 했지만 일북이 그를 잡아당겼다. 그는 불만이 섞인 얼굴로 보조석에 앉았다.경찰서 앞에 도착하자 누군가 도아린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인을 마친 후, 도아린은 부검실로 향했다.“도아린 씨, 마음 준비를 잘하세요. 육하경 씨의 시신은 바닷물에 잠겨 있었고 물고기들에 의해 일부가 훼손되어 식별이 어렵습니다. 육하경 씨의 부모님은 이미 확인했지만 육하경 본인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상대방이 도아린에게 미리 경고하는 동안, 관리자가 번호를 확인하고 큰 냉장실 서랍을 열었다.서랍이 열리자 차가운 공기가 쏟아져 나오며 하얀 김이 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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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4화

도아린은 고민성의 날카로운 시선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했다.“만약 고 형사님께서 이 사진들이 사망자의 몸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확신하신다면요.”고민성은 의자에 느긋하게 기대어 앉아 날카롭게 도아린의 표정을 살폈다.“도아린 씨, 혹시 육하경 씨가 왜 갑자기 문신을 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어쩌면 그가 배에 타기 전에 이미 이 모든 걸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니까요.”도아린도 천천히 의자에 기대며 고민성과 거리를 두었다.어느새 두 사람 사이에는 형언할 수 없는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잠시 침묵이 흐른 후, 감정이 없는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만약 당신들이 총을 쏘지 않았다면 지금쯤 더 많은 답을 들을 기회가 있었겠죠.”지금 모든 것은 추측일 뿐이었다. 아무리 그 추론이 논리적으로 맞아떨어지더라도 그것은 단지 추측일 뿐이었고 죽은 육하경의 입을 통해 확실한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고민성은 더 이상 도아린에게 원하는 답을 얻지 못하고 결국 그녀를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도아린은 차로 돌아와 의자에 몸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일남이 생수 한 병을 따서 건네자 도아린은 받자마자 한 번에 들이켰다. 너무 급히 마신 탓에 물이 입가에서 흘러내려 옷깃을 적셨다.일남은 눈빛으로 일북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지만 일북은 그에게 조용히 하라며 도아린이 혼자 천천히 진정하기를 기다렸다.도아린은 육하경이 왜 갑자기 문신을 했는지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그가 실탄이 없는 빈 총을 이용해 경찰을 쏘도록 유도하고 그 뒤 바다에 빠져 도망쳤다고? 하지만 그런 방법이 성공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부상을 입지 않았다고 해도 넓은 바다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게다가 그는 세 발의 총알을 맞았고 그 총알들은 모두 정확히 그의 가슴에 박혔다.자상훈이 그의 몸에 문신한 도아린의 이름은 미리 조작할 수 있었지만 그녀가 새긴 입술 자국 문신은 위조할 수 없었다.육하경은 도아린의 이빨 자국을 문신으로 새기려 했지만 그녀는 그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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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5화

“저희 딸뿐만 아니라 배에 있는 다른 두 아이의 수술도 모두 성공적이었죠.”순간 도아린의 머리가 멍해졌다.‘그럴 리가!’‘고 형사가 분명히 장기 이식 수술을 막았다고 했는데, 경찰서에서도 율이를 만났잖아... 왜 수술이 성공적이라고 말하는 걸까?’“정말 도 대표가 그 수술들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요?”구현성이 비웃으며 말했다.“율이의 아버지가 후견인으로서 장기 기증에 동의했어요. 율이는 아직 아이지만 그 아이의 아량이 당신보다 훨씬 넓더라고요. 그 아이도 자신의 장기를 기꺼이 기증하겠다고 했죠.”도아린은 더 이상 구현성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마치 바다 깊이 가라앉는 듯한 절망감이 그녀를 덮쳤다.그때 택시 한 대가 도로 옆에 멈췄고 육하경의 양부모가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구현성은 전화를 끊고 차에서 내려 그들에게 인사한 후, 함께 경찰서로 들어갔다.“아가씨, 괜찮으세요?”일남이 괴로워하는 도아린을 보고 차에서 내려 뒷좌석 문을 열었다.“그 사람들의 개소리에 휘둘리지 마세요! 