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불안한 듯 육민재의 팔을 꽉 붙잡았다.그날 약을 탄 일은 가정부만이 알고 있었고 만약 육하경이 방해하지 않았다면 도아린은 별생각 없이 그 전복죽을 먹었을 것이다.그러면 나영옥의 계획대로 도아린은 꼼짝없이 육씨 가문에 이용당했을 것이고 육씨 가문은 오늘날의 어려움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었다.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영옥은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주었고 육민재의 팔이 서서히 멍이 들었다.하지만 아픔을 잊은 채 육민재의 머릿속에는 온통 배건후를 설득해 도아린의 집에 들어갈 생각만이 가득했다.“건후야, 3년 전 그 일이 내가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서 너희 둘이 계속 얽히게 된 거야. 너도 도아린 씨와 다시 잘해보고 싶어서 여기 온 거잖아. 내가 들어가서 다 설명할 수 있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아린 씨와 결혼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너희를 이어주고 싶지 않은 욕심에 그랬어. 지금 같이 가서 내가 그때의 일들을 전부 말할게!”자세한 상황을 모르고 있던 나영옥의 얼굴이 굳어졌다.“너 이놈, 아린이를 만나면 잘 사과해! 만약 아린이가 너를 용서하지 않으면, 더 이상 집에 들어설 생각도 하지 마!”“할머니, 제가 잘못했어요.”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배건후는 입가에 비웃음을 띠며 말했다.“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배건후는 더 이상 도아린을 향한 마음을 숨길 생각이 없었고 결과가 어떻든, 그는 도아린에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할 생각이었다.“그만 돌아가.”배건후가 두 사람을 쫓아내듯 말했다.“너희가 한 짓을 생각해 봐. 도아린이 복수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육씨 가문의 체면을 지켜준 거야. 나도 옛정을 생각해서 더는 추궁하지 않을게. 그런데도 계속 아린이를 괴롭히면 나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옛정? 진짜 친구로서 옛정이 있었다면 죽지 않았다는 것도 나한테는 얘기했겠지.’육민재는 씁쓸하게 웃었다.그의 우산은 노인의 머리 위로 가져가고 자신은 거의 다 비를 맞고 있었다.“건후야, 사실 너는 이미 육하경이 바로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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