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강재민은 믿고 있었다.자신이 LY에서 고위직에 오르면 도아린을 도울 수 있을 거라고.그렇게 되면 아버지도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도아린이 바로 LY의 최고 권력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는 뼛속 깊이 깨달았다.자격이 없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그리고 배건후가 굳이 말하지 않은 게 하나 더 있었다.도아린이 배건후가 한경 그룹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걸 눈감아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강재민은 이미 두 사람 사이가 다시 가까워질까 봐 두려웠다.그 두려움이 그를 조급하게 만들었고 결국 그 자신을 무너뜨리고 말았다.도아린은 강재민의 얼굴에 스쳐 지나가는 감정들을 모두 읽을 수 있었다.그리고 그녀는 이제, 답을 알고 있었다.“강재민 씨. 그래도 내 동생을 도와줘서 고마웠어요.”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하지만 단호했다.“앞으로 도지현이랑 친구로 지내는 건 상관없어요. 하지만 우리 둘 사이는 여기까지예요.”“아린 씨...”강재민이 다가서려 하자 배건후가 조용히 도아린을 자신의 뒤로 감쌌다.강인한 어깨, 결연한 얼굴.그는 마치 어떤 위협에도 무너지지 않을 거대한 산처럼 도아린 앞을 지켰다.더는 마음을 숨길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이제 그는 당당히 그녀를 지킬 수 있는 남자였다.배건후의 묵직한 시선에 강재민은 끝내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고 평소 매력적이라던 외모는 초라하게 일그러져 있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입안에 고였던 피를 뱉었다.그리고 옷깃을 다듬은 뒤, 조용히 말했다.“미안해요. 술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앞으로 공적인 일 외에는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그는 마지막으로 도아린을 바라보더니, 이번엔 배건후를 향해 낮은 경고를 던졌다.“비록 내가 아린 씨와 이어지진 못했지만 당신이 또다시 그녀를 배신하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아린 씨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해서, 방심하지 마. 운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두고 보자고.”그 말을 끝으로 강재민은 길가로 나가 택시를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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