저놈들은 이득을 본 사람들이라 당연히 육하경을 좋게 말할 거예요. 만약 저들이 희생자의 가족들이었다면 여전히 그렇게 관대할 수 있을까요?”“일남이 말이 맞아요.”무뚝뚝하던 일북도 위로의 말을 했다.“아가씨는 올바른 일을 하고 있어요! 만약 장기가 마음대로 거래된다면 생명은 그저 권력가들의 게임이 되어버려요. 평범한 사람들은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도 잃게 되는 거라고요.”“아가씨, 육하경이 장기를 팔고 한 일은 권력자들의 약점을 잡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한 것일 뿐 자신의 고상한 신념을 위한 것이 아니에요. 그가 했던 입에 바른 소리도 그저 본인의 잔인함을 숨기기 위한 가면에 불과한 거예요!”“일북 말이 맞아요!”도아린이 손을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구현성의 말 때문에 육하경에 대한 죄책감을 느껴서 괴로운 게 아니었다.도아린이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은, 경찰서에서 율이를 만난 것이 결국 그 아이와의 마지막이었다는 사실이었다.율이는 육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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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6화

아린 초등학교의 수금 영수증은 이틀 동안 도아린의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문서를 하나 검토할 때마다 한동안 그것을 바라보곤 했다.‘만약 그때 배 위에서 좀 더 강압적으로 나섰다면, 하경 씨한테 물이라도 뿌렸더라면 하경 씨가 정신을 차렸을까?’그녀는 육하경이 한 짓은 이해할 수 없었다.‘잔혹한 장기 밀매를 저지르면서, 또 한편으로는 그 돈을 아린 초등학교에 기부했다니...’예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이 일로 인해 확인해 보니 전국에는 총 7개의 ‘아린 초등학교’가 존재했다. 모두 외진 빈곤 지역에 자리 잡고 있었다. 겉으로 보면 그 기부금은 육하경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였다. 만약 구현성이 그녀에게 영수증을 주지 않았더라면, 도아린이 육하경의 등에 새겨진 ‘아린’이라는 두 글자를 본 적 없었더라면 그가 기부한 돈이라는 걸 확인할 길이 없었을 것이다.“도 대표님.”윤가인이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도아린은 영수증을 서랍에 넣으며 말했다.“들어오세요.”윤가인은 책상 앞까지 와서 보고했다.“육씨 가문이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조사 결과 육하경 씨는 세인트존스 호텔 사무실 서랍의 이중 바닥에 육씨 가문의 불법 운영, 탈세, 부정 경쟁의 증거를 숨겨두고 있었다고 하네요.”“이번 기회로 강 대표님은 최저가로 세인트존스 호텔을 인수하게 되었습니다. 육씨 가문의 다른 사업들도 주가가 3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는 중입니다.”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던 도아린은 생각에 잠겼다.육하경은 본인이 망한다고 하더라도 육씨 가문과 함께 무너지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동안 육씨 가문은 여러 차례 부정적인 뉴스에 휘말렸지만 증거가 없었기에 매번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파장이 너무 컸기에 육씨 가문은 집중적으로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할머니 화 많이 나셨겠네...’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나영옥의 전화가 걸려 왔다.“아린아, 민재와의 인연을 생각해서라도 좀 도와주면 안 되겠니? 이번 위기를 넘길 수만 있다면 내가 나서서 너랑 민재의 결혼을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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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7화

한 번에 네 명을 면접 보고 나니 도아린은 더 이상 기대하지 않았다. 윤가인이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마지막으로 한 명 남았어요.”도아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을 불러들이게 했다.마지막 면접자가 들어오자 묘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본 도아린은 순간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떨어뜨렸다.“무슨 생각이에요?”“공정하게 면접을 보는 거죠. 저도 요구 조건에 부합되지 않나요?”배건후는 전혀 위축된 것 같지 않아 보였다. 그는 태연한 표정으로 가운데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도아린을 뚫다져라 바라보는 깊은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애정이 담겨 있었다.도아린은 그를 보고 싶지 않았기에 한 손으로 이마를 받치며 윤가인에게 질문하라고 했다.솔직히 말하면 오늘 면접을 본 면접자들 중에서 배건후의 이력서가 가장 뛰어나고 답변도 굉장히 독창적이었다.마지막으로 윤가인이 도아린의 의견을 물었고 그녀는 그제야 배건후를 바라보며 말했다.“전에 모건 그룹 대표님이셨잖아요.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요? 조롱도 당할 거고 귀찮게 구는 사람도 많을 텐데 그래도 입사하고 싶다는 건가요?”“네.”배건후는 단호하게 대답했다.그가 굳이 이렇게까지 하겠다면 도아린도 받아들이기로 했다.“솔직히 말하면 전 건후 씨가 진짜로 일하러 온 건지, 아니면 회사를 망치러 온 건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다른 직원들보다 인턴 기간을 두 달 더 늘일 겁니다. 그래도 괜찮으신가요?”“전 상관없어요.”배건후의 눈빛은 아주 단호했다.설령 월급을 안 받는다 해도 그는 상관없었다. 모건 그룹에 들어가는 건 도아린 곁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기 위해서였기 때문이었다.도아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윤가인을 바라봤다.“건후 씨를 데리고 가서 입사 절차를 밟으세요.”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배건후는 단 한 순간도 도아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듯, 그녀에게서 아예 눈을 떼지 못했다.배건후가 운영 부서에 나타나자 직원들은 크게 당황했다. 모두 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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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아린아, 그냥 평범한 직원이라고 생각하고 잘해주지 마.”주현정은 겉으로 이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들이었으니 말이다.보던 프로그램이 끝나기도 전에 유민정이 와서 밥을 먹으라고 했다. 식탁 위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배건후는 장갑을 낀 채 커다란 냄비를 가져왔다.“매운 거 좋아하잖아. 맛 좀 봐.”그는 냄비를 테이블 가운데에 올려놓았다.이틀 동안 회사 정리로 정신이 없었던 도아린은 매운 음식이 먹고 싶었지만 밥을 제대로 먹을 시간마저 없었다. 눈앞에 좋아하는 음식이 가득 차려지자 그녀는 군침을 꿀꺽 삼켰다.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주현정을 위해 유민정은 따로 다른 음식을 준비했다.“닭백숙인데 도련님께서 직접 만드신 거예요.”유민정은 국 한 그릇을 떠서 주현정 앞에 놓았다.주현정은 그대로 도아린에게 건네고 유민정에게 한 그릇 더 뜨라고 했다.“아린이도 맛 좀 봐.”“감사합니다.”숟가락을 들어 국을 한 모금 마신 도아린은 눈이 번쩍 뜨였다.배건후는 생활력이 없는 게 아니라 단지 누군가의 보살핌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이었다.유민정은 도아린의 생각을 읽고 설명했다.“도련님께서 퇴원하시고 요리를 배우셨거든요. 그 과정에서 태워 먹은 닭만 해도 양계장 하나는 될걸요?”배건후의 얼굴에 잠시 난처한 기색이 스쳤다. 그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도아린을 바라보며 맛 평가를 기다렸다.도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네요.”괜찮다는 평가에 배건후는 살짝 실망한 듯했지만 도아린이 밥을 먹으러 와 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더 연습할게.”그는 공용 젓가락을 들었다.“고기부터 먹을래?”도아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그녀 쪽으로 냄비를 밀어줬다. 매운 육수가 끓기 시작하면서 온 방 안에 진한 향이 퍼졌다.주현정은 참지 못하고 기침을 했다. 그녀는 저녁을 별로 많이 먹지 않았다. 국 한 그릇과 채소 몇 젓가락을 먹고는 젓가락을 내려놨다.“다 아린 덕이네. 아린이가 아니었으면 30년을 더 기다려도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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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9화

“아니에요. 오늘은 기온이 떨어져서 이만 가볼게요. 제가 계속 안 가면 어머님께서 계속 밖에서 돌아다니고 있을 거니까요.”그녀가 신발을 갈아신자 배건후도 따라서 신발을 갈아신었다. 그는 문을 나서며 도아린을 바래다주겠다고 말했다.“배건후 씨, 그만 포기하세요. 저희는 원래 사이로 돌아갈 수 없어요.”도아린이 차 옆에 멈춰 서서 진지하게 말했다.배건후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아니, 돌아갈 수 있어. 내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도아린은 가볍게 미소를 짓더니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자신의 목을 가리켰다.그날 배에서 도아린의 스카프가 바람에 날려 배건후가 있던 배로 넘어갔었다. 그녀는 배건후가 자기 목에 있던 흔적을 봤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것도 아주 선명하게 말이다.그 어떤 남자도 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와 친밀한 관계를 가졌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비록 도아린은 자신이 육하경과 관계를 가지지 않았다고 확신했지만 그런 흔적은 누구라도 오해하기 마련이었다.배건후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자신에게 엄격할 뿐만 아니라 상대도 완벽하길 바랐다.‘그런 사람이 내 목에 있던 흔적을 신경 쓰지 않을 리 없지.’도아린이 화해할 생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설령 있다고 해도 그날 일은 배건후의 마음에 가시로 남아 시간이 지나도 갈등이 생길 것이었다.도아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배건후는 이미 그녀의 의도를 이해한 듯했다.날카로운 그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고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넌 잘못한 게 하나도 없어. 너한테 상처를 입힌 사람이 잘못한 거지.”도아린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배건후의 태도가 예상했던 것과 달랐던 것이다.그녀는 배건후가 차 문을 세게 내리치며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추궁이라도 할 줄 알았다. 아니면 참는다고 하더라도 얼굴에는 분노를 드러낼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의 표정 사이로 죄책감이 새어 나오는 것 같았다.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다. 한참 지나서야 배건후가 입을 열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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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배건후가 차에 타려 했을 때, 일북이 시간을 맞춰 도착했다.“아가씨!”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일남이 뛰어내리더니 앞으로 달려갔다.차는 배건후의 차 앞 1미터 거리에서 멈췄다.도아린이 재빨리 차에서 내렸고 배건후도 따라서 차에서 내렸다.“아린아,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그냥 널 데리고 가서 몇 가지 보여주려고 그런 거야.”도아린은 일남 뒤에 서서 짧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갑자기 변한 배건후의 태도에 그녀의 심장이 쿵쿵 뛰고 있었다.혹시라도 그녀가 가지 않으려 할까 봐 배건후가 다시 말했다.“아린 초등학교에 관한 거야.”도아린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약간 떨리는 손을 꼭 쥐었다.“길 안내해요. 전 제 차로 갈게요.”일남은 도아린이 차로 돌아가는 걸 확인한 후에야 빠르게 조수석에 올랐다.일북은 뒤로 후진하며 배건후에게 공간을 내줬다.배건후의 예상대로는 아니었지만 도아린이 함께 가기로 한 것만으로도 최선의 결과였다. 그는 차에 시동을 걸고 천천히 저택을 빠져나갔고 일북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갔다.“아가씨, 괜찮으세요?”일남이 뒤돌아서 뮫자 도아린은 고개를 저었다.순간, 그녀는 배건후가 또다시 예전처럼 미쳐 날뛸까 봐 겁이 났다.“모건 그룹은 배건후 씨가 자진해서 아가씨께 넘긴 거예요. 아가씨가 아니었으면 배건후 씨가 입원해 있는 동안 모건 그룹은 이미 난장판이 됐을 거예요. 아가씨는 배건후 씨에게 빚진 게 없어요. 그냥 배씨 가문과 완전히 연을 끊을 수는 없나요?”일남이 억울해하며 말했다.일북이 일남를 한번 흘겨보며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일남은 입술을 깨물고 분한 듯 창밖을 바라봤다.“난 건후 씨에게 빚졌다고 생각하지 않아.”도아린이 천천히 말했다.“어머님이 말 너무 진심으로 대해 주셔. 그 마음을 난 무시할 수는 없어. 건후 씨가 회사에 들어오고 싶어 한다고 해도 상관없어. 불이익을 받을 각오만 하고 들어온다면 말이지.”“뭐라고요? 배건후 씨가 회사에 들어오려 한다고요?”일남은 욕설을 내뱉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